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올림32

“수백 번의 기회들을 무시하면, 결국 죽음을 막을 수 없다” [아래는 지난 10월 26일 신당역 10번 출구 앞에서 열린 '신당역 스토킹 살해 피해 노동자 마지막 추모 문화제'에서 반올림 이상수 활동가가 한 발언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반올림 카페와 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감사드린다.]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참 많이 죽습니다. 매년 2000명이 넘습니다. 병들고, 다치는 사람들은 더욱 많습니다. 매년 12만 명이 넘는 사람이 산재를 당하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병들고 다친 사람 중에 산재를 신청하거나 인정받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마저도 일부에 불과합니다. 이곳 신당역에서 살해된 노동자는 젠더폭력으로 일터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젠더폭력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은 더욱 많습니다. 그리고 젠더불평등은 다양한 방식으로 노.. 2022. 10. 31.
“삼성에서 노조하는 것이 대세입니다” [지금 인천 송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4번째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 현장에서는 건설노동자들에게 온갖 부당한 조건들이 강요되고 있고, 이에 맞서서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경인지부는 노조 건설과 치열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아래는 지난 12월 29일 ‘삼성바이오 건설노동자 노동인권 쟁취를 위한 2021 송년문화제’에서 이상수 반올림 상임활동가가 했던 연대 발언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반올림 카페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감사드린다.] 제가 일하는 반올림은 반도체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건강과 인권을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반올림은 직업병 피해자들과 함께 오랜시간 삼성과 싸워왔습니다. 10년을 넘게 싸웠고, 마지막에는 삼성본관 앞에서 천 일 넘게 농성을 했습니다. 오늘 .. 2021. 12. 30.
삼성은 더러운 눈과 귀로 어디까지 훔쳐본 것인가 이상수(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상임활동가) [최근 '삼성 노조 탄압 사건' 수사 및 판결 과정에서, 삼성의 민간인 불법 사찰 범죄 행태도 드러났다. 이에 관해서 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감사드린다.(http://www.vop.co.kr/A00001477659.htm)]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은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 앞에서 천 일 넘게 농성을 했습니다. 서초사옥 건물에는 사찰 범죄를 주도했던 '미래전략실'이 있었습니다. 국정농단 뇌물범죄, 회계 사기 범죄, 노조파괴 범죄, 그리고 전방위적 사찰범죄까지. 삼성의 온갖 범죄행위를 기획하고 집행을 관리했던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그 자체가 범죄집단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책임자가 바로.. 2020. 3. 28.
노동자를 죽이는 위험 앞에 침묵하라는 산업기술보호법 이상수(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상임활동가) [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감사드린다.(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4580)] 오랜 세월 반올림 투쟁은 반도체 직업병 인정 투쟁이라고 불렸습니다. 자신의 병이 직업병임을 피해자가 입증해야 하는 이 나라에서, 피해자들은 직업병임을 입증할 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모든 증거는 회사가 가지고 있었고, 피해자들은 자신이 일했던 일터의 위험에 대해 배운 적이 없습니다. 생산성과 품질에 대해서는 귀가 따갑게 듣고 매일같이 실적을 추궁당했지만, 무엇이 위험한지 알려주는 이는 없었습니다. 반도체 회로를 찍고 녹여내는 포토공정에서 자신을.. 2020. 1. 10.
독성 물질 마시고 죽도록 일해서 일본을 이기자고? 이상수(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상임활동가) [에 실렸던 글(http://rp.jinbo.net/change/61643)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감사드린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생소한 반도체 소재 이름이 연일 언론에 거론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들리는 게 ‘불화수소’다. 좀 더 익숙한 말로는 ‘불산’이라고 부른다. 여러 번의 누출사고로 노동자들을 죽게 했던 바로 그 화학물질이다. 2012년 구미에서 불산 누출로 노동자 5명이 죽었고, 18명이 부상당했다. 지역 환경까지 훼손해서, 농작물과 가축 피해는 물론이고 수백 명의 지역주민이 치료를 받아야 했다.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도 2013년 1월 불산 누출사고로 4명이 다치고, 한.. 2019. 8. 2.
세상읽기 - 차별과 상처/ 김정은 답방/ 이수역/ 삼성 해고자 전지윤 ● ‘다문화’ 한부모 가정 청소년의 비극이 보여준 것 얼마 전 옥상에서 추락 사망한 중학생이 다문화 한부모 가정 자녀로 집단 괴롭힘을 당해왔다는 게 밝혀졌다. 이것이 더 커다란 빙산의 일각이거나, 이어질 비극의 시작일지 모른다는 불길함을 지울 수 없다. 돌이켜보면 저출산, 농촌 비혼남성 등의 해결책으로 국제결혼이 한참 붐이던 시기가 바로 2000년대 중후반이었다. 당시 결혼 10쌍중 한쌍이 국제결혼이라고 했다. 꼽아보면 그렇게 맺어진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지금 한참 청소년으로 자랐을 나이다. 그때 국제결혼의 일부 양태는 참담할 정도였다. ‘절대 도망 안감, 후불제, 자녀딸린 재혼 환영, 60세 이상도 가능, 베트남 처녀, 싸다...’ 이런 현수막들이 붙었고, 남성들이 동남아로 단체로 가 며칠만.. 2018. 12. 1.
