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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세상읽기 – 장애혐오/윤석열/사법장악/무차별 범죄/한국전쟁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23. 8. 25.

전지윤

대법원장이 될 윤석열의 친구의 친구

지난주에 아래 글을 쓰고 기고할 때 만해도 윤석열의 사법장악은 아직 시간이 좀 더 남은 문제라고 봤는데, 아닌 것 같다. 윤석열은 자기 서울대 후배이고 오랜 전부터 막역하게 교류해 왔다는 친구의 친구인 이균용 부장판사를 대법원장으로 임명하고 있다.

이균용 판사는 주로 부동산 투자로 64억의 재산을 모았고, 보수적 엘리트 판사들의 모임인 민사판례연구회소속이라고 한다. 윤석열 시대에 곳곳에서 보게되는 서오남’(서울대 출신의 부유한 오십대 남성 엘리트)의 전형이다.(여담으로 최근 넷플릭스 <마스크걸>을 보다가 남자 주인공 이름이 주오남인 것을 보고 왠지 더 찜찜했다.)

그동안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젠더법연구회출신의 판사가 높은 자리로 올라오면 세상이 망할 것처럼 난리치던 족벌언론들도 민사판례연구회는 전혀 문제삼지 않고 오히려 믿고 안심할 수 있는 보증 마크처럼 보는 것 같다.

윤석열은 요즘 정말 거침이 없다. 이제 무차별 흉기난동을 핑계로 전의경까지 부활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온 사회를 곳곳에서 거꾸로 돌리며 권력기반을 돌이킬 수 없도록 다지고 있는데, 그 중에 가장 불길한 것이 최측근 지인들로 선관위를 재구성하고 있는 것과 사법부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검찰이 조작과 억지 기소를 하고 언론이 여론재판을 해도, 사법부에서 막아주는 경우가 가끔은 있던 상황에서 이제 그 가능성까지 차단되는 디스토피아가 그려지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평생 살면서 검찰에 기소되거나 재판을 받게 될 일이 뭐가 있겠냐’, ‘그렇게 돼도, 내가 잘못한 게 없으면 뭐가 문제겠냐라고 속 편한 소리를 한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거나 진영이 다른 사람들이 어떤 억울하고 기막힌 일을 당해도 강건너 불보듯 하는 분들의 반응과 달리, 이런 윤석열 시대의 위험한 변화들은 무엇보다 가장 힘없고 돈없는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들에게 가장 파괴적인 악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https://www.mindl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754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입장과 목소리를 담아야

아래는 몇 달 전에 방영한 KBS1 시사직격 <시한부 엄마의 호소문, ‘우리 새끼를 부탁합니다>에 대한 리뷰인데 매우 인상깊게 읽었다. 그 방송을 보고서 큰 정서적 느낌을 받았고, 강력 추천하면서 글도 올리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말해왔던 사람으로서 더욱 인상적인 글이었다.

나는 단지 그 방송을 보고서 너무 잘 만든 좋은 작품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글을 보면 그것은 반쪽만 본 것이다. 그 방송에는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시각은 반영돼 있지 않았던 것이다. 발달장애인은 그저 돌봄을 받아야 하고 부모를 힘들게 하는 존재로 대상화돼서 그려졌다는 지적이다.

이것은 장애인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사회구조라는 본질을 흐리고 장애인 자녀를 낳고서 고생하고 있는 부모에 대한 동정의 시선이라는 감상만 남게 될 수 있다. 따라서 감성에 대한 자극을 넘어서 이성적 고민을 촉발하는 작업과 작품이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물론 이 글은 그 시사직격 방송을 만든 분들의 좋은 의도나 그 작품의 긍정적 측면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더 나아갈 필요와 부족한 부분을 지적한다. 이것이 너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바로 내가 그 방송을 그런 반쪽의 시선에서 봤다는 깨달음 때문이다.

“부모의 이런 힘에 부치고 고단한 일상을 전할 때마다, 발달장애를 가진 자녀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이 강조된다. 이들의 입장을 헤아리는 코멘터리 하나 없이 자해행동은 물론이고 폭력성, 심지어는 가장 수치심을 건드리는 신변처리 문제까지 적나라하게 재연된다...결정적인 것은 끝까지 발달장애를 가진 자녀들의 입장과 목소리는 담기지 않았다는 것.

