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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의 혁신

환경을 구하려면 이윤 체제를 끝내야 한다 – 1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25. 6. 15.

생태사회주의자인 이안 앵거스가 2023년에 발간한 책인 <인류세에 직면하다: 화석 자본주의와 지구 시스템의 위기>에 대해서 인터뷰한 내용이다. 이안 앵거스(Ian Angus)는 온라인 저널인 <기후와 자본주의:Climate & Capitalism>의 편집자로서, <녹색의 더 붉은 그늘: A Redder Shade of Green>을 포함한 여러 책의 저자이다. 그는 '지구적 생태사회주의자 네크워트'(Global Ecosocialist Network)의 창립 멤버이다. 한국에도 그의 여러 글과 책들은 번역 소개돼 있다. 우리도 그의 글과 인터뷰를 몇 번 소개한 적이 있는데, 이 글에서는 기존에 소개된 내용과 중복되는 부분은 생략하고 번역했다. 두 번에 나누어서 싣고, 이 글은 첫 번째이다.(번역: 두 견)

출처: https://climateandcapitalism.com/2025/02/28/to-save-the-environment-we-must-end-the-profit-sys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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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이들은 인류세가 언제 시작되었는지에 대한 논쟁이 핵심이었다고 주장한다. 더 넓게 보면 농업의 시작과 함께 지구 시스템이 변화하기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 주장이 타당한가?

그 주장은 변화와 시스템의 질적 변화를 구분하지 않는다. 인간이 수천 년 동안 환경을 변화시켜 온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난 70년 전까지는 지구 시스템의 작동 방식을 실제로 바꾸는 변화, 즉 약 12천 년 동안 지배적이었던 조건들과의 단절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들 대부분은 기후변화 부정론자가 아니라고 본다. 그들은 기후가 변하고 있다고 인정하겠지만, 기술이 이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기본 논리는 다음과 같다: 우리는 과거에도 지구를 변화시켰고, 새로운 방식을 발명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어떤 면에서 그들은 인간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인류세라는 단어를 가져와 인간은 늘 무언가를 해왔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시대가 인간 사회의 급진적 변화로 인해 지구를 뒤바꾸고 있다는 생각은 거부한다.

: 당신은 <인류세에 직면하다>에서 대기 중 탄소가 앞서서 했던 역할과 최근 수십 년 동안 인간 활동으로 인해 이것이 어떻게 변했는지 명확히 설명했다. 그 설명을 간략히 요약해줄 수 있는가?

20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지구가 완전히 얼어붙었던 때도 있고, 전 지구가 열대 기후였거나 그 이상으로 더웠던 때도 있었다. 이런 변화는 지구 궤도의 작동 방식이나 기타 요인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하지만 적어도 지난 200만 년에서 300만 년 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매우 좁은 범위 안에서만 변동했다.

누군가는 이산화탄소를 우리 행성의 온도 조절 장치에 비유했다. 조금 올리면 더워지고, 조금 내리면 추워진다. 남극과 그린란드의 얼음에 주로 보존된 이산화탄소 기록을 보면, 지구 기후가 이산화탄소 양의 변화와 밀접하게 연동되어 변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변화의 범위는 매우 작았다. 12천 년 전, 그러니까 지구 역사에서 아주 짧은 시간에 끝난 마지막 빙하기 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최근까지의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홀로세로의 전환이 일어나는 데는 작은 변화만 필요했다.

지난 11,700년 동안 지구 기후는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모든 위대한 인류 문명은 이 시기에 발전했다. 농업이 가능한 따뜻한 기후, 얼음이 지구의 특정 지역에만 국한된 환경 등이 그 배경이었다. 물론 변동은 있었지만, 그 정도는 작았다.

그런데 지난 한 세기, 특히 지난 40~50년 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등했다. 그 긴 기간 동안의 수준에 비해 거의 두 배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 결과는 이미 눈에 보인다. 기후는 실시간으로 변하고 있으며, 자연 과정으로는 결코 일어나지 않았던 속도로 훨씬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수십만 년, 수백만 년이 걸렸던 변화가 이제는 몇 년, 몇십 년 만에 일어나고 있다.

