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균
성소수자 혐오 메이저 신문 국민일보가 굳이 '확진자가 게이클럽에 갔다'고 하고 온갖 신상을 턴 것도 어이가 없는 것이지만, 이후 모 지자체 공무원이 인권 단체에 전화를 해서 관련된 성소수자는 확진 검사를 받아야 할 것 같으니 성소수자 연락처를 달라는 요구를 해 온 것에서 이미 어이는 블랙홀을 뚫고 사라져 간 기분이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CGV를 갔다 치면 CGV 회원 연락처를 다 뒤져서 연락하던가? 관련된 확진자가 춘천이랑 홍천을 갔다고 춘천과 홍천 지역 사람들 정보를 다 확인하던가? 이런 질문을 하면 대부분이 어이없다고 할 것이다. 관련된 확진자가 모든 지역 사람들을 만났을 리가 없고, 오히려 대부분 연관점이 없는데 그런 식으로 조사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불합리하고 부당한 것은 성소수자에겐 당연시하게 저지르고 있는 그 공무원은 무엇이란 말인가? 성소수자라고 해서 무조건 이태원에 가는 것도 아니고, 이태원에 간다고 해서 무조건 클럽에 가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그 확진자를 인권활동가 혹은 인권단체와 함께 하거나 후원하는 사람이라고 알 수 있다는 그 근거는 뭐냔 말이다.
이것이 바로 낙인이고 혐오다. 얼마나 성소수자 같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해 쉽게 일반화하고 쉽게 판단하고 으레 다 거기 있을 거라 판단하고 으레 다들 그럴 거라고 단정하는 것이 낙인이고 혐오 아닌가? 만약 확진자가 자신이 일하는 공무원 지역에서 일어났다고 소속 지역에서 일하는 당신도 검사 받으라고 하면 기분 나쁘시지 않을까? 왜 당신은 기분 나쁠 일을 왜 성소수자에겐 너무나 당연하게 정보를 달라고 하지?
이런 상황은 너무나 오래 전부터 봤다. 정부를 반대하는 활동을 하는 진보정당에 종북을 씌어서 당원 신상 정보를 털려는 것에도 보았고, 감옥에 계신 모 대통령 시절엔 카카오톡을 털었고, 차별에 저항하는 장애인 운동 활동가의 유전자를 채취해서 두고두고 낙인 찍으려는 것에서도 보았다.
이것은 결코 방역도 사회 안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위정자들은 이것을 통해 잠시 안정감을 찾을 지 몰라도 이내 사회적 소수자를 더욱 움추리게 만들고 오히려 더 상황을 악화시키며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게 하는 멍울이 될 것이다.
당신의 편의를 위해 혐오를 이용하지 말라. 정말로 방역을 위한다면 필요 이상의 신상털이를 하는 국민일보 같은 언론에 철퇴를 가하고 전혀 이성적이지도 과학적이지도 않은 사회적 소수자를 싸잡아 낙인찍어서 몰아세우려 하는 행위를 중단하라.
● 언론은 왜 툭하면 신상털기와 낙인찍기인가?
성소수자에 대한 온갖 혐오적이고 자극적인 보도로 확진자란 낙인까지 씌면서 공격하면서 그 성소수자가 확진 검사를 밖으로 나와서 받길 바라는 건 너무 놀부 심보 아닌가요? 지금은 신천지 때 상황과는 또 다릅니다. 그 당시엔 갑자기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이라 제대로 된 대응이나 언론 가이드라인이 부족했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삼 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인권위원회 위원장은 과도한 신상 공개를 자제할 것을 얘기하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확진자에 대한 낙인 찍기식 공격, 그리고 특정 국가의 사람을 혐오 공격하는 것을 하지 말자고 이야기 했습니다.
왜 언론은 3개월 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나요? 성소수자만 공격하면 코로나19가 다시 안정세를 보이나요? 오늘 새벽 수유역을 지나갈 때 수유역에 있던 클럽에 사람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더군요. 그 클럽의 사람들은 대체로 이성애자라 코로나19에 위험하지 않다 자신 할 수 있나요?
언론이 기본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존중하고 그 상대방이 제 때 정당한 대응을 하거나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 기본적인 것을 자신들의 혐오시각으로 스스로 언론의 신뢰도를 더 깎아 내리는 것을 그만해 주시기 바랍니다.
계속되는 신상털기와 낙인찍기로 많은 성소수자가 위축되고 상처받고 분열될까봐 우려됩니다. 이 코로나가 결국 남기는 것은 성적 지향, 인종, 국적에 대한 혐오 차별만 남길까봐 우려됩니다. 하지만, 잘 맞서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사회를 여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인권의 사회로 전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기사 등록 202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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