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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세월호의 진실과 정의를 위한 투쟁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4. 5. 15.

전지윤

 


세월호 참사는 한국 사회와 구성원들에게 커다란 흔적과 생채기를 남기고 있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시기를 구분할 수 있다는 ‘세월호 모멘트’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3백여 명의 소중한 생명이 생매장당하는 것을 우리 모두 눈뜨고 지켜봤기 때문이다.

 

KBS 보도국장이 ‘연간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건 아니다’라고 했다지만, 정말 정신나간 소리다. 일본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가 후쿠시마 참사에 대해 한 말에 빗대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이 사건은 3백 명이 죽은 1개의 사건이 아니라 1명이 죽은 3백 개의 사건으로 봐야 한다.’

 

3백 개의 사건이라는 말도 충분치 않다. 이번에 스러진 생명 하나하나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들을 알고 지내던 수천수만 명의 가슴 속의 희망도 스러져 버렸다. 이들을 지켜보는 수십만, 수백만 명의 머리 속에서 이 국가, 언론, 사회에 대한 믿음도 깨져 버렸다. 5월 9일 안산 촛불집회에서 한 고등학생도 “더 이상 정부를, 언론을, 사회를 믿을 수 없다”고 발언했다.

 

이 응어리는 결코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다. “가난했지만 행복한 가정이었는데, 이제 널 보내니 가난만 남았구나.” 한 유가족이 쓴 이 문구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을 것이다. 이 사회는 저 사람들을 힘들게 하다가 이제 그들의 가장 소중한 것마저 앗아가 버렸구나라고.

 

놀라운 것은 이런 짓을 저지른 자들이 슬프고 미안한 척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박근혜의 조문 연출 파동과 억지 사과, “종북 유가족”, “일당 6만원” 등 쏟아지는 막말들이 그것을 보여 준다. 왜 이런 일이 계속 이어질까?

 

그것은 실제로 저들이 슬프지도 미안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유가족이라고 해서 무례해질 권리는 없습니다”(<조선일보>)라는 말에서 어떤 공감을 찾을 수 있나. 이것은 이 나라의 우파 지배자들이 특별히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자들이기 때문일까? 그보다는 사회적·계급적 공감대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이 사회의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자들이 ‘공단 지역 노동자 가족’들에게 일어난 비극에 감정이입을 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특히 박근혜는 수시로 옷을 갈아입으며 카메라와 지지자들 속에서 우아한 표정을 짓는 것에만 익숙하다. ‘유신공주’로서의 그녀의 배경과 성장 과정을 볼 때, 이것은 자연스럽다. 인혁당 유가족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말을 무표정하게 내뱉던 그녀는 이번에도 슬픈 척하는 것조차 힘겨워 했다.

 

이 나라 지배계급의 대변자로서 그녀는, 이 나라 지배계급이 그 사회적 위치와 물질적 이해관계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는 바로 그 방향으로 이끌려 간다. 그래서 그녀는 유가족들이 청와대 앞에서 목 놓아 울고 있는 그때 ‘세월호 때문에 소비가 위축된다’는 말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아파할 줄 모르는 대통령”(박성미 영화감독)인 것이다.


이간질과 물타기


박근혜는 “사회불안이나 분열을 야기하는 일들은 국민경제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경제혁신과 규제개혁 노력은 흔들림 없이 지속돼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는 “순수한 유가족”과 ‘불순 세력’을 갈라 치려는 시도도 했다. 이미 조중동은 ‘종북좌파가 세월호 문제를 반정부 투쟁의 불쏘시개로 이용하려 한다’는 공세를 시작했다. 조선일보는 진보당, 전교조, 민주노총을 ‘세월호 악용 불순세력’의 핵심으로 꼽고 있다.

 

박근혜가 비어있던 국정원 2차장에 법무장관보다 검찰 기수가 높은 자를 임명해서 남재준에게 강력한 힘을 실어준 것도 의미심장하다. 더불어 채동욱 혼외자 수사와 북한 무인기 조사 결과 등을 연달아 터뜨리며 물타기도 시도했다.

 

사실 우파 지배자들은 무인기 카드가 이렇게 묻혀가는 게 안타까울 것이다. 이 시기에 방한했던 오바마도 그럴 것이다. 이번 방한을 대북 압박과 한미일 동맹 강화의 기회로 여겼을 오바마는 정말 뻘줌하게 왔다갔다. 물론 오바마와 박근혜가 이번에 보인 언행은 거의 ‘북한 4차 핵실험 촉구 선언’같았지만 말이다.

