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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4월 셋째 주 세상읽기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4. 5. 4.

전지윤


다가오는 지방선거의 최대 쟁점은 무상버스 논란도 아니고, 간첩조작 파문도 아니고, 세 모녀 자살이 보여 준 처참한 현실도 아니다. 무상버스 논란은 4년전 무상급식 때와는 달리 별 쟁점도 되지 못하고 사그라지고 있다. 새민련에 대한 불신과 연관있을 것이다.

 

재벌 임원 연봉 공개도 무려 직원들의 140배나 되는 액수에 대한 분노를 정치적 쟁점화할만 했지만, 역시 금세 사그라졌다.  

오로지 가장 뜨거운 이슈는 무인기 논란이다. 무인기 논란은 4년 전 천안함 때를 떠오르게 하지 않을 수 없다. 우파는 “하늘이 뚫렸다”고 호들갑을 떨었고, 갑작스레 전군지휘관 회의를 해서 저고도 레이다망 설치를 논의하는 등 난리법석을 떨었다.

 

‘북한이 무인기에 핵탄두를 실어서 보낼 수도 있다’, ‘무인기에서 생화학 무기를 떨어뜨리면 큰 일 난다’는 등 온갖 황당무계한 시나리오들이 쏟아졌다. 또다시 조중동의 창작열은 마구 불타올랐다. ‘어벤져스 서울 촬영’에 흥분한 것인지 거의 어벤져스급 뻥을 쳐댄 것이다.

이런 식이면 북한이 풍선이나 철새에다가 생화학 무기를 달려 보내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이렇게 가공할 능력을 가진 북한과 통일해야한다는 게 ‘통일대박’론인가^^  

그러니 사람들이 이 정권과 언론들에 대한 불신을 바탕으로 음모론에 기우는 것은 이해할만한 일이다. 사실 “날자”라는 표현을 썼다고 북한제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당장 나도 확인해보니 이사 계획을 잡으면서 “이사 날자”라는 표현을 썼었더라!

 

그렇게 높은 곳에서 추락한 무인기가 어쩌면 저리 멀쩡할 수 있는가도 의문스럽다. 또 북한이 구글어스만도 못한 사진을 찍으려고 무인기를 보냈다는 것도 설득력은 없다. 그냥 인터넷 서핑하는 게 더 나을 텐데 말이다.    

물론 북한이 보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러나 북한이 보냈더라도 이 무인기는 너무나 조잡하고 원시적 수준이다. 우파는 이것을 엄청 침소봉대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미국과 남한은 이미 인공위성과 첨단 무인정찰기 등을 통해서 북한 전역을 24시간 샅샅이 감시해 왔다.

 

남한은 조만간 글로벌호크 4대를 구입하고 배치할 계획이기도 하다. 글로벌호크는 무려 한 대에 2천만 달러에 달하며 정찰뿐 아니라 폭격까지 가능한 최첨단 무인정찰기다. 게다가 남한은 이미 자폭이 가능한 무인기를 개발해서 구비해 놓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보냈더라도 이제 시험 단계로 보이는 장난감같은 무인기를 두고 호들갑을 떠는 것은 웃기다.  

이 소동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중동 등이 여론몰이에 나서면서 시작된 듯하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은 문제인 듯 대하던 군부와 박근혜 정부도 맞장구를 치면서 증폭시키기 시작했다. 우파적 기반에서 오는 압력을 무시할 수 없어서이기도 하고, 선거를 앞두고 북풍이 불어서 나쁠 게 없다고 봤을 것이다.

 

무인기 소동과 그 배경

 

그러나 우리는 이 소동의 더 큰 배경도 봐야 한다. 그것은 바로 미국이 대중국 포위와 압박에 나서면서 갈수록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주 미국방장관의 중국 방문에서 양국은 노골적으로 충돌했다. 공개적 기자회견에서 말이다.  

미 국방장관 척 헤이글은 “미국은 중국과 일본이 충돌하면 일본을 보호하겠다”고 말했고, 중국 국방부장 창완취안은 “부르면 [군대가]올 것이며 오면 전쟁할 수 있고, 전쟁을 하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답했다.

 

며칠 전에도 오키나와 주둔 미군최고사령관 존 휘슬러가 “만약 중국군이 무력으로 센카쿠를 점령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미 해병대는 이 섬을 탈환할 충분한 능력이 있다”, “공중 폭격으로도 일본을 도와 중국군을 격퇴할 수 있다”는 살벌한 말을 쏟아냈다. 아마 미국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일본 내에서 커진 ‘센카쿠도 크림반도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자매우기 위해 더 강한 말을 하고 있을 것이다.

