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 그리스 민중의 ‘NO!’가 세상을 바꾸기 시작했다

전지윤

 

[이 글은 76일에 필자가 개인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을 일부 수정 보완한 것이다.]

 

그리스 민중이 더는 트로이카(유럽연합, 유럽중앙은행, 국제통화기금)의 노예로 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민주적이고 평등한 유럽을 원한다고, 부자와 권력자들만의 유럽을 거부한다고 답했다. ‘끝없는 비극보다는 차라리 극적인 결말이 낫다고 선언했다.


시간이 갈수록 NOYES를 둘러싸고 계급적 분할이 분명해졌던 이번 계급투표에서 노동자와 피억압 민중들이 승리한 것이다. 올해 초 총선에서 좌파 정권의 창출에 이어서, 또 한 번의 전투에서 승리한 것이다.


이것은 그리스 민중의 승리일뿐 아니라 유럽 모든 민중의 승리이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일터에서 쫓겨나던, 연금을 삭감당했던, 주택을 압류당했던 사람들이 어제 결과를 보면서 기뻐했을 것이다. ‘긴축을 중단시킬 수 있고, 다른 대안은 가능하다는 희망을 키우기 시작했을 것이다.



오만한 태도로 그리스 민중에게 고통과 굴욕을 강요해 온 유로존 지배자들이야말로 최고의 부결 운동가 구실을 했다. 특히 노동자 밀집지역과 청년층에서는 70%가 넘는 반대표가 나왔다고 한다. 이 결과 앞에서 트로이카는 당황하고 있다. ‘부결이 곧 유로존 이탈은 아니다라며 말을 바꾸고 있고, 이미 투표 직전에 (트로이카 중에서 가장 악독하던) IMF가 부채 일부 탕감과 만기 연장 가능성을 흘린 바 있다.


이런 상황은 그리스 공산당이 찬성도 반대도 자본의 이익일 뿐이라며 문제를 회피한 것이 얼마나 잘못이었는지 보여 준다. 반면 안타르시아’(반자본주의 연합)는 옳게도 NO 캠페인에 적극 함께 했다특히 좌파플랫폼같이 시리자 내부에서 압력을 넣고 투쟁의 목소리를 내 온 좌파의 구실이 중요했다


투표 이후 좌파플랫폼이것은 노동계급과 가난한 민중들이 일으킨 정치적 대지진이며, 이제 시리자 정부는 더 급진적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다시 협상이란 이름의 죽음의 올가미로 돌아가지 말고 앞으로 전진하자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치프라스와 시리자 정부는 긴축안을 약간 손보기 위한 압박 카드로만 이 결과를 이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 그리스 민중은 강한 긴축대신에 덜 강한 긴축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긴축 반대를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치프라스가 투표 직후에 협상테이블로 돌아가겠다며 재무장관 바루파키스를 물러나게 한 것은 우려스럽다. 트로이카의 눈 밖에 난 사람을 협상장 밖으로 내보내며 타협 신호를 보내는 듯하기 때문이다.


치프라스는 단지 협상 전술로서 투표를 구상했을지 모르지만, 이 투표 결과는 이미 거대한 전략적 물음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제 지긋지긋한 긴축을 중단하고 채무불이행(디폴트)를 선언해야지 않느냐는 물음이다. 폴 크루그먼같은 저명 경제학자조차 유로존의 관료들은 피뽑기 요법을 고집한 중세 의사들 같다유로존을 떠나는 것이 끝없는 악순환에서 벗어날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그에 따라 유로존에서 쫓겨나고 드라크마화로 복귀하면서 통화 평가절하, 물가인상, 임금삭감, 자본도피가 벌어지는 게 기층민중에게 과연 좋은 일인가라는 의문이 있다. 실제로 그리스의 통화주권 회복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디폴트노선은 충분히 이런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반면 시리자 안팎의 극좌파는 민중을 위한 디폴트를 주장해 왔다. (곧바로 독일, 프랑스 은행 금고로 들어가기에) 그리스 민중은 만져본 적도 없고, 갚을수록 늘어나는 이상한 빚 갚기를 중단하자는 것이다. 매년 빚 갚는 데 쓰던 약 4백억 유로를 복지와 일자리를 위해 쓰자는 것이다. 빚 갚기 위한 알짜배기 공기업 민영화를 중단하고 재국유화하자는 것이다.


대자본과 특권층에 대한 중과세를 하고 이런 조치를 피해 철수하는 자본은 공적으로 통제하자는 것이다. 돈줄이 마르며 기층 민중의 고통이 커지는 걸 막기 위해 당장 은행부터 국유화해야 한다. 기본 생필품과 의료, 교육, 교통 등에 대한 무상제공이 이뤄져야 한다.(이미 6월말부터 대중교통은 무상이용이 가능한 상황이다.)


물론 이런 조치는 유럽, 그리스 지배계급과의 더 강력한 충돌을 부를 것이고, 따라서 그리스만의 싸움일 수 없다. 이미 긴축 중단 투쟁과 좌파 정권 수립 움직임은 스페인과 포르투갈로 확산되고 있었고, 트로이카는 이번에 이 불씨를 끄려다가 기름을 부은 셈이 됐다.


투표에서 승리하며 자신감이 높아진 그리스 노동자 민중은 이제 더 단호하고 전투적인 자세로 지배계급의 공격에 대응하게 될 것이다. 긴축에 NO라고 답한 이들은, 이제 곳곳에서 임금 삭감에도, 해고에도, 민영화에도 계속 NO라고 외치게 될 것이다.


반면 그리스와 유럽지배계급은 어떻게든 이 급진화의 불길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쓸 것이다. 저들은 문 닫은 은행, 늘어선 줄, 사용정지된 카드 등을 보여주며 공포와 불안감을 부추기려 할 것이다. 특히 시리자 정부가 협상에서 동요하며 양보안을 던질 때를 이용해 반격의 기회를 만들어내려고 할 것이다. , 그리스 민중은 전투에서 승리했지만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갈 길은 많이 남았다.


이것은 단지 유로존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왜 그리스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들뜬 기분을 느끼고 있는가. 그리스가 극단적이었을 뿐, 2008년 세계경제위기에 거의 모든 나라가 구조조정과 고통전가로 대응했다. 세월호의 진실을 덮고서 노동구조개혁이라는 고통전가를 추진하는 박근혜에 맞서는 우리도 그리스 민중에게 배워야 하고 연대를 보내야 한다.


2011년 영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주인공 시저가 “NO!"라고 외치며 분노를 터뜨리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어제 그리스 민중의 단호하고 분노에 찬 ‘NO!’가 새로운 역사의 서막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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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변혁 재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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