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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리뷰 - <킹덤> 시즌2 / <마스크 유 리브 인>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20. 3. 26.

<킹덤> 2 - 재난 창궐 시대의 정치 드라마

 

박철균



 

(내용 누설이 있습니다)

 

1. 작년부터 넷플릭스에서 시즌제로 나왔던 킹덤이 최근 시즌2를 공개했다. 때 마침 코로나19가 전세계에 창궐한 상황에서 아시아권 중심으로 다시 인기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2. 시즌 1 만큼이나 시즌 2 역시 재미있었다. 좀 억지스러운 부분 - 대표적으로 무영을 굳이 산 속에서 헤매다 이창이 발견했을 때 죽는 걸로 처리했어야 했는가에 대한 의문 - 이 있긴 했지만, 그만큼 시즌 1 때 떡밥 회수도 거의 다 됐고, 2화에서 진행되는 역병에 걸린 왕이 있는 곳에 갇히는 함정에 빠진 이창의 고민, 안현대감에 대한 최후의 반전은 상당히 흥미로운 진행이었다.

 

3. 다만 드라마가 주는 메시지는 시즌2가 시즌1에 비해 다소 협소해 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시즌 1 얘기를 해 보려고 한다. 시즌1에서는 빈곤과 역병, 그리고 배제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궁궐에서는 세도가문 - 다만 아무리 딸이라도 중전에게 반말을 하는 조학주의 모습은 실제 조선시대에선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다. 대체역사인 걸 감안한다면 킹덤의 세계관은 정통 조선시대 세도정치 기간보다는 차라리 고려 무신정권 시절과 더 비슷하다. - 과 이창이 역병과 괴물이 판치는 세계관에서도 정권다툼을 하고 있는데, 그 시대의 백성들은 환자들조차 먹을 것이 없어서 시체를 식인하다가 그 시체로 인해 역병(괴물 혹은 좀비)가 판치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양반들의 반대로 좀비에 대한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끝내는 양반들만 배를 타고 도망(끝내 그 배에서도 양반집 어르신께서 죽은 아들을 몰래 싣고 가다 쑥대밭이 됨)가는 모습은 치명적인 역병 속에서도 누구는 소외받는다는 것을 절절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올해 코로나19 정국에서 한국 사회에서 죽음으로 내몰렸던 것은 평생 폐쇄병동에서 갇혀 지내다 죽음 앞에서도 갇혀 있어야 했던 정신 장애인이고, 좌절만 낳는 사회에서 신천지라는 문제 많은 종교에라도 집중해서 잊고자 했던 사람들이 아니었던가.

 

밀려오는 난민을 벽으로 막고 활까지 쏘며 괴물에게 물리도록 방치하는 킹덤 속 위정자의 모습은 이 코로나 정국에서 특정 나라(중국, 일본, 베트남, 이탈리아 등)나 특정 종교를 무작정 혐오와 저주 배제로 몰아가며 사람들을 내몰고 있는 현재의 위정자 모습과 흡사해서 씁쓸했다.

 

4. 시즌2는 시즌1에서 보였던 역병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많이 줄어들고, 나라의 정치를 누가 주도하느냐에 더 집중하는 듯 보였다. 물론, 시즌1에서 떡밥으로 나왔던 수망촌 사람들을 괴물로 만들어서 왜구를 상대하는 이야기가 나오긴 한다. 나라의 종묘사직을 위한다면서 가장 밑에 있는 사람들을 극단적으로 이용한 조학주의 모습이 온갖 미사여구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하고, 이제는 호르무즈 파병까지 하려는 한국 정부의 모습이 얼핏 생각났다. 드라마든 현실이든 나라를 위한다면서 정작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평화를 희생하고 짓밟는 다는 점에서 전혀 달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부분을 제외하면 시즌2의 주요 이야기 전개는 이창 VS 해원 조씨 세력(조학주, 계비 조씨)의 대결구도에 더 집중한다. 물론, 이야기는 좀 더 박진감넘게 집중된 진행은 할 수 있었지만, 시즌1에서 많은 이야기와 의미를 건내 주었던 역병(괴물)은 단순히 높으신 분들의 정치 싸움에 재료로만 사용되는 것 같아서 아쉬운 맘이 들었다.