“이런 재연방식이, 결국 장애를 가진 당사자들을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인식시키기 보다는 수동적이고 의존적으로 인식시키며. ‘돌봄’의 권리를 가진 주체로써가 아닌 ‘돌봄’의 대상이라는 인식에 머문 내용들이 전달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다보니 장애자녀를 둔 부모의 과중한 돌봄의 무게는 자녀의 장애로 인해서보다는 부모의 돌봄을 당연시하는 사회의 인식과 암묵적 합의, 그리고 이에 앞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존엄과 권리가 무시되는 현실에 있다는 문제의 본질이 흐려졌다.

“방송의 역할이 중요해진 만큼, 현상과 결과에만 집중하며 감성을 자극하는 과거의 전달방식에서, 시청자가 조금 더 문제의 본질에 집중하고 균형 잡힌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시청자가 조금 더 소수, 낮은 곳으로 시선을 기우려 ‘왜’,와 ‘어떻게’, ‘무엇’을 고민하도록 이성적 공감을 건드려주는 전달방식으로 바뀌어야 할 때다.”

https://www.cowalknews.co.kr/bbs/board.php?bo_table=HB21&wr_id=110

윤석열과 '공산전체주의'라는 유령과의 전쟁

하나의 유령이 한국을 배회하고 있다. ‘공산전체주의라는 유령이... 윤석열에 따르면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다”,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 이동관에 따르면 공산당 기관지들도 활개치고 있다. 마르크스의 <공산주의 선언>의 도입부가 떠오른다.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구유럽의 모든 세력들, 즉 교황과 짜르, 메테르니히와 기조, 프랑스의 급진파와 독일의 경찰이 이 유령을 사냥하려고 신성 동맹을 맺었다. 반정부당치고, 정권을 잡고 있는 자신의 적들로부터 공산당이라는 비난을 받지 않은 경우가 어디 있는가?”

마르크스는 이어서 말한다. “이 사실로부터 두 가지 결론이 나온다. 공산주의는 이미 유럽의 모든 세력들에게서 하나의 세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제 공산주의자들이 전세계를 향해 자신의 견해와 자신의 목적과 자신의 경향을 공개적으로 표명함으로써, 공산주의의 유령이라는 소문을 당 자체의 선언으로 대치해야 할 절호의 시기가 닥쳐왔다.”

하지만 윤석열의 공산전체주의와의 전쟁에서 내오는 두 가지 결론은 다르다. 첫째, 그는 공산주의와 아무 상관없는 민주당이나 민주개혁세력들을 공산전체주의라고 낙인찍고 있다. 둘째, 그는 이것을 기득권 카르텔의 권력 장악 완성을 위한 절호의 시기로 여기고 있다.

그래서 이동관을 앞세워 언론 장악을 하고, 검찰경찰이 야당과 민주노총을 짓밟게 하고, 자유총연맹에 국가보조금을 몰아주고, 극우 유튜버들을 총결집시키고 있다. 여기서 윤석열이 보이는 태도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성전을 벌이는 전사의 모습이다.

자신들의 허물은 절대 인정하지 않고, 반성과 사과는 있을 수 없으며, 어떠한 이견도 존중하지 않고 공존을 거부하는 태도는 어디서 많이 본 전형적인 것이다. , 윤석열이여말로 반공자유주의적 전체주의의 맹아를 보여주고 있다.

후발 자본주의에서 자유주의자들이 반공을 내세워 자유주의적 기본권도 부정하던 것인데, 여기에 따라오는 것이 반스탈린주의라는 이유나 적의 적은 동지라는 이유로 마녀사냥에 굴복, 협력하는 좌파다. 지난 대선 때 일부 좌파들이 윤석열이야말로 자유주의자라면서 지지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그랬던 좌파 출신들의 일부는 이제 윤석열 쪽에서 자리를 얻지 못한 채 금태섭 신당으로 모이고 있다. 주류정당에서 공천 못받을 사람들의 집합처같은 금태섭 신당의 영입인물 1호는 구좌파 출신의 함운경이었는데, 함운경은 얼마전 구좌파 출신들과 민주화 운동 동지회라는 것을 만들었다.

그런데 운동권이 만든 쓰레기는 운동권 출신인 우리가 치운다는 이 동지회의 선언문을 보면 윤석열의 공산전체주의와 전쟁과 연결되고 있다.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세계관, 역사관을 아직도 고집하는 586운동권 주사파들이 민주화운동의 상징 자산을...사취(詐取)하여 독점 이용하며 북한의 신정(神政) 체제를 따르고 있다는 논리다.

