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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의 혁신

6차 노동운동 세미나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4. 7. 16.

전지윤

* 이번에는 6회차 세미나였고 73했다. 2009년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 때 있었던 민주노총의 노동운동 위기와 대안에 대한 대토론회 자료집이 교재인데다가, 세미나가 막바지로 가면서 노동운동 위기와 대안관련한 쟁점이 주로 토론되고 있다.

원래 발제를 맡았던 동지가 갑자기 불가피하게 참석하지 못하는 바람에 그 부분은 내가 간단히 발제했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텍스트의 범위를 줄여서 훨씬 여러 고민들을 충분히 토론할 수 있었다. 여러모로 유익하고 활발한 토론이었다.

이번 세미나에서 제기된 쟁점과 토론 내용을 아래에 정리했다.(정리의 편의를 위해서 질의 응답식으로 정리한 것이다실제로는 많은 부분 다양한 참가자들의 주장과 토론 속에서 나온 내용들이다물론 정리자의 주관이 많이 개입돼서 정리된 내용이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논쟁됐던 내용에서도 양 쪽의 입장을 동등하게 정리했다기 보다 정리자의 입장으로 써있다는 점을 주의하라토론 때 충분히 정리되거나 답변되지 못한 점도 정리자의 의견으로 보충했다.)

 

* 2000년대 중반부터 제기돼 온 노동운동 위기론을 과장으로 볼 수 있지 않은가?:

물론 아직 한국 노동운동은 1980년대 미국과 영국처럼 심각한 패배를 겪은 바는 없다. 그리고 87년부터 90년대까지의 노동운동의 상승기와 단순 비교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을 것이다. 위기를 과장하며 잠재력 자체가 사라진 것처럼 말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위기라는 규정이 패배나 침체기를 뜻하는 게 아니라, ‘위험한 고비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이미 노동운동 안팎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위기의 합리적 핵심을 봐야 한다.

실제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활동가와 대의원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압도 다수가 스스로 위기라고 답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자신감이 높지 않아서 조직과 의식이 정체돼 있고, 따라서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인 것이다. 노동조합 조직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고 특히 비정규직, 중소기업 등에서 조직화에 실패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쌍용차 파업 때 눈뜨고 살인진압을 지켜보면서, 작년에 민주노총 침탈을 당하는 상황에서도 속수무책이었던 것 등을 겪으며 위기론이 더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진 것이다.

 

* 노동운동이 위기라면 그 원인은 무엇이라고 봐야 하는가?:

멀게는 소련동유럽 붕괴가 낳은 이데올로기적 위기가 있다. 이 상황에서 자본주의를 벗어난 대안을 가능하지 않고 체제 내에서 개혁을 추구해야 한다는 노조의 한계는 더욱 강화됐다. 이것은 이 나라가 부르주아 민주주의로 이행하면서 더 분명해졌다. 정치가 경제를 분리하고 경제영역에서 노사간 협상을 통해 제도적으로 노동자들의 조건을 개선하는 경향이 분명해졌다. 이것은 개별 작업장의 경제투쟁마저도 정권에 맞선 정치적 투쟁으로 발전하던 경향을 사라지게 했다. 이 속에서 노사간 협상을 담당하는 노조간부층의 등장과 공고화는 더욱더 투쟁보다는 협상을 통한 해결 경향을 강화했다.

