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 미래의 미라이 - 아이의 일상 속 판타지로 보는 사람의 성장

박철균

 




1.

그동안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작품을 본 사람들에겐 "미래의 미라이"에 대해서 ?를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고, 이 작품이 골든 글로브나 아카데미에서 장편애니메이션상 후보에 올라간 것도 ?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호소다 마모루가 그동안 만들어온 "시간을 달리는 소녀""섬머워즈", 그리고 그의 작품 중 가장 마스터피스격인 "늑대아이"를 생각하면 "미래의 미라이"는 왠지 소금간이 더 들어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들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호소다 작품 중 처음으로 "미래의 미라이"가 개봉되었고, 그 기준으로 본다면 미국의 시상식에 수상 가능성은 낮아도 노미네이트 될 자격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

 

2.

분명 '미래의 미라이' 직전 작품인 '괴물의 아이'까지 보여 줬던 극한의 절정에 달하는 부분은 '미래의 미라이'에서는 거의 적게 보여 준다. 근미래의 도쿄역과 미래의 미라이와 쿤이 아빠, 엄마, 반려견, 증조부모의 과거를 돌아보는 부분이 절정인 부분이긴 하지만, 그 이전의 작품들이 클라이맥스 때 말 그대로 절정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미래의 미라이는 매우 힘을 뺀 느낌을 든다. 그렇지만, 다른 작품들이 "비현실 속에서 현실을 추구"하는 것이었다면 이 작품은 "현실 속에서 슬며시 현실적이지 않은 일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그러면서 한뼘 더 나아간다."는 점에서 다른 작품과 다르고, 그렇다면 이 작품은 가장 효과적으로 현실 속에 슬며시 찾아온 비현실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3.

사실 호소다 마모루의 기존 작품들은 말도 안 되는 현실이 과장되어 현실처럼 버무리는 것이 특징이었다면, "미래의 미라이"는 오히려 정 반대격인 작품이었다. "늑대아이"도 현실적인 것을 잘 반영한 것이 아니냐고 말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애당초 늑대인간과 결혼해서 나온 자식 역시 늑대인간이고 그 두 아이들을 키우는 설정은 우리 주변에서 보기는 힘들다. 그런데, "미래의 미라이"는 그런 설정들은 거의 배제하고, 일상에서 흔히 볼 듯한 아버지, 어머니와 아이들이 담겨져 있다. 둘째가 생긴 후 프리랜서가 되어 어떻게든 일과 육아, 가정을 책임지려는 아빠, 얼마 안 되는 출산 휴가가 끝나고 바로 일을 하러 나가지만 이것이 아이들에게 괜찮은 것인지 고민하는 엄마, 동생이 태어나니까 모든 관심이 동생에게 가서 질투하는 큰 아이 등 우리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모습들에 더 많이 초점이 간다. 주인공 쿤이 미래의 미라이를 만나고, 과거의 엄마, 증조할아버지를 만나는 것도 현실에서 감정이 폭발하는 감정에서 연결되는 것이지, 기존의 작품처럼 의도적으로 비현실을 현실처럼 만들지 않는다.

 

4.

쿤은 자신이 놀고 싶을 때 자신이 자전거를 탈 때 등 자기가 원하는 상황에 자신과 있지 않고 동생을 챙기는 어른들을 향해 울음을 터트리고 떼를 쓴다. 작품의 상당량이 쿤이 울음을 터트리는 장면이다. (쿤역의 김욜 성우가 녹음할 때 참 고생을 많았을 것 같다.) 그 때마다 나타나는 과거의 가족들, 혹은 의인화된 애완견을 통해 쿤은 위로 받고 한뼘 더 성장한다. 자전거를 제대로 타지 못해 심통이 났을 때 연결된 과거의 증조 할아버지를 만나고 무서움을 떨쳐 내고 자전거를 타는데 성공하고, 과거의 엄마를 만나고 난 다음 눈물을 훔치고 자고 있는 현재의 엄마 머리를 만지며 위로하기도 한다. 결정적으로 절정 부분인 근래의 도쿄역에서 길 잃은 아이가 된 에피소드 때도 아빠, 엄마의 이름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거나 미라이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라이를 자기 동생이라고 얘기하지 않다가 미라이가 외톨이섬 기차에 들어갈 위험에 빠질 때 온몸으로 막아내며 미라이는 내 동생이라고 마침내 이야기하기도 한다. 일상에서 응석받이였던 아이가 가족의 과거 미래의 모습을 보면서 좀 더 가족을 비롯한 주변을 챙기는 모습을 건조한 듯 하지만 참 따뜻하게 안아 주는 듯 했다.

 

5.

사실 이 영화의 타겟은 혼자 사는 분들이나 어린이 보다는 자식을 키우는 부모님에게 딱 추천할 만한 영화다. 어떤 분들에겐 이 영화가 가족주의라며 거부감을 표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이가 가장 먼저 만나는 사회적 관계는 가족이고, 그 가족을 통해 나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도 돌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아이의 성장기라 보면 조금은 이 영화가 따뜻하게 보여지지 않을까.

 

6.

중복이 많긴 했지만, 심정희 PD는 역시 심정희 PD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서는 연예인 더빙이었고 그래서 연기 부분에서 논란이 있었다면, 한국 더빙은 한정된 자원 속에서도 훌륭한 연출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7.

철도 덕후들도 보기 딱 좋은 영화다. 온갖 JR 열차들을 보게 되고 쿤이 여동생 이름을 정할 때 "노조미, 히카리" 등을 얘기할 때 피식 웃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근미래의 도쿄역은 호소다 감독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바라볼 수 있다. 외톨이 기차를 탈 뻔할 때 지하에 있는 옛 기차들 역시 지나가는 듯 하지만 어쩌면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소품으로 활용됐다


(기사 등록 2019.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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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변혁 재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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