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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주장

민주노총 지도부 직선제를 지켜보며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4. 12. 9.

김승한

 


[개인적 사정으로 글이 너무 늦어졌지만, 뒤늦게나마 동지들의 고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생각으로 이 글을 제출한다.]



최초의 민주노총 직선제 선거가 한참이다. 조합원의 무관심 속에서 활력 없이 진행되던 위원장 선거가 직선제를 통해서 그나마 활동가들의 관심을 모은 것 같다. 각 후보들의 공약을 통하여 민주노총이 나아갈 방향에 대하여 가끔씩이라도 이야기가 된 것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도부를 조합원들이 직선으로 선출하는 것은 간선으로 선출하는 것보다는 분명 좋은 일이다. 그리고 건강한 노동조합이라면 당연히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직선제는 당연히 실행되었어야 했고, 어떤 면에서는 늦은 측면도 있다.


민주노총의 위기에 대한 자성 속에서 조합원들의 총의를 모으고, 민주노총 중앙의 지도력과 집행력을 키워서 이 위기를 넘어야 한다는 활동가들 사이의 공감대가 있어 왔다. 이것이 과연 민주노총이 지금 직선제를 치를 정도로 준비가 되었는가?”라는 나름의 합리적인 우려보다 더 컸던 것 같다.


물론, 직선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큰 변화가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활동가들과 선진 조합원들의 어느 정도의 기대 속에서 이루어지는 직선제인만큼 직선제한다고 민주노총 총파업이 가능해지냐?” 혹은 직선제로 뽑힌 지도부도 노동조합 관료이긴 마찬가지라는 식의 냉소적 태도는 옳지 않다.


그보다는, 선거가 공정한 경쟁 속에서 잘 치러지고 당선된 집행부는 간선제 시절보다 더 엄중한 책임의식을 느끼며, 조직을 민주적이고 투쟁적으로 이끌어 갈 책무가 있음을 상기시켜야 할 것이다. 또 조합원들의 총의로 당선된 지도부이니 만큼 민주노총의 나머지 문제점들도 적극적으로 해결해나가기를 촉구하는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민주노총 선거는 4개 후보조가 나왔다. 이 글에서는 그 중 몇몇 후보조의 강점과 약점에 대해서 나의 의견을 쓰려고 한다. 현재 대체로 현장파 활동가들은 2번 한상균 후보조나 3번 허영구 후보조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앙파, 자주파, 국민파 활동가들은 4번 전재환 후보조나 1번 정용건 후보조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차이점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이들은 공통적으로 민주노총이나 주요 노조의 지도부 출신이라는 점을 볼 수 있다. 한마디로 이들은 모두 노동조합 상근간부층 출신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차이점이 없다거나 아니면 일상적으로 투쟁을 통제하려고만 했다는 말은 아니다.


그럼에도 사회주의자의 관점에서 봤을 때 노동조합 상근간부층은 다음과 같은 약점을 보이기 쉽다. 투쟁보다 협상에 대한 의존, 정치와 경제의 분리에 대한 수용, 중요한 순간에 조직을 흔들 모험보다는 안정을 택하는 태도 등. 이것은 상대적 우파와 좌파 지도부 모두가 공통으로 보여 왔던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지난 민주노총 상층 지도자들의 문제점과 노동조합 상근간부층의 한계들을 분석하면서 그것이 마치 상대적 우파 후보측만의 약점이라는 식으로 말한다면 그것은 솔직하지 못한 태도일 것이다.


이런 한계에서 자유롭지 않을 수 있어도 이들 모두 한국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좌파이며 또 주요 투쟁을 이끌어 온 경험이 있다는 점도 이야기해야 한다. 물론 이들 내에서 정치적 경향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그것이 현실에서 얼마나 유의미한 차이를 보일지는 알 수 없다.

 

단결과 투쟁


사실 민주노총의 역사는 대부분의 경우 지도부의 성향보다는 당시의 계급세력 관계, 노동계급의 불만과 자신감 정도, 지배계급의 위기 수준 등에 의해 좌우돼 왔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총파업은 상대적 우파인 국민파 지도부에서 일어났다.


이런 관점에서 일부 후보들의 장단점도 간단히 살펴보겠다. 먼저 기호 4번 전재환 후보조는 국민파-자주파-중앙파의 연합 후보이다.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을 주장해 온 세력의 후보로서 정치적 쟁점과 민주주의 투쟁 등에 적극적인 것이 전재환 후보조의 강점이다. 통합진보당 해산 반대, 세월호 진상규명 등을 적극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노동운동 중심으로 진보대통합을 추진하겠다고도 한다. 민주노총 내에서 영향력이 큰 정파들이 모였으니 폭넓게 진보진영의 단결과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진보가 사분오열을 넘어서길 바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바램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재환 후보조는 그간 민주노총의 분열과 위기를 불러온 집행부의 연장이라는 것이 약점이다. 따라서 이전 지도부들에 대한 나름의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없는 상황에서 단결을 주장하는 것은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다.

 

기호 2번 한상균 후보조는 전투적 활동가들을 대변하며 2015년 총파업을 하겠다는 것이 주된 공약이다. 한상균 후보는 쌍용차 점거 파업을 이끌면서 전투적 투사의 상징처럼 되어있기도 하다. 활동가들과 평소 노조 활동에 관심이 많은 조합원들은 그가 쌍용차 점거파업 투쟁에서 보여준 전투성과 헌신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따라서 그전 지도부의 무사안일주의를 비판하면서 총파업을 주장하는 것은 적극 지지할만하다. 더 좌파적이고 투쟁적인 목소리를 대변하는 한상균 후보조에 더 많은 지지를 보낼 필요는 분명하다다만, “어떻게?”란 물음이 던져지는 게 사실이다. 단순히 국민파 지도부를 비판하고 투쟁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총파업을 할 수 없다


정말이지 총파업은 원할 때 꺼낼 수 있는 주머니칼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민주노총 선거 이후에도 활동가들이 총파업이 가능할 자신감과 동력을 어떻게 현장에서 만들어낼 것이냐다.  한상균 후보조가 당선된다면 현장 내에서의 좌파적 목소리를 적극 수렴하여 투쟁을 조직하고 지도해야한다, 이를 통해 활동가들의 사기가 진작되고 조합원들의 자신감 회복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공정하게 선거를 치루는 것 뿐만 아니라 선거 이후의 단결도 중요하다. 오랜 정파갈등은 활동가와 조합원이 민주노총에 실망을 하게 만든 주된 원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많은 일선 활동가와 조합원들은 민주노총의 정파들이 갈등을 벗어나 단결을 이루고 큰 투쟁을 만들어 가기를 원하고 있다. 패권주의와 종파주의 모두 문제이며 극복되어야 한다. 정파적 이익보다 노동운동의 대의를 앞세우며 공동의 투쟁 속에서 토론, 비판하면서 노동운동의 대안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더욱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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