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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세상읽기 - 민주당의 한계/ 자유주의의 모순을 넘어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20. 12. 11.

전지윤 





 

민주당의 모순과 한계에 진보좌파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민주당이 180석을 가지고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차별금지법, 전태일 3법 등은 물론이고 스스로 약속했던 세월호 진상규명, 공수처 출범, 공정경제 3법 등도 지진부진하고 계속 질질 끌어오면서 정당한 분노와 비판의 목소리가 커져 왔다.

 

물론 국힘당을 간단히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모든 걸 강행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은 면은 있을 것이다. 아무리 탄핵당한 적폐세력의 대표들이라도 그들을 지지하는 국민 2~30%가 있고 무엇보다 재벌, 보수언론, 관료, 검찰 등 기득권 특권층들이 그들 뒤에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있는 사회, 경제, 정치 개혁도 반대하는 이들은 수적으로는 작을지 몰라도 한국사회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 이들은 지연, 학맥, 인맥, 혼맥 등 수천가닥의 끈으로 서로 연결돼 있다. 그런데 이런 기득권 우파와 특권적 지배계급이 국힘당과만 연결돼 있다고 본다면 그것은 착각이다.

 

이들은 다계급적 기반의 중도개혁 정당인 민주당과도 어느 정도 연결돼 있다. 물론 민주당에는 권인숙, 박주민, 윤미향, 이탄희 등 기층 민중과 소수자, 진보 운동의 요구를 대변하려는 의원들이 있지만 그들이 다수이거나 주류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권여당인 박주민 의원 등이 세월호 가족들과 노숙농성을 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그 농성은 어떤 개혁입법도 가로막는 국힘당을 겨냥한 것이지만, 동시에 집권여당 내에서 개혁입법에 미온적이거나 방해하고 있는 의원들도 압박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지지난주 <스트레이트>는 이처럼 개혁에 미온적이거나 방해하면서 기득권 특권집단과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세력이 어떤 식으로 민주당과 연결돼 왔는지를 이상직의 사례를 통해 잘 보여 줬다.(지난주 석탄발전소 편도 좋았다. 항상 느끼지만 스트레이트, PD수첩, 뉴스타파, 시사직격 등의 탐사프로들은 언론에 대한 실망과 불신을 채워주는 주옥같은 프로들이며, 이걸 제대로 보지도 않고 친여방송이라는 사람들은 크게 실수하는 것이다.)

 

이걸 보면 전주지역 민주당 의원이다가 얼마 전 무소속이 된 이상직은 수백억 규모의 주가조작, 탈세, 횡령에다가 노동자 대량해고까지 저지른 그야말로 전형적인 부패하고 탐욕스러운 자본가 출신 정치인이다. 이런 이상직이 정치권력에까지 접근한 과정에서 검찰과 언론들의 도움이 있었음도 알 수 있다.

 

검찰은 이상직이 오래동안 온갖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면서도 법망을 피해가도록 도왔고, 수구언론들은 이번에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결국 헛방으로 드러난) 추미애 아들, 탈원전 등에만 과잉집착하면서 이상직의 문제는 매우 소극적으로 다루거나 넘어가주는 모습이었다.

 

문제는 이런 이상직이 이 정부의 일자리위원회 의원이었고 산하기관 이사장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상직은 그 자리도 부정을 저지르는데 이용했고, 지난 총선에서는 시민단체 출신의 개혁인사를 제치고 민주당 후보로 공천돼 국회로 들어갔다. 민주당의 시스템공천은 이상직의 부정과 문제점을 걸러내지 못했는데, 여기에서 민주당의 구조적 한계와 문제점이 드러난다.

 

민주당의 공천에 깊숙이 관여한 이근형은 여론조사와 선거컨설팅 업체인 윈지코리아의 창립자이자 대주주인데, 이상직은 윈지코리아의 선거컨설팅을 받았던 것이다. 이상직과 이근형은 정부 산하기관 이사장과 이사로도 인연이 있다. 또 이상직은 윈지코리아 현 대표인 박시영의 유튜브 방송에 나와서 촛불정신과 공정을 말하며 홍보 기회를 얻었다.

 

이근형은 이 정부의 실세라는 양정철과도 긴밀한 관계이고, 양정철은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민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위성정당 건설에도 관여했다. 결국 이상직같은 부패한 자본가가 촛불을 거치며 친문으로 변신해 공정을 말하며 영역을 넓혀가고, 여론조사와 선거컨설팅을 정치공학적으로 설계하는 사람들이 도움을 준 것이다.