: 어떤 사람들은 인간이 이 문제를 해결할 기술을 발명할 거라고 믿는다고 했는데, 31개 회원국과 13개 협력국으로 구성된 국제에너지기구(IEA)조차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그 기구에 따르면, 탄소 포집 기술은 지구 온난화와 극단적 기상 현상을 제어하는 데 필요한 수준에 훨씬 못 미친다고 한다.

맞다.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의 일부는 어떤 문제든 기술적 해결책이 있다는 믿음이다. 왜냐하면 기술적 해결책이 없다면 사회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거고, 사회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그걸 믿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일 갑자기 이산화탄소를 효과적이고 빠르게 제거할 수 있는 탄소 포집 기술을 발명한다고 해도, 그게 의미 있는 효과를 내는 데는 아마 수백 년이 걸릴 거다. 지금은 극소수의 탄소 포집 프로젝트가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있지만, 그 양은 도로에서 자동차 몇 백 대를 줄이는 정도에 불과하다. 문제의 규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 당신이 책에서 제시한 생태사회주의 아이디어, 특히 반자본주의 사상사에서 신진대사 균열(metabolic rift) 개념을 강조한 부분을 좀 더 구체화하고 싶다. 그것은 어떤 사상 흐름을 대표하는가? 선배 사상가는 누구이며, 어떤 이들이 그런 사고에 영감을 주었는가?

1960년대와 70년대, 내가 처음 사회주의 운동에 참여했을 때는 사회주의가 모든 걸 해결할 거라고 말하곤 했다. 자본주의가 기술로 모든 걸 해결한다고 믿는 것과 비슷한 사회주의 버전이었다. 당시 환경 문제는 별로 큰일로 여겨지지 않았다. 물론 좌파 전체가 다 그랬던 건 아니다.

존 벨러미 포스터(John Bellamy Foster)<자연의 귀환: 사회주의와 생태학>에서 칼 마르크스 시기부터 20세기 후반까지 급진적 과학자들이 경제와 생태 변화를 연결지어 진지하게 고민했고, 이 둘을 함께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음을 보여준다. 1980년대부터 점점 더 많은 사회주의자들이 환경 파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지구 온난화보다는 오염, 생물 다양성의 손실, 자연의 과도한 착취 같은 문제에 집중했다.

: 마르크스가 자기 저작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는가?

마르크스주의는 이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가끔은 사람들이 마르크스의 책 서너 권만 읽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엄청나게 많은 글을 썼다. 이 논쟁에서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건 두 명의 미국 학자다. 한 명은 방금 언급한 포스터로, 오리건 대학교 교수이자 Monthly Review 편집자다. 다른 한 명은 인디애나 주립대학교 교수였던 폴 버켓(Paul Burkett)이다.

거의 동시에, 하지만 각자 따로 작업하면서, 그들은 매우 강렬한 두 권의 책을 냈다. 포스터의 책은 <마르크스의 생태학: 유물론과 자연>이고, 버켓의 책은 <마르크스와 자연: 적색과 녹색의 관점>이다. 그들이 한 일은 사람들이 마르크스가 말했다고 생각한 게 아니라, 마르크스가 실제로 뭐라고 했는지 알아보려고 그의 원문을 다시 살펴본 거다.

잊지 말아야 할 건, 사람들이 마르크스가 말했다고 생각한 많은 것들이 사실 소련의 중앙집중 생산 정책을 반영한 것이었다. 그 정책은 자본주의 국가들이 했던 걸 따라 하는 경향이 있었다. 환경을 의식하는 사람들은 그걸 보고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사이에 차이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들은 특정 마르크스주의자 집단의 행동 때문에 마르크스주의 자체를 배제해버렸다.

: 포스터와 버켓이 각기 다른 관점에서 보여준 건, 마르크스의 작업에 생태학적 분석이 깊이 담겨 있다는 점이었다. 비록 생태학이란 단어가 나타나지 않았고, 마르크스가 나는 생태학자다라고 쓰지 않았지만 말이다.