, 좌파 출신의 일부가 대선 때는 자유주의자라고 윤석열을 지지하다가, 이제는 주사파 운동권 출신의 반대한민국 세력을 청소하자며 윤석열을 돕거나, 정체가 수상한 금태섭 신당으로 모이고 있는 것이다. 이미 보다시피 윤석열은 빈말을 하는 자가 아니다.

이제 내년 총선 전에 검경, 국정원 등은 북한과 연계된 공산전체주의 세력이 민주인권 운동가라는 탈을 쓰고 거짓선동과 패륜적인 조작과 공작을 일삼아 왔는지 입증하기 위해 대대적인 표적 수사와 조직 사건들을 빵빵 터트릴 가능성이 상당하다.

그러면 또 운동권 쓰레기는 운동권 출신인 우리가 치운다는 이들과 금태섭 신당과 연결된 이들 등이 측면 지원에 나설 수 있고, ‘윤석열이든 민주당이든 똑같다는 사람들은 방관할 가능성이 높다. ‘공산주의 선언우리가 잃을 것이라고는 쇠사슬뿐이요 얻을 것은 전세계이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로 끝난다.

하지만 윤석열을 앞세운 기득권 카르텔과의 싸움에서 우리가 버려야 할 것은 나와 노선이 다르고 얄밉던 정파나 인물은 윤석열 검경이 정리해주면 좋겠다는 태도이고, 얻어야 할 것은 공산전체주의와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과 진짜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견해를 존중하면서 자유롭고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세상이다.

언론 장악만이 아니라 사법 장악도 시작됐다

최근 법원은 윤핵관 중에 한명인 정진석의 악의적이고 저질스러운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자 국힘과 조선일보 등은 해당 판사에 대한 좌표찍기와 신상털기, 마녀사냥을 시작했다. 3때 글까지 찾아내 '노사모'라고 낙인찍었다.

그런데 이 소동은 좀 더 길고 큰 시야에서 볼 필요가 있다. 단지 일회성 해프닝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와 기득권 카르텔이 '언론 장악'만이 아니라 '사법 장악'까지 시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후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야기이다.

2016 촛불항쟁이 낳은 변화는 정권교체를 낳았고, 정권교체는 김명수 대법원장과 새로운 사법부의 등장도 낳았다. 지금 와서 보면 별 다른 개혁에 성공하지 못한 김명수 사법부에 대한 평가는 박할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의미있는 진전이었던 것은 분명했다.

김명수 체제 속에서 인권과 노동권, 사법정의에 관심있는 법관들이 좀 더 중요한 자리들로 올라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노동권과 인권에 대한 일관된 옹호로 유명한 김선수 변호사가 대법관이 되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의미있는 판결들도 이어졌다.

김명수 사법부는 이런 전진을 디딤돌삼아서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을 분명히 단죄하고, 진보적 사법개혁의 과제들을 하나씩 풀어나갈 의무가 있었다. 배심원제 확대, 법관의 민주적 선출과 탄핵 제도 마련, 재판의 투명한 공개와 시민적 통제가 그것이었다.

하지만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책임자들은 전부 다 무죄 판결을 받았고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사법부에서 구체제를 지키려는 세력들의 반격은 보수야당 편향적이거나, 시민적 상식에서 납득할 수 없는 판결들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삼성 이재용을 집행유예로 석방시킨 판결, 김학의가 결국 무죄가 된 판결, 윤석열의 자리를 지켜준 판결, 정경심 교수에게 중형을 내린 판결 등이 있었다. 물론 이런 판결은 단지 사법부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검찰과 족벌언론의 구실이 중요했다.

윤석열 검찰은 판사들의 개인적 신상정보에 대한 사찰과 수집을 해왔다는게 밝혀졌고, 검찰이 흘린 정보는 족벌언론으로 흘려가 마음에 안드는 판사에 대한 우리법연구회 출신의 친문 좌빨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결국 그런 압박을 받던 판사는 휴직하거나 교체됐다. 이것을 잘 보여준 것이 정경심 재판이었다. 정경심 재판에서 검찰에 고분고분하지 않았던 송인권 판사는 검찰의 수사와 기소 위협까지 받다가 교체됐다. 김미리 판사는 계속 검찰과 언론의 공격을 받다가 휴직했다.

