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 “장애인인 나도 들어갈 수 있는 그런 세상이면 좋겠다”

[4.20장애차별철폐 투쟁이 있었던 지난 4월을 보내면서 이런 투쟁들에 항상 앞장서온 배재현 동지와 인터뷰를 했다. 앞으로 이렇게 현장의 경험과 목소리를 직접 듣고 공유하는 기회를 더 가지려고 노력할 것이다.]

 


 

* 장애등급제는 무엇이고 왜 문제인가요?


장애등급제는 88년에 처음 시작됐고 저는 어릴 때 처음 심사를 받았는데 전혀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심사도 아니었어요. 의사들이 대충보고 멋대로 판정하는 식이었죠. 특히 가짜장애인운운하면서 색출하고 탈락시키려고 가려내기 심사를 하는데. 탈락하거나 등급이 하락하면 활동지원 시간도 깎이고 살고, 일하고, 사람만나고 하는데 직접적 타격을 받아요.


심사도 무작위로 통지서가 날라오면 강제로 받아야 하죠. 기준도 없고 자기들 멋대로 부족한 예산의 틀에 끼워넣기입니다. 그 사람이 왜 휠체어를 타야 하는지, 왜 목발을 짚어야 하는지, 가정과 환경은 어떤지를 종합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몇 가지 동작이 가능한지로 판정하는데, 무슨 한우 1등급, 2등급도 아니고.


조금만 기어갈 수 있어도 등급이 하락해요. 높은 등급 받으려면 스스로 바보가 돼야 하죠. 저는 다행히 근래 심사를 받진 않았는데, 아마 받았으면 8~90%는 등급이 하락했을 것이라고 봐요. 그러면 장애인콜택시도 못타고, 장애인센터도 못나가고 어땠을까 싶어요. 다양한 장애인들에 맞게 바뀌어야 하고, 정말 개별 장애인에게 뭐가 필요한지를 찾아야 합니다.


지금 장애등급제를 바꾼다지만 일종의 장애정도제로 갈 거 같아요. 기존의 6등급에서 중증과 경증이라는 2등급으로 바뀔 뿐인데. 모의실험을 해보니 겉보기 행동에 따라 판정하게 돼요. 그러면 발달장애와 지적장애는 겉보기 잘 드러나지 않으니 타격을 받을 것이고, 많은 장애인들에게 주어지던 혜택이 사라질 것 같아 걱정입니다.


*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해 어떤 투쟁들이 있었고 문재인 정부는 어떤가요?

 

광화문에서만 5년간 농성투쟁을 했고, 오체투지, 장관 따라잡기, 사다리 투쟁, 수많은 집회와 행진 등 온갖 투쟁들이 있었어요. 가장 기억하는 것은 지난해 오체투지인데, 너무 여기저기가 아파서 몸이 힘들었고 죽을 것 같은 기분이었죠. 그래서 빨리 좀 해주지하고 욕하면서 투쟁하던 기억이 납니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보다는 낫지만, 말만큼 행동이 따르지 않아요.


장애인 문제는 뒷전이라는 느낌이고 임기가 절반인데 진척이 별로 없죠. 물어보면 부서들 탓하고, 공 떠넘기고, 외국에 나가있고 그렇습니다. 막상 정권잡고 보니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식인데, 반올림 등 다른 많은 문제도 비슷한 것 같아요. 그러면 앞 정권과 뭐가 다를까요. 표를 얻기 위한 약속만 말고 지켜야 하고, 말이 아니라 진짜 폐지해야 합니다.

 

* 부양의무제와 시설의 폐지도 요구하며 투쟁해 왔는데, 어떤 의미인지와 그 밖의 요구들도 소개해 주세요.

 

부양의무제 때문에 독거노인과 독거장애인들도 지원을 받지 못해 왔어요. 기초수급자나 차상위를 신청하러 가도 가족에게 기대라고 하죠. 단절된 서류상의 가족이어도 그렇고, 수급자의 자녀는 자격을 유지하려면 취업도 못하고, 임금도 일정 수준을 넘으면 안 돼요.


시설은 먹고 싶은 것도 못 먹고, TV도 맘대로 못보고, 두들겨 맞고,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못하게 하는 곳이죠. 컵라면도 못 먹고 먹다가 걸리면 혼났어요.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게 사람의 기본인데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 사발면과 계란후라이 하나도 맘대로 못 먹고 폭력, 성폭행, 비리가 벌어져 왔어요. 시설 폐쇄 이유는 무궁무진합니다. 언제까지 통제하고 협박하고 가둘 것인가요.


인권과 선택권은 누구나 보장돼야 하는데 친구도 못 만나고 아무리 먹어도 허기가 채워지지 않는 곳이 시설이고, 5시반 이후엔 아무것도 못 먹고 9시면 무조건 자야하는 곳이 시설이죠. PX도 없는 군대에 평생 갇혀있는 것과 비슷해요. 장애인을 통제의 대상, 돈이 나오는 머리수로만 보니 이렇게 됩니다. 그밖에 장애인도 일하고 인간답게 먹고 살아야하니 생활임금과 취업의 기회, 노동권도 중요해요.


* 한국사회에서 장애인으로 살면서 무엇이 힘들고 불편한가요?

 

경제, 사회, , 놀이, 연애, 뭘 하려고 해도 두렵고 불편해요. 난 장애인인데 될까? 나를 받아줄까? 괜찮을까? 예스보다 노가 먼저 나와요. 예스 일변도를 바라지는 않지만 예스가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장애인을 선택한 것도 아닌데 장애인, 약자, 배재현으로 사는 것이 힘들어요. 어느 모임에 가도 나 때문에 뒤풀이 장소도 구하기 힘든 것을 봅니다. 이렇게 나 때문에가 싫어요. 안 그런 세상이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이해해주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여기 다 되네, 들어갈 수 있네... 그런 세상이었으면.


내가 왜 이렇게 시위하고, 야간사수하고 싸우는지 아무도 모를 겁니다. 이제는 부모님도 나이가 드셔서 내가 집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도 들어요. 150 버는 처지에서. 내가 비장애인이었으면 부모님도 좋으셨을 거에요. 번듯한 직장에서 용돈도 넉넉히 드리고. 외줄타는 심정입니다. 더러운 일이 있어도 참으면서 열심히 살고 시간을 쪼개서 일하고, 굳은 일도 마다하지 않아요.


하지만 체력은 떨어지고 몸은 계속 망가지는데 사회는 잘 바뀌지 않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점이 있죠. 어릴 때부터 병신이라고 수많은 놀림을 받으며 살아왔지만, 이제는 현장에서 싸우다가 밤에 잠들었을 때... 그렇게 가도 행복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 다른세상을향한연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다른 세상으로 가려면 어느 한쪽으로만 갈 수는 없어요. 이분법적 판단이 아니어야 합니다. 어떤 의견에 대해 옳다 그르다고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그것대로 존중했으면 해요. 의견을 낸 사람이 뭔가 몰리는 느낌을 받거나 마음이 상하게 되지는 않았으면 하구요. 더욱 더 다양한 의견이 존중되고 나 같은 장애인뿐 아니라 더 다양한 사람이 모였으면 합니다.   



(기사 등록 2019.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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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변혁 재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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