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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세상읽기 - 미얀마/ 이석기/ 노회찬/ 쿠바/ 비건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21. 8. 4.

전지윤

 

 

● 미얀마 연대 ‘8888공동행동’에 함께 합시다(광고)

 

[8888공동행동]

끝나지 않은 미얀마 시민들의 항쟁!

한국에서도 연대로 이어갑니다!

 

🌿 온라인 참여(1) : 냄비 두드리기 릴레이 퍼포먼스

- 7월 29일 ~ 8월 8일 까지!

- “무엇이든 소리나는 물건을 두드리는 영상 촬영”

- SNS(페북·인스타·트위터·유튜브)에 해시태그와 함께 업로드

#WithMyanmar #8888함께해요 #TOGETHER8888

 

🌿 온라인 참여(2) : 8888보 연대

- 8월 8일 저녁 8시 8분!

- “미얀마 항쟁 연대를 위한 8888보의 걸음”

- 줌(ZOOM)에 접속하고 함께 8888보 걷기

 

🌿 오프라인 : 동시다발 1인시위

- 8월 8일!

- 지역별 동시다발 집회 및 1인시위

- 웹포스터의 QR코드를 통해 신청하실 수 있어요!

 

📝 8888 공동행동 1인 집회 신청 양식

https://bit.ly/3xjyQYL

 

텔레그램방 https://t.me/solidarity_in_korea

 

출처: <미얀마 민주항쟁에 연대하는 8888 공동행동>

 

 

● 이석기 의원은 반드시 석방 사면돼야 한다

 

한국사회에서 법기술자들은 많아도 진정성을 가지고 활동하는 양심있는 법조인들을 찾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돈없고 힘없고 억울한 사람들 편에서 최선을 다해 온 신뢰하고 존경할만한 변호사들은 꽤 있다. 당장 떠오르는 것은 장경욱 변호사이다. 장경욱 변호사님은 서울시 간첩조작 사건의 피해자인 유우성 씨를 비롯해서 온갖 간첩조작 사건의 피해자들을 변호하고 진실을 밝혀온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종북몰이가 절정에 달하던 시기에 누구보다 앞장서서 맞서면서 ‘종북 변호사’라는 낙인까지 찍혔지만, 결코 굴하지 않았다. 지금도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운동에서 누구보다 열심이시다. 장경욱 변호사님과 함께 간첩조작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데도 힘을 보탰던 박준영 변호사도 억울한 사람들의 편에서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유명하다. 다만 박준영 변호사가 최근 김학의 사건에 취한 태도는 여전히 이해가 안 간다.

 

물론 나는 그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정치적 입장을 가진 어느 진영의 사람이어도 억울한 누명과 부당한 공격은 없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김학의 사건은 그런 관점에서 접근하기 어렵다. 김학의는 억울한 누명을 쓴 게 아니라 저지른 잘못에 제대로된 처벌을 받지 못했고, 그 과정의 절차 문제로 논점을 이동시킨 검찰은 끝까지 그것을 방해하며 김학의의 피해자들을 몇 번이나 짓밟은 것이다. 물론 이것이 박준영 변호사의 그동안 공로까지 삭제시키는 이유가 되선 안 된다.

 

또 정말 내가 존경하고 높이 평가하는 분은 김칠준 변호사이다. ‘화성 연쇄살인사건’ 범인으로 몰려서 무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는 하다가 극적으로 누명을 벗은 윤성여 씨를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가난한 장애인으로서 윤성여 씨가 그 오랜 세월 겪은 피해와 고통을 확인하면 정말 끔찍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윤성여 씨를 변호하면서 그 억울함을 대변하고 함께 풀어온 변호사들 중에 하나가 바로 김칠준 변호사이다.

 

김칠준 변호사님은 지난 2년간 조국 교수의 부인인 정경심 씨를 변호해 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리고 김칠준 변호사와 변호인단의 노력으로 정경심 씨 재판에서도 검찰이 어떤 왜곡과 조작을 했는지가 밝혀지고 있다. 내가 이 사건이 마녀사냥과 조작이라고 확신하게 된 것은 양쪽이 제시하는 주장, 근거, 논리들을 비교 검토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오로지 진실을 토대로 억울한 피해자의 편에 서 온 김칠준 변호사에 대한 기본적 신뢰도 작용했다.

