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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난민 위기와 ‘이민자 강간범’ 신화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8. 6. 29.

케이틀린 캐롤(Caitlin Carroll)

번역 권순욱

 


[최근 제주도 예멘 난민에 대한 혐오와 공포가 부추겨지면서, 그것을 성폭력에 대한 여성의 공포라는 여성주의적 언어로 설명하는 일이 있었다. 이 글은 유럽 상황에 비추어 그것이 왜 타당하지 않고 잘못 만들어진 논리인지 설명하고 있다. 이 글의 필자는 성폭력과 형사사법 제도에 대해 탐구해 온 텍사스 오스틴의 사회학과 대학원생이다. 자세한 각주와 참고문헌들은 원문에서 볼 수 있다. 이 글을 꼼꼼히 번역해 준 권순욱 동지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출처:

https://www.europenowjournal.org/2017/07/05/untitled/

 

수백만 명의 망명 신청자들이 유럽에서 안전을 찾아 지중해를 건너면서 난민 위기는 유럽 정치의 중심이 되었다. 유럽 국가들은 광적으로 국경에 장벽을 만들었고, 예전에는 제한 없던 국경에 신원검문소를 복귀시켰으며, 이민 정책을 개악하여 자국이 받아들일 망명신청자의 수를 줄이고 아직 도착하지 못한 이들을 포기하게 하려 했다. 동시에 유럽의 언론들은 우파 민족주의자들과 함께 난민유입 시기에 이민자 강간범 신화를 구성하여 국경을 폐쇄하고 망명신청자들에 대한 지원을 줄이는 정책을 옹호하려 했다.

 

이민자 강간범 신화에서, 백인 여성의 신체는 가부장적 국가에 의해 유색인 남성의 성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보호가 유럽의 난민위기 사례에서 취한 형태는, 난민들의 가족 재결합을 약화시키는 것을 비롯해 국경을 폐쇄하고 이민 정책을 가혹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본국태생 백인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중동과 아프리카 출신의 망명신청 여성들이 남성 가족구성원에 합류하거나 한때 개방되었던 국경을 안전하게 다니지 못하도록 제한당했다.

 

많은 이들이 레바논, 터키, 그리스의 난민 캠프에서 위태롭고 불확실한 상황에 빠져 있다. 이러한 불안전한 공간에서 망명을 신청한 여성들은 성폭력을 당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논쟁은 성폭력에 대한 여성주의적인 우려가 아니라, 겉보기에 불안전한 국경을 보호하는 민족주의적인 우려에 관한 것이다.

 

안젤라 데이비스(Angela Davis)1981년 저작과 그녀의 흑인 강간범 신화개념을 따라, 우리는 유럽 언론과 우파 민족주의자들이 이민자 강간범을 상기시켜 더욱 이 공동체를 협소하게 만들려 하며 국경폐쇄, 특히 난민에 대한 국경폐쇄를 요청하여 그들의 접근성을 제한하려 시도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신화는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는 탈정치화된 발언으로서, “정치에 관한 논의를 배제하고자, ‘실제 삶과 관련있다고 널리 믿어지는 위계적 관계를 비현실적인 등장인물과 상황을 이용해서 그려내면서 이러한 관계를 설명할 의무는 피해버린다.”

 

이민자 강간범 신화는 유럽 이주의 역사를 인식하는 데에 실패하고, 넓은 범위의 문화적, 경제적, 종교적 배경을 지닌 이주민을 단일한 존재로 환원한다. 바로 폭력적이고 여성혐오적인 유색인 남성이 그것이다.

 

이 신화는 언론과 정치인의 발언을 통해, 특히 미디어가 이주 남성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보도에 관심을 집중하고 백인 남성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침묵하는 것을 통해 계속 존속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신화는 성폭력 문제의 폭넓은 맥락을 제공하지 않으면서, 이민자 강간범이라는 유령을 만들어내고 성폭력을 단순히 문화종교의 문제로 환원시킨다.

