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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4월 첫째 주 세상읽기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4. 4. 4.

전지윤

 

지난 주에 국제 소식에서는 우울한 소식이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이집트에서 군부 반혁명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무르시 지지자 529명에게 사형이 선고된 것이다. 이집트에서 반혁명은 무슬림 형제단의 시체를 밟고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명백해 보인다. 반이슬람주의를 이용하면서 말이다. 이 나라의 종북 공세하고도 비슷하다.

 

그 점에서 이집트의 ‘혁명적사회주의자들’(RS)이 ‘무슬림형제단과 공동전선을 통해서라도 군부의 반혁명에 맞서야 한다’는 주장에 선을 그어 온 것은 아무리 봐도 옳다고 보이지 않는다. RS는 ‘방금 전까지 집권하면서 혁명을 배신해 온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대중적 반감’을 이런 태도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대 왔다. 그러나 레닌이 1917년에, 방금 전까지 혁명을 배신한 케렌스키를 우익 쿠데타에 맞서 방어하며 함께 싸웠던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또 하나의 우울한 소식은 프랑스 지방선거에서 나찌인 국민전선이 약진했다는 소식이다. 사회당 올랑드 정부의 한심하고 배신적인 행태가 나찌 성장의 비옥한 토양이 된 것이다.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은 낙태와 동성결혼 반대, 이민 제한, 반유럽연합을 내걸고 지지자를 결집시켜 왔다. 국민전선뿐 아니라 사르코지의 실패 속에 찌그러졌던 우파 정당인 대중운동연합도 상당히 세를 회복했다.

 

반면 사회당의 몰락 때문에 프랑스 좌파의 존재는 축소된 것처럼 보인다. 반자본주의신당(NPA)도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좌파당과 좌파전선이 나름 성과를 거뒀다는 소식도 있다. 이 점이 사실이라면 프랑스에서도 여전히 좌파적 대안의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더 자세한 소식은 류민 동지가 우리 바이버에 올렸던 유용한 정보들을 참고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와 좌파

 

한편, 우크라이나에서도 계급투쟁을 낚아채서 민족적 대립과 제국주의간 갈등으로 발전시킨 지배자들의 행태는 계속되고 있다. 근래 크림공화국은 독립을 선포했고 러시아로 병합됐다. 이것은 ‘민족자결’이 아니라 러시아 제국주의 패권의 강화를 보여 줄 뿐이다. 2008년 코소보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 때도 코소보가 세르비아에서 독립을 선포한 것은 서방이 미화하듯 ‘민족자결의 쾌거’가 아니었다. 당시 코소보의 ‘독립’은 서방 제국주의가 자신의 패권을 확대하기 위한 교두보 구실을 했을 뿐이었다.

 

서방 제국주의는 1999년에도 이 지역에서 발칸 전쟁을 일으켜서 무자비한 폭격을 퍼부으며 패권을 확대하려 한 바 있다. 그것은 소련 동유럽 몰락의 공백 속에 이 지역에서 서방제국주의의 패권을 확대하려는 시도였다. 그때 이후로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기구인 나토는 ‘동진’(구소련 동유럽 지역으로의 확대)를 계속해 왔다. 기존에 소련제국의 진영에 속해있던 12개 나라가 새롭게 나토에 가입하는 일이 계속돼 왔다.

이번 크림공화국의 러시아 병합은 이에 대한 러시아의 반격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제국주의 간에 패권 다툼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박노자가 ‘레닌의 혁명적 패배주의’를 돌아보자고 나선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박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사회주의자로서는 저는 혁명적 패배주의자 레닌의 기본틀대로 사고하고자 합니다...자본주의적 야수 국가인 러시아에 대해서 ‘애국적’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사회주의자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입니다...러시아 자본주의의 역사적 패배는 우크라이나 등 구쏘련 공화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노동계급에 새로운 희망을 줄 것도 분명합니다.”

