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 7차 정치혁신 세미나

전지윤

 

이번에는 7차 세미나였다. 크리스 하먼의 <여성해방과 맑스주의> 소책자에 대한 간략한 발제가 있었고, 발제를 바탕으로 문제제기와 토론이 진행됐다. 세미나에서 제기된 쟁점과 토론 내용을 아래에 정리했다.

(정리의 편의를 위해서 질의 응답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실제로는 많은 부분 다양한 참가자들의 주장과 토론 속에서 나온 내용들이다. 물론 정리자의 주관이 많이 개입돼서 정리된 내용이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논쟁됐던 내용에서도 양 쪽의 입장을 동등하게 정리했다기 보다 정리자의 입장으로 써있다는 점을 주의하라. 토론 때 충분히 정리되거나 답변되지 못한 점도 정리자의 의견으로 보충했다.)

 

* 남성이 생산수단을 통제한 것이 여성 억압의 원인이라고 봐야 하는가? 오늘날에도 그렇다고 봐야 하는가?:


수렵 채취에 의존하는 원시공동체에서 농업과 정착 생활로 넘어가면서, 생산력 발전에 따라서 잉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또 잉여를 통제하고 소유하고 상속하는 지배계급이 등장한다. 이 과정에서 임신 출산의 부담 등 생물학적 차이 때문에 여성보다는 쟁기 경작과 축우를 주도하는 남성이 우위에 서면서 여성의 세계사적 패배가 벌어진 것이다.


봉건제 시대의 가부장 가족에서는 남성 가부장이 여성을 비롯한 가족구성원에 대해 부분적 통제권을 가졌다. 자영농과 소농에서 남성 가부장은 토지나 생산도구들을 소유 통제하며 여성과 가족 구성원들의 노동을 배치하고 통제하기도 했다.


그러나 신분제와 경제외적 강제를 통해 착취가 이뤄진 봉건제에서 생산수단에 대한 진정한 통제권과 권력은 지주계급에게 있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봉건제에서도 모든 계급의 남성 가부장이 여성을 억압했다기보다는 지배계급의 남성이 주된 억압자였다.


직접생산자가 생산수단으로부터 분리된 자본주의에서는 가족이 더 이상 생산단위가 아니고, 남성 가장이 생산도구들을 통제하지도 않는다. 남성 가장의 권위는 물질적 기반이 있다기 보다는 이데올로기적 잔재의 성격이 크다. 따라서 자본주의에서 여성 억압은 여성이 사회적 생산보다는 가정에 고립돼서 남편에 의존하며 가사와 육아를 떠맡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한다.

 

* 가족은 상부구조인가 토대인가? :


인간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의식주의 생산이 경제적 토대이고 이를 바탕으로 정치적 문화적 상부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맑스는 노동력 재생산을 전제한 상태에서 생산현장에서 생산적 노동이 잉여가치와 상품을 생산하는 과정을 분석했다. 이처럼 생산과 노동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필요했다. 그런데 상품 생산이 이뤄지기 위해서도 노동력의 재생산이 중요하다. 또한 노동력이야말로 잉여가치를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상품이다.


문제는 노동력 상품의 재생산은 사회적 생산체제에 포함돼 있지 않고, 개별 가정에서 부불노동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생산적 노동이 아닌 것이고, 이 때문에 가족과 노동력 재생산은 그동안 제대로 주목, 분석되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는 맑스의 분석과 방법을 확장해서 노동력, 상품, 사회적 관계의 생산과 재생산을 전체적으로 분석하려고 해야 한다. 그리고 노동력 재생산은 의식주 생산의 필수적 전제조건이라는 점에서 경제적 토대에 포함시켜야 한다. 그것이 부불의 비생산적 노동이고 사회적 생산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그것을 경제적 토대에서 제외하는 것은 형식주의적 접근이라고 본다. 물론 가족의 이데올로기적 구실은 여전히 상부구조의 일부로 해석돼야 한다.