 

단지 말뿐이 아니다. 중국 방문 전에 척 헤이글은 일본에 들러서 이지스함 2척을 추가로 일본에 배치하기로 했다. 또 일본 정부의 무기 수출 3원칙 해제도 지지해 줬다. 얼마 전에는 남한이 500km 사거리의 미사일 실험 발사에 성공했다.(북한이 이랬다면 안보리 회부 등 난리가 났겠지만 남한은 조용히 넘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 등이 레드라인을 넘으면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을 하겠다’고 경고한 것이다. 북한은 최근 박근혜의 드레스덴 선언에 대해서도 “반통일 넋두리”라고 강한 거부감을 표했다. 이 속에서 남한에서는 무인기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불안할 중국은 “관련국들은 언행을 삼가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4월 25일로 예정된 오바마의 방한에서 이런 상황의 개선점이 나타날까? 이 점에서는 전 통일부장관 정세현의 분석이 타당하다. 정세현은 무인기 소동도 이와 연관해 분석한다.  

 

“오바마의 아시아 순방 목적은 북핵 문제보다는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동맹국과의 동맹 강화와 이를 통한 중국 포위[에 있다]...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면서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위상과 국익을 지켜나갈 수 있는 카드로 북핵을 잡은 것...[북한 무인기] 사태가 이렇게 커지게 된 데는...주한미군 및 주일미군의 예산 문제와도 이 문제를 연결시키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MD를 팔려면 북핵 문제가 꼬여있어야 합니다.”

 

예전 같으면 이 상황에서 민주당(현 새민련)이 말로라도 ‘대화와 평화’를 강조했을테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김연철 교수는 “새정치를 주장하는 야당은 더이상 평화를 말하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서 일종의 억지전략에 대한 대연정이 이루어졌다”고 우려한다. 새민련은 ‘튼튼한 안보’ 강조로 돌아선 ‘평화철수’당이기 때문이다.

 

이 당의 새지도자인 안철수는 아무도 관심없던 기총공천 문제에 올인하다가 거기서도 최근 철수했다. 왜냐하면 내부 암투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사실 친노 의원들이 기총공천 폐지를 요구하며 노숙농성을 벌일 때부터 소문이 돌았다. ‘저 농성은 사실은 집권당과 정부가 아니라 안철수를 압박하는 농성’이라고. 안철수 세력과 문재인 및 친노는 새민련의 주도권을 놓고 서로 다투는 세력이기 때문이다.

 

결국 간철수는 또 간보다가 철수를 선언했고, 이제 ‘새정치’는 더욱 누더기가 됐다. 그런데  무공천이 그 자체로 무슨 진보적인 과제도 아니었지만, 기성정당의 구태의연한 공천도 진보와는 거리가 멀다. 새민련은 아마 공천 과정에서 온갖 잡음을 선보일 것이고, 그 과정에서 안철수의 구청치스러운 행태도 계속 드러날 것 같다.  

 

진보정치의 분열상

 

하지만 진보의 공백 때문에 새민련이라도 쳐다봐야 하는 사람들의 갑갑함은 여전하다. 진보의 분열과 무기력은 소위 ‘노동운동과 진보정치의 고향’이라는 울산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금 울산시장 후보로 나선 진보 후보는 3명이나 된다.(진보당 이영순, 정의당 조승수, 노동당 이갑용) 여기에 현대차 노조 위원장과 민주노동당 구청장 출신의 이상범도 새민련 후보로 나섰다. 이렇게 4명이 출마해서 반목하는 틈에 새누리당의 당선이 유력해지고 있다.

박유기 전 금속노조 위원장은 이렇게 한탄한다.

 

“조합원의 손으로 선출해 줘서 노조 간부, 지방의원, 국회의원, 구청장을 했던 사람들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정치연합, 정의당, 노동당, 통진당, 심지어 새누리당 후보로 출전하여 ‘나를 지지하라’고 외치는 노동현장에서 나는, 우리는 어찌 하오리까?”

 

그나마 민주노총 경남본부의 주도로 진보당, 정의당, 노동당이 공동선대본을 꾸리고 후보 단일화를 추구한 것은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런데 이것도 최근 브레이크가 걸렸다. 정의당 중앙당에서 “[우리 당의] 지방선거 연대 방침을 위배하는 행위이므로, 활동 중단과 함께 이후...중앙당과 협의 후 진행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이 상황에서 4.11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진보당 활동정지 가처분 결정을 지방선거 전에 내려달라고 압박한 것은 우려스럽다. 종북몰이를 통한 진보의 분열과 위축 시도는 계속된다는 뜻이다. 4.14부터 내란음모 사건 2심이 시작될 것이고, 4.25에는 간첩조작 사건에 대한 선고도 예정돼 있다.

지금 검찰은 조작에 대한 반성은커녕 유우성 씨를 사기죄로 추가 기소했고, 유우성 씨를 변호해 온 장경욱 변호사도 ‘북한 측과 접촉했다’는 혐의로 수사하기 시작했다. 유우성 씨는 “죽음 만큼 억울하고 힘들어도 왜 진실을 밝히지 못하는지 저의 사건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저는 한 인간으로 태어나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말할 수 없다”고 최후진술했다.