 

그래도, 김칠준 변호사에 대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이석기 위원과 ‘내란음모 조작 사건’의 피해자들의 편에 서 왔다는 사실이다. 아래 김칠준 변호사의 말이 전적으로 맞다. 이석기 의원은 뭔가 황당한 주장을 하고 잘못된 행동도 했지만 이제는 불쌍하니까 풀어줘야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의 강연 내용 자체가 많은 부분 왜곡되고 조작됐다. 그의 강연은 심지어 현 정부의 대북정책과도 통하는 남북간의 평화와 화해를 말하는 상식적 주장들이 대부분이었다. ‘내란음모 사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조작이었다. 그는 구속될 이유도 없었기에 당장 풀려나야 하는 것이다. 이번 8.15에 반드시 사면 석방돼야 한다.

 

“‘억울한 옥살이’라는 문구를 보면, 지금도 진행형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내란음모 조작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 당시 공동변호인단 단장 역할을 하면서 내렸던 ‘전부 무죄’라는 판단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지난 8년 동안 우리는 모두 ‘이석기 내란음모 조작사건’에서는 같은 시대의 ‘목격자들’이다. 아니 이러한 불의한 상황을 방치하고 있는 방관자들이다. 같은 법조인으로서, 무엇보다 같은 목격자로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석기 의원은 왜 아직도 감옥에 있어야 하는지” 묻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005552.html

 

● 고 노회찬 의원과 검찰개혁

 

며칠 전은 고 노회찬 의원의 3주기 기일이었다. 고인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여러 글들, 고인의 어록들을 모아놓은 동영상 등이 뜨는 것을 보면서 여러 생각과 감정이 들어서 다시 <유시민, 노회찬의 저공비행>을 찾아 봤다. 사람들은 <노유진의 정치카페>를 많이 말하고 기억하지만, 그 전에 <저공비행>이 먼저 있었다. 통합진보당에서 정의당이 분리해 나가고 진중권이 합류하면서 만들어진 <노유진의 정치카페>는 그 내용이나 톤에서 정치적으로 후퇴였다고 기억한다.

 

고인의 유산을 높이 평가하고 고인을 죽음으로 몰아간 세력에게 깊은 분노를 느끼지만, 사실 나는 고인과 정치적 거리가 있었다. 일찌감치 합법 진보정당으로 나아간 고인을 출세주의, 기회주의라고 낙인찍고 경멸하는 좌파들의 분위기에서, 가장 좌파적 입장이 아니면 모조리 배신이라는 식의 논리에서, 나도 자유롭지 않았다. 내가 활동하던 좌파 단체가 ‘입당정책’으로 방향을 틀고, 민주노동당에서 같이 활동하게 된 후에도 그런 거리감과 경계심은 유지됐다.

 

특히 민주노동당에서 몇 차례의 내부적 갈등과 분열, 이어서 통합진보당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거리감은 더욱 벌어졌다. 민주노동당은 비록 합법 진보정당으로서 한계가 있지만, 보수우파뿐 아니라 자유주의 세력으로부터도 독립적인 노동자들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로서 의미가 있다는 생각에, 자유주의 세력 일부와 진보정당의 3자통합은 대중적 외연 확장보다 정치적 퇴보라고 본 것이다.

 

따라서 3자통합에 앞장선 고인을 좋게 볼 수 없었고, 결사 반대하는 편에서 캠페인을 벌이며 여러 책임을 맡았던 나에게서는 좋은 말과 글들이 나올 수가 없었다. 지금 돌아보면 후회되고 미안해지는 거칠고 격한 표현들도 많이 썼던 것 같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통합진보당은 탄생했고, 이후 2012년 총선에서 큰 성과도 얻었지만, 그 후 벌어진 일들은 재앙과 비극이었다.

