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 살인정권의 죄 값이 감당할 수 없도록 불어나고 있다

전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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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을 부검한다는 것은 인간적으로 도저히 할 일이 못 된다고 한다. 머리를 열어 뇌를 조각조각 자르고, 배를 갈라서 장기를 하나하나 끄집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하던 사람이 죽어서까지 그런 취급을 받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왜, 어떻게, 누구 때문에 죽었는지 분명치 않은 경우에는, 부검 결정을 할 수 있다. 억울한 영혼을 달래기 위해서는 진실을 밝혀서 책임을 묻는 게 중요하니 말이다.

 

그런데 백남기 어르신의 경우에는 , 어떻게, 누구 때문에 죽었는지가 너무나 명백하다. 이것은 지난해 1114일에 민중총궐기에 참가한 13만 명이 증인이며, 범행 장면이 담긴 영상을 거의 전국민이 다 봤고, 317일 동안의 진료기록에 모든 게 담겨있기도 하다.

 

심지어 지금 외압에 굴복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사망진단서에도 원사인’(사망하게 된 근본 원인)외상성 뇌출혈이라고 돼 있다. 즉 이 죽음은 명백히 외부적 요인에 의한 사망이고, 여기서 외부는 바로 국가기구(경찰 폭력)이다. 바로 국가가 살인범인 것이다.

 

따라서 국가가 반성하고,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책임자들은 물러나거나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이 간단한 해법을 317일 동안이나 거부해 왔다. 사과는커녕 병문안조차 하지 않았다. 317일은 이 정부가 치러야할 죄 값이 몇 배로 불어나는 나날이었다.


그리고 백남기 어르신이 끝내 눈을 감자, 반성과 사과를 거부하던 살인정권은 이제 부검을 고집하고 있다. ‘부검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기절할 것 같다는 유가족의 반대도 짓밟으며 말이다. 하지만 이 죽음에 대한 법의학적 진실 규명은 이미 끝났고 충분하다. 고인이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당일에 이미 의료진은 높은 건물에서 떨어진 정도의 충격을 받아 뇌출혈이 생겼다는 것을 확인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법의학적 부검이 아니라 이 정부가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정치적 부검이다. 1년 전에 이 정부는 노동법 개악, 교과서 국정화, 위안부 합의, 세월호 진실 덮기 등을 강행하고 있었다. ‘민중총궐기는 이런 질주 앞에 등장한 걸림돌이었다.

 

억압폭력기구를 앞세워 저항을 짓밟으며 정책을 추진해 온 이 정부는 그 주특기를 버리지 않았다. 정부, 공안당국, 언론이 대대적으로 공포 분위기를 만들었고, 경찰은 갑호비상령을 발동했다. 1114일 하루 동안 2014년 총살수량의 24배나 달하는 물대포가 시위대에게 쏟아졌다. 70대 노인의 머리를 향해 어마어마한 직사살수 충격이 가해진 것은 이런 맥락 속에서였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의 성격과 정책 기조가 이 사건의 근본적 원인이었다. 특검과 국정감사를 통해 확인하고 책임을 물어야 할 것도 이 부분이다. 살인 물대포 직사로 백남기 어르신을 한번 죽음으로 내 몬 정부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총궐기 참가자들은 불법폭력집단이며 이슬람국가(IS)와 다를 바 없다는 게 정부에서 나온 첫 반응이었다. 백남기 어르신은 어떤 사과도 듣지 못한 채 죽지도 살지도 못한 상태로 317일을 버텨야 했다.

 

정부는 이 시간 동안 책임 소재와 사람들의 기억이 흐려지길 기다렸을 것이다. 이것은 2의 죽임이었다. 그리고 결국 백남기 어르신이 눈을 감자마자 이제 3의 죽임이 진행되고 있다. 살인자가 상가집에 나타나 내가 시신을 가져가서 왜 죽었는지 밝히겠다며 깽판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원래 자본주의 국가기구는 인격체가 아니며, 국가를 지배하는 소수 기득권 세력의 이익만을 위해 피도 눈물도 없이 작동하곤 한다. 하지만 국가기구에서 그 일을 수행하는 것은 그래도 따뜻한 피가 흐르고 심장이 뛰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권과 하수인들은 거듭해서 우리가 이 기본적 사실마저 의심하도록 행동하고 있다.