 

2015년에만도 백만 명이 넘는 난민들이 중동에서 지중해를 거쳐 유럽으로 왔다. 그 수는 이후로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매년 오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 독일과 스웨덴은 이 북유럽으로 향하는 난민들 중 상당한 비중을 받아들였지만, 많은 수의 사람들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에 망명을 신청했다. 망명신청자들의 유입과 함께, 문화적 차이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갈등이 있어 왔다. 특히, 난민 남성의 성적규범과 행동의 경우에서 더욱 그랬다.

 

우파 정당 및 시민들은 이민과 망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을 요청해왔다. 이러한 수사 중 많은 경우, 그들은 단지 난민이 자원에 부담을 주고 도시를 혼잡하게 하며 테러범들을 숨겨주고 문화의 동질성을 어지럽힌다는 데에만 초점을 두지 않는다. 지난 세기 동안 여성의 권리에 대한 진보를 이루었던 서구 국가의 백인여성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그들의 폭력적인 성적 본능에 초점을 두었다.

 

2015년 바다 건너 유럽으로 온 삼백만 명의 난민들 중 젊은 남성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여러가지 이유가 이러한 편향을 설명한다. 젊은 남성들은 내부 갈등에 참여하도록 강요당하는 등 상당한 폭력의 위협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망명허가를 받기 위해 서류 없이 유럽으로 가는 것이 금전적으로도 비싸고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족이 있는 많은 남성들이 홀로 들어와서, 공식적으로 망명승인을 받은 뒤 가족의 재결합을 신청하여 가족들을 위한 비행기표를 살 수 있길 바라고 있다.

 

이것이 밀입국 브로커에게 위험천만한 여행에 대한 높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보다 더욱 싸고 안전한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망명 신청에 대해 가장 투명하게 기록하는 나라인 스웨덴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71퍼센트의 망명신청자가 남성이었다. EU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망명신청자의 분포는 2015년에 남성이 여성보다 높은 비율로 망명을 신청함을 보여준다. 이는 14~17세와 18~34세의 인구에서 가장 두드러지며, 그 중 약 80퍼센트가 남성이었다.

 

허드슨(2016)은 난민 위기가 스웨덴에서 잠재적인 남성 문제의 근원이라고 주장한다. 스웨덴 인구 중 청년의 성비가 한쪽으로 편향되면서 여성에 대한 폭력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녀는 이 나라들이 성평등이라는 관점에서 얼마나 진보해 왔는지 생각할 때, 이것이 유럽인 남성과 여성에게 똑같이 비극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녀는 널리 알려진 그녀의 한 논문에서, 유럽의 남성 문제가 중동에서 유럽으로 온 많은 이주자들이 성인 남성과 남아라는 사실에서 나오며, 그 결과 유럽 국가들의 성비가 그러한 방식으로 편향되어 유럽인 여성들에게 위험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강간과 성추행은 매우 남성적인 사회에서 더 흔하며, 사회 안에서 걱정 없이 자유롭게 다닐 여성의 능력이 약화되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녀는 불균형적인 성비의 결과인 망명 신청 과정을 규제하자고 대놓고 요청하지 않았지만, 공포에 기반한 수사는 동일하다. 유럽은 젊은 유색인 남성들이, 평등을 위해 매우 노력해온 진보적 국가의 여성에게 위험하다는 점을 우려해야 한다.

 

이러한 주장은 성적으로 폭력적이며 잠재적인 위험이라고 묘사된 남성들에게만 해로운 것이 아니다. 그것은 유럽 국가들의 난민가족 재결합 과정을 이용하여 남성 친족들에 합류할 계획을 짜고, 밀입국 브로커가 주도하는 위험한 여행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성인 여성과 여아들을 우리의 시야에서 보이지 않게 만든다. 무슬림 남성이 못 들어오게 국경을 폐쇄하는 것이 그 해법이 아니다. 해법은 더 많은 여성들이 전쟁과 폭력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해서 성비의 균형을 맞추고, 모든 망명신청자들에게 더욱 안전한 경로와 인간적인 조건을 허용하는 것에 있다.