 

소위 ‘경선부정’ 사태, 내란음모 조작 사건,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으로 이어지는 과정의 출발점이 된 것이다. 이 2년여간의 사건들은 지금까지 이어지는 진보좌파 세력들의 심각한 갈등, 불신, 분열의 씨앗을 뿌린 셈이 됐다. 특히 그때 불거진 불신과 악감정들이 ‘종북몰이 마녀사냥’에 기름을 붓던 광경들을 아프게 기억한다. 낙인찍고 사냥하던 ‘적’보다, 그것에 침묵하고 동조하던 ‘동지’들이 더 밉던 시간이었다. 과연 그 통합이 옳았던가 여전히 의문인 이유이다.

 

그래서 아직 그러한 재앙과 비극이 벌어지기 전인, 2012년 3월의 <저공비행> 8편(https://www.youtube.com/watch?v=pVBJuttUB_E)을 다시 듣는 기분은 복잡하다. 통합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정당이 총선에서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기대가 느껴지고, 거침없이 기득권 구조를 폭로하고 비판하는 결기도 느껴진다. 특히 ‘검찰마피아’가 주제인 이 8편에는 노회찬, 유시민에 조국 교수까지 게스트로 출연했다.

 

그 내용도 오늘날 검찰과 검찰개혁에 대한 모든 이야기들의 원형을 확인하는 기분이다. 세 사람은 검찰을 피도 눈물도 없이 조직의 이익만 추구하는 마피아, 망나니처럼 칼을 휘두르는 조폭에 비유한다. 검찰이 저지른 온갖 사건 조작과 부패 비리와 인권유린을 폭로한다. 검찰이 어떻게 노무현에 보복하고 죽음으로 몰아갔는지를 고발한다.

 

검찰은 하나의 독자적 정당과 같고, 차관급 관료만 50명에 이르고 엄청난 정보력과 힘을 가진 사실상 권력의 제4부, 나아가 또 하나의 정부와도 같다고 분석한다. 국회 20%에 달하는 검사 출신 의원 등을 통해서 입법까지 통제 가능하다는 것이다. 세 사람은 검찰의 민주적 통제가 중요하고 공수처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노회찬 특유의 신랄한 풍자와 위트도 빠질 수 없다. ‘개와 사람이 공존하려면 개를 묶어놓아야’하고, ‘정기적으로 광견병 주사를 놔줘야 한다.’

 

가장 서글픈 것은 마지막 부분이다. 세 사람은 검찰이 자신들을 비판하며 힘을 약화시키려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보복한다고 걱정한다. “이거 들으면 검사들이 우리 죽이려 할텐데”라는 것이다. 특히 여기서 유시민, 노회찬이 조국 교수를 법무부 장관으로 추천하며 통합진보당 공약으로 하자는 대목이 나온다. 조국 교수는 펄쩍 뛰며 ‘왜 이러냐, 내가 검찰 표적이 된다’면서 손사래를 친다.

 

그 후 세 사람, 특히 노회찬 의원과 조국 교수가 어떻게 됐는지는 우리 모두 알고 있다. 드루킹이라는 한 과대망상적 사기꾼의 댓글조작에 대한 수사는 우파 야당과 언론의 압박 속에 특검 구성으로 나갔다. 공안검사 출신의 뉴라이트 허익범은 드루킹 진술만을 이용해 김경수와 문재인 정부를 엮어가면서, 별건수사로 노회찬과 정의당으로도 칼을 쑤셔댔다.

 

삼성 떡값검사 리스트를 폭로한, 진보정치인이면서 대중적 인기도 높았던 노회찬이 검사들의 공적이었던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노회찬의 비극 이후에도 허익범 특검은 심상정, 김종대 소환을 위협했다. 나중에 드루킹은 허익범의 요구로 허위자백을 했다고 실토했다. 그래도 드루킹과 허익범을 믿고 이번 대법 판결을 ‘존중’하자고? 도대체 왜?

