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 3월 셋째 주 세상읽기

전지윤

먼저 국제 정세의 핵심이 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상황을 보자. 미 국무장관 존 케리는 러시아가 “21세기에 19세기적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사실 이것은 미국과 유럽연합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 상황에서 민족주의에 휩쓸리지 않고 경쟁하는 제국주의 모두에 반대하는 입장이 매우 중요하다.

우크라이나 상황의 불씨는 세계경제 위기에서 먼저 마련됐다고 봐야 한다. 이 속에서 우크라이나 기층 민중의 고통과 불만은 커져 왔다. 그런데 지배계급의 친유럽 분파인 티모센코도 친러시아 분파인 야누코비치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EU FTA 무산된 것은 쌓여있던 불만이 터져 나온 한 계기가 됐을 뿐이다. 그래서 ‘마이단(광장) 운동’이 시작됐고, 이것을 야누코비치 정부가 폭력 진압하면서 불만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저항은 수십만 명 규모로 성장했고, 더 이상 EU와 FTA를 할지 말지는 진정한 쟁점이 아니게 됐다. 결국 대통령 야누코비치는 야밤에 헬기를 타고 대통령궁에서 도망가야 했다.

 

지배계급의 친유럽 분파도 친러시아 분파도 부패와 무능 때문에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 속에서 정치적 공백이 존재했다. 그러나 좌파는 이것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등 구소련 진영 좌파는 스탈린주의의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지역에서 좌파는 대개 ‘러시아의 꼬붕’으로 비추어질 뿐이다. 그러다보니 전투적으로 거리 시위를 주도한 것은 우익과 파시스트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우크라이나 기층 민중의 불만과 요구를 제대로 대변하기 힘들다.


 

기층 민중의 저항에서 친서방 정권의 수립으로 사태가 발전하면서 러시아는 서방 제국주의가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키고 크림반도까지 장악하게 될 것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크림반도는 러시아로서는 결코 놓칠 수 없는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에 대당해서 푸틴은 크림공화국의 독립을 부추기고 결국 러시아와 합병시켰다.


그래서 ‘신냉전’에 대한 우려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것은 자본주의 경제 위기가 어떻게 지정학적 갈등과 연결되고 그것을 부추기는 지를 보여 주는 또 하나의 사례이다.

현재 미국의 후원을 받는 우크라이나의 신정부는 파시스트를 장관으로 임명하기도 하고 있다. 이 파시스트는 미국의 세계 패권 전략의 동맹자인 셈이다. 그런데 미국 세계 패권 전략은 근래 ‘아시아 회귀’로 표현돼 왔다. 여기서 핵심은 미중 갈등이다. 그리고 중국은 미국과의 경쟁 속에 올해 국방비를 12%나 증액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이에 질세라 최근 발표한 ‘4개년 국방검토보고서’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 미국 해군력을 현재의 50%에서 60%로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이런 전략에서 핵심 명분은 여전히 북한의 위협이다. 미 국무장관 존 케리는 최근에도 북한을 ‘사악한 곳, 악의 나라’라고 비난했다. 그래서 한반도에서는 3월에도 이산가족 상봉과 동시에 미핵잠수함이 동해에 정박하고, 북한은 이를 견제해 수십발의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북한 악마화 뒤에서 ‘악의 하수인’들이 마녀사냥당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그래서 이석기 의원은 12년형을 선고받았고, 진보당 정당해산 심판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올해 투쟁 과제로 ‘종북몰이 분쇄’를 집어넣자는 의견은 지지를 받지 못했다. 대의원들은 ‘조합원들도 부담스러워하고 지지를 받기 어렵다’며 이것을 반대했다. 이런 진보의 여전한 분열 속에서 기성정치권의 우경화를 막을 브레이크는 약할 수 밖에 없다.


민주당-안철수 통합은 기성 정치권 우경화의 또 한 국면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중간에서 포지션을 잡던 안철수와 통합하면서 민주당은 더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안철수 현상은 사기극이었다는 게 드러나고 있다. 그래서 통합의 시너지 효과는 별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물론 최고의 사기꾼은 국정원과 박근혜이다. 국정원 프락치 구실을 했던 사람이 자살 시도하면서 여관 벽에 피로 쓴 ‘국조원’(국가조작원)이라는 말은 문제의 본질을 드러내고 있다. 서울시공무원간첩조작 사건은 사실 박원순도 종북이라고 몰아붙이기 위해 시도된 공작이었다. 이렇게 정권에 거슬리는 세력은 누구나 종북으로 몰아세우며 박근혜 정부가 만들어낸 세상은 바로 ‘세 모녀 자살’로 드러난 끔찍한 세상이었다.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세 모녀의 죽음에 이어서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들이 연달아 미안하다는 유언을 남기고 죽음을 택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것은 지난 연말 ‘안녕들 하십니까’의 참혹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정권과 정책을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심판할 수 있을까? 민주당-안철수 신당은 통합이 성공할지도 의심스러운 잡음을 쏟아내고 있는 중이다.

진보정당은 사분오열과 진보당 강제해산 때문에 선거 전망이 너무 어둡다. 지방선거에서 쟁점으로 떠오른 무상교통의 경우 원래 진보정당의 고유한 요구였는 데, 김상곤같은 진보인사가 민주당 후보로 가서 이런 것을 내거는 것을 지켜봐야만 하는 처지다. 얼마전 노동당 박은지 동지의 죽음도 진보진영의 분열과 위기를 배경으로 해서 벌어진 듯하다.

그렇다고 2.25 파업이 성공적으로 박근혜에게 타격을 가했다고 보기도 힘들다. 작년 연말의 기회를 놓치고 두 달 뒤에 잡은 이 민주노총의 ‘국민파업’에서 파업을 한 곳은 거의 없었고, 심지어 민주노총 파업 때 그나마 주력이었던 금속노조마저 파업이 부결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철도노조는 그날 하루 파업을 하기 했지만 보복의 광풍 속에서 갈수록 어려운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의사 파업이 희망을 보여줬는가? 의사파업은 소자본가이자 상층 중간계급으로서 본질을 벗어나지 못하고 수가인상을 얻어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보건의료노조 지도부가 이런 의사협회의 수가 인상 요구에 사실상 반대하지 않아온 것도 문제였다.

이 모든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진보가 분열해 있고, 투쟁의 기회를 놓치고, 민주당이나 의사협회같은 믿지 못할 세력을 추수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반면 대학 청소 노동자들은 16개 대학 1700명이 동맹파업을 하는 등 투쟁을 통해서 임금 인상 등을 얻어내고 마무리됐다. 3월 15일 유성 희망버스는 100여대 4천여 명이 참가해 연대의 힘과 감동을 보여 줬다. 영남지역에서는 진보정당이 공동선대기구를 꾸려서 지방선거에서 단일 후보로 대응하자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이런 연대와 단결을 통해 투쟁하면서 ‘국조원의 간첩 조작 위기’ 등 박근혜의 약점을 이용해 투쟁한다면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

 

읽어볼만한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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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의 배경이 된 나토의 동유럽 확장을 잘 설명한 글


http://blog.hani.co.kr/gategateparagate/65493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박노자의 글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4230

지방선거 쟁점으로 떠오른 버스공영제에 대한 글


http://www.laborparty.kr/index.php?document_srl=1307117&l=ko&mid=rzine_sisa

박은지 씨의 죽음을 다루지만, 진보의 분열과 위기가 낳은 효과를 잘 보여주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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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변혁 재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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