 

2015년 난민 유입 당시와 이후에 독일과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을 보면서, 우리는 백인 유럽인 여성들에 대한 성폭력 위험을 통해 반이민 감정이 불러일으켜지는 방식을 알 수 있었다. 우파 정당 및 시민들은 백인 남성이 저지르는 폭력을 무시하거나 평가절하하면서 외국인 남성이 저지르는 성폭행을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 당연히 백인 유럽인 남성도 여성에게 성폭력을 저지르지만, 이것은 직 그들이 여성들과 국가 인구통계학적 미래에 위협적이라고 여겨지는 소수 집단을 목표로 하는 기존의 외국인 공포증 담론을 뒷받침할 때만 종종 국제적인 관심을 받는다.” 이러한 국제적인 관심은 결국 위협에 대한 오해를 더욱 키우며, 이민 정책은 더욱 가혹해지고 위험한남성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국경을 엄격하게 단속하는 것이 정당화된다.

 

2016년까지 독일 법에 따르면, 강간은 물리력을 쓰지 않은 경우 기소될 수 없었다. 그러므로 많은 경우 약물에 취하거나 동의를 받을 수 없던 여성만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저항할 수 없는 여성은 법의 보호를 받지 않았다. 쾰른 성폭행 사건 때문에 독일의 법은 새롭게 긴급상황에서 재검토되었고, 성폭행의 피해자는 가해자가 가한 물리력을 증명할 필요가 없어졌다. 요약하자면, 외국인에 의한 여러건의 성폭행 사건이 일어난 뒤에 법을 바꾸는 추동력이 제공되었다는 것이다. 이 법의 개정은 독일의 시스템에 긍정적인 변화일 수 있다. 그럼에도 그것이 말하는 바는, 이 법이 통과된 긴급성이 유색인 남성이 백인 여성을 공격했다는 외국인공포증을 배경으로해서 추진되었다는 점이다.

 

국경 통제로서의 여성의 신체

 

여성의 신체를 보호한다는 것이 타자집단에 속한 남성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하는데 이용되는 현상은 전혀 새롭지 않다. 유럽의 우파 언론과 정치인들은 몇몇 잘 알려진 성폭력 범죄를 이용하여 이민자 강간범 신화를 구성했다. 그렇게 하여, 그들은 망명을 신청하러 유럽에 온 위험한 유색인 남성으로부터 백인 유럽인 여성을 보호하는 방법으로 국경의 폐쇄를 요청했다. 2016년 신년전야제에 일어난 공격 이후, 독일에서 이러한 수사가 되살아났고, 이러한 전국적인 해석은 여성의 취약한 신체에 관한 이미지를 취약한 국경에 관한 두려움을 표현하는데 이용해 온 오랫동안 존재했던 생각을 끌어왔다.”

 

유럽에서 이민자 강간범 신화가 영속화되는 것은 대부분 외국인 남성의 성폭행에 대한 언론과 정치적 관심이 만든 결과이다. 월비 등(1983)에 따르면, “신문의 강간 사건 보도는 강간에 관한 지배적 담론이 정교화되는 중요한 매개체이다.” 유럽 주류언론들이 가해자가 이민자이고 피해자는 모국 출생인 강간사건의 사례를 더욱 빈번하게 보고하면서, 인종화된 문화 담론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백인 남성이 성폭행이나 강간을 했을 때, 그들이 어떤 사회에 소속돼 있는지 실제로 전쟁터에서 안전한 곳에 있다는 것 는 판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반면에 이민자 남성의 경우 단순히 성적으로 폭력적일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영향을 받는다. 유럽의 백인 남성은 이민자들에게 항상 따라다니는, 자신의 민족이나 종교 집단이 범죄를 저지른다는 식의 누명을 받고 있지 않다.

 

이민자 강간범 신화는 흑인 강간범 신화처럼 인종주의 이데올로기가 은밀하게 작동하도록돕는다. 지난 2년 동안 북유럽에서 가족 재결합 정책은 더욱 엄격해졌고, 심지어 2015년 이전에 가족우선정책과 발언이 우세했던 스웨덴조차 그렇게 되었다. 이러한 결정 때문에 망명 신청 과정은 더욱 어려워졌다.

 

북유럽에서 백인 여성을 대상으로 저질러진 강간이 과장되면서, 망명을 신청하러 온 여성들이 성폭력에 더욱 취약하다는 사실은 종종 무시되었다. 2015년 난민 유입 초기부터 망명신청자들은 주로 젊은 남성이었다. 그러나 유엔 난민기구에 따르면 이민 정책의 변화한 뒤 20163월까지 에게해에서 온 난민의 62퍼센트가 여성과 아이들이었다.