이 모든 것은 검찰-언론-기득권 카르텔의 2016 촛불 뒤집기의 일부였다. 그것은 결국 성공했고 윤석열 당선으로 기득권 카르텔은 권력을 되찾았다. 이제 재판 개입과 사법부에 대한 장악 시도는 더욱 노골적이 됐다.

한동훈 법무부는 판사 인사에 대한 검증 권한을 틀어쥐었고, 윤석열은 임기 5년 동안에 대법관 14명 중 13명과 헌법재판관 9명 전원을 새로 임명할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윤석열이 임명한 대법관 오석준은 윤석열의 서울대 후배였다.

오석준은 과거에 800횡령한 버스노동자의 해고는 정당하고, 85만원 접대받은 검사들의 징계는 부당하다고 판결했었다. 이어서 임명한 대법관 권영준은 서울대 교수 출신으로 김앤장 등의 거대 로펌 7곳을 도우며 5년 동안 18억원을 번 것이 밝혀졌다.

이처럼 인맥과 학맥으로 연결된 법조 엘리트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거대로펌들과 유착해 막대한 소득을 올릴뿐 아니라, 보수정부를 지원하고 개혁정부를 방해하는 현상은 미국에서도 볼 수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시절에 보수 다수체제로 개편된 바 있다.

이렇게 구성된 연방대법원은 바이든 정부가 등장 이후에도 낙태금지 합헌, 학자금 대출탕감 무효, 소수인정 배려제도 위헌 등의 판결을 연달아 내렸다. 동시에 연방대법원의 대법관들이 친공화당 억만장자들에게 갑비싼 선물을 받거나 수상한 거래를 해 온 것이 드러났다.

이것은 윤석열 장모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린 판사의 부인이 나중에 윤석열 장모와 부동산을 공동 매입하고 수상한 거래를 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을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서울대 출신의 부유한 보수적 중년남성들(서오남)로 사법부를 물갈이하는 것을 비정상의 정상화라며 적극 환영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정상화는 아직 완성이 아니라 시작 단계이다. 그리고 이 시점에 정진석 판결 판사에 대한 좌표찍기와 마녀사냥이 시작됐다. 이것은 첫째, ‘정상화로 가기 위한 박차를 가하기 위한 것이고, 둘째, 그 전부터도 판사들의 군기를 잡으려는 것이다.

, 윤미향 의원에 대한 타당한 판결, 검찰 특활비 공개, 윤석열 장모 구속, 강제동원 3자변제 중지 등의 판결을 그만 보고 싶다는 뜻이다. 그런 판결을 내린 판사들에 대한 경고이자, 앞으로 비슷한 판결을 내릴 판사에 대한 사전 경고이다. 이렇게 언론 장악만이 아니라 사법 장악은 이미 시작됐다.

무차별 흉기난동 - 오답만 찾고 있는 주류언론과 정부

무차별 흉기난동 살상범죄들이 연달아 벌어지면서 이러다가 한국사회도 미국이나 일본처럼 되는 것이 아니냐는 절망적 우려들이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툭하면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지고, 일본에서는 길거리의 악마라고 불리는 무차별 살인범죄가 계속돼 왔다.

특히 미국에서는 총기난사 범죄가 끊이지 않을뿐 아니라, 별다른 해결책도 찾지 못하고 있다. 개개인들이 총기로 무장해서 스스로를 지키려고 하거나, 부모가 아이에게 방탄 기능의 책가방을 메고 등교하게 하는 현상도 나타나 왔다.

결국, 총기난사 사건이 터질 때마다 언제가 마지막이 될지 모르니 사랑하는 이들을 안아주면서 끝없이 눈물을 흘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한탄이 쏟아지고는 한다. 지금 우리의 상황도 비슷해지는게 아닌가 정말 걱정이 커진다.

주류 언론들과 정부의 대응을 보면 일부러 잘못된 답을 찾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자극적인 이미지와 선정적인 표현, ‘배달업 종사자라고 범인의 직업을 특정하는 방식, ‘범인들은 모두 치료 거부한 정신질환자라고 낙인찍기 등이 언론의 대표적인 잘못된 보도 태도다.