 

윈지코리아가 일종의 코치이자 심판이었다는 지적에 박시영은 '불법은 없었고 선거컨설팅은 나쁜 놈에게도 해주는 것이라는 구차한 변명을 했다. 이상직은 가장 두드러진 경우이고, 지금 민주당에는 개혁에 미온적이거나 사실상 가로막고 있는 많은 의원들이 있다. 국힘당과 기득권 카르텔의 강력한 저항만이 아니라 이 정부와 민주당의 이러한 한계 때문에 개혁은 지지부진하고 주춤거려 왔다.

 

아직 남아있는 촛불의 여파와 촛불을 잊지않은 민중들의 아래로부터 행동과 압력만이 진보와 개혁을 추동하는 동력이며, 민주당의 일부만이 그것을 대변하고 있다. 자신들에 대한 사찰도 눈감으며 기득권 구조를 지키려는 보수적이고 소심한 판사같은 이들에게는 어차피 기대할 것도 없었다. 기자, 의사, 판사 등 고학력의 엘리트들은 계속 그 한계만 드러내고 있다.

 

이런 지형과 상황은 계속되거나 아니면 어느 시점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실망 속에서 분화, 이탈하게 될 수 있다. 그럴 때 민주당 자체도 좌우로 쪼개질 수 있다. 그것이 민주당의 오른쪽에서 기득권 우파 정치세력이 부활할 기회가 될 것인지, 민주당에서 왼쪽세력이 힘을 얻으며 그 변화를 흡수하게 될 것인지, 진보좌파 정치세력이 그 기회를 이용해 물줄기를 왼쪽으로 돌리며 성장할 것인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마지막 가능성을 현실화시키려면 그 기회를 이용할만한 실력과 준비를 갖추고 힘을 모아낸 진보좌파 정치세력이 등장해야만 한다. 지금처럼 진보좌파의 분열과 기반축소가 계속돼선 안 된다. 나아가 단지 민주당도 국힘당과 다를 게 하나도 없고, 민주당 지지자들은 다 한심한 팬덤이며, 그들이 요구하는 개혁들은 쓸데없다는 부적절한 입장을 벗어나, 이러한 정치지형의 모순과 가능성을 이해하면서 적절한 동맹과 전술을 택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본다.

 

자유주의의 모순과 한계를 넘어서

  

최근에 개인의 자유와 인권, 사생활 등을 어디까지 보장하고, 어느 정도 사회가 개입하고 제한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그러면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도 들먹여지고 있다. 주로 우파나 극우파들이 문재인 정부를 전체주의나 심지어 파시즘이라고 어처구니없게 비난하면서 그런 주장을 한다는 점이 아이러니한 지점이다.

 

이들은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여러 제한을 가하는 것과 태극기 집회를 가로막는 것이 자유와 인권에 대한 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최근에는 한동훈 검사가 휴대폰 비번을 숨길 권리도 중요한 이슈가 됐다.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분명 이것들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제한과 침해가 분명하다. 문제는 그것에 대한 반대를 통해서 이들이 추구하는 바가 방역을 방해하고 감염을 확산시켜도 될 권리, 온갖 혐오 발언과 선동을 멋대로 할 자유, 검언유착과 인권유린의 범죄를 덮어버리고 처벌을 피할 권리라는 데 있다.

 

그래도, 내가 지지하는 사람들과 듣고싶은 이야기만의 자유와 권리를 옹호하는 것은 틀렸을뿐 아니라 극히 위험한 것이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무엇보다 내가 동의하지 않는 사상에 적용돼야 하며, 정치적 반대파의 권리를 오히려 우선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적으로 타당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바로 그 지점이 지금 자유와 권리를 주장하는 우파들의 핵심 문제와 모순이다.

 

이들은 조국 교수의 진술거부권 행사조차 맹비난했고, 정경심 교수의 컴퓨터와 딸의 일기장 등까지 탈탈 털어서 한 가족의 지난 10년 동안의 모든 사적인 문자와 대화까지 증거로 사용하는데 주저함이 없었고 비판한 적도 없다. 검찰은 자신들 멋대로 죽은 사람의 휴대폰까지 가족의 동의도 안 받고 압수해 가서 포렌식했다.