 

박노자는 ‘서방제국주의에 맞서는 푸틴 만세’를 외치는 러시아 공산당을 강력 비판하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이 나라에서도 <민중의 소리>에 실린 정기열 씨의 글을 보면 이런 스탈린주의적 입장을 볼 수 있다.(물론 박노자는 구소련 시절의 ‘진보성’에 대해서는 혼란된 생각을 가지고 있고 최근 이에 대한 글을 또 발표했다.) 하지만 사회주의자들은 경쟁하는 제국주의중에 어느 하나를 지지해서는 안 된다. 독일 혁명가 칼 리프크네히트가 말했듯이 ‘주적은 국내에 있다’. 즉 러시아 사회주의자들의 주적은 바로 러시아 지배계급과 푸틴인 것이다.

 

그 점에서 근래 보스니아 민중의 투쟁은 갈 길을 보여 준다. 1999년 발칸 전쟁이 대표하듯이 민족주의 광기가 만들어 낸 지옥이었던 이 곳에서 민족의 경계를 넘어선 기층 민중의 단결과 저항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보스니아 민중은 ‘세 개의 언어도 우리의 배고픔을 해결하지 못했다’고 외치며 투쟁하고 있다고 한다. 민족주의 안개를 걷어 낸 곳에서 임금 인상, 공공시설 국유화, 무상 의료 등의 요구가 터져 나오고 있다고 한다. 특히 보스니아에서 투쟁 속에서 등장한 ‘플리넘’이 노동자평의회와 유사하다는 관측은 매우 흥미롭다.

 

다시 우크라이나 문제로 돌아가 보면, 오바마는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서 G8에서 러시아 축출, 금융제재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크게 압박을 받지 않고 있다. 이것은 러시아와 서방의 경제적 연관성 때문이다. 이 연관성 때문에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는 유럽과 미국 은행, 투자자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고 따라서 제재를 일관되고 강력하게 추진하기는 어렵다. 특히 유럽과 러시아의 무역 규모는 미국과 러시아의 무역 규모의 열 배에 달한다. 따라서 미국의 러시아 압박에 유럽이 고분고분 뒤따를지도 모를 일이다.

 

게다가 중동과 아시아에서 여러 난제 속에 발이 묶여 있는 미국은 러시아를 상대할 여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미 러시아는 이란 핵문제와 시리아 내전 문제에서 미국과 충돌해 왔다. 이제 러시아는 중국과 공조를 강화하면서 미국을 견제하려는 방향으로 더 나갈 수 있다. 중국 도 미국의 ‘아시아 회귀’를 저지하기 위해 러시아와 공조를 강화할 수 있다.

 

한반도의 긴장 고조

 

이에 미국도 동맹을 더욱 강화하는 것으로 대응하려 할 것이다. 얼마 전 독일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미국이 한미일 정상회담을 만들어낸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오바마는 최근까지도 ‘과거 따위는 대충 묻어 버리고 빨리 내 앞에서 손을 잡아라’고 한일 양국을 닦달했을 것이다. 그래서 아베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시덥잖은 립서비스를 한 것이고, 박근혜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러면 아베와 만나겠다’고 화답한 것이다.

 

결국 오바마는 3월 25일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합동 군사 훈련이나 미사일 방어 체제(MD) 등을 포함해 외교적ㆍ군사적 협력을 심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처”를 논의할 수 있었다. 아마도 미국의 중국 포위와 MD 구축(그에 따른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도)에 필수적인 한일 군사(정보)협정을 위한 구체적 논의도 진척됐을 것이다.

 

그리고 한미일 정상회담의 후폭풍은 우리에게 흙먼지를 뒤집어 씌우고 있다. 한미일 정상회담 직전에 북한은 동해에서 중거리 로켓 발사 실험을 했고, 이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규탄성명을 발표했다. 이어서 한미 지배자들은 사상 최대규모의 ‘평양 점령 상륙훈련’을 공개적으로 진행하며 북한을 압박했다. 이에 반발한 북한은 서해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했고, 박근혜는 이에 맞대응해 자주포를 쏴 댔다. 3월 31일 서해에서 ‘북이100발 쏘고, 남이 300발 쐈다’고 한다.

