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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주장

혐오는 방역이 아니다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20. 5. 11.

박철균


 


성소수자 혐오 메이저 신문 국민일보가 굳이 '확진자가 게이클럽에 갔다'고 하고 온갖 신상을 턴 것도 어이가 없는 것이지만, 이후 모 지자체 공무원이 인권 단체에 전화를 해서 관련된 성소수자는 확진 검사를 받아야 할 것 같으니 성소수자 연락처를 달라는 요구를 해 온 것에서 이미 어이는 블랙홀을 뚫고 사라져 간 기분이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CGV를 갔다 치면 CGV 회원 연락처를 다 뒤져서 연락하던가? 관련된 확진자가 춘천이랑 홍천을 갔다고 춘천과 홍천 지역 사람들 정보를 다 확인하던가? 이런 질문을 하면 대부분이 어이없다고 할 것이다. 관련된 확진자가 모든 지역 사람들을 만났을 리가 없고, 오히려 대부분 연관점이 없는데 그런 식으로 조사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불합리하고 부당한 것은 성소수자에겐 당연시하게 저지르고 있는 그 공무원은 무엇이란 말인가? 성소수자라고 해서 무조건 이태원에 가는 것도 아니고, 이태원에 간다고 해서 무조건 클럽에 가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그 확진자를 인권활동가 혹은 인권단체와 함께 하거나 후원하는 사람이라고 알 수 있다는 그 근거는 뭐냔 말이다.

 

이것이 바로 낙인이고 혐오다. 얼마나 성소수자 같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해 쉽게 일반화하고 쉽게 판단하고 으레 다 거기 있을 거라 판단하고 으레 다들 그럴 거라고 단정하는 것이 낙인이고 혐오 아닌가? 만약 확진자가 자신이 일하는 공무원 지역에서 일어났다고 소속 지역에서 일하는 당신도 검사 받으라고 하면 기분 나쁘시지 않을까? 왜 당신은 기분 나쁠 일을 왜 성소수자에겐 너무나 당연하게 정보를 달라고 하지?

 

이런 상황은 너무나 오래 전부터 봤다. 정부를 반대하는 활동을 하는 진보정당에 종북을 씌어서 당원 신상 정보를 털려는 것에도 보았고, 감옥에 계신 모 대통령 시절엔 카카오톡을 털었고, 차별에 저항하는 장애인 운동 활동가의 유전자를 채취해서 두고두고 낙인 찍으려는 것에서도 보았다.

 

이것은 결코 방역도 사회 안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위정자들은 이것을 통해 잠시 안정감을 찾을 지 몰라도 이내 사회적 소수자를 더욱 움추리게 만들고 오히려 더 상황을 악화시키며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게 하는 멍울이 될 것이다.

 

당신의 편의를 위해 혐오를 이용하지 말라. 정말로 방역을 위한다면 필요 이상의 신상털이를 하는 국민일보 같은 언론에 철퇴를 가하고 전혀 이성적이지도 과학적이지도 않은 사회적 소수자를 싸잡아 낙인찍어서 몰아세우려 하는 행위를 중단하라.

 

언론은 왜 툭하면 신상털기와 낙인찍기인가?


성소수자에 대한 온갖 혐오적이고 자극적인 보도로 확진자란 낙인까지 씌면서 공격하면서 그 성소수자가 확진 검사를 밖으로 나와서 받길 바라는 건 너무 놀부 심보 아닌가요? 지금은 신천지 때 상황과는 또 다릅니다. 그 당시엔 갑자기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이라 제대로 된 대응이나 언론 가이드라인이 부족했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삼 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인권위원회 위원장은 과도한 신상 공개를 자제할 것을 얘기하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확진자에 대한 낙인 찍기식 공격, 그리고 특정 국가의 사람을 혐오 공격하는 것을 하지 말자고 이야기 했습니다.

 

왜 언론은 3개월 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나요? 성소수자만 공격하면 코로나19가 다시 안정세를 보이나요? 오늘 새벽 수유역을 지나갈 때 수유역에 있던 클럽에 사람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더군요. 그 클럽의 사람들은 대체로 이성애자라 코로나19에 위험하지 않다 자신 할 수 있나요?

 

언론이 기본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존중하고 그 상대방이 제 때 정당한 대응을 하거나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 기본적인 것을 자신들의 혐오시각으로 스스로 언론의 신뢰도를 더 깎아 내리는 것을 그만해 주시기 바랍니다.

 

계속되는 신상털기와 낙인찍기로 많은 성소수자가 위축되고 상처받고 분열될까봐 우려됩니다. 이 코로나가 결국 남기는 것은 성적 지향, 인종, 국적에 대한 혐오 차별만 남길까봐 우려됩니다. 하지만, 잘 맞서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사회를 여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인권의 사회로 전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기사 등록 202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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