그러면서 초기의 전투성과 활력은 점차 사라지고 일상적 시기의 제도화된 노사관계로 변화해 갔다. 그런데 경제 위기가 지속되면서 더욱 더 체제 내에서 노동조건의 개선을 추구하는 노동조합 운동의 한계가 두드러지고, 노동자들의 분열과 개인주의가 커졌다. 게다가 개혁정부 10년 배신의 경험이 이런 냉소를 더욱 부추기고 노동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 노동운동이 처음 등장하는 초기의 활력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부르주아민주주의에서 노동운동이 안정화되는 것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것은 일리있는 주장이긴 하지만, 현재의 상황을 불가항력적이고 변화하지 않을 것처럼 보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부르주아 민주주의 하에서도 노동운동이 다시 초기의 활력을 되찾고 거대한 진전을 한 역사적 경험이 있다. 예컨대 영국에서는 1840년대의 차티스트 운동이 가라앉고 노동운동이 매우 관료화 됐다가 1870년대에 다시 신노조 운동과 함께 강력한 전진을 한 바가 있다. 그 후에도 1930년대, 1970년대에 다시 전투성의 부흥을 겪은 바가 있다. 미국에서도 AFL의 관료화가 지속돼다가 1930년대에 CIO 운동이 등장하면서 노동운동이 커다란 전진과 전투성의 만개를 경험한 바 있다.

 

* 신자유주의가 노동계급과 노동운동에 미친 영향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신자유주의는 노동계급 내에서 경쟁을 격화시켰다. 성과급과 물량경쟁 등이 대표적이다. 또 노동계급 내에서 대기업 정규직, 대기업 직접고용 비정규직, 간접고용 비정규직, 파견 비정규직, 부품 외주업체 정규직, 이주 노동자 등 세분화된 분절을 낳았다. 이것은 노동자들의 단결에 어려움을 만들어 냈고, 단체행동의 효과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신자유주의는 단지 경제적 효과만이 아니라 국가의 성격 변화와 법과 제도를 통해서도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손배가압류, 필수유지업무제,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타임오프제 등이 있다. 이처럼 신자유주의는 민주주의와 노동3권을 제약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는 데 걸림돌을 조성해 왔다. 더구나 신자유주의는 이데올로기적으로도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끼쳤고 그것은 노동자들 속에서 냉소와 소외를 번지게 하기도 했다.

 

* 경제가 위기와 노동조합의 한계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나?:

노동조합은 체제 내에서 개선을 추구하는 데, 그 체제가 위기에 처하면 당연히 모순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 호황일 때는 노동조합을 통한 협상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조건 개선이 가능하다는 개혁주의적 기대가 커지는 게 자연스럽다. 경제 위기 때는 일단 체제를 위기에서 구하고 나서 개선을 추구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진다. 따라서 경제 위기 때는 더더욱 노동조합의 한계를 넘어서는 변혁적 정치와 조직의 필요성이 커진다.

 

* 경제 위기라고 하지만 기업의 이윤은 증가하며 사내유보금도 남아도는 지경인데 양보의 여지가 없다고 볼 수 있는가?:

물론 경제 위기 때도 지배계급은 여전히 사치와 향락을 누리고 있다고, 양보할 돈이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폭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단지 폭로를 넘어서 분석으로 가면, 이윤량은 늘어나더라도 이윤율이 줄어드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또 이윤율이 줄어들면, 투자해서 이윤을 회수할 기대가 줄어들기에 사내유보금이 커지는 법이다. 즉 사내유보금이 많다는 것은 다른 한편 경제 위기의 반영이기도 하다. 이런 위기가 쌍용차 대량해고와 한진중공업 대량해고에 영향을 미친 게 분명하다. 이 위기를 단지 먹튀나 회계조작이라고만 볼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 자동차 시장과 조선업에서 과잉생산과 위기가 존재했다. 물론 2008년 이후 한국 경제의 위기 정도를 미국이나 유럽과 단순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 개인적 일탈인 노조 간부의 비리나 성폭력 문제를 노동운동 위기와 연결시키는 것은 과도한 것 아닌가?:

성폭력 문제는 개인적 잘못이라 보더라도, 그것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조직적 문제이다. 성폭력 문제가 커진 것은 그런 문제를 피해자의 행실로 돌리며, 조직적으로 은폐하려고 했던 것에 있다. 노조 간부 비리는 더더욱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노조 관료가 협상의 전권을 가지고 현장 조합원들의 통제에서 벗어나, 협상 파트너인 사용자들과 유착하면서 나타나는 문제이다. 노조가 체제 내 조직으로서 기업이나 국가와 갈수록 융합하게 되는 과정하고도 관련있다. 그런 과정에서 노조 관료는 그들의 사회적 위치 때문에 갈수록 지배적 이데올로기와 체제의 잘못된 관습에 물들게 되고, 개인적 일탈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런 문제를 구조적 문제와 연결시켜 분석하면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 희망버스가 새로운 운동이었다는 것은 과장아닌가?:

희망버스는 기존의 운동과 지도부가 실패한 이후에 등장한 것이 사실이다. 먼저 2008 촛불 이후 기륭전자와 비없세의 투쟁이 그 맹아였다고 볼 수 있고, 한진중공업에서 파업을 통한 정리해고 저지가 실패한 이후에 본격 등장했던 것이다. 유성기업에서도 점거 파업과 장기농성이 패배하고 고공농성으로 이어지는 국면에서 희망버스가 등장했다.

고립되고 장기화된 투쟁 속의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통한 단결과 파업을 통한 문제 해결이 실패한 상황에서 희망버스의 사회적 연대와 여론의 압박에 기대를 걸었다.

희망버스에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많이 참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양상도 달랐다. 보통 민주노총이 조직별로 할당을 해서 참가를 조직하고 차비를 지원하는 집회 동원 방식과는 달랐던 것이다. 훨씬 자발성이 강조되고, 참가자들이 밤새 난장을 까면서새로운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 운동을 조직한 사람들도 기존의 운동 지도부와 구분된다. 송경동, 정진우, 김소연, 박점규 등으로 연결되는 노동운동, 문화계, 학계 등으로 연결되는 네트워크가 주도한 것이다. 이 운동이 보여 준 새로운 가능성과 그 한계를 분석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 서경지부, 학비노조, 삼성전자서비스 등의 성공 요인은 무엇이었는가?:

먼저 외주화 등을 통해서 이 부분 노동자들의 조건이 계속 악화돼 온 것이 불만을 크게 키운 것이 객관적 조건의 변화였다. 여기에 좌파들이 의식적으로 이런 사업장에서 전략 조직화를 시도한 것이 맞물려서 행동이 시작됐다. 정치적 조건도 잘 이용했다. 학비 노조는 진보교육감 대거 당선을 이용해서 조직을 확대했고, 삼성전자서비스는 3대 세습 국면을 조직 확대의 기회로 이용했다. 특히 서경지부는 학내 구성원들의 압도적 지지가 중요했다. 이 속에서 로비 점거 등의 단호한 행동을 결합시켰다. 그리고 집단교섭을 통해서 캠퍼스의 벽을 넘은 연대를 잘 건설했다. 가장 밑바닥 여성 노동자들을 짓밟는다는 비난 여론에 지배자들이 대응하기 쉽지 않았던 것도 중요하다.

 

* 지난 연말 철도파업 국면에서 전면파업은 가능했을까?:

쉽지 않았다. 전면파업이 가능하려면 다음의 5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했다. 첫째, 민주노총이 연대파업으로 자신들을 도와줄 거라는 믿음이 있어야 했다. 둘째, 불법파업으로 갔을 때도 지금의 전폭적인 여론 지지가 유지될 거라는 확신이 있어야 했다. 셋째, 전면파업이 결국 승리해서 손배가압류와 징계, 해고 등을 당하지 않을 거라는 점이 분명해야 했다. 넷째, 전면파업이 결국 박근혜 정부로 하여금 민영화 정책을 포기하게 만들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했다. 다섯째, 전면파업으로 갔을 때 지금 파업 대오의 이탈이 벌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필수유지인력들이 대부분 파업에 동참할 거라는 것이 분명해야 했다. 이 모든 것들이 분명치 않다면, 단지 지도부가 파업 선언을 하지 않은 게 문제라거나, 투사들의 네트워크가 있으면 전면파업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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