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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7

D.P가 보여주는 한국 군대의 실상 - 가해와 피해의 끊임 없는 PTSD 박철균 (*드라마의 스포일러가 살짝 있을 겁니다.) 1. 한국드라마 D.P가 8월 2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이래 계속해서 한국 사회에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현재까지 징병제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 군대를 경험한 남성들이 예전 군대 생활을 떠오르며 PTSD가 온다는 반응이 많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고질적인 문제였던 군 폭력, 병영비리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그 동안 “진짜 사나이”, “가짜 사나이”로 군에 대한 프로파간다 혹은 미화가 진행되고, “위아래”, “롤린”의 역주행을 통해 여성 아이돌에 대한 군에서의 성적 대상화마저 ‘군통령’이란 이름으로 미화되던 현 시기에 D.P는 한국의 군대는 낭만적이지도, 의리가 넘치지도 않는 폭력이 얼룩진 현실이라는 것을 .. 2021. 9. 12.
동지애와 젠더 정의 사이에서 - 윤민석 씨의 문제제기에 대해 윤미래 가해자가 갈 수 있는 곳에 피해자가 갈 수 없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는 슬로건을 관철하려고 십 년을 싸웠지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곧바로 보이콧, 활동 금지, 잘라내기로 대응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그 못지않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좀 세련된 조직에선 그게 새로운 '조직 보위' 방식으로 활용된 세월이 이미 길고요, 애초에 그런 대응 자체가 가해자 한 명을 제외한 조직은 이상적이고 평등하고 무결하거나 당위적으로 그래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기 일쑤라서. 사실은 이 성별주의 사회에서 그 어떤 조직도 그럴 수 없고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치란 건 그 사실을 인정하고서야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 모든 이견을 반여성주의로 몰아붙이는 일부의 반응은 이런 문제의식이나 논의를 원.. 2021. 8. 15.
사람에게 하면 안 되는, 사람이 당하면 안 되는 일들이 있다 '운동권 막 그런 건 아니지만'에서 말하는 '운동권 막 그런 거'가 하는 이야기 윤미래 [‘시스터 후어사이더’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필자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시스터 후어사이더’는 성노동자에 대한 낙인과 혐오, 배제의 논리 속에 진행돼 온 집단적 괴롭힘과 사이버불링을 고발하며 그 생존자(밀사)를 방어하는 내용의 글들을 계속 올려왔다. 좀 더 자세한 것은 이 글을 참고할 수 있다.] 나는 2009년에 대학에 들어갔다. ‘이명박근혜’ 정권의 2년 차였다. 내 기억이 맞다면 아마도 그즈음부터 죽음이 흔해졌다. 입학 첫해에 처음 배운 83학번 김세진, 이재호는 전방입소 거부시위 중에 ‘반전반핵 양키고홈’을 외치며 분신했다. 김세진 선배가 칸트를 그렇게 좋아했다지. 하늘 높이 뜬.. 2020. 12. 22.
[박노자] 미국: 사회적 낙후성과 신자유주의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실렸던 글(https://blog.naver.com/vladimir_tikhonov)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우리가 늘상 '구미권' 같은 용어를 쓰곤 합니다. 그러나 사실 이 용어는 다소 기만적입니다. 수정 자본주의의 경험을 풍부하게 가진 서구와 미국은 많은 의미에서 각각 서로 '별천지', 달라도 아주 다른 세상들입니다. 금번 사태에서 노출된 미국의 근본적 문제들은 - 구조화된 인종주의부터 살인적인 경찰 폭력까지 - 사실 어제 오늘부터 시작된 것도 전혀 아니었습니다. 이 문제들을 비롯하여 이 번 사태가.. 2020. 6. 9.
30년전 내게 매일 매일이 끔찍했던 이유 박철균 1.뭔가 초등학교 1학년을 상대로 담임 교사 등의 트러블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나는 이제는 딱 30년 전이 된 국민학교 1학년이 너무나 아리게 떠오른다. 2.유치원부터 시작했던 괴롭힘은 국민학교에 가서도 계속됐다. 이유는 "여자같고 잘 울어서". 거기다 화장실에서 내가 밀어서 다리가 부러졌다며 모함(이게 어린 마음에 얼마나 억울했으면 나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걔랑 내가 화장실에서 마주친 적이 없었다는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도 당하기도 했다. 주변 환경이 이러니까 나는 당연히 적응을 못 하고 겉도는 아이가 되었다. 산만하거나, 수업시간에 교실 복도를 배회하거나, 관심 받으려고 엉뚱한 말을 하거나... 그럴 때마다 나의 1학년 담임이란 사람은 아이들이랑 함께 나를 무시하거나 윽박지르거.. 2020. 4. 29.
폭력/비폭력 논쟁 - 100만 촛불은 배우면서 진화한다 전지윤 박근혜 퇴진 투쟁이 발전해 나가면서 ‘폭력-비폭력’ 토론도 벌어져 왔다. 논쟁의 한편에는 저들이 그어놓은 선을 넘어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었고, 또 한편에는 혹시 불상사가 일어나 역풍이 불까봐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투쟁의 방향에 대한 이런 진지한 토론은 전적으로 환영할 만하다. 민주적이고 열린 토론을 통해서만 답이 찾아질테니 말이다. 나는 이 토론이 서로 상처주지 않는 방식으로, 우호적이고 생산적으로 진행되길 기대했다. 일부 사람들처럼 서로를 ‘애국가나 부르는 한심한 사람들’, ‘충돌을 유도하는 프락치’라는 식으로 모욕하기 시작하면 토론은 실종되고 감정적 대립만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토론이 ‘폭력-비폭력’이라는 부적절한 이분 구도에 갇히기 보다는 ‘대중행동이냐 소수행동이냐’는 더.. 2016. 11. 25.
리퍼트 피습 – 더 큰 비극 부를 한미군사동맹 강화 전지윤 누군가 살이 찢어져서 피를 흘리는 모습을 보면 끔찍할 수밖에 없다. 맞다. 김기종 씨의 행동은 옳지 않았다. 처참한 국가폭력의 희생자가 지옥같은 삶을 살다가 새로운 비극을 일으킨 것은 정말 슬프고 참담한 일이다. 동료들이 폭행과 강간까지 당했던 88년 ‘우리마당’ 피습 사건 이후, 그 정치테러의 후유증이 끝내 김기종 씨의 기구한 삶을 망가뜨린 것 같다. 사건 당일, 피를 흘리며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미국 대사와, 목을 누르는 구둣발 아래 발버둥 치는 김기종 씨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충격과 슬픔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우파와 언론들이 ‘정권의 위기를 벗어나고, 종북몰이할 기회를 얻었다’며 너무 드러내놓고 신나하는 것은 정말이지 보기 괴로운 꼴불견이다. 이 사건이 안타깝고 슬프긴 한건가? “이번 사.. 2015. 3.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