 

국경없는 의사회의 영국 대변인 젬마 길리(Gemma Gillie)은 다음과 같이 언급한 바 있다. “지난 여름부터 인구통계는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지난해는 강한 젊은 남성들이 먼저 보내졌고, 이는 모르는 곳으로 이동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여성과 아이들이 오고 있습니다.” 2015년 당시에 먼저 남성 친족을 보내면서, 그들이 나머지 가족을 데려간다는 계획을 세웠던 가족들은, “법적으로 얼어붙은 관료제와 경직된 법에 의해서 이민자들은 가까운 가족 구성원이 올 때까지 더 오래 기다려야 했다.”

 

바다를 건너는 일은 여성들에게 남성들처럼 똑같이 위험하지만, 그녀들은 이민 경로가 매우 남성화된 공간이라는 점 때문에 추가적인 위험에 취약하다. 가족 재결합을 약화시키고 망명자의 수를 제한하는 정책은 여성들을 성폭력 위협에 처하는 위험한 상황으로 더욱 밀어 넣는다. 국경을 건너는 대가로 밀입국 브로커들에게 성폭행과 강제적 성관계를 비롯한 성폭력들이 일어난다. 국경폐쇄와 연관된 가족재결합 지침으로 인해, 많은 여성들과 자녀들이 터키와 그리스에 발목을 잡혀 먼저 도착해 있던 남성 가족구성원에게로 갈 수 없었다. 유럽의 정치인들이 자국의여성과 국경을 보호하려 시도하면서, 다른 여성들을 점점 위험한 상황으로 밀어 넣은 것이다.

 

성폭행은 인종화되었고, 이민자 강간범 신화는 유럽 국경을 단속하는데 여성의 신체를 사용한 것이다. 이민자 강간범 신화가 대중의 머리 속에서 인식되고 해체될 때까지,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에 대한 여성주의적 우려는 인종주의와 외국인 공포증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될 것이다. 유럽에서 무서울 정도로 드러나는 백인 민족주의에 맞서, 여성주의 학자들은 이러한 수사를 반드시 해체해야 한다. 여성들은 자신의 신체에 대한 완전한 자율성과 소유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 전혀 근거 없는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자 가부장적 국가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세계에서 젠더 문제에 가장 진보적인 나라에서도 성폭력은 현실적인 문제이다. 그러나 망명신청자들을 돌려보내는 일은 그 폭력을 억제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 일은 다른 이들을 대가로 특정 여성들의 신체적 자율성에 특권을 부여한다. 본국 태생의 백인 여성을 성폭력의 위협에서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이민 정책을 제한함으로써, 서구의 유럽국가들은 더욱 성폭력이 일어나기 쉬운 점점 위태로운 상황으로 망명신청 여성들을 밀어 넣었다.

 

더 가치있는 신체라는 이러한 위계질서는, 인종화된 타자에 의한 성폭력의 결과로 성적 오염에 대한 의례화된 공포를 만들어온 오래 지속돼온 역사적 과정을 반영한다. 유럽 난민 위기의 경우, 국가는 국경을 보호하고자 이민자 남성이 본국 태생 여성에게 가하는 성폭력의 위협을 이용한다. 그렇게 하여, 그것은 어떻게 특정 여성의 신체가 다른 이들을 대가로해서 특권화될 수 있는지를 인식하는 데 실패한다. 이것이 망명신청 가족, 특히 여성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심각하다.

 

전쟁과 정치적 폭력을 피하려는 이들은 법률적으로 곤경에 빠져 있다. 그들은 가족 재결합을 너무나 오랜 기간을 기다려야 하고, 몇 년 전에는 열려있고 감시되지 않았던 국경을 건널 수 없게 되었다. 이민자 강간범 신화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폭로하는 것이 중대한 이유는, 그것이 이민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만이 아니다. 가족과 친밀한 관계 속에서 겪는 성폭력이라는 진정한 문제, 언론의 주목을 끌고 헤드라인에 나올 정도로 자극적이지 않지만 더욱 많은 여성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숨기기 때문이다.

 


(기사 등록 2018.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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