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 상처를 들여다보며 고통을 어루만져야 할 때입니다

- 반성과 사과의 뜻을 전하며



다함께 시절에 시작됐던 성추문 사건이 법적 소송으로 이어지다가 2년만에 판결이 나왔다. 우리 모임의 준비위원회는 소송 취하를 주장했지만 이뤄지지 않았으며, 이제 판결이 나오자 관련된 개인과 단체들이 모두 공개적인 입장을 내고 있다. 이 글은 판결 결과가 나온 이후인 지난 8일 전지윤이 발표한 입장이다.



2014.11.8. 전지윤


‘00대 교지 성폭력 사건’의 1심 재판 결과가 10월 29일 나왔습니다. 재판이 시작된 것이 2013년 초였으니 거의 2년만에 나온 결과입니다. 먼저 재판이 진행되는 지난 2년 동안 상상하기 힘든 고통을 겪었을 이 사건의 피해자와, 관련된 동지들에게 위로와 연대의 인사를 보냅니다. 그리고 통렬한 자기반성의 뜻을 담아서 진심어린 사과도 전하고 싶습니다.


저는 이 사건이 벌어진 당시에 다함께(현 노동자연대) 지도부의 일원이었기에 공동의 책임이 있습니다. 저는 다함께 지도부가 완전히 잘못된 대처를 해나가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아무런 제기 없이 침묵했고, 결과적으로 그 결정에 함께 했습니다. 저는 골치 아픈 일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한심한 태도로 고통의 목소리를 외면했습니다.

 

또 저는 다함께에서 나오고 나서도 이 문제를 재판이 아니라 진보운동 내에서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노력과 진정성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사건은 해결되지 못한 채 계속 곪아 왔고 마침내 재판 결과까지 나오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 사건의 핵심 사안들은 재판에서 별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고, 또한 재판으로 해결될 수도 없는 문제들입니다. 이 사건의 출발점은 2011년 여름에 00대 교지 MT에서 벌어진 성희롱입니다.

 

당시 00대 교지편집장이 이 사건의 피해자에게 야동을 보여주며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한 것은 분명한 잘못이었습니다.(나중에 양쪽을 불러서 진술을 듣고 이 사건을 조사한 00대 양성평등센터도 이렇게 판단하고 징계를 내렸습니다. 이번 법원 판결문조차 이 판단을 수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함께 지도부는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못했습니다. 결국 피해자는 다함께 탈퇴 이후 이것을 공개 폭로하게 됩니다. 이때라도 다함께 지도부는 진상을 밝히며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했습니다. 그랬다면 이 사건은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커지고 오래 이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조직의 위신 실추만 걱정한 다함께 지도부는 완전히 부적절한 대응을 했습니다. 피해자를 ‘평소에 문제가 많았던 성격 이상자이자, 다함께를 음해하는 거짓말쟁이’로 몰아간 것입니다. 또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제안하는 피해자를 외면했습니다. ‘우리와 무관한 문제이고 법적 소송이 진행중이니 당사자끼리 해결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매정하고 냉혹한 반응이 피해자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줬을지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원래 (다함께 회원도 아닌) “교지편집장의 반성과 태도의 수정을 가장 중요한 요구”로 내세웠던 피해자의 태도가 바뀐 것은 이 때문이었습니다. 즉 다함께의 잘못된 대응이 이 사건을 ‘다함께 성폭력 사건’으로 발전시킨 것입니다.

 

교지편집장이 야동을 보여 줄 때 옆에서 ‘방조’했다는 *** 동지는 원래 이 사건의 주된 책임자는 아니었습니다. 그는 당시 신입생이었고 초기에는 사과의 뜻도 비췄었습니다. 하지만 사태가 이렇게 발전하면서 피해자와 충돌하는 주된 당사자가 됐습니다.

  

다함께 지도부가 대화를 통한 정치적 해결에 나서진 않으면서 오히려 법적 소송으로 나갈 것을 권했기 때문입니다. 다함께 지도부는 비겁하게도 대학 신입생이자 신입 회원인 *** 동지를 맨 앞에 세워서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화살을 다 받아 안게 했습니다.

  

*** 동지는 자신이 한 잘못보다 더 커다란 비난을 받게 된 것이 억울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소송은 이 억울함을 푸는 방법이 될 수 없었습니다. 소송은 그 자체의 논리 때문에 서로간의 고발과 폭로를 더 부추겼습니다. 게다가 ‘피해자의 평소 행실’을 문제삼는 소송 내용은 매우 부적절했습니다. 대화는 더 어려워졌고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지기만 했습니다.


  부적절한 대응 


대학 새내기 때 벌어진 이 일로 피해자는 지금까지 너무나 많은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것입니다. 이 엄청난 고통과 흘러간 시간을 누가 어떻게 되돌려줄 수 있겠습니까.