 

* 가족이 단지 상부구조일뿐이라는 주장과 가사와 육아의 완전한 사회화가 가능하지 않다는 주장은 모순 아닌가? :


하먼은 자본주의가 반드시 가족이라는 상부구조를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동시에 자본가들은 가족에게 노동력 재생산 비용을 전가하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가족이 단지 상부구조일뿐이라면 지배계급이 반드시 현재의 가족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노동력 재생산을 수행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하먼은 이론적으로는 자본주의가 반드시 가족 제도를 필요로 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자본가들이 가족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비용을 부담할 여유가 없다는 점으로 설명한다. 이것은 70년대 중반 이후 지금까지 줄곧 자본주의가 장기적인 위기 상태에 직면해 있다는 IST의 경제 분석과도 연관있어 보인다. 더불어 중국 등 국가자본주의 체제에서 가사와 육아의 부분적 사회화가 여성해방의 기초가 되기보다는 여성 노동력의 최대한의 착취를 위해 추진됐던 경험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 생산 양식과 달리 재생산 양식에서는 긴장을 볼 수 없고 오랫동안 정체돼 왔는가?:


사회적 생산에서 나타나는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과 긴장, 부단한 혁신이 노동력 재생산에서는 보이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는가? 일단 이것은 노동력 재생산이 끝없는 갈등과 모순 속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간과하는 것 같다. 여성 억압과 차별, 가정 폭력, 저출산 문제 등 온갖 논란이 이 속에서 벌어지고 확대돼 왔다. 또한 이런 물음은 모순적이게도 노동력 재생산이 사회적 생산과 분리된 별개의 과정이 아니라, 긴밀히 연관된 하나의 과정이라는 점을 간과하는 것 같다.

 

* 여성의 가사 육아 전가로부터 남성이 없는 이득은 미미하거나 없다고 볼 수 있는가?:


이 글은 SWP에서 벌어진 이와 관련된 논쟁의 비교적 초기에 쓰여진 글인 것 같다. ‘이득이 없다가 아니라 미미하다고 쓰고 있는 것을 보니 말이다. 물론 개별 가정에 이것을 떠넘겨서 근본적인 장기적 이득을 얻는 것은 지배계급이고 남성과 여성 노동자는 단결해서 여기에 맞서야 한다. 그러나 이런 단결을 위해서도 여성에 대한 가사 육아 전가를 미미하다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


비록 단기적이고 부차적이지만 그런 전가로부터 남성이 '이득'을 얻는 것도 사실이다이것을 남성 노동자가 혁명으로부터 얻을 이득이 비하면 사소한 것이라고 무시해서도 안 된다. 당장 여성 노동자에게 그런 일을 다 떠넘기고 더 중요한 사회적 역할을 맡으려는 남성 활동가를 신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마치 작업장에서 동료 정규직이 하기 싫어하는 온갖 더럽고 위험한 일을 다 떠맡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정규직 노동자가 이로부터 얻을 이득은 없거나 미미하다고 설득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과 비슷하다.


사회주의자가 여성 노동자나 흑인 노동자들 속에서 남성 노동자, 백인 노동자와 단결해야 한다고 아무리 말한다고 그것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남성과 백인 노동자가 당신들과 한 편이다는 것을 경험과 투쟁 속에서 입증해 보이는 것이다.


관련해서 억압에 맞서 투쟁하는 사람들에게 결국은 당신들 문제도 노동자 투쟁과 함께할 때 해결될 수 있고 거리와 공동체보다는 공장과 사무실에 진정한 힘이 있다고 말하는 것도 비슷한 문제가 있다. 차별과 억압에 맞서 거리에서 싸우기 시작한 사람들을 노동자 투쟁이 지지하고 방어할 때, 공장을 넘어서는 문제들을 받아안으려 할 때, 그런 주장은 진정한 지지와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자본주의에서 지배자들은 노동력 재생산을 계속 확대하려고 하는가?:


노동력을 무조건 늘리려고 한다거나 줄이려고 한다기 보다는, 적절한 노동력의 규모와 산업예비군의 수준을 유지하고 통제하려고 한다고 봐야 한다. 박정희 시대에도 경제 규모에 맞지 않는 과잉인구를 조절하기 위해 산아제한 정책을 취한 바 있고, 중국 정부는 한자녀 정책을 취하다가 최근에는 두 자녀 허용으로 정책을 변화시키고 있다. 또 한국 국가는 이주노동자를 대거 유입하다가 1997년 경제 위기에 직면해서는 강제추방을 강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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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변혁 재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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