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n Allison, 2014년 12월 1일
번역 : 박상우
[올해 ‘역사적 유물론’(historical materialism) 학술대회에서는 북미 노동 운동을 되돌아보는 네 개의 유익한 세션이 있었다. 영국 RS21(Revolutionary Socialism in the 21st Century) 소속이자 UNITE(영국의 운수일반노동 조합과 통합기계공전자노조의 통합 노조) 활동가인 Ian Allison이 그 내용을 세 개의 기사로 정리했다. 이것은 두번째 기사로 이주노동과 인종주의에 대한 내용이다. 한국 노동운동의 위기와 대안에 대한 고민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최근 우리는 모두 영국독립당과 노동당의 정치인들 그리고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이주자 비난 여론 몰이에 대항하고 싸우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따라서 이와 관련, 자본주의와 이주 간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선명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슈 퍼거슨과 데이비드 맥낼리의 연구논문 “불안정한 이주자 : 성, 인종, 노동계급의 사회적 재생산”은 이를 이해하는데 커다란 도움을 준다.
데이비드는 연구에서 ‘사회적 재생산’이라는 개념이 계급이 어떻게 변형되는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주장한다. 작업장에서의 자본 재생산이 자본주의 시스템을 통째로 재생산하는 것은 아니다. 노동력(일할 수 있는 노동자의 형태로)은 시장 밖에서 재생산된다. – 생물학적으로,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우리는 자본주의의 시장적 측면과 비시장적 측면이 어떻게 관계맺고 있는지 이해해야 한다. 특히 이주 노동자들과 같이 사회적 재생산이 전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측면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자본주의에서는 자본, 노동력, 임금이 국경을 뛰어넘어 이동한다. 전세계적인 노동력의 이동은 제국주의와 인종차별주의를 반영하는, 계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데이비드는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출산율을 고정된 것으로 전제한 후에, 그로부터 산업 설비의 교체가 산업예비군의 교체로 이어질 것이라 결론 내린 것은 오류라고 주장한다. 현실에서는, 노동계급 여성의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으며 따라서 산업예비군이 교체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 자본은 인구 규모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이주자들을 필요로 한다. 인구 이동은 보통 광범위하게 발생한다. 이주 노동자들은 보통 착취 또는 반착취 노동의 형태로 ‘임시 노예 상태’에 머물게 되는데, 특정 사업주에게 묶여있거나 권리를 박탈당한 채 일을 한다. 자본의 입장에서는 가장 이상적인 불안정 노동자들인 셈이다.
데이비드가 이야기하는 내용의 핵심은 강제 추방의 역할에 대한 것이다. 정부는 폭력적으로 사람들을 강제 추방하였는데, 이것의 목적은 사람들의 이동을 [완전히] 통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주 노동자들 사이에 강제 추방될 가능성을 형성하여, 그들을 “인종차별적 불안정”의 형태로 더 취약하게 만들려는 데 있다.
강제 추방
미국에는 1천 2백만 가량의 밀입국 노동자들이 존재한다. 노동자 개개인은 등록되거나, 나라를 떠나거나 하면서 변화가 있겠지만, 임시 고용된 노동력은 늘 일정한 규모로 유지된다. 몇몇 정부는 이를 제도화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사람들이 그 나라에 체류할 수 있는 기간에 제한을 두어서, 계속 개인들이 교체되고 서로간의 연대나 권리를 획득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다(‘역사적 유물론’ 컨퍼런스 직후에도, 영국독립당의 마크 렉클리스가 이러한 접근 방식을 옹호했는데, 이는 노동조건 하락 압박을 더 강화시킬 것이다).
불안정한 이주 노동자들이 계속해서 적정 규모로 존재하는 것은, 모든 숙련 노동자들의 임금과 작업 환경에 하락 압박을 가할 것이다. 국가는 이주를 확대함과 동시에 이주자들을 단속함으로써, 노동계급을 ‘자격있는 자’ 대 ‘자격없는 자’로, ‘허용된 자’ 대 ‘위험한 자’로 분할시킨다.
슈 퍼거슨은 신자유주의가 어떻게 거대 규모의 강탈을 이용해서 자원을 자산으로 - 땅을 자본으로 노동자를 프롤레타리아트(무산자 계급)로 - 바꿔왔는지 설명한다. 전세계적으로 노동 계급은 오늘날 30억 명의 규모로 급격히 증가하였다(거대 규모의 산업예비군은 별도로 존재).
슈는 국내 또는 국제 이주자들이 어떻게 가정 경제를 재구성하였는지 설명하는데, 엄청난 수의 가구가 이주 노동자들이 송금해주는 돈에 의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원조 예산의 3배에 해당하는 약 5천억 파운드가 매년 송금되고 있는데, 이중 대부분이 여성들과 임시 노동자들이 집으로 부치는 돈이다.
데이비드는 5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국가간 송금에 의존하고 있다고 했다. 멕시코는 송금으로 들어오는 돈이 외국인직접투자(FDI: Foreign Direct Investment) 액수의 160%에 해당한다고 하고, 몇몇 국가들은 더 많은 송금을 장려하기 위해, 해외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들을 지역 인프라 프로젝트 펀딩에 가입시키기도 한다.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 이외에, 개발도상국 이주 노동자들의 송금이 더 빈곤한 나라들이 더 낮은 비용으로 사회적 재생산을 할 수 있도록 돈을 대주는 역할을 한다고 슈는 설명했다. 생산 지역과 재생산 지역이 분리됨으로써, 체제를 위한 전반적 사회 재생산 비용을 감소시키며, 이런 비용 삭감이 노동자들을 더욱 더 한번 쓰고 버리는 존재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찰리 포스트 는 이에 대해 이주 노동과 송금이 몇몇 나라를 거대한 산업예비군으로 만들었다고도 했다.