 

특히 저들은 지금 달력에 동그라미를 치며 빨리 월드컵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법하다. 그러면서 이 사건의 진실을 덮어버리려 애쓰고 있다. 이번 사고로 아들을 잃은 박종대 씨는 “수사의 초점 자체가 틀렸다”며 이것을 지적했다.

 

“세모와 관련된 문제, 유병헌 전 회장의 개인비리와 관련된 문제, 구원파와 관련된 문제, 아니면 선장의 문제, 이런 쪽으로만 수사방향이 집중돼” 있지만 “이 사건의 본질은 다른 데 있다”는 것이다. “배가 몇 시부터 기울려고 했는지, 그 시간에 해경은 정확히 몇 시에 알았는지, 그리고 해경의 초기대응이 적절했는지, 사건 당일 왜 적극적인 생존자 구조를 하지 않았는지, 언딘과의 문제 등 이런 게 정확히 규명이 돼야 한다.”

 

바로 이런 진실이 밝혀지고 정의가 바로 세워져야 아이들이 이제라도 눈을 감을 수 있을 것이며, 우리 가슴 속의 응어리도 풀릴 수 있다. 정혜신 박사는 “진상규명, 진짜 책임, 처절한 처벌이 선행되야. … [유가족들이] 자식과의 이별을 시작할 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끔찍하고 추악한 구조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집단살인에 가담한 사람들이 여전히 사회를 장악하는 세상에서 생존자와 유족들은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그런 독소적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 치유의 근본 법칙입니다.”

 

민변이 지적하듯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려면 4가지를 규명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의 근본적 원인, 세월호 참사의 직접적 원인, 세월호 구조 과정의 문제점, 사고 이후 정부 대응의 문제점 등이 그것이다. 나아가 교신 기록 조작, CCTV 조작의 실체 등을 밝혀야 한다.

 

그러면 돈에 눈먼 자본이 어떻게 세월호를 침몰시켰고, 계급지배에만 유능한 국가가 어떻게 아이들을 생매장했는지가 분명해 질 것이다. 그리고 생명보다 돈을 위해 유착한 이 국가와 자본의 우두머리인 박근혜의 책임이 무엇인지도 명확해질 것이다.

 

이미 터져나오기 시작한 박근혜 하야·퇴진 구호가 왜 정당한 지도 확실해 질 것이다. 영화감독 박성미 씨처럼 많은 사람들이 “진심으로 대통령의 하야를 원한다.” 도올 김용옥도 그것을 잽싸게 포착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게 정도”라고 말했다. 지금 박근혜는 집권 이후 가장 급격한 지지율 추락과 최대 정치 위기로 향하고 있다. 오죽하면 지난주에 이틀에 한 번꼴로 네 번이나 사과를 했겠는가.
 

치유의 근본법칙


이 사건은 쌓여 오던 불만과 분노가 터져나오는 강력한 방아쇠 구실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 명예퇴직과 해고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은 87만 명에 달했는데, 이것은 2008년 경제 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세월호 소비 위축’이 문제가 아니라 이미 이 체제의 모순과 지배자들의 무능 속에 경제 위기와 고통은 지속·심화돼 왔던 것이다.

 

많은 평범한 노동자 민중들은 지금 자기 일처럼 아파하고 눈물흘리고 있다. ‘나꼼수’ 김어준은 “이렇게 슬픈 이유중에 하나는 내 가족이나 내가 그 배 안에 있다는 상상을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재난 자본주의”에서는 “우리 모두가 실종자 상태”이고 “앞으로도 구하러 올 사람은 없다”는 공감대가 큰 것이다.

 

이런 공감대 속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일부에서는 ‘효순이 미선이 때도, 광우병 때도 그렇게 촛불을 들고 나섰지만 별로 변한 것은 없지 않냐’고 묻는다. 물론, 이 끔찍하고 추악한 사회 구조와 체제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이상 개혁을 위한 투쟁과 그 투쟁이 낳은 변화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한계를 이유로 대중 행동보다 제도정치를 통한 해결과 선거 심판으로 불길을 돌리려 해서는 안 된다.

 

지금 제도정치를 주도하고 있는 새누리만이 아니라 새민련도 우리보고 ‘가만히 있으라’던 자들이기 때문이다. 왕십리역 지하철 사고에서 드러났듯이 새민련도 ‘생명보다 돈’을 위한 규제완화의 공범이다. 새민련이 이 국면에서 한 일은 새누리와 기초연금 개악안에 야합한 것이었다. 그리고 김진표같은 신자유주의 전도사를 경기도지사 후보로 내세웠다. 정해구 교수는 “새정치의 이름을 내걸고 감행되는 구정치의 행태는 아무리봐도 추하다”고 했다.