 

노회찬 의원의 후원회장이기도 했던 조국 교수는 그토록 질겁하던 법무부 장관으로 실제 추천됐고, 본인만이 아니라 가족과 부모, 친지까지 다 엮어넣는 조국몰이가 시작됐다. ‘검언이 죽을 때까지 찌르면 결국 죽는다’는 사실은 다시 확인됐다. 그 과정도 야만적이었지만, 이제 뒤늦게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에서도 변한 것은 별로 없다. 조작과 거짓이 밝혀져도 검찰과 언론은 사과하거나 보도하지 않고, 같이 돌을 던졌던 사람들은 침묵하고 외면한다.

 

조국 교수는 파렴치한 위선자의 대명사로 낙인이 찍혔고 이러한 혐오의 낙인이 찍히면, 사람들은 그 사람과 선 긋고 거리를 두게 된다. 자신도 ‘오염’될 수 있다고 보게 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 내가 쓴 검찰의 조국몰이를 비판하는 글에 대한 적대적 반응에서도 그 메커니즘을 발견한다. 내 글의 어떤 부분이 사실과 다르고 어떤 논리가 틀렸는지를 지적하는 게 아니라 나에게 ‘문빠’, ‘조빠’라고 낙인을 찍는 것으로 증명은 끝난다.

 

그러나 ‘조국을 방어하는 것을 보니 저 사람도 오염됐다’는 식의 낙인은 나를 침묵하게 할 수 없다. 2012년에 이석기 의원과 자주파가 경선부정을 저지른 범죄자들이라고 공격당할 때 나는 ‘너도 경기동부연합이고 종북이냐’라는 낙인이 찍힐까봐 침묵했다. 3년전에 노회찬 의원에게 비리 혐의가 제기됐던 초기에 나는 나와 정치적 노선이 달랐던 사람에게 닥친 불행에 무관심했고 뭔가 잘못을 했었겠거니 하면서 냉소하고 침묵했다.

 

조국 교수 가족이 엄청난 소용돌이에 휘말릴 때도 나는, 정치적 노선도 차이가 있고 진영도 다른 사람을 굳이 방어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손절’당하며 같이 돌을 맞을 용기가 없었다.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 간간히 검찰을 비판하면서 자족했다. 그러나 더 이상은 그러고 싶지 않다. 지난 내 글을 보고 며칠 전 조국 교수가 직접 자신의 책에 “위로와 공감에 감사하다”고 사인을 해서 보내줬다. 그러나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며 살아내신 것에 내가 더 감사한다.

 

만에 하나, 내가 갑자기 검찰과 언론의 표적이 돼서 과거 인생의 모든 행적이 탈탈 털리고, 내 컴퓨터나 메모 등을 모두 가져가 뒤지며 하나하나 문제삼고, 그 중에 일부를 뒤틀고 부각해 언론에 멋대로 공개해 나를 낙인찍는 수많은 기사를 쏟아내고, 내가 믿고 의지했던 수많은 이들이 나에게 등을 돌리며 돌을 던지고, 무엇보다 그런 상황 때문에 내 곁의 사랑하던 이들이 지옥같은 고통에 빠지게 된다면, 나는 도저히 버틸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 쿠바 시민 저항에 대한 태도 논쟁

 

쿠바에 대한 글을 쓰고 나서 듣게 된 몇 가지 반론들에 대해 답하고자 한다. 기본적으로 고민과 생산적인 토론을 자극하는 제기들을 환영하고 고맙게 생각한다.

 

1. 먼저 내 주장을 ‘양비론’이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는 분명 미제국주의의 쿠바에 대한 간섭, 제재가 더 큰 문제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다시 분명히 한다. 나는 제국주의와 자본주의를 반대하고 사회주의적 변화를 지지한다. 그러나 내가 지향하는 사회주의는 가장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사회로서 사회주의이다. 이런 입장마저 양비론이라고 말하는 것은 ‘미국편과 쿠바편’이라는 양자택일 구도를 만들어 논점을 흐리는 것이다.

