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 볼티모어 - 누구도 들어주지 않던 목소리

전지윤



볼티모어를 보면서 60년대 중후반에 미국 곳곳에서 터져나왔던 흑인 빈민가 폭동들을 돌아보게 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당시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이것을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사람들의 목소리라고 했다. 아무도 그들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목소리를 낼 기회도 주어지지 않을 때 그것은 폭동이라는 형태로 분출된다는 뜻이었다.



킹 목사는 미국사회가 그 목소리를 듣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가난한 흑인들의 고통이 더 심해지고, 자유와 정의의 약속이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실패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흑인 지도자였던 말콤 X는 앞날을 어둡게 내다봤다.


더 많은 도시에서 더 많고 더 악화된 폭동이 폭발할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그 이유는 그 폭동의 원인인 인종주의의 악성 질환이 너무나 오랫동안 도외시되어 왔다는 데 있다.”


말콤 X는 또 이렇게 주장했다.


여러분은, 자유를 얻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는 사실을 적들에게 알림으로써 자유를 얻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할 때만이 자유를 얻을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그런 태도를 취하면 저들은 여러분에게 미친 흑인이라는 딱지를 붙일 것입니다. 아니 미친 깜둥이라고 부를 것입니다. 아니 극단주의자나 전복세력, 선동분자, 빨갱이, 급진파라고 부를 것입니다.”


실제로 이번 볼티모어 반란에 대한 미국 주류사회와 언론들의 태도는 이와 같았다. 그리고 이번 반란이 없었다면, 검사가 프레디 그레이를 죽인 폭력 경찰들을 기소하는 일도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가난한 흑인 용의자를 죽인 경찰중에 처벌받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말콤 X비폭력을 절대시하지 않았고 마틴 루터 킹 목사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다.


나는 비인간적인 대접을 받고 있는 누구가 자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어떠한 조처도 취하지 않은 채 그 비인간적 대접을 계속 받아들이는 것은 하나의 범죄라고 믿고 있다. 만일 간디의 철학이 그것을 가르치고 있다면, 나는 그것을 범죄의 철학이라고 부르겠다.”


오늘날 미국의 상황은 60년대보다 나아졌는가? 가난한 흑인들이 더 많이 범죄자로 내몰리고 있고 더 많이 교도소에 갇혀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유명 영화감독인 마이클 무어는 이것을 지적한 바 있다.


날마다 심야 뉴스에서 끊임없이 보는 것은 무엇인가? 흑인 남성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살인, 강간, 강도, 상해, 윤간, 약탈, 폭동, 마약 판매, 포주나 성 매매 삐끼 등을 한다. 내가 어느 도시에 있든 뉴스는 언제나 똑같다. 용의자는 항상 신원 미상의 흑인 남성이다. 나는 오늘 밤 애틀랜타에 있지만 경찰이 TV에서 묘사하는 용의자 흑인은 어젯밤 덴버, 그제 밤 로스앤젤레스에서 묘사된 그 흑인 남성과 완전히 똑같다고 장담할 수 있다. 어떤 설명에서나 그 남자는 항상 험상궂은 표정에 똑같은 모자를 쓰고 있다!”


오늘날 미국에서 흑인 남성이 감옥에 갈 비율은 백인 남성의 7배에 달한다. 교도소에 갔다오면서 흑인 남성이 가져나오는 것은 공포, 수치심, 뒤틀린 성격과 인간관계다. 가난한 가족들은 면회를 가기도 힘들고, 여성은 남편이 감옥에 있거나 전과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외롭게 남겨진 아이는 고통과 상처를 이겨내는 법을 배우지 못하게 된다. 볼티모어를 배경으로 한 유명한 미드 와이어는 가난한 흑인 청년들이 빠져나올 수 없는 이 숨막히는 삶의 구조를 생생하게 보여 준다.


경찰과 눈을 마주친 후 도망갈 때 프레디 그레이의 심정이 무엇이었을지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경찰은 그를 체포하고 결국 죽게했다. 경찰 폭력으로 8시간에 한명씩 사망한다는 미국에서, 볼티모어 경찰은 이런 식으로 지난 5년간 100명이 넘는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그 중에는 15세 소년, 임산부, 87세 할머니도 포함돼 있었다. 볼티모어의 흑인들은 다음은 자신이고 자신의 아들, 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것은 정말 기묘한 상황이다. 지금 미국에서는 흑인이 대통령이고, 흑인이 법무부장관이고, 흑인 상하원의원의 숫자가 역사적으로 어느 때보다 더 많다. 이 상황에서 가난한 흑인들이 겪는 억압과 차별은 거의 변한 것이 없다. 60년대에 강력한 도전에 직면했던 미국 지배체제가 억압과 착취의 구조를 개선하는 게 아니라, 저항의 대변자들을 흡수해서 화장을 고치고 간판을 바꾸는 식으로 대처했기 때문이다.

 

흑인이 미국 지배체제의 윗자리에 더 많이 올라갔지만 자유와 정의의 약속은 이뤄지지 않았다. 2008년 미국발 세계경제 위기와 각종 고통전가 정책 속에서 상황은 더 나빠져 왔다. 결국 미국사회는 또다시 가난한 흑인들의 목소리를 듣는 데 실패했다. 볼티모어는 인종차별과 계급모순의 상호교차 속에서 폭발해 나왔고 흑인 대통령 오바마는 그 흑인들을 범죄자”, “폭도라고 비난했다.


마틴 루터 킹의 암살 이후, 미국 민중은 수백 곳의 게토에서 폭동을 일으키는 것으로 자신들의 비폭력운동 지도자를 추모했다. 말콤 X는 저항적 '폭력'의 정당성을 주장했고, 가난한 흑인과 노동자들 속에서 흑표범당’, ‘흑인노동자혁명동맹같은 급진적 조직과 사상이 성장했다.


볼티모어 또한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다. 가난한 흑인과 노동자들은 과연 자신들의 진정한 적이 백인 상점 주인인지 고민할 것이다. 반면 흑인 대통령과 장관, 상하원위원들이 과연 자신들과 같은 편인지 의문이 커져갈 것이다.


그리고 미국사회가 지금 회복하려는 구조적 폭력과 차별, 불평등의 질서에 도전하기 시작할 것이다. 빈곤과 실업에서 벗어나기 위해 방화, 도난이 아닌 구조적 대안을 추구하기 시작할 것이다. 지역분산적으로 벌어지는 시위와 폭동을 어떻게 중앙정치권력에 맞서는 더 전국적이고 조직적인 투쟁으로 발전시킬지 모색할 것이다.


세월호 투쟁을 통해 드러났듯이, 정의와 진실의 목소리를 종북으로 낙인찍고 물대포와 최루액의 바다 속에 짓밟아버리는 한국사회에서도 마찬가지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세월호의 진실을 파묻으려는 시행령 통과는 그 전환점 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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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변혁 재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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