도심 곳곳에 장갑차를 배치하고, 경찰의 총기 사용을 장려하고, 신상공개를 확대하고 처벌을 강화하겠다며 엄벌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정부의 대표적인 잘못된 대응 방식이다. 그런 측면에서 얼마전 국회 법사위에서 한동훈과 조정훈이 나눈 질의응답은 매우 불길했다.

이 자리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화려한 스펙을 뽐내온 2명의 초엘리트들은 사형제를 대신할 가석방없는 종신형에 의기투합했다. 먼저 조정훈이 마음같아서는 이런 범죄자들을 사형에 처하고 싶지만, 그러면 외교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가석방없는 종신형을 제안했다. 한동훈은 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괴물들은 영원히 격리해야 한다며 호응했다.

족벌언론과 종편 등은 훈훈 브라더스라며 이것을 추켜세웠다. 이걸 보면서 마음이 훈훈해지긴커녕 서늘해졌다. 이 둘의 대화에서 범죄와 형벌에 대한 철학, 사형제에 대한 인권적 고민은 실종돼 있고, 오로지 괴물에 대한 증오와 격리 의지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사형 집행은 너무 하고 싶은외교적 문제와 EU와 관계 단절때문에 못하는 것이다.

이 둘은 사형제를 유지하고 강력한 경찰력과 범죄자 처벌에서 세계 최고인 미국에서 왜 총기난사같은 무차별 살상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지 답해야 한다. 그런 해결책은 흑인남성 청년의 1/3이 감옥에 있도록 만들었고, 동시에 가난한 흑인은 범죄자라는 편견에 찬 경찰들이 툭하면 흑인을 총으로 쏴 죽이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물론, 타인에게 심각한 고통과 피해를 준 범죄자를 증오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자 감정이다. 그럼에도 범죄자를 괴물로 만들고, 최고형의 처벌을 하고, 인권을 빼앗는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과연 우리 모두의 인권과 안전에 도움이 되는지 고민해야 한다.

잘못된 행위를 저질렀으면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들을 토사물이나 배변 같다고 생각하는 게 현실을 개선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라는 마사 누스바움의 지적을 다시 꺼내볼 수밖에 없다.

시즌1보다는 아쉬웠지만 볼만했던 <D.P.> 시즌2에 보면 총기난사범 김누리 일병이 나온다. 그는 명백히 용서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지만, 왜 그런 범죄를 저질렀는지는 설명이 필요하다. 물론 그것은 피해자를 삭제하면서 가해자를 변명해주기 위한 설명은 아니어야 한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설명(서사)뿐만이 아니라 구조에 대한 설명(분석)이다. 우리는 왜 무차별 살상범 중에 압도 다수가 남성인 것인지, 정신질환은 과연 개인적 특성과 기질의 결과인지, 폭력적 게임이 문제라는 조선일보나 검찰의 말이 맞는지, 낙인찍히고 처벌받은 범죄자들은 왜 교화가 아니라 재범을 하게 되는지 묻고 답을 찾아야 한다.

어떤 구조가 피해자와 가해자를 낳았고,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낼 것인지를 알아야, 그것을 막을 수 있는 해법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봄에 미국 시카고에서 시장으로 당선한 브랜든 존슨은 민주적사회주의자들’(DSA)의 지지를 받은 교사노동자 출신의 흑인이고 민주당 좌파다. 범죄 문제가 심각하기로 악명높은 시카고에서 그는 경찰력과 경찰예산 확대의 길을 거부했다.

대신 그는 고가 부동산과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로 재원을 마련해 청년 일자리 수를 두배로 늘리고, 공공 정신건강센터를 열고, 노숙자를 위한 주택 제공을 하는 것이 더 필요한 범죄 예방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브랜든 존슨의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그럼에도 여기서는 조정훈-한동훈 콤비에서는 찾을 수 없는 희망이 보인다.

뉴스타파의 역작 <당신이 보지 못한 한국전쟁>

<뉴스타파>는 언제나 감탄하면서 응원하는 언론이다. 너무 많은 뛰어난 탐사취재와 보도들이 있지만 근래에도 봉지욱 기자가 집요하게 추적한 대장동의 진실, 검찰 특활비에 대한 보도들은 정말 탁월한 성과였다.

그런데 사실 근래 가장 인상깊게 본 뉴스타파 작업은 <당신이 보지 못한 한국전쟁 4민간인 학살>https://www.youtube.com/watch?v=aMMlth1yEXM&t=870s 편이었다. 이것은 지난 3년 동안 이루어진 <당신이 보지 못한 한국전쟁> 시리즈의 최신편이다. 지난 1~3편도 찾아보면 더욱 좋다.

