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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인어공주 - 디즈니가 허락한 정치적 올바름의 한계를 보여주다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23. 6. 11.

박철균

한국에선 이상하리만치 단지 아프리카계인 핼리 베일리가 인어공주 애리얼이 캐스팅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격하게 비난하고 혐오하는 경향이 심하다. 배역에 안 어울린다를 넘어 왜 "백인인 인어공주가 흑인이 되느냐" "바다도 어두운데, 인어도 어두워서 공포영화다." "원피스에 나오는 어인족 괴물이 캐스팅되었다." 식으로 인종차별성 혐오댓글이 가득하다.

아예 나무위키같은 혐오 조장 위키사이트에선 "흑어공주"로 인어공주 비판 자동 검색이 되게 할 정도다. 그만큼 한국 사회에서 다른 사회적 소수자에 대해 얼마나 배척하고 차별하고 혐오하는지 민낯으로 드러난 한 측면이라고 본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지나치게 범람하는 인종차별 및 혐오성 비난 및 평가 그리고 조롱성 반응만큼 망작은 아니었다. 일각에서 말하는 실제 동물 캐릭터가 지나치게 실사화되서 "불쾌한 골짜기"를 넘어 무섭다는 반응과는 달리 실제 영화에서는 이 실사화된 캐릭터가 예전 34년 전 만화 캐릭터보다 캐릭터성이 떨어져서 그렇지 심하게 불쾌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렇게 욕 먹던 바다 그래픽은 아바타2나 아쿠아맨과 비교하면 아쉬운 느낌은 많이 들지만 그럼에도 심각하게 채도나 명암이 문제가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핼리 베일리의 가창력 역시 훌륭하다. 다만 그렇다고 이 영화가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인어공주 첫 예고편을 아프리카계 미국인 어린이들이 보고 "My Color"라고 하며 받기고 좋아하는 영상을 통해서 정치적 올바름(PC)은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지켜나가야 할 가치는 맞다. 그러나, 문제는 애리얼이 아프리카계 인종이 되고 에릭 왕자가 아프리카계인 여왕의 입양아들이 되었으며 애리얼의 자매가 7대양을 관할하는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것 이외에 달라진 것이 없다.

여전히 스토리는 "첫눈에 왕자랑 사랑에 빠지고 그걸로 홀라당 인간이 되서 사흘만에 키스를 하니 마니 난리통이 일어나다 결국 왕자랑 이어져서 행복하게 살았더래요" 식의 전혀 PC하지 않은 전근대적 텔링을 고수한다.

여기에 왕자건 애리얼이건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고 싶어하고, 우르술라가 추가 저주로 "사흘안에 진실한 키스를 받아야 완전한 인간이 된다."는 잊어버리게 하는 추가 설정이 붙고, 원작과는 달리 애리얼이 우르술라를 죽인다 한들 정치적 올바름이 빛이 나지 않는다.

이미 우리는 그동안 겨울왕국에서 엘사가 안나에게 "방금 만난 사람과 결혼 못해. 네가 진정한 사랑을 알아?" 란 대사와 방금 만난 그 왕자가 빌런이 되는 것을 보면서 그 오래 된 디즈니 클리세가 박살나는 것을 확인했고, 안나와 크리스토프가 3년은 만나며 이러쿵 저러쿵 하는 통에 겨울왕국 2 마지막에서야 약혼을 하는 관계가 되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소위 다양한 인종으로 정치적 올바름을 얘기한다는 영화의 스토리텔링은 PC 하지 않은 데 무슨 소용이 있는지 모르겠다. 음식이 쉬어 터졌는데 거기에 아무리 고급 조미료를 다양하게 바른다 한들 그 음식이 최고의 요리가 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러니 배우들의 연기나 동물 캐릭터의 연기나 역시 푹푹 꺼져버린다.

단 한명, 멜리사 맥카시가 연기한 매력적인 우르술라만 제외하고... 핼리 베일리가 노래 이외에 연기나 표현력이 아쉬운 면이 많지만, 이런 참사 앞에서 누가 인어공주가 된다 한 들(인터넷에서 종종 언급되는 젠데이아가 인어공주로 섭외되었다 한 들)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거란 생각까지 든다.

결국 인어공주는 흥행에 실패한다 한들 의미 있는 작품으로 역사에 남을 수 있었음에도 디즈니의 고전적인 벽에 부딪혀 PC를 흉내내는 척만 하다 끝난 허무한 영화로 역사에 남을 것 같다.

(기사 등록 2023.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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