 

상황은 심상치가 않다. 북한은 “미국이 ‘년례적’이니 뭐니 하면서 ‘평양점령’ 등을 노리고 각종 핵타격수단들을 총동원하여 핵전쟁연습을 끊임없이 벌려놓고있는 조건”에서 “핵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핵시험도 배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하고 있다. 또 “겉으로는 미소를 띄우면서 속에는 독을 품고 우리를 해치려고 발광하는 박근혜의 그 뻔한 흉심”를 규탄하고 있다.

 

이것은 독일에서 발표한 박근혜의 대북 ‘드레스덴 선언’에 대해서 북한이 냉소적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사실 ‘드레스덴 선언’은 겉만 번지르하지, 막상 북한이 바랄 알맹이가 빠져 있었다. 즉 식량 지원, 5.24조치 해제, 군사적 긴장완화 방안이 없었다.

물론 지금 무엇보다 문제인 것은 중국 포위를 위해서 박근혜의 뒤에서 북한 압박을 강화하기만 하는 미국과 오바마이다. 그래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 유엔 안보리 제재 → 북한 4차 핵실험 → 안보리 추가 제재 → 더 심각한 긴장’으로 나갈 가능성이 생기고 있다.

 

박근혜의 ‘통일대박’이 이처럼 기괴한 시나리오로 나아가는 가운데, 박근혜의 규제완화도 갈수록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박근혜는 ‘암덩어리이자 쳐부숴야할 원수’라며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해 왔다. 그러면서 나오고 있는 것은 임금체계개편방향, 사내하도급법 입법, 의료민영화 법안 등 대부분 노동자들의 임금을 깍고,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공공서비스를 파괴할 법과 제도들이다. ‘기업주들을 위해 손톱밑 가시를 빼 주겠다’면서 노동자들에게 손톱이 뽑히는 고통을 주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런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일까?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 자민련과 비슷^^)의 무능이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전체 국회의원중 재산 2위인 안철수가 주도하는 이 당은 ‘튼튼한 안보’를 내세우며 6.25 참전용사를 연단에 세우고 지난주 창당대회를 열었다.

 

한심한 새민련

 

이 당에 들어가고 나서 이상해진 것인지 박원순도 지난 주에 천안함에 대해 “애국심에 가득 찬” 소리를 했다. “천안함은 북한 소행이고, 용서할 수 없다”고 말이다.

새민련은 강령에서 6.15, 4.19, 5.18을 빼려고 한다거나, 박정희 묘소 참배를 계획한다거나, 기초연금법에 대해 새누리당과 야합하려 한다거나 하면서 실망만 자아내고 있다. 오로지 내세우고 있는 것은 ‘기초선거 무공천’인데 이것은 도대체 누구를, 무엇을 위한 것인지 의구심만 일으키고 있다. 이미 온갖 약속을 어기며 사기꾼 본색을 드러낸 안철수가 ‘약속은 지킨다’며 이것만 붙잡고 있는 꿍꿍이는 뭘까라는 궁금증만 커지고 있다.

 

내가 보기엔 안철수의 ‘새정치’는 진정한 사회경제적 개혁을 추구할 수 없다는 계급적 한계 때문에 이 공허한 약속만 붙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기초선거 무공천으로 친노 후보들이 지방선거에서 많이 패배하더라도 이후에 자기들이 당권을 쥐는 데는 유리하다’는 안철수, 김한길의 계산도 작용하는 것 같다.