 

2. ‘쿠바 반정부 시위대가 친미세력이고 미국을 대변한다’는 것은 내 주장에 대한 반박이 될 수 없다. 그러면 입을 막고 폭력 진압하고 체포하고 구속해도 되는가? 그것이 ‘저들은 중국이나 북한 편이다. 따라서 탄압하고 체포하고 구속해도 된다’는 논리의 거울상이라는 것을 다시 강조하겠다. 홍콩 민주화 시위대의 일부가 친영, 친미세력인 것과 중국 정부의 탄압을 지지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3. ‘반정부 시위는 규모도 크지 않고 지금 친정부 시위 규모가 더 크다.’? 먼저 정부 비판 세력에게는 언론, 표현, 집회, 결사의 자유가 제약돼 있는 상황에서 반정부 시위보다 (정부가 허락하고 고무할 뿐 아니라 조직한 것으로 보이는) 친정부 시위의 규모가 더 큰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무시할 정도로 규모가 작다는 반정부 시위를 굳이 왜 가로막고 체포, 구속하는가? 그런 탄압을 왜 지지해야 하는가?

 

4. ‘자본주의적 다당제가 옳다는 것이냐?’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자유민주주의)가 한계가 많고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닌 것은 맞다. 그러나 따라서 야당을 불허하는 일당통치가 더 민주적이라는 결론으로 나갈 수는 없다. 또 반대파를 억누르면서 종신집권하는 집권당 내부에서 당내 민주주의가 보장돼 있으면 된다는 논리를 정당화할 수도 없다. ‘자유민주주의’의 대안은 더욱 급진적이고 확대된 실질적 민주주의여야 한다.

 

5. ‘전지윤은 압둘 와합의 스피커 노릇을 했다’? 나는 시리아 난민으로서 압둘 와합 동지의 여러 주장을 지지한다. 특히 학살자 아사드를 반대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물론 와합 동지를 토론회 연사로 초대했을 때도 몇가지 이견은 제기한 바 있고, 글로 쓴 바도 있다. 그런데 쿠바에 대해 토론하면서 ‘너는 와합을 지지했으니 틀렸다?’.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논법이고 와합 동지에 대한 모독이다.

 

6. ‘쿠바 반정부 시위대의 표현, 결사의 자유를 지지하는 것은 사회주의가 아니라 유교적 도덕군자의 입장이다?’ 다시 말하지만 내가 바라는 사회주의는 가장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로서 사회주의다. 이견을 억누르고 단일한 입장만 강요하는 사회가 아니다. 또 권력이 함부로 인간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 가치와 존엄이 가장 잘 보장될 수 있는 해방된 사회이다. 이것을 ‘유교적 도덕군자’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0. 쿠바에 대한 내 주장을 보고 ‘뚜껑이 열렸다’, ‘머저리’라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다른 의견은 존중하고 반박할 것이지, 감정적으로 흥분하고 비난할 일이 아니다. 특히 공개적으로 반박하며 토론에나서준 분들은 고맙지만, 나만 못보게 차단한 상태에서 이런 식으로 나를 비판한 분에 대해서는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요즘 검언카르텔의 조국몰이를 비판한 것과 쿠바에 대한 글 이후에 부쩍 이런 식의 적대적 반응을 많이 본다.

 

그나마 반박의 논리나 근거를 제시하면 다행인데, 그냥 ‘이런 글을 쓰다니’, ‘알고보니 대깨문이었다’, '미국 편이다' 이러면서 여럿이 같이 조롱하는 식이 대부분이다. 스스로는 뭔가 나를 논박했고 자신이 토론에서 이겼다고 자족할진 몰라도 이것은 논증도 논쟁도 아니다. 이래선 내가 뭔가 반박도 토론도 할 수가 없다. 그나마 내 글을 다음카카오에 신고해 삭제하려는 사람이나 5천만원 손배소송을 한 노동자연대 지도부보다는 나은 태도일지 몰라도.