 

사실 조학주를 죽이고 최후반 빌런이 된 계비 조씨도 그 세도가문 안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업신여겼던 환경을 넘어서서 조학주 이상의 매력적인 빌런으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었는데, 단순히 아버지를 뒷통수 치고 자신이 무리를 해서 욕심을 부리고, 끝내 역병(괴물)을 풀어서 깽판만 친 캐릭터에 그치게 된 것이 너무 아쉽다.

 

5. 또한 시즌 2가 누가 조선 왕조의 주도권을 차지하느냐에 집중하다 보니 정작 모든 것이 끝난 후 정치적 대안이 커다란 딜레마처럼 보였다. 이창은 최후의 승리자가 되었지만, 그의 목표는 전체 사회 판을 바꾼다기 보단 그동안의 과정은 자신이 왕이 되는 전제군주 사회를 그대로 유지하는 상황에서의 변화였기 때문에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많은 지지자를 모았지만, 여전히 전국 곳곳에 해원 조씨를 지지하는 유림들을 관리하기 역부족인 상황에 처한다. 거기에 더해서 계비 조씨가 남의 아이를 몰래 자신이 나은 것처럼 꾸몄던 원자(실은 무영의 아들)를 죽여야 하는 스스로 정의롭지 않은 선택에 몰리는 상황에 처한다..

 

물론, 앞으로 이 드라마가 시즌이 더 진행될 가능성이 높고, 이후 뭔가 바뀐 듯 하지만 여전히 알맹이는 그대로고 언제든지 문제가 터질 수 있는 사회구조인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그러나, 킹덤을 보는 사람들에게 저 막장같은 드라마 속 조선 사회에서 무엇이 더 백성을 위한 사회 시스템으로 바꿔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들이 시즌2에 담지 못한 것은 아쉽다.

 

원자의 비밀을 뒤로 한 채 원자가 어린 왕이 되고, 이창은 죽은 사람처럼 되었다지만 사실상 비선 실체처럼 그림자가 드리운 것이 좋은 나라일까 고민이 든다. 그런 것이 잘 담겨졌다면 단순히 조선시대 위정자들이 역병(괴물) 하나로 정권을 잡기 위한 우왕좌왕식 이야기를 넘어서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전염병과 사회재난 같은 상황에서 국가와 대중의 의미를 더 고민할 수 있는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6. 작품 마지막에 차기 시즌을 위한 떡밥을 많이 남겨 두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왕에게 불안한 미래가 열려 있고, 여전히 생사초가 전국 곳곳에 발견되고, 다시 북부지방에서 등장한 역병(괴물)과 아신의 등장 역시 순탄하지 않을 미래가 보인다. 다만, 시즌3가 만들어진다면 단순히 역병(괴물)과 싸우는 이야기 가 아닌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상황에서 처절히 살아가고 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이야기가 많이 담겨지길 바란다.


 

엔번방 사건과 <마스크 유 리브 인>

 

전지윤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에서 26만명이라는 숫자도 충격적이지만, 그것도 과소평가된 일부일 뿐이라는 지적은 타당하다. 그것을 공유해서 본 사람들, 비슷한 성격의 다른 공간, 플랫폼들에 접속한 사람들까지 계산하면 훨씬 더 큰 규모일 것이다.

 

대부분이 남성일 그런 사람들은 모두 반인륜적 범죄의 공범이고 가해자이니 신상을 공개하자는 요구에 깔려있는 분노와 절박함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사람들을 모두 제거한다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수 있을까, 새롭게 그 대열에 합류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다.