한심한 새민련은 간첩 조작 사건이라는 박근혜의 악재를 이용하는 데도 철저한 무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새민련은 ‘증거 조작’이라면서 차마 ‘간첩 조작’이라고는 말하지 않고 있다. ‘튼튼한 안보 당’답게 말이다. 이러니 국정원이 ‘번개탄 피우고 자살 시도했던 권 과장이 부분적 기억 상실증을 보이고 있다’는 3류 개그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번개탄의 선택적 기억상실 기능’은 노벨상을 받을 발견일 것이다.^^

 

국정원의 저 범죄자들은 ‘한국의 관타나모’, ‘간첩제조공장’이라 불리는 합동신문센터에서 고문까지 하며 탈북자들을 간첩으로 만들어 왔다. 피의자인 탈북여성에게 폭탄주를 먹이고 신문을 해 왔다는 검찰도 범죄공범들이다. 이 자들은 정권이 위기에 처하는 고비마다 간첩을 조작하며 위기 탈출을 시도해 왔다. 지난 몇 년간 터진 몇가지 간첩 사건들이 조작이었다는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자들을 제대로 족치지도 못하는 새민련은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는 자들이다. 결국 새민련은 갈수록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고 박근혜는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원래 반사이익은 집권당이 아니라 야당이 얻는 게 정상인데 말이다.

 

문제는 진보의 대안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무상버스’ 공약이 ‘무상급식’ 때와 달리 별로 부상하지 못하는 것도 지금의 갑갑한 정치적 상황과 관련있을 것이다. 그 점에서 박은지 씨를 추모하며 쓴 최혜영 노동당 경기도당 사무처장의 글은 쓰라린 공감을 불러 온다.

 

“한때 최고 지지율이 15% 정도까지 치솟았던 정당...보수층이었던 시아버님 조차 구 민노당이 15% 지지에 육박했을땐 우리 활동에 대해 격려와 지지, 응원을 보냈었다...[그러나 지금은] ‘이석기 정당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으며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극심한 정파갈등으로 상처받고 피폐해진 경험들...분당의 과정에서 활동가들 상호간에 주고 받은 상처 또한 만만치 않은데...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되었길래...돈도 못벌고 열심히 살아온 것 밖에 없는데 왜 이렇게 운동판이 다 무너진거지?”

 

우파는 결집해 있고, 기회주의적 중도세력도 통합했는데, 진보는 단결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지금 안철수 사기극이 드러난 곳에서 정치적 공백이 생기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도 새민련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간첩조작/ 정당해산/ 규제완화/ 민영화에 맞서 노동운동이 단결과 반격을 하면서 이 공백을 메워야 한다. 3월 28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3000여 명이 모여서 집회를 하고 10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노숙농성을 한 것은 이런 저항의 가능성을 보여 줬다.

 

최근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사측의 노조 탄압에 맞서서 사실상 부분 파업이 벌어진 것도 고무적이다. 철도노조가 강제전출에 반대해서 재파업을 추진하는 것도 기대를 갖게 한다.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 등 진보진영이 총결집해서 추진중인 4.19의 대규모 집회는 주요한 결집점이 될 것 같다. 이 때는 우리도 참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읽어볼만한 자료들]

 

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15879

   정욱식의 한반도 관련 글

 

http://m.edaily.co.kr/html/news/news.html#!society-view-01177526606028240-E

대학가, 인력감축·학과 통폐합 학내 구조조정 '몸살'

 

http://www.breaknews.com/sub_read.html?uid=309794

어게인 4.19 집회 추진

 

media.jinbo.net/news/view.php?board=news&nid=73654&page=1

지방선거를 앞 둔 진보의 난점을 보여 주는 토론회

 

www.sdjournal.kr/news/articleView.html?idxno=43

김한길-안철수 신당창당 합의를 어떻게 볼 것인가

 

http://www.wspaper.org/article/14280

철도 강제전출 반대 파업

 

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29304.html?_fr=mt3

간첩 조작에 대한 장경욱 변호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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