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균

작년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에 초청되었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이었다. 어쨌든 집행부였던지라 당시에 꼼꼼히 보지 못했지만 이번 개봉이 기회가 돼서 오랜만에 '더숲'을 찾아갔다. 장애인 당사자의 어려움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당사자 가족 역시 겪게 되는 일이다. 마사코처럼 갑자기 정신장애가 발현이 됐다면 많이 당혹스럽겠지.
그런데, 어렵다고 해서 가족이 고스란히 그 어려움을 떠안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는 걸 말해 주는 듯 했다. 아들(마사코의 동생)이 어렵게 알아본 의사 지인의 진료도 "우리 딸이 정상이다"라며 거부하고, 20년이 넘게 집안에만 가두고 아예 현관문마저 봉쇄하는 것이 상책은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부모님 두 명 다 의료 쪽에서 일하는 분들이었고 80년대 일본의 정신장애인 거주시설(정신병원)이 인권침해와 학대의 온상이었던 것을 알기에 딸의 장애인 당사자성을 부정하고 통제했던 것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통제하고 숨기려 하던 것이 상책이었을까? 보는 내내 수십 년 세월 동안 부모님이 정작 당사자의 얘기는 전혀 들으려 하지 않고 통제만 하는 모습이 비극적으로 보였다.
이 때문에 본인도 알츠하이머 증상이 나타나 딸이 마약을 하는 것 같다고 한밤중에 깨워서 증상을 결과적으로 더 심화시키는 엄마의 모습에서 서늘함을 느꼈다. 장애당사자 딸이 점술을 하는 것은 못하게 하면서 정작 그런 상황에서 "설탕물 먹이면 된다"고 비과학적으로 구는 모순에서 그 부모 두사람이 어떻게 하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극명하게 드러난다.
촬영으로 기록하는 아들의 오랜 설득 끝에 병원에 입원하고, 진료를 받은 후의 마사코의 모습은 처음보다는 안정감을 찾는 것처럼 보인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현관문 봉쇄가 없어진 후의 마사코 모습은 처음처럼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상황은 아니게 된다. 그러나, 암에 걸리게 되고 마사코는 이후 삶을 그나마 편하게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다 2020년대 초반 세상을 떠난다. 이후 아버지의 마지막 말이 조용하게 사람들에게 울려 퍼진다. "글쎄, 그래도 난 실패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해."
적어도 국가가 감당하기 어렵고 활동지원사도 구하기 어렵기에 가족이 활동지원 및 돌봄을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몇백번을 보여 주고 싶은 영화다. 가족이란 존재가 힘이 되기도 하지만, 장애 당사자에겐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다 삶을 마무리하는게 얼마나 어렵게 하는 존재인지 알 수 있게 한다.
다만 그렇다고 가족이 감당하기 어렵기에 시설을 유지하라는 것도 동의할 수 없다. 결국 이 가족의 비극은 정신병원이라 불리는 시설이 치료는 고사하고 오히려 인권침해의 온상인 것을 두 부모가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생긴 일이기도 하니까.
가족이 모두 다 떠안는 시스템이 아닌 국가가 장애인 당사자의 자립생활 및 치료 등 전반적으로 지원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것만이 지금도 여기저기 살아가는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인 가족에게 힘이 될 것이라 본다.
(기사 등록 2026.8.16)
* '다른세상을향한함께읽기와열린토론' 참가자 모집
https://forms.gle/d7mJxD21kDYtoHb8A
* 글이 흥미롭고 유익했다면, 격려와 지지 차원에서 후원해 주십시오. 저희가 기댈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여러분의 지지와 후원밖에 없습니다.
- 후원 계좌: 우리은행 ㅈㅈㅇ 1002 - 861 - 563956
https://forms.gle/zs2LbYutAWPX5KBAA
* 다른세상을향한연대’와 함께 고민을 나누고 토론하고 행동합시다.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서브스턴스: 사회가 개인에게 강요하는 기준, 그 폭력적 세상의 극대화 (1) | 2025.01.31 |
|---|---|
| 퍼펙트 데이즈 - 일상을 살아가는 모두를 위한 격려 (0) | 2024.10.13 |
| 존 오브 인터레스트 - 일상에 가까이 있는 악을 마주하기 (0) | 2024.07.06 |
| 타임패트롤 본 - 좀 무겁지만 함께 보면 좋을 후지코 F.후지오의 유산 (0) | 2024.06.02 |
| 덤머니 - 소수의 자본과 부자에 맞선 개미의 통쾌한 반란 (0) | 2024.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