 

그래서 박근혜와 새누리의 지지율이 추락하는 와중에 새민련의 지지율은 더 떨어졌고, 무당파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친노 인사였던 신상철 씨도 “노새누리 노새민련”을 말하며 지방선거에서 옳게도 진보정당 후보에 대한 투표를 말할 정도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이미 전국적으로 160여 곳에서 켜지고 있는 촛불의 힘을 더욱 크고 뜨겁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이 사태의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제2의 세월호를 막을 수 있는 힘을 만들어 내야 한다. 현재 국회 구도와 그동안 경험을 볼 때 특별검사와 국정조사를 넘어서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시민사회의 전문가가 참가하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체계적 보상과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주에 만들어질 세월호참사범국민대책위에는 모든 시민사회단체, 인권 단체, 민주노조, 진보정당 들이 최대한 결합해서 이런 요구를 위한 힘을 모아야 한다. ‘종북좌파’ 운운하는 저들의 이간질에 흔들려서 서로 분열하거나, 누군가를 배제하며 힘을 분산시키는 일은 피해야 한다. 같은 문제를 가지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서로 다른 곳에서 외치지 말아야 한다.

 

재난 자본주의와 실종자 상태


노동운동이 누구보다 이런 투쟁의 앞에 나서야 한다. 노동계급이 이 ‘재난 자본주의’의 가장 큰 피해자이며 또 그것을 막을 잠재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레닌은 ‘어디에서 나타나든, 어떤 계층 계급이 피해를 당하든, 노동계급은 모든 종류의 억압과 불의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것이 “진정한 정치 의식”이라고 말이다. 더구나 이 참사의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안산지역 노동계급의 자녀들이다.

 

일부에서는 ‘거리 촛불은 포퓰리즘적이고 더 발전하기 어려우며, 노동자들 고유의 요구를 내건 작업장에서 투쟁이 돌파구를 만들 것’이라고 봐 왔다. 그러나 무엇을 계기로 투쟁이 발전할 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무엇보다 거리의 정치적 계급투쟁과 작업장에서의 경제적 계급투쟁은 둘 다 중요하며 서로 결합돼야 한다. 박근혜 정부 하에서 사태 발전은 거듭해서 이 점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사회변혁 활동가들은 거리의 요구·투쟁과 작업장의 요구·투쟁을 서로 연결시키며 투쟁을 박근혜 정부에 맞선 더 커다란 투쟁으로 일반화시키려 해야 한다.

 

그 점에서 세월호 유족의 호소에 대한 “민주노총은 달려갈 것입니다. 손 모아 외치고 기꺼이 행동할 것”이라는 화답은 반갑다. 보건의료노조도 조합원들에게 추모집회 참여를 독려하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서명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전교조는 세월호 추모 교사대회를 대규모로 준비하고 있다.

 

더구나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투쟁과 민영화, 규제완화,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 선박 규제완화와 선원 비정규직화, 구난사업의 민영화가 떼죽음을 낳았다는 점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이 요구와 투쟁들을 연결시키며 예고돼 있던 6월 정치 총파업과 의료·철도 민영화 반대 파업을 더욱 강력하고 실질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앞당길 필요도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 이 불길이 어느 정도 더 번져나갈지는 알 수 없다. 지난해 국정원 선거부정 촛불은 5만 규모까지 발전했었다. 지난 연말 철도파업이 촉발한 반정부 시위는 10만 규모로 발전한 바 있다. 이번에는 그것에 못 미칠지, 그 수준을 뛰어넘어서 더 발전해 나갈지는 아직 모른다. 중요한 것은 관조적 예측보다 가능성을 최대치로 발전시키려는 자세일 것이다.

 

사회변혁 활동가들은 이런 호소에 그 누구보다 가슴이 뜨거워지며 타오르는 정의감과 투지를 품고 진실과 정의를 위한 투쟁에 떨쳐 일어날 수 있어야 한다.

 

“오늘은 우리 아이들이 죽었지만 내일은, 모레는, 몇 년 후는 당신의 아이들 … 당신이 죽을 수 있습니다. 이 사회가 이렇게 썩어 있습니다. 이 걸 그냥 두고 보실겁니까? 모두 함께 해주십시오. 진상규명 확실하게 해서 이 사회를 바꿔야 합니다!” (고 박성호 군의 어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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