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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과 차별

30년전 내게 매일 매일이 끔찍했던 이유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20. 4. 29.

박철균





1.

뭔가 초등학교 1학년을 상대로 담임 교사 등의 트러블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나는 이제는 딱 30년 전이 된 국민학교 1학년이 너무나 아리게 떠오른다.

 

2.

유치원부터 시작했던 괴롭힘은 국민학교에 가서도 계속됐다. 이유는 "여자같고 잘 울어서". 거기다 화장실에서 내가 밀어서 다리가 부러졌다며 모함(이게 어린 마음에 얼마나 억울했으면 나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걔랑 내가 화장실에서 마주친 적이 없었다는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도 당하기도 했다.

 

주변 환경이 이러니까 나는 당연히 적응을 못 하고 겉도는 아이가 되었다. 산만하거나, 수업시간에 교실 복도를 배회하거나, 관심 받으려고 엉뚱한 말을 하거나... 그럴 때마다 나의 1학년 담임이란 사람은 아이들이랑 함께 나를 무시하거나 윽박지르거나 힐난했다. 한 학급에 30명이고 학년에 60명 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기 학급 학생 중 하나가 매우 곤란한 상황에 있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 담임은 다른 아이들과 함께 나를 왕따시켰던 것이다.

 

3.

그리고 결코 잊지 못할 일이 터졌다. 겉돌고 위축되며 혼자 피아노소리 나는 필통을 수업시간에 만지작거리다 담임에게 필통을 압수당하고 필통을 받으려면 엄마를 모셔오라고 했다. 그렇게 오게 된 엄마에게 그 담임은 "철균이가 정신적으로 이상한 것 같으니 집에서 제대로 치료 등의 조치를 취해라."라는 말을 내가 옆에서 듣고 있는데도 버젓이 엄마에게 얘기했다.

 

4.

그렇게 1년이 지나고 그 담임은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갔다. 하지만, 나의 삶은 그대로 계속됐다. 나는 여전히 학교에서 적응을 못했고 아이들에게 무시당하거나 괴롭힘당했다. 선생님에겐 감당 못할 아이였다. 폭행을 당하기도 했고, 심지어는 6학년 때 바로 밑 학년 남자 아이가 성추행을 하기도 했다. 그 모든 것이 그 담임 탓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적응을 못하는 아이에게 제대로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그 아이 뿐만 아니라 그 아이를 둘러싼 동급생들에게 교육과 지도를 했으면 6년 내내 전방위적으로 한 사람이 학교를 다니는 것이 매일매일 끔찍하다고 생각이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말, 나는 엄마아빠에게 야단맞고 엄마아빠가 속상해 할까봐 그 국민학교를 다녔지, 졸업하는 그 순간까지 단 하루도 그 학교에 다니고 싶지 않았었다

 

5.

그래서 초등학교 1학년 담임 선생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1학년 담임 선생님이 어떻게 학생들에게 다가오고 어떻게 메세지를 전함에 따라 그 학급 아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이 크게 요동치기 때문이다. 적어도 아주 조금이라도 그 담임이 옆의 사람을 돌아보도록 하는 이야기를 했어도 나는 30년이 다 된 지금까지도 이제는 잊혀져야 할 초등학교 1학년 시절 일을 마치 PTSD처럼 기억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6.

울산의 그 남성교사는 그래서 교원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그 남성교사는 그 자신의 학급 8살 학생들에게 가장 수치스러운 부분을 권력으로 공개하도록 강요해도 된다는, 그것도 모자라 성폭력적인 언어를 사용해도 된다는, 그것에 대해 문제제기가 오면 그게 다 교육이니 너를 위한 거니 식으로 포장해도 된다는, 심지어는 남의 동의도 없이 공유사이트나 SNS에 노출시켜도 된다는 추악한 교육을 한 것이다. 그런 추악한 교육을 받은 8세 아이는 어떻게 될까? 그 어른이 그랬던 것처럼 또 다른 곳에서 버젓이 성추행적이거나 인권침해적인 폭력 행위를 해도 제대로 반성하지 않고 또 남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는 일을 반복하며 살 것이다.

 

7.

미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성폭력에 맞선 그 속에 있는 권력형 폭력에 맞서 우리는 싸워야 한다. 특히, 성인이 되기 전 사람에게 가해지는 온갖 폭력을 근절하고, 감히 교육이란 이름으로 정당화하려는 것을 뿌리 뽑아야 한다. 나의 경험으로, 그리고 다른 사람의 경험으로도 그 모든 것은 사람의 평생을 좌지우지 하니까...   


(기사 등록 202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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