다시 한 번, 한때 다함께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잘못된 대응을 함께 하거나 침묵했던 것을 반성하며 고통을 겪은 동지들에게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다함께 지도부에게 이제라도 이 과정을 돌아보며 함께 책임지자고 동지적 입장에서 호소하고자 합니다.


물론 다함께도 지난 2년 동안 불명예스러운 추문에 시달렸습니다. 그러나 다함께 지도부는 이를 스스로 자초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합니다. 책임을 인정하고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합니다. 혹시라도 이제는 회원이 아니라며 *** 동지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 해서도 안 됩니다. 고통의 목소리를 듣고 진실을 보려해야 합니다. 그럴 때 다함께는 더 건강한 변혁조직이 될 수 있고 진정으로 명예도 회복될 것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이 사건의 출발점이 된 성희롱 사건에 대해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그것을 외면한 것을 사과해야 합니다. 교지편집장도 진정성있는 반성과 사과의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그 점에서 당시 ‘방조’에 대해서 *** 동지가 돌아볼 생각이 있다고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다함께 지도부는 온갖 부적절한 대응을 하고 문제를 재판으로 몰아간 것에 대해서도 사과해야 합니다. 이후에 벌어진 반작용과 심각한 사태 악화가 여기서 비롯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법원 판결문조차 처음의 성희롱은 문제였고, 이에 대한 피해자의 폭로는 정당했으며, 다함께의 회피, 피해자에 대한 매도 등은 문제였다고 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동지가 올해 초 다함께에서 탈퇴한 후라도 소송을 취하하지 않은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번 재판 결과는 이것이 소송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문제가 원점으로 돌아왔음을 보여 줍니다. 따라서 관련 단체 등은 이 사건의 나머지 진상과 책임을 밝히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댔으면 합니다.


그래야 피해자와 이 사건에 관련된 동지들의 고통과 상처가 해결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과정이 진보진영 내에서 충분히 대화와 정치적 토론을 통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진실을 밝히는 게 아니라, 서로에 대한 비난과 ‘폭로’만 계속되면서 상처만 더 깊어지는 상황은 끝나야 합니다. 저도 이 과정에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수없이 많은 상처와 고통을 감수해 온 피해자와 관련된 동지들에게 다시 한 번 고개숙여 반성과 사과의 뜻을 전합니다. 앞으로도 이번 사건을 교훈삼아 어디서도 이런 고통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변혁재장전과 함께 고민을 나누고 토론해 봅시다http://rreload.tistory.com/164

Posted by 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변혁 재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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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까까 2014.11.20 03: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동당 당게 올라온 쌍방의 글들을 모두 읽어 봤는데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더 많은 것 같더군요.

  2. 우려 2014.11.20 19: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과거 ㄷㅎㄲ와 인연이 있어 사건 진행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전지윤씨께 판결문을 읽어보라고 권합니다. 판결에 따르면 소위 가해자 A가 소위 피해자 B의 동영상 사건 당시 방조를 했다는 것을 인정했으나 신입생이 선배의 행위를 막기 어려웠을 점이라는 부분도 고려되고 있습니다. 반면 B의 페이스북 언플이나 B가 오히려 A를 성추행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법원이 비판적인 판결을 내렸습니다. 일단 B씨의 상처가 무엇인지, 그 상처를 왜 ㄷㅎㄲ가 책임져야 하는지 잘 이해가 안됩니다. 적극적으로 성추행을 막지 않았으니 A도 가해자고 A가 속한 ㄷㅎㄲ도 가해자고 그렇다면 한상균 선본도 가해자를 방치하고 있으니 또한 3차 가해자가 되겠네요. 판결문을 읽어보니 B의 논리는 성폭력을 무한대로 적용한 제2의 담배 성폭력 사건이라고 할만 합니다. 게다가 B씨 측에 ㄹㅎㅅㅈ이 붙었다니 이걸 조중동에서 왜 기사화 안하는지 이해가 안갈 정도입니다. 아니면 전지윤씨께서 당시 ㄷㅎㄲ 내부 논의에 대해 자세히 밝혀주셨으면 합니다. 조중동에서 제2 담배 성폭력 운운하며 운동권 전체를 싸잡아 비난할까 걱정됩니다.

  3. 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변혁 재장전 2014.11.20 20: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려'라는 닉을 쓰신 분께.
    관심 감사하고 토론할 가치가 있는 제기를 하셨지만, 언급하신 내용 중에 부적절한 것이 있습니다. 1심 판결에서도 이 부분은 공개 자체가 개인의 사생활과 비밀의 자유에 대한 부당한 침해라고 규정했고, 저희 입장도 같습니다. 이에 따라 댓글을 승인할 수 없는 점 양해 바랍니다.