한국전쟁은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민간인들이 학살당한 전쟁 중에 하나다. 100만 명에 달하는 민간인이 희생당했는데, 이번 특집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이 학살의 양상과 특징을 살펴보고 있다. 먼저 지적하는 것은 학살이 집중된 3시기다.

첫째는 507월이다. 이것은 북한이 침공해 오면서 남한이 후퇴하던 시기인데, 이승만 정부의 군경은 인민군에 협조할 것이라고 의심되는 사람들을 미리 학살해 놓고 후퇴해 갔다. ‘보도연맹학살이 이 시기에 벌어졌다.

둘째는 509~10월이다. 이 시기에는 두가지 일이 있었다. 하나는 첫째 시기에 학살당한 희생자의 유족들이 인민군과 손잡고 군경의 가족을 보복 학살했다. 또 인천상륙 작전으로 반격에 나선 국군이 인민군을 쫓아내고 그동안에 인민군에 협조한 사람들을 학살했다.

셋째는 511월이다. 이 시기에는 중공군 개입 후에 다시 전쟁 상황이 급변하면서 미군의 전략적 폭격, 초토화 폭격이 벌어졌다. 총과 칼로 바로 앞에서 직접 죽이지는 않았지만, 폭탄을 투하해서 단번에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죽었다.

다음으로 뉴스타파는 학살의 주체가 누구였는지 분석한다. 학살의 71%는 남한의 군대와 경찰이, 15%는 미군이, 14%는 북한 인민군과 동조세력이 저질렀다. 한국전쟁에서 민간인 학살의 더 많은 부분이 남한 군경에 의해서 저질러졌을 것이라던 그동안의 분석들과 같다.

하지만 감안해야 할 것이 있다. 먼저 미군이 저지른 학살의 경우에는 피해 신청이 들어와도 현재 조건에서는 조사가 어려워서 밝혀지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 그동안 북한 인민군 소행으로 알고 있던 학살이 사실은 남한 군경의 소행으로 밝혀진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보여주는 학살의 구체적 양상들은 정말 참혹하다. 악명높은 대전 골령골 학살의 경우 한 지역에서만 7천 명이 죽었고, 두개골과 뼈조각들이 끝없이 나왔다. 미군이 초토화 폭격도 정말 끔찍한데, 특히 포항 바다에 모여 있던 흰옷입은 피난민들이 영문도 모르고 기총소사를 당하며 온 바다가 핏빛으로 변했다고 한다.

문제는 전쟁과 학살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고 기억과 기록도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윤석열은 백선엽”, “맥아더”, “한미동맹에 대해서만 기억하자고 말한다. 전쟁의 끔찍함에 반대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말하던 사람들은 반국가세력이라고 낙인찍는다.

윤석열이 극우익 김광동을 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 진화위가 이제 시작에 불과한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의 진실 규명을 지속할 가능성은 사라지고 있다. 진화위의 궤적을 보면 민주당 정부 때 만들어져 조금씩 나아가다 보수정부가 들어서면 소멸하는 분명한 패턴을 볼 수 있다.

이 모든 것에서 나오는 결론은 분명하다. 첫째,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는 이처럼 피비린내나고 몸서리쳐지는 전쟁은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둘째, 믿기 어려운 대량 학살의 역사에 대한 진실 규명과 역사 청산이 매우 중요하다. ‘빨갱이라고, 사상이 다르다고, 어떤 사람들은 고문하고 죽여도 되는 벌레같은 존재가 됐다.

셋째,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인권과 사회정의에 대한 어떤 논의도, 차별과 혐오에 반대한다는 어떤한 논의도 이것을 빼놓고는 가능하지 않다. 혐오정서 -> 혐오발화 -> 혐오범죄 -> 대량학살로 나아가는 혐오 피라미드의 대표적 사례가 바로 여기있다.

넷째,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세력과 가로막고 부정하는 세력이 별로 다르지 않다거나, ‘종북혐오의 문제는 이제는 지나간 과거의 일이라는 한가한 태도는 옳지 않다. 뉴스타파는 이번에 정말 중요한 작업을 했다. 전쟁과 학살을 기억하고 반드시 진실을 밝혀여 한다.

(기사 등록 2023.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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