슈는 어떻게 이주 노동력이 노동력 수입 국가들에서 공짜로 재생산되어왔는지 설명한다(불법 체류자는 등록 체류자보다 더 저렴하다). 이주자와 그 가족들은 이주를 통해서 경제적으로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여성 이주자들은 본국에서의 사회적 기대로부터는 해방되면서 동시에 새로운 짐들을 떠안게 된다.
슈는 부유한 나라들이 해외에서 온 “노동”은 원하면서 그 노동을 수행하는 사람은 원하지 않는 태도를 요약하고 있다. 불리한 조건들은 노동자들에게 강요되고, 그 노동자들은 사회에 위협적인 존재로 묘사된다.
데이비드는 2006년 5월에 일어난 (당시 몇몇 산업을 멈춰 세웠던) 이주자들의 시위와 파업에서, 이주자에 관한 정치를 잘 다루지 않고서는 좌파를 재건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느꼈다. 좌파는 ‘이주에 반대함으로써 우리들의 일자리를 지키려는 움직임’에 반대해야 하고, 대신 이주자의 권리가 관철되도록 싸워야 한다.
국가는 유동적인 인종 경계를 활용해서 누구는 포용하고 누구는 배척한다. 몇몇은 어떤 재산을 획득하면 권한을 얻을 수 있게 되나 재산이 없다면 배척당한다. 수잔은 좌파가 이민자 통제를 반대하는 활동에서 그렇게 부진하진 않았지만, 노동조합들이 노동자들을 하나로 단결시킬 방식과 정책을 더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석자 중의 한 사람은 좌파가 유학생들이 지불하는 비싼 비용들에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종과 단결
마이클 골드필드는 미국 노동조합들이 인종을 뛰어넘은 연대의 메세지를 전달하는데 실패한 것이 1930년대 이후의 그들의 쇠퇴를 설명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그는 노동조합이 이민자들을 위한 투쟁에 실패하면 결국 모든 노동자가 필요로 하는 산업 연대를 획득하지 못하게 될 거라고 주장했다.
물론 시민권 투쟁이 있기 몇 년 전에 이미 노동조합이 연좌 파업을 조직하고 차별 폐지를 얻어낸 몇몇 흥미로운 예외적 사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1930년대에 버밍엄 알라바마 광부노동자들은 강하게 조직해서 근처의 다른 사업장들까지 노조로 조직해낸 일이 있었다. 그렇지만 알라바마의 미국 철강노조가 KKK단과 함께 흑인 노동 조합원들을 공격한 끔찍한 사례들도 있었다.
작업장은 미국 사회에서 가장 많은 다양성을 내포하고 있는 장소이다. 킴 무디는 그동안 미국의노조에 발전이 있었음에도, 이 점은 놓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직하기 위해 노동조합이 물류 중심 지역들을 집중 타겟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스엔젤레스, 시카고 그리고 뉴저지에 있는 거대 규모의 물류 창고는 수십만의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고 따라서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인종 문제를 무시하는 것은 재앙이며, 제조업에서 조직화하려면 인종 문제가 핵심 요소라고 했다(특히 미국 남부 지역으로 갈수록). 물류 창고와 물류 중심 구역의 경우, 중서부 지방 노동력의 90%가 흑인들이다.
로스엔젤레스와 뉴저지에서는 라틴계열 노동자들의 비율이 높다. 미국에는 약 4천만 명의 이주자가 있는데, 이중 2천 5백만 명이 일을 하고 있다. 킴은 이 이주자들이 더 노조에 호의적이고 더 전투적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 조합원들의 3분의 1은 백인이 아니며 반은 여성이다. 백인 남성은 소수에 불과하다.
슈는 이주자 권리를 위한 투쟁과 그들이 아이를 가질 수 있는 권리를 위한 투쟁이 사회적 재생산에 관한 계급 투쟁이라고 지적했다. 작업장에서 노동자들이 투쟁할 때, 그들은 그들의 사회적 재생산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싸우는 것이다. 이 말은 오래된 슬로건인 “우리는 살기 위해 일한다. 일하기 위해 살지 않는다”를 떠올리게 한다.
영국독립당과 다른 사람들이 더 많은 국가 차원의 인종차별주의를 위해 로비를 하고, 그들의 주장이 언론과 주류 정치인들을 통해 확산되는 이 때에, 사회주의자들이 명확한 대답을 내놓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주자들이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경제로부터 별 얻는 게 없는 사람들에게는 설득력이 없다. 슈와 데이비드는 자본가들이 이주자들을 통제하기 위해 국경을 통제할 의도가 없다는 것을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왜냐하면 자본가들은 이주자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경을 통제하고 이주자들을 탄압하는 것은 노동 조건 하락 압력으로부터 비이주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함이 아니라, 이주자들을 취약하게 만들고 오히려 노동 조건 하락 압력을 생성해내기 위함이다. 이주자들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두려워하는 바로 그 불안정성이 되려 더 커지도록 돕고 있는 것이다. 모든 노동자들이 모든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투쟁하는 것이 우리의 삶을 개선시키는 유일한 효과적인 방법이다.
관련 기사 - 미국 노동운동에서 배우기1: 동원이냐 조직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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