  4. 에휴.. 2014.11.20 21: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건의 해결과정도 분명 중요하지만 노동당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보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었다며 피해자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던데 도대체 사실은 무엇입니까, 판단이 어렵네요.

  5. 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변혁 재장전 2014.11.20 23: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사안의 출발점이 된 원사건이 피해자에게 포르노를 보여줌으로써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한 성희롱, 따라서 성폭력이라는 점은 지금까지 이 사건을 조사한 00대 양성평등센터와 이번 법원 판결 모두에서 인정된 사실입니다. 또 이번 판결문조차 “성폭력 가해행위를 폭로하고 이에 대한 노동자연대 학생그룹인 대학생 다함께의 방임을 규탄하면서 성폭력 사건의 해결책을 촉구한 것으로 그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그 취지는 원고가 편집장의 행위에 동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편집장에 대한 성폭력 행위나 대학생 다함께의 대처행위가 미온적이라는 그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된다고 하고 있습니다.

    * 참고 - “성폭력은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로 ‘성을 매개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서 이뤄지는 모든 가해행위’를 뜻한다.”(네이버 시사상식 사전)

    • 의견입니다 2014.11.28 04:33  댓글주소  수정/삭제

      원사건이 성폭력이라는 데 대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판결문이 '공공의 이익'을 운운한 부분에서 전지윤씨는 의도적인 편집을 하고 있습니다. 판결문 10페이지를 보면 재판부는 대책위의 규탄 글이 특히 방조자 B씨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에선 과장이 있긴 하나 공익 목적에서 글을 올린 것이니 법적으로 처벌할 사항은 아니라고 한 것이지, 대책위의 글이 사실과 합치하다고 한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전직 다함께 지도부셨던 전지윤씨께서 대답하실 붑누일텐데, 다함께 지도부는 대체 언제 사건을 알았습니까? D씨가 피해주장자 A씨의 호소를 묵살하기 이전에도 알면서도 무시한 것인가요 아니면 D씨의 묵살 이후에 알게 됐나요? B씨가 성폭력 가해자가 아니라면 다함께가 이 사건 해결에 개입할 이유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전 오히려 다함께가 조직적 차원에서 B씨를 옹호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함께 일부 회원들이 시간과 돈을 들여서 B씨를 옹호했지요. 게다가 다함께 측은 지도부 결정 이후 인터넷 여론전을 중단했음에도 불구하고 A씨 측은 이후에도 수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B씨를 음해하는 글을 올리지 않았습니까? 이미 상대 편의 여론전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4월까지 지속적으로 인터넷으로 글을 올려오지 않았나요?

      전지윤씨께서 진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양측에게 서로의 잘못을 인정할건 인정하라고 말씀을 좀 해주셨으면 합니다. A씨 측에는 B씨의 행동이 성폭력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하게 규정하고, B를 성폭력범으로 뒤짚어씌웠던 인터넷 댓글들에 대해선 사과를 요구해 주셨으면 합니다. B의 행동이 성폭력이 아니었다면 다함께도 2차 가해 집단으로 볼 일은 없을 것입니다. 다만 다함께 학생조직자의 부적절한 대응에 대한 도의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정도는 가능할 것입니다.

      다함께 측에는 D씨의 잘못된 대응에 대한 도의적인 사과를 요구해야 합니다. 솔직히 D씨가 처음부터 A씨를 도와줬더라면 다함께는 성폭력 가해단체는 커녕 여성주의적 단체로 인식이 됐을 겁니다.

      그리고 사실 B씨 측도 사과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A씨 측의 일방적인 주장이긴 하나, B씨의 법적 대리인(변호인)은 A씨에게 '성매매를 한 적이 있느냐'는 식의 질문을 주로 했다고 합니다. 물론 변호인이 B씨의 법적 승리를 위해 한 것이긴 하나, B씨의 의사와 반하는 내용을 법정에서 말할순 없었을 겁니다.

  6. 전지윤 2014.11.28 12: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 의도적 왜곡 아닙니다. 저는 한번도 B가 C와 똑같은 수준의 잘못을 했다고 한 적이 없습니다.
    2. “상대편의 여론전이 끝났다?” 그보다 더 심한 재판이 시작됐고, 대리인의 여론전은 더 심했습니다.
    3. ‘피해자도 상처를 아파하고 고통을 호소하는 데서 너무 비명소리가 높거나 소리지르지 말아야 할 곳에서 비명 소리를 질렀다 따라서 양쪽 모두 문제였다?’ 이것이 바로 고통 앞에 중립과 중재의 자세인 거 아닐까요? 상대방의 잘못을 이유로 자신의 잘못을 가릴 수는 없습니다.
    4. 이 사건의 내용을 상당히 상세하게 내부적 상황까지 알고 계신데, 그렇다면 취사선택하지 마시고 좀 더 총체적으로 봐주시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