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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6.3 대선을 넘어 '빛의 혁명'은 계속돼야 한다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25. 6. 6.

전지윤 

1. 내란은 마침내 진압되고 있다. 이번 결과는 선거운동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결정돼 있었다. 5개월 동안의 거대한 투쟁은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고, 대선 결과도 결정했다. 12.3 밤의 충격, 공포를 절대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이, 분노와 희망을 담아서 투표한 결과가 이것이다.

2. 지금 이 순간 이태원에서 소중한 이를 잃은 가족들, 양회동 건설 노동자의 부인과 형제, 채해병의 부모님, 12.3이 성공했다면 목숨을 잃었을 '체포와 수거' 대상자들이 누구보다 먹먹한 마음으로 기뻐하고 있을 것이다. 이 마음에 공감하면서 함께 기뻐하지 않을 수 없다.

3. 이번에 '김문수의 압도적 패배''이재명의 압도적 승리'는 분리되기가 어려웠다. 기득권 카르텔이 지난 5년간 집요하게 매달려온 이재명 죽이기와 악마화 때문이다. 그것은 물론 저들에게 큰 이득을 주고 이번에도 김문수 득표를 끌어올린 비결이었지만, 역설적 효과도 낳았다.

4. 지독한 마녀사냥은 이재명에게 억지로 만들기도 어려운 신화적 서사를 선물해 줬고, 사람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기득권 카르텔이 그토록 증오하는 이재명을 통해서 저들을 심판하고 싶은 생각이 절실해졌다. 그래서 이재명은 역사상 최대의 득표를 한 야당 지도자가 됐다.

5. 이번에 김문수와 이준석은 실패로 끝난 '단일화' 말고는 오로지 이재명 인신공격과 네가티브에만 매달렸다. 국힘 지도부는 선거를 포기하고, 당권만 노리는 것처럼 서로 물어뜯었다. 기득권 카르텔의 각 구성요소들은 손발이 따로 노는 각자도생의 장면을 거듭해서 보여줬다.

6. 김문수와 이준석은 별로 다를게 없는 정치적 방향 속에서도, 어떤 약속도 믿을 수 없고 언제든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는 심각한 불신 때문에 손을 잡을 수 없었다. 낡은 극우적 혐오정치를 '압도적으로 새롭게' 업그레이드했을 뿐인 이준석의 도박도 별로 성공적이지 못했다.

7. 권영국 후보는 김문수와 이준석을 집중 공격하며 이재명에게 '광장에서 멀어지지 마라'고 요구하는 방식이었다. 이것은 과거 심상정 후보의 '윤석열과 이재명은 다를게 별로 없다'는 양비론적 접근 방식과 달랐고 훨씬 타당했다. 정책 선거를 진행하며 광장의 목소리를 대변한 유일한 후보기도 했다.

8. 하지만, 진보정치의 분열과 정의당의 기존 방향이 낳은 쇠퇴 흐름을 되돌리기는 역부족이었다. 이 흐름을 되돌리려면 첫째,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을 단단히 묶어세우며 둘째, 진보당 등과도 협력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셋째, 민주당과 진보정당 사이에서 고민하거나 열려있는 사람들에 다가가야 했다.

9. 이것은, 다음 선거를 위해서뿐 아니라 무엇보다 광장의 목소리를 실현할 투쟁 건설을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 지금 한국에서 당원 규모가 가장 큰 것은 민주당이고, 그 다음이 국민의힘이고,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그 10분의 1 수준이고 '민주노동당'은 그보다 더 작은 게 사실이다.

10. 레거시 미디어, 뉴미디어, SNS 영향력과 풀뿌리 조직 규모 등도 비슷한 패턴이다. 특히 레거시를 제치고 떠오르는 뉴미디어에서 민주당의 힘은 강력하다. 레거시들이 이준석 젓가락이 아니라 유시민 발언을 띄우려 그토록 발버둥쳤지만 막판에 터진 것은 뉴스타파의 '리박스쿨 댓글공작' 특종 보도였다.

11. 물론, 40%를 넘긴 김문수 득표와 청년남성의 이준석 지지가 보여주듯 기득권 카르텔과 족벌언론들의 힘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들은 이번 대선에서 12.3의 기억과 광장의 목소리를 지웠고, 가짜 '3자 구도'를 만들어 이준석의 몸값을 키운 다음 '단일화' 노래를 반복했다.

12. 민주당도 이들의 압박 속에 '우클릭' 했다. 물론 여기에는 양면이 있다. 그렇게 몸집을 키운 민주당은 이제 국힘의 지역적, 정치적 기반을 갉아먹고 있다. 그래서 독재정권에서 비롯해 19903당 합당을 통해 기반이 확대된 보수정치 카르텔은 곳곳에서 금이 가고 갈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13. 이제 이재명 정권은 지지자들의 요구뿐 아니라 자신들의 필요 때문에도 검찰, 언론, 사법부 등 권력기관 개혁을 추진할 것이다. 물론 이마저 결코 만만치 않고 결사적 저항에 부닥칠 것이다.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당장은 어렵다'고 한 차별금지법 제정 등은 더욱 주저할 것이 분명하다.

14. 원내 진보정당과 사회단체들이 민주당에 약속받은 '광장대선 연합정치 공동선언문'에 담긴 성평등과 사회대개혁에 대한 추상적인 약속들도 민주당의 의지에 따라서가 아니라 사회운동이 얼마나 더 강력하고 폭넓게 힘을 모으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구체화되거나 실현될 수 있다.

15. 팔짱 끼고 민주당 정부만 탓하며 우리가 투쟁과 연대를 건설하지 못하며 계속 갈라진다면, 문재인의 실패가 윤석열의 등장을 낳은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더구나 기득권 카르텔은 극우 행동대, 이재명포비아, 젠더와 세대 갈라치기, 종북혐중 몰이, 트럼프와 국제적 극우화 물결 등의 무기를 쥐고 있다.

16. 이번 대선에서 어떤 입장을 취했고, 앞으로 또 어떤 견해 차이가 있더라도 우리 모두가 12.3 밤에 같이 분노하며 거리로 나섰고, 6개월 동안 울고 웃으며 함께 싸웠고, 앞으로도 진정한 사회의 진보와 개혁을 위해 함께 싸워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기사 등록 202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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