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 탄핵이 바꾸지 않은 것과 바꾼 것

미래




탄핵 이후에도, 여전히 국회와 행정부 사법부는 대개 금수저들이 점령할 것이다. 언론은 노조를 귀족이라 욕하고 보수 프로파간다를 설파하면서 여성들을 가십거리로 팔아먹을 것이다. 정부는 경제위기를 넘기기 위해 더 많은 희생과 더 많은 노력을 강요할 것이며 북한을 위협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행보에 대체적으로 협조할 것이다. 노동조합과 반전단체를 비롯해 자본의 핵심 이익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또 무자비한 경찰폭력에 짓밟힐 것이고, 법원은 여기에 법치와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름을 입힐 것이다. 경제는 여전히 힘들 것이고 일자리는 여전히 부족할 것이며 청년들은 여전히 앞길이 막막할 것이다. 여성들은 여전히 더 많이 일하고 적게 벌 것이며, 거기에 같은 계급의 남성들로부터 박탈감과 패배감을 위로받기 위한 감정노동을 강요받거나 화풀이 대상이 될 것이다. 이주 정책은 여전히 초과착취할 수 있는 불법 사람들과 쉽게 고립시키고 학대할 수 있는 여성들을 한국 고용주들과 남성들에게 싼 값에 공급할 것이고, 복지부는 거리를 누비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살고 싶다는 장애인들의 절규 앞에 그럴 예산이 없다는 소리를 반복할 것이다. 동성 커플들이 결혼할 자유는 주어지지 않지만, 기독교 근본주의 세력이 동성애에 대한 혐오 선동을 일삼을 자유는 인정될 것이다. 대학에서는 부려먹기 편한 노동력상품을 찍어내기 위한 구조개혁이 줄기차게 이어질 것이다. 기쁨과 희망이 환멸로 바뀌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이윤이 인간보다 먼저일 것이고, 많이들 다치고 죽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끼 유신 정권이라는 창은 부러졌고 기존의 질서에는 균열이 생겼다. 저들이 전열을 정비하고 방패를 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간 애타게 기다려왔던 반격의 기회가 열린 것이다. 국정원과 일베의 민관협력으로 증오와 폭력을 양산하고, 세월호 진상규명을 악착같이 방해하고, 조용한 가두행진조차 날것의 폭력으로 때려잡았고, 일제 부역자와 독재자들의 눈으로 역사를 다시 쓰려 기를 썼으며, 한반도의 온도를 냉전시대로 돌려놓는 데 미국 이상으로 적극적이었던 사람들이 앉아 있던 권좌가 무너지고 있다. 이것은 (높은 확률로 민주당이 이끌게 될) 다음 정권에 혐오에 맞선 교육, 선전, 캠페인, 연구, 조직화를 지지·지원하고 평등을 위한 입법을 진행시킬 것을 압박하고, 세월호 특별법을 다시 만들고 진상조사를 재개하고, 광화문 광장에서 차벽과 물대포를 추방하고, 과거사 진상 규명을 다시 시작하고, 피해생존자들을 팔아먹은 12·28 위안부 합의와 사드 배치 철회 요구를 밀어붙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을 비롯한 재벌기업들을 경제의 기둥이 아니라 사회악으로 지목할 수 있는 틀이 생겼고, 이들과 정부의 결탁을 수사하고 처벌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삼성반도체 직업병 등 노동착취 문제도 크게 이슈화되어 사회적으로 지지를 모으기 쉬워졌다. 삼성 부회장 이재용이나 이대 총장 최경희, 서울대 총장 성낙인처럼 박근혜 정권 하에서 호가호위하던 고위 인사들을 부역자로 명명하고 압박할 수도 있다. 우리는 좀 환호하고 기뻐해도 된다.

 

좀 덜 극적이지만 더 오래갈 변화들도 일어났다. 지난 몇 달은 대한민국 사회 전체가 사람들은 한마음으로 일어날 때 아주 강한 힘이 된다는 걸 체감시켰다. 누가 어떤 법안과 정책을 추진하는지 뉴스와 신문을 꼼꼼히 챙겨보고, 문자·의원실 홈페이지·SNS 계정·개인후원 등의 통로를 활용해 유권자로서 영향을 미치는 법을 가르쳤다. 이것은 (문자가 그 자체로 큰 압력이기 때문보다는 사람들이 전보다 훨씬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단체로 조직되지 않은 개인들이 실제 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증대시킬 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이 나라가 내 것이고 내 것이어야 마땅하다는 감각, 그리고 작은 것일지라도 내 손으로 실천하면서 그 감각을 확인하는 경험을 얻게 되었다는 데 있다. 아무리 계급지배를 건드리지 않는, 어디까지나 대리인을 통해서만 통치하는 시민 민주주의라는 선 내의 진전이라 해도 이것은 투표로 한 번 뽑아놓은 이상 정치인의 활동은 손댈 수 없으며 정치는 완전히 내 손을 떠나 있다고 체념하고 있는 상황에 비하면 분명히 일보 전진이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말은 선언이 아니라 정세 인식이다. 기회가 지나기 전에 우리가 해왔던 싸움들을 밀어붙이고 우리가 요구해왔던 것들을 관철시켜야 한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의회를 압박하는 방법을 알게 된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물론, 대선 이후에 있게 될 싸움들을 내다보면서 장기적 전망을 수립하고 그것들을 그 전략과 연결시켜야 할 것이다.


우리는 민주당 정부를 10년 겪었고, 정권 교체가 곧 진보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의회로도 충분히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은 유신의 망령을 떠나보내기 위해 전 국민이 단결했던 시기가 가면 곧 힘을 잃을 것이고, 자본과 노동의 대립이 다시 첨예한 모습으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좌파의 전망과 단결이 시험대에 오를 진정한 시점은 아마 그 때일 것이다.


대선에서 노동자 민중 후보를 세우고 독자적 세력으로 인정받을 만큼 지지율을 끌어모으는 것은 한국 피지배계급의 힘을 확인하고 결집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한국 사회의 미래에 대한 좌파의 전망을 제출하고, 현장과 기층에서 이를 지지하는 실물적인 투쟁을 조직하고, 이를 총화할 수 있는 사상을 형성하는 것보다 덜 중요하다. 이 나라의 주인은 나고, 나에게는 내 손으로 이 나라가 갈 방향을 지시할 권리가 있다는 자각은, 좌파가 거기에 제대로 접속할 수 있다면, 의심할 바 없이 보탬이 될 것이다


(기사 등록 2017.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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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변혁 재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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