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1 인간도 돼지도 괴물이 되는 세상 - 옥자 최태규 1. 영화가 시작되고 10분이 채 안돼 찔찔 울기 시작했다. 내가 기르는 개도 덜 익은 감을 던져주면 신나게 먹었고 심지어 제가 스스로 감을 따먹기도 했다. 물가를 지날 때는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호두는 깊은 물을 겁 없이 뛰어드는 래브라도인데, 이제 나이가 많아 가만히 서있기도 힘에 부친다. 지쳐 쓰러질 때까지 공을 던지라고 물어오겠노라고 보챘던 녀석이다. 대문 앞에서 차에서 내리지 않는 나를 멀뚱히 기다리고 선 표정이 미자의 어리둥절한 눈빛에 정확히 겹친다. 벼랑 끝에서 발휘하는 옥자의 기지를 기대할 수 있는 동물은 영화에서나 존재하지만, 심지어 그렇게 어이없는 장면에서도 나는 또 한 방울 쥐어짰다. 동물영화만 보면 맨날 운다. 2. 옥자는 괴물이다. 감독은 ‘돼지영화’라고 했는데, 옥.. 2017. 7. 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