 

 

● 비건, 기후 위기, 체제 전환

 

“비건이 환경에도 좋고, 건강에도 좋고, 비인간 동물을 해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냥 쉬워서다. 비건으로서의 나의 삶은 간단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대충 스트레칭을 하고 (건강한 비건은 요가를 한다) 바게트를 살짝 구워 잼과 땅콩버터를 발라 먹는다. (건강한 비건은 페스토를 발라 먹는다) 시리얼이나 오트밀이 먹고 싶을 때는 집 주변에서 산 견과류 볶음을 올리고 두유와 함께 먹는다.”

https://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1004808.html

 

비건이나 채식이 비싸고 힘들다는 생각이 많지만, 실제로는 간단할 수 있다. 요리에 별 취미나 능력이 없고 미식가도 아닌 나는 이분처럼도 안하고 대개 그냥 시장에서 5천원에 3개짜리 반찬을 식물성으로 골라서 사다가 밥에 비벼먹는 식으로 한다. 그러면 며칠은 먹을 수 있다. 밥에는 병아리콩을 많이 넣고. 두부도 간단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좀 더 신경쓰면 싸고 편하게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그런데 얼마 전에 KBS 다큐를 보니 축산업만이 아니라 패션산업도 정말 심각했다. 우리가 쉽게 입고 버리는 헌옷들이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서 더러운 산과 강을 이루고 바다로 흘러가고, 심지어 소가 그 쓰레기 옷을 먹고있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매년 생산되는 옷이 1000억 벌이고 버려지는 옷은 330억 벌이며, 패션산업은 그 해악에서 항공산업을 능가한다.(이걸 보면서 우리 운동사회에서도 티셔츠 만들기 등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후위기 속에서 이번 여름에 유럽의 폭염은 심각한데, 이번 폭염과 수온 상승 속에서 캐나다 해안에서만 10억 마리의 해양 동물이 죽었을 것이라고 한다(ㅠㅠ) 여기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어떤 이들은 우리는 같은 배를 탄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같은 폭풍우 속에 있는 것은 분명할 것이다. 물론 개인적 실천은 한계가 명백하다.

 

우리는 문화와 규범, 사회구조, 생산방식과 체제를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기후위기에 더 큰 책임이 있고,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마땅한 이들이, 가장 그러한 변화에 저항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나 제프 베이조스처럼 우주로 도망가려는 얄미운 자들이 있고 녹색성장, 녹색자본주의 정도로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고 헛된 기대에 매달리는 이들이 있다.

 

당장에 할 일이 미래로 미뤄지고 있다. 그레타 툰베리는 지금 불이 났는데 소방차는 20년 후에 오라고 하는 것의 모순을 지적했다. 그래도 툰베리는 그런 지도자와 정치인들을 만나고 설득하고 요구하는 것을 포기하지는 않는다.(대신 그들과 만나서 같이 사진 찍을 때는 항상 화난듯한 무표정을 짓자고 제안한다 ㅎ)

 

노엄 촘스키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기껏 20년 정도인데, 그 20년 안에 우리가 자본주의를 전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의 딜레마를 지적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목표를 잊지 않으면서도 구체적 과제를 하나씩 이뤄 나가야 한다. 당장 이 나라에서는 올해 내로 ‘기후정의 법안’이 제정되도록 해야 하고, 석탄발전소 등 탄소 다배출 사업들을 중단시켜야하고, 배출제로를 가능하게 만들 2030년 탄소감축 목표를 정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2030은 ‘이대남(2030청년남성)의 뒤틀린 분노’가 아니고 어떻게 2030 탄소감축 목표를 제대로 정할 것이냐다. 지금 전력생산의 약 절반이나 되는 석탄발전소 50여개를 10년내로 모두 폐쇄하고 전면적 에너지 전환을 이뤄야 한다. 반년도 안남은 올해 내로 이것을 계획하고 결정해야 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모든 가치있는 일이 그렇듯이 엄청난 비용이 드는 일이다. 그러나 해야 하는 일이다.

 

“제게 희망은 비록 확률이 낮다 하더라도 우리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그렇기에 계속 전진할 수 있게 해주는 느낌입니다. 제게 희망은 말이 아니라 행동에서 보여집니다. 그리고 제게 희망은 그것이 아무리 어렵고 불편하더라도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입니다.”(그레타 툰베리)

 

(기사 등록 202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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