 

과연 박근혜 정부는 우리가 쏜 물대포가 아니라, 북한에서 파견한 격술 고단자가 민중총궐기에 몰래 침투해 빨간 우비를 입고 살인한 것일지 모른다고 믿고 있는 것일까?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런 망상에 매달려야 할 정도로 다급한 처지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민중총궐기와 민주노총의 저항 등 때문에 노동법 개악에 실패한 박근혜 정부는 올해 총선 패배 이후 여소야대라는 걸림돌을 만났고 레임덕 가능성에 직면해 왔다. 실제로 우병우가 낙마 위기로 몰렸었고 집권여당 내부의 균열이 커졌다. 우파의 나팔수인 <조선일보>가 정권의 비리 폭로에 앞장선 것은 심각한 징후였다. 사드 배치는 박근혜의 텃밭이라던 영남에서도 심각한 민심 이반을 일으켰다.

 

그러나 무기력하고 싸울 의지없는 야당들이 박근혜의 비빌 언덕이 됐다. 야당들은 총선 이후 조선해운업 선제적 구조조정(노동자 고통전가)’에 여당보다 더 적극적이었다.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위해 싸우는 게 더 중한 일이었는데 말이다. 여당 내 비박계나 <조선일보> 등은 정권이 그들의 약점을 쥐고서 꼬리를 내리게 했다. 워낙 구린 게 많은 자들이기도 했다.

 

게다가 북한 5차 핵실험은 야당들을 단속하며 우파를 결집할 기회이기도 했다. 다시 전열을 정비해 사드 부지를 발표하고, 세월호 특조위를 해산하며,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 이어서 공공부문 성과주의를 밀어붙이겠다는 게 정부의 하반기 구상이었을 것이다. 이에 대한 저항은 또다시 억압폭력기구의 힘으로 짓밟으며 말이다.

 

하지만 우병우 게이트는 더 강력한 최순실 게이트로 발전하고 있고, 경주 지진은 영남 지역에서 민심 이반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성과급제에 맞서 금융, 공공, 의료가 동시에 파업에 나서고 있고, 진보진영이 힘을 모은 더 강력한 민중총궐기 건설 준비도 시작됐다. 이 상황에서 백남기 어르신이 돌아가시자, 정부는 시신 탈취와 강제부검을 시도하는 것이다.

 

정부는 여기서 조금도 물러서고 싶지 않을 거 같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은 흔들리는 것을 뜻하고, 그것은 마치 둑이 터지듯 다른 문제에도 영향을 줄 거라고 보는 것이다. 야당과 우파 내 경쟁자와 저항세력이 자신들을 얕잡아 보게 만들 거라고 볼 것이다. 억압폭력 기구의 충성심을 약화시키고, 폭력과 탄압을 통해 반동적 정책 추진을 뒷받침해 온 이 정부의 성격과 기조를 약화시킬 거라고 볼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지난 며칠간 따듯한 피가 흐르고 심장이 뛰고 있으며 양심이 살아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주검을 지켜내고 연대를 보여주고 있다. 유족의 눈물을 닦아주고 슬픔을 나누고 있다. 법원이 몇 차례나 부검 영장을 기각하거나 반려한 것은 이 덕분이다. 이처럼 정부의 공격 시도를 주춤하게 만들고 있는 바탕 위에서 공공부문 파업도 시작됐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고 경쟁을 심화해 노조를 약화시킬 성과급제에 반대하는 것은 정당하다. 공공서비스를 성과의 잣대로 평가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그것은 물대포를 마구 쏘아대는 경찰, 명백한 외상 사망을 병사라고 진단하는 의사가 더 높이 평가받고 승진하는 지금의 구조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이 같은 사적 이익과 경쟁 논리에 맞서서 노동자 민중 전체의 이익과 연대의 가치를 지키려는 게 공공부문 파업의 진정한 의의일 것이다. 따라서 지금 파업에 나선 노동자들은 백남기 어르신의 한을 풀기 위한 투쟁, 세월호 특조위 해체를 막아내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투쟁에 누구보다 앞장서 연대해야 한다.