 

박사와 갓갓, 26만명에게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그런 괴물을 만들어낸 가부장적 성착취 시스템으로 가야 할 화살이 흐려져서는 안 된다. 그래서 지금 코로나 사태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더 즐겨찾게 됐다는 넷플릭스에서 다큐 더 마스크 유 리브 인을 꼭 보고, 특히 남성들이 더 많이 보도록 만들면 좋겠다.

 

이 다큐는 가부장적 남성성이라는 가면이 만들어내는 독성과 폭력성을 아주 잘 분석해서 보여주고 있다. ‘남자다워야 한다는 말을 오늘날 사회에서 가장 폭력적인 말이라고 단언하면서 시작한다. 폭행, 강간, 강도 등 거의 모든 강력 사건의 가해자 중의 압도다수가, 미국에서 총기난사범의 절대 다수가 남성이라는 현실 앞에서 결코 반박하기 어려운 말이다.

 

남자라면울지 말아야 하고, 힘이 세야 하고, 힘을 존중해야 하고, 경쟁에서 승리해야 하고,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야 하고, 여성을 성적으로 정복해야 하고... 가부장 사회는 남자 아이들을 이렇게 사회화시킨다는 것이다.

 

그러한 사회화는 남성들의 공격성을 강화하고, 공감능력은 약화시키고, 지배를 추구하고, 약자를 무시하고 괴롭히도록 만든다. 드라마, 영화, 광고, 뮤직비디오 등 대중문화 곳곳에 그런 이미지와 메시지가 있고, 젊은 남성들이 즐기는 게임에도 마찬가지다.

 

남성 청소년기의 인터넷 게임문화는 곧바로 포르노로 연결되는 통로가 되고, 자극적인 포르노를 통해 성교육을 받고 시각적으로 중독된 남성들은 여성들을 따먹고’ ‘가져야하는 사물, 학대와 복종을 원하는 대상으로 여기게 된다. 성차별과 성폭력은 내면화된다.

 

더구나 가부장적 성착취 체제는 남성 동성간의 유대감과 침묵 문화를 강요한다. 이런 문화를 공유하지 않는 친구는 따돌림을 당하고, 이것을 가로막거나 밖으로 알리며 배신하는 친구는 낙인찍히고 추방당한다.

 

다큐는 남자다움을 강하고 폭력적으로 드러내는 남성들일수록 외로움, 괴로움, 슬픔, 공포, 고통, 연약함을 숨기고 있다는 것에도 주목한다. 방치, 무시, 학대당하던 사랑받지 못해온, 자존감도 낮은 남자아이가 그런 온갖 감정을 억누르고 남성성의 가면을 쓰면서 괴물이 된다는 것이다. 다큐에서 이것은 끔찍한 사건을 저지르고 교도소에 갇힌 괴물들의 고백을 통해서 확인되는 사실이기에 설득력이 더 크다.

 

공감과 배려는 여성성이 아니라 인간성이며, 따라서 맨박스에서 나와서 남성성을 버리고 인간성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 이 다큐의 결론이다. 성폭력은 일부 남성들만의 문제이고, 모든 남성이 그런 것은 아니라면서, 자신들이 성폭력 생존자들에게 저지른 폭력과 괴롭힘을 아직도 반성하고 사과하지 않는 분들도 꼭 이 다큐를 보고 스스로를 돌아보면 좋겠다.

 

다큐는 맨 처음에 가면을 쓰면 얼굴이 가면에 맞게 변한다는 조지 오웰의 말을 인용하면서 시작된다. 이제는 가면을 벗을 때이다. 가부장제가 만들어내는 남성성을 거부하고 거기서 벗어나는 것은 모든 남성들의 너무나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다. ‘남자다운이 아니라 여성스러운, 게이같은, 트랜스적인 남성들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


(기사 등록 2020.3.26)                                                                                   * 글이 흥미롭고 유익했다면, 격려와 지지 차원에서 후원해 주십시오. 저희가 기댈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여러분의 지지와 후원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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