 

우파 언론과 정부가 ‘정부부채가 1100조가 넘는 데 공무원 연금 충당에 500조나 대줘야 하냐’며 이간질 선동을 시작한 것도 우려스럽다.  

무엇보다 최근 저들이 주력한 것은 철도노조에 대한 보복과 강제전보 공격이었다. 강제전보는 이미 발전산업과 한국통신에서도 있었던 노동자 공격 수순이다. 강제 전보는 노조 약화로 이어졌고, 이를 바탕으로 분할 민영화가 추진됐고, 노동자들은 대량해고됐던 것이다. 지금 KT가 보여 주는 노동자가 자살해 나가는 죽음의 현장은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철도노조가 파업을 경고하며 이런 공격에 맞선 것은 당연했다. 철도 노동자들은 거의 1천여 명이 삭발을 할 정도로 커다란 분노를 보여 줬다. 그러자 철도공사와 정부는 이간질을 통해 부문주의를 부추기는 꼼수를 부렸다. 이간질은 두 차원에서 진행됐는데, 먼저 기관사와 차량에 대해서는 3개월 후에 전보를 하겠다면서 직종간 분열을 부추긴 것이다.

또 같은 기관사이지만 청량리는 이번에 전보를 안 하고 용산은 이번에 전보를 하는 식으로 지역별 분열을 부추긴 것이다.  

 

평가와 전망

 

문제는 철도노조 지도부가 이러한 내용에 대해서 4.1 공사측에 구두 합의를 해 준 것이다. 아마 철도노조 지도부는 3개월 뒤로 미루면서 당장 발등의 불을 끌 수 있다고 본 것 같다. 또 이미 지난 연말 파업으로 엄청난 손배가압류와 해고, 기소 등을 당한 상황에서 다시 투쟁하면 닥칠 피해를 감안했을 것이다. 조직 보존 논리가 작동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뒤로 미뤘을 뿐이며 내부 분열만 부추길 이 합의는 기층의 커다란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이 합의는 옳게도 며칠 만에 반발 속에 파기돼 버렸다. 하지만, 문제는 남았다. 이미 이 과정에서 철도노조는 투쟁의 타이밍을 놓쳤고, 지도부에 대한 기층의 신뢰가 훼손됐고 사기가 저하해 버린 것이다.

 

따라서 4.10 강제전보가 강행된 상황에서 지금 철도노조는 고공농성과 단식농성 등을 벌이고 있지만 파업으로 맞서는 것은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은 하반기 투쟁에도 좋은 영향을 주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단지 지도부의 행태를 비판하고, 현장에서 독립적 투쟁을 건설하자고만 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과연 지도부가 파업을 선언하면 문제는 해결됐을까? 과연 현장 조합원들이 지도부를 거슬러서 파업에 나섰으면 됐을 문제인가? 왜 현장의 자신감이 합의안을 파기시켰지만  파업을 강제할 정도는 이르지 못했을까? 대량해고와 천문학적 손배가압류는 파업이 승리하면 해결될 문제라고만 말할 수 있을까?

 

철도의 상황은 현재 노동운동의 상태와 전망, 대안과 관련해서 냉철하게 분석하고 평가할 측면이 많다. 이 평가는 지난 연말의 철도 파업이 보여 준 가능성 뿐 아니라 한계에 대한 평가와도 연결돼 있다.

이처럼 현재 노동운동의 상황은 일면적으로 투쟁의 부활을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그 반대로 침체를 말해서도 안 된다. 그 점을 보여 주는 것은 바로 지난 주말에 1천여 명이 모여서 출범한 LGU플러스,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노조의 사례다.

 

이 노동자들은 분명히 삼성전자 서비스나 케이블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보면서 고무받았을 것이다. 흥미있게도 진보당에 인터넷을 설치해 주던 기사들이 당사무실에 모여서 의기투합한 것이 그 출발점이었다고 한다.

이런 새로운 물결이 얼마나 더 크게 번지면서 전체 운동을 고무할지는 알 수 없다. ‘어게인 4.19’ 집회와 메이데이 등을 거치며 그런 가능성이 커지길 기대한다.

     

참고 자료

 

m.bbs2.agora.media.daum.net/gaia/do/mobile/kin/read?bbsId=K158&articleId=46320

'무인기 추락' 논란 총 정리

www.hani.co.kr/arti/opinion/column/631116.html 한반도 상황에 대한 김연철 교수의 전망

media.jinbo.net/news/view.php?board=news&nid=73789&page=1비정규직 현장 누비는 새정치연합 을지로위원회

www.redian.org/archive/69070 울산 진보정치의 분열상에 대한 박유기의 한탄    

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4651 하반기 노동 정세에 대한 사진연 한지원의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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