 

더 심한 것은 이들이 사상, 표현, 집회, 결사의 자유와 권리를 깡그리 부정하고 파괴하는 국가보안법에 대해서 반대하거나 그것의 피해자들에게 관심을 가지거나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들이 지지한다는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전체 인류 가운데 단 한사람이 다른 생각을 한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일은 옳지 못하다... 그런 행위는 현 세대뿐 아니라 미래의 인류에게까지 강도질을 하는 것과 같은 악이라고 했는데 말이다.

 

그래서 입만 열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켜야 한다고 떠드는 우파들이 과연 자유민주주의’(부르주아 민주주의)마저도 지킬 의지가 있는지, 그들이 말하는 자유와 인권에 과연 진정성이 있는지 매우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개인의 자유와 권리라는 것이 언제나 무제한적으로 보장될 수는 없는 일이다.

 

밀도 <자유론>에서 각자의 개별성을 적극 옹호하면서도 사회가 그것에 개입하고 제한을 가할 조건과 상황이 대해 말하고 있다. 예컨대 엔번방 사건을 수사하면서 온라인 증거들을 찾고 피해를 방지하는 과정에서 통신비밀이 어느 정도 제한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한동훈같은 법기술자가 모든 증거를 다 포맷, 삭제한 후 나몰라라하는 경우에 대한 고민도 있을 수 있다. 혐오와 차별의 자유는 소수자들의 인권을 위해서도 제한, 금지돼야 한다.

 

문제는 밀이 주로 국가의 이익과 안보라는 측면에서 제한 필요성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또 밀의 자유론은 생산자와 판매자에게 완전한 자유를 보장하자는 자유거래의 원리와 긴밀히 연관돼 있다. “소수의 뛰어난 사람들이 다수 대중과 다른 생각을 할 권리를 옹호하는 그의 엘리트적 강조점은, 심지어 야만적 후진국에 대한 문명국의 개입이나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사람들의 사회에서는 독재도 정당하다는 주장으로까지 나아간다.

 

밀 자신은 평생 동인도회사에서 일하면서 유럽의 식민지 착취에 침묵했다. 이런 밀의 모순과 한계는 오늘날 군부일당독재와 국가보안법을 옹호해 온 한국의 우파나, ‘테러 방지를 빌미로 대외적으로는 제국주의적 개입을 일삼고, 국내적으로는 자유와 인권을 제한하는 서구의 지배자들에게 더 악화된 형태로 계승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원칙적으로 개인의 자유와 인권, 개별성은 최대한 보장돼야하고, 사회가 함부로 개입하거나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 2016년에 민중총궐기에 동참했다고 경찰이 다른세상을향한연대의 통장 거래내역을 조회했을 때, 올해 노동자연대 지도부가 나에게 손배소송을 걸었다고 법원이 내 금융정보를 제공했을 때 너무나 불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면 정말 개입과 제한이 이뤄져야 할 것은 자본과 권력의 자유. 자본과 권력의 자유는 다수 민중의 자유를 침해하고 피해와 고통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것은 아래로부터 민주적으로 통제, 제한돼야 한다.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진정한 자유와 권리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예컨대 코로나 상황에서 우리들 대다수는 마스크를 쓰지 않을 자유, 자유롭게 이동하고 모일 자유에 대한 어느 정도의 제한을 받아들인다. 우리가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 팬데믹 상황에서 개인의 자유만을 고집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내 자유가 타인의 고통과 피해로 나타나는 것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산업재해에서는 왜 그렇지 않은가? 왜 정부는 노동자들의 고통과 죽음으로 이어지는 자본의 자유는 덜 제한하고 덜 개입하는가? 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당장 통과시키지 않는가? 코로나와 산업재해의 차이점이라고는 후자에 있어서 그 가해와 피해의 계급적 성격이 더욱 분명하다는 차이밖에 없는데? 특히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서 민주당 의원중 절반이 소극적이고 지도부도 머뭇거리는 것은 중도자유주의적 한계와 다계급적 기반의 모순을 보여준다.

 

노동자 민중의 요구만 아니라 30여개 경제단체들의 반대도 눈치보는 것이다. 사실 공수처나 검찰개혁도 지난해 연말의 거대한 대중행동이 없었다면 이 정도로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결국 자유민주주의사회에서 기층 민중의 자유와 권리는 권위주의적 우파에 맞설 뿐 아니라, 자유주의적 중도파와도 독립적인 대중운동을 통해서만 전진 가능하다는 것이 다시 드러나고 있다.

 

 (기사 등록 2020.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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