“직업병 피해자와 가족들의 아픔을 꼭 기억해 주십시오” [지난 11월 23일 ‘반올림-삼성 중재 판정 이행 합의 협약식’이 열렸다. 이로써 11년 넘게 이어져 온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투쟁이 중요한 고비를 넘게 됐다. 이 투쟁의 의의와 성과에 대해서는 더 자세한 평가가 필요하겠지만, 일단 이번 합의의 의미와 과제에 대해 가장 잘 핵심을 담고 있는 반올림 황상기 대표님의 협약식날 발언문 전문을 옮겨싣는다.] 먼저 이렇게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써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4년이 다 되도록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조정해주신 김지형 조정위원장님과 백도명, 정강자 조정위원님께도 감사합니다. 이번에 지원보상안을 만들 수 있도록 조정위원회에 자문해주신 연구자들께도 감사합니다. 삼성이 문제 해결에 나서도록 타이르고 설득해.. 2018. 11. 26.
우리의 생명과 안전이 삼성의 이익과 비밀보다 소중하다 이상수(반올림 상임활동가) [국가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공개를 거부하는 삼성의 손을 들어준 상황에서, 삼성에서 노동자들의 죽음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설명하고 비판하는 이 글은 반올림과 필자가 여러 진보언론에 동시에 기고했다.] 지난 9월 4일 삼성 공장에서 또 사람이 죽었다. 이산화탄소 가스가 유출돼 협력업체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것이다. 부상자 중 한 분도 사고 후 일주일 쯤 지나 결국 돌아가셨다. 삼성에서의 사고는 감출 수 없을 때에야 드러나곤 했다. 이번에도 은폐의혹이 심각하다. 삼성은 사고 발생 후 2시간 가까이 신고하지 않았다. 산업안전법을 지켰으니 문제없다는 게 삼성의 입장이었는데, 소방법은 안 지켜도 되냐는 반박이 제기됐다. 구조와 구급이 필요한 상황이 .. 2018. 10. 5.
죽지 않고 병들지 않고 일하는 세상을 위해 이상수(반올림 상임활동가) [에 실렸던 글(http://safedu.org/column/117999)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필자에게 감사드린다.] 태풍 ‘솔릭’이 다가오면서 실감했다. 농성이 끝났다는 것을. 농성 기간 내내 온전히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 해야 할 일들을 하면서 농성 당번을 채우는 건 늘 버거운 일이었다. 농성을 해보면 계절과 날씨 변화를 온 몸으로 겪게 된다. 페트병 속 물이 꽝꽝 어는 겨울밤 농성장 추위를 핫팩과 침낭만으로 버티는 일도 녹록치 않았지만, 잠깐 잠들기도 어려운 습하고 더운 한여름밤은 견디는 게 고역이였다. 비라도 와서 비닐을 쳐야하는 날은 덥고 습한 기운에 몇 시간만에 녹초가 되곤 했다. 최악은 역시 비바람이다. 말소리가 안 들릴 정도로 두두둑 빗소리.. 2018. 9. 6.
세상읽기 - 반올림/ 故 노회찬 추모/ 자영업/ 소비자/ 사과 전지윤 ● 반올림 11년의 싸움과 1023일의 농성이 남긴 것 지난달말에 있었던 반올림 농성의 마무리와 마침 문화제의 여운이 길게 남는다. 사실 끄트머리에 일부 함께하면서 조그만 손을 보탠 처지에서 11년의 싸움, 1023일의 농성에 대해 뭐라 말하기도, 얼굴내밀기도 부끄러운 처지이다. 하지만 이 투쟁의 주역들과 같이할 수 있었다는 것이, 한혜경님, 김시녀 어머님, 황상기 아버님과 같이 손을 잡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운 시간이었다. 그런 부끄러운 마음을 알고서 ‘당신들의 작은 연대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이 성과가 이뤄졌다’며 ‘최고의 연대상’이라는 멋진 상까지 만들어 모두에게 나눠 주신 것 같다. 물론 걱정하거나 아쉬워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중재위원회가 어떤 안을 내놓을지, 상고심을 앞둔 이.. 2018. 8. 17.
삼성의 돈과 권력보다 위대한 연대의 힘을 확인한 1000일 이상수(반올림 상임활동가) [에 실렸던 글(http://www.vop.co.kr/A00001304671.html)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필자와 에 감사드린다.] 장마가 시작됐다. 농성장에서 가장 견디기 힘든 시간이다. 천막을 닫아두니 바람이 통하지 않아 끈적이고 내내 땀이 흐른다. 조금만 있어도 지친다. 비바람이 세게 몰아치면 위태롭게 흔들리는 천막 때문에 좌불안석이 된다. 겨울과 여름 농성을 모두 겪어 본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겨울보다 여름 농성이 훨씬 더 힘들다고. 반올림 농성이 세 번의 겨울을 보내고 이제 세 번째 여름을 지나고 있다. 날자로는 천 일이다. 삼성에 대한 분노와 포기할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시작한 농성이지만, 농성 천 일은 추억과 이야기가 가득한 시간이었다... 2018. 7. 3.
“황유미 님이 원했던 봄을 우리가 찾아올 것이다” 3월 6일, 고 황유미 11주기 기자회견과 행진과 문화제까지 하루종일 의미있는 행사들이 이어졌다. 정말 많은 분들이 여기에 참가해서 황상기 아버님, 한혜경님, 김시녀 어머님, 반올림(반도체 노동자들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과 함께 연대했다. 아무리 ‘삼성의 눈으로 세상을 봐왔고 저희는 혈맹’이라는 언론사와 관료들이 많다고 해도, 이런 연대는 그동안 계속 커져 왔다. 삼성 직업병 피해자와 그 가족들, 연대하는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와 용기가 결국 이재용과 삼성을 이길 것이다. 아래는 3월 6일 리움미술관 앞에서 있었던 기자회견문으로 반올림 카페(http://cafe.daum.net/samsunglabor/MHzN/446)에서 퍼온 것이다. 황유미와 함께 걷는 봄, 희망을 피우다 11년 전 오늘, 삼성 반도체 .. 2018. 3.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