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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타임패트롤 본 - 좀 무겁지만 함께 보면 좋을 후지코 F.후지오의 유산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24. 6. 2.

박철균

이름부터 평범이란 뜻을 의미하는 "나마히라 본"(並平凡)30여년 후 미래에서 온 "림 스트림"을 만나고 시공간을 이동하며 사망 위기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타임패트롤"이 되면서 겪는 이야기.

도라에몽의 후지코 F. 후지오 가 만든 다양한 작품 중 하나. 사실 한국에서 "도라에몽" 말고도 "키테레츠 대백과", "친푸이", "포코냥", "우주에서 온 모자코" 같은 후지코 F.후지오 원작의 애니메이션이 상당히 많이 방영되긴 했지만 이렇게 한국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 넷플릭스를 통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무엇보다 후지코 F.후지오의 작품은 언제나 "명랑/순수/코믹"이 아니라는 점이 흥미롭다. 소위 도라에몽에서 볼 수 없는 참수 장면/고문 장면/추락사나 총살 등 관통사를 통해 피가 흘러나오는 장면/ 중세시대 마녀 추궁 고문 장면/ 전사한 시체가 적나라하게 나오고 그 시체를 탱크가 그대로 밀고 가는 장면 등이 여가없이 나와서 "노진구와 친구들" 류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에겐 매우 충격과 공포로 다가올 것이다.

물론 후지코 F.후지오의 여러 작품처럼 밝은 면을 놓치지 않지만, 그러면서도 오키나와 전투 에피소드에서 미군이건 일본군이건 모두 구하지 못하는 캐릭터의 고뇌, 카미카제로 죽을 위기에 처한 일본인 장교를 구했는데 총기 자살을 하려 하고, 말리려는 두 주인공에게 칼을 휘두르고 심지어는 미군기지에 홀로 반자이 어택을 하려는 등 다소 광기 어린 모습으로 나오는 등의 시리어스한 면도 함께 담아서 어릴 적 순수한 도라에몽을 기억하는 사람에겐 다소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후지코 F.후지오의 철학과 메시지를 놓치지 않으려는 제작진의 노력도 보여서 흥미로웠다. "키테레츠 대백과"에서 다뤘던 도쿄대공습은 애니메이션화되면서 '원작모독'을 한 케이스라면, 이번 "타임패트롤 본"은 전쟁을 부정적으로 보고, 마찬가지로 수많은 생명을 죽음으로 몰아 넣은 카미카제 역시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등 후지코 F.후지오가 원작에서 말하려는 메시지를 놓치지 않으려 한 점이 좋았다.

특히, 전쟁의 광기에 사로잡힌 일본군 장교가 미래의 연인과 서로 정신을 연결해서 마음을 나눈 후 머리에 두른 일장기 띠를 풀어 버리고 일본도에 흰 마후라를 걸고 항복하러 가면서 풀어 버린 일장기 띠가 날아가 버리는 효과가 이번 시즌 1 중에서 제일 좋았던 연출이다.

그 밖에 공룡시대, 미노아 문명, 고대 그리스, 고대 페르시아, 고대 이집트, 가마쿠라 막부, 태평양 전쟁. 중근세 유럽, 미 서부개척시대 등 다양한 역사적 시대와 문화, 풍습에 대해 고증이 잘 이뤄진 것도 흥미로웠다. 후지고 F. 후지오 같은 거장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조사하고 연구하며 스토리를 구상했을지 생각했다. 나 역시 작품이든 활동이든 뭔가를 할 때마다 허투루 하지 말아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시즌 22개월 후인 7월에 나올 예정이다. 모두에게 고정관념처럼 굳어진 후지코 F.후지오의 툴이 아닌 작품을 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P.S : "장송의 프리렌"에서 프리렌 역할을 맡은 타네자키 아츠미가 이번 시즌 1 주역인 "림 스트림"을 맡았다.

(기사 등록 202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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