 

필수유지업무제 때문에 더뎌질 파업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파업 대오를 유지해야 한다. 각 부문과 기관별로 적당한 주고받기를 하며 조업에 복귀해서 파업 대열이 한 귀퉁이씩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금의 투쟁은 지난해 세월호, 백남기, 위안부 합의와 사드 배치 반대 투쟁 등이 쌓아 온 기반 위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11월 민중충궐기의 더 강력하고 폭넓은 단결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이라는 것도 말이다. 그래서 11월에는 모든 부문과 정파, 세력을 뛰어 넘어서는 단결과 투쟁을 만들어 박근혜 정부에 치명타를 날려야 한다.


최근 한국 영화 <밀정>이 크게 흥행했다. 일제시대와 독립운동을 다루는 <암살>, <밀정> 등이 너무 소수의 운동가들만을 영웅적이고 낭만적으로 그리는 것은 아쉬운 점이 있다. 그런 운동가들을 각성하게 하며 진정으로 역사를 만들어 온 3.1운동과 원산총파업같은 진정한 대중적 항쟁들이 더 그려졌으면 하는 바람도 생긴다.

 

하지만 불의에 항거해서 저항해야 한다는 이 영화들의 메시지는 소중한 것 같다. <밀정>에 나오는 명대사들처럼 우리는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같이 해나가야 한다. ‘실패하더라도 그것을 딛고 더 높은 곳으로함께 나아가야 한다.

 



 

여전히 갇혀있고 끌려가고 있는 내란음모 마녀사냥의 희생자들

 

921일 대법원은 내란음모 회합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우위영 전 진보당 대변인, 이영춘 전 진보당 경기도당 운영위원, 박민정 전 진보당 청년위원장에게 각각 징역 3년과 26개월의 실형을 확정지었다.

 

이 분들은 단지 동료들과 함께 모임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같이 노래(혁명동지가)를 불렀다는 이유로, 문건과 책(이적표현물)을 가지고 있었다는 이유로 유죄가 됐다. ‘내란음모는 있지도 않았다는 게 이미 밝혀졌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한반도 전쟁 위기를 말하며 미국과 한국 정부에 비판적이었던 게 유죄인 것이다.

 

반면 다음날 <조선일보>에는 미국의 북폭을 대비하자는 글이 버젓이 실렸다. “‘, 전격 북 공습이란 충격적 뉴스가 어느 날 TV 자막에 뜨는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현실 인식은 가져야 한다. 경찰은 인질의 희생을 감내하고 진압작전을 펴기도 한다. 마음의 준비는 해야 한다.”(양상훈 칼럼)

 

이 사회 지배층의 주류적 시각과 어긋나는 것은 불순, 극단이고 허용할 수 없다는 게 종북몰이의 논리이다. 사실 더욱 극단적이고 비이성적인 것은 자신들이면서 말이다. 이런 숨막히는 논리가 메갈리아 티셔츠를 입었다고 해고하는 사회, 인터넷에 좌파 서적을 올렸다고 소환하는 사회를 만들어 왔다.

 

얼마 전에도 나는 강남역 반올림 농성장에서 기가 막힌 경험을 했다. 같이 하루 농성을 하던 한 동지가 지하 삼성쇼핑몰로 가려고 하자, 경비원들이 막아서고 그들의 요청을 받아 경찰까지 출동한 것이다. ‘당신은 시위하러 온 사람이니까 쇼핑몰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게 저들의 논리였다.

 

종북, 불순, 외부세력은 자유와 권리를 제약해도 된다는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껍데기가 된다. 이미 이석기, 김홍렬, 조양원, 김근래, 이상호 이 분들은 9, 5년씩을 징역 살고 있는데 또 3명이 추가됐다. 우리는 저 동지들이 갇혀있고, 또 끌려가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종북몰이도 내란음모마녀사냥도 끝나지 않았고 결코 부차적인 문제가 아니며, 이런 사회에서는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기사 등록 2016.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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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변혁 재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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