마르크스는 유물론자였다. 그의 출발점은 사람이 다른 어떤 일을 하기 전에 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먹어야 하고, 물리적 필요를 충족해야 한다. 그러려면 생산해야 하고, 경제 전반이 실제로 인간을 만든다. 자연과의 상호작용이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한다. 이건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저작에 다 들어있지만, 사람들이 환경 문제를 생각하지 않아서 찾아보지 않았다. 포스터, 버켓, 그리고 그들을 따른 다른 사람들이 그걸 해냈다.

이 연구에서 나온 중요한 점, 특히 포스터가 강조한 건 마르크스가 신진대사 개념을 얼마나 많이 사용했냐는 것이었다. 그 개념은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였다. 신진대사라는 단어는 1815년 독일어로 Stoffwechsel로 처음 등장했다. 1840년대쯤 과학에서 큰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은 세포를 발견했고, 토양의 작동 방식을 알아냈으며, 모든 생명체가 에너지와 물질의 끊임없는 교환과 상호작용에 의존한다는 걸 깨달았다. 자연에서 물질과 에너지를 가져오고, 변형된 형태로 자연에 돌려주지 않으면 생명은 불가능했다. 이 과정은 순환적이다. 자연이 모든 걸 계속 재활용하지 않으면 생명은 지속되지 않았을 것이다.

: 마르크스가 이 논쟁을 따라갔나?

1840년대와 50년대는 생명과학이 빠르게 발전한 시기로, 마르크스가 글을 쓰던 때와 겹친다. 그는 아마 롤랜드 다니엘스(Roland Daniels)에게서 신진대사라는 용어를 얻었을 거다. 다니엘스는 1848년 독일 봉기에 참여했던 공산주의자이자 의사, 과학자였다. 그는 <마이크로코스모스>라는 책에서 신진대사 개념을 사회에 적용했다.

마르크스는 이미 그 개념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1850년대부터 이를 사회와 경제에 대한 일반적 분석에 통합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1850년대에 쓴 텍스트, <정치경제학 비판 요강>, 그리고 특히 1860년대에 <자본>을 쓰면서 두드러진다.

마르크스는 특히 독일 화학자 유스투스 폰 리비히(Justus von Liebig)의 영향을 받았다. 리비히는 유기화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영국 농업인들은 농업 생산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겪고 있었는데, 리비히를 초청해 그 원인을 조사하게 했다. 리비히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은 토양에서 영양분을 다 빼내고 아무것도 돌려주지 않고 있다. 그것은 영원할 수 없다. 여기엔 유지해야 할 신진대사가 있다.” 마르크스는 리비히를 주의 깊게 읽었다. 1860년대, <자본>을 작업하던 때 그는 엥겔스에게 편지를 써서, 모든 경제학자를 합친 것보다 리비히에게서 더 많은 걸 배웠다고 말했다.

: 마르크스가 리비히의 관찰을 글에서 어떻게 활용했는가?

마르크스는 보편적 신진대사가 있다고 말했다. 자연 전체가 이렇게 작동한다. 농업만 그런 게 아니다. 농업에서 보이는 건 우리가 빼내는 영양분과 돌려주는 영양분 사이의 균열, 즉 단절이다. 자연 세계에서는 식물이 자라고, 죽고, 동물이 식물을 먹고, 죽어서 그 몸이 땅으로 돌아가 다시 식물을 키우는 데 쓰인다. 하지만 농업이 대규모 산업이 되면서 이 순환이 깨졌다. 식량은 대도시로 운송되고, 사람들의 폐기물은 강에 버려졌다. 그 영양분들은 땅으로 돌아가지 않고 강을 오염시키며 결국 바다로 갔다.

이게 바로 신진대사 균열 이론이라는 개념의 기원이다. 지구에서 생명을 가능하게 하는 정상적인 순환의 단절과 붕괴 때문에 많은 환경 문제가 생긴다는 생각이다. 수억 년 동안 우리는 산소를 들이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뱉었고, 식물은 그 반대를 했다. 그것은 꽤 안정적인 순환이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자연이 정상적인 과정으로 흡수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뿜어내고 있다. 뭔가 다른 게 변해야 했다. 그게 바로 지구의 온도다.

2편으로 이어짐 

(기사 등록 2025.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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