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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세상읽기 - 혐오없는 선거/ 장애인 문화향유권/ 비건 페스타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9. 8. 10.

전지윤


혐오없는 선거, 어떻게 만들 것인가?

 

지난달 차제연, 민변, 언개련이 공동주최한 혐오없는 선거, 어떻게 만들 것인가?’ 토론회에 갔었다. 발제와 토론 모두가 아주 유익하고 도움되는 알찬 내용들이 많았다. 모든 분들이 내년 총선에서 혐오 표현과 발언들이 매우 심각할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나누었다.

 

또다시 동성애를 반대하냐 찬성하냐는 식의 거짓 프레임으로 혐오를 부추기고 세력을 결집하려는 시도가 나타날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식의 선동이 혐오로 뭉친 위험한 정치인과 정당들에게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트럼프 등의 사례가 보여줘 왔다. 더구나 지금 미국의 이민정책 개악이 보여주듯이 이런 혐오와 차별 선동은 실질적인 사회적 제도적 차별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차별금지법 등 증오선동을 제한하기 위한 다양한 입법이 필요할 뿐 아니라 총선을 앞두고 인권위, 선관위 등이 권고, 교육, 입장표명, 가이드라인 제시 등으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토론자들의 지적은 전적으로 타당하다. 혐오에 기반한 정당과 후보들을 찾아내서 일종의 낙천낙선 운동을 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크게 공감이 갔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입장도 그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토론 과정에서 이자스민 의원이 얼마나 지독한 혐오와 차별의 괴롭힘을 당했는지 지적도 나왔다. 정말 그것은 전형적이고 끔찍한 이민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였다. 그런데 덧붙여 생각해보면 이자스민 의원 못지않은, 어찌보면 더 심각한 혐오와 마녀사냥을 당한 이석기 의원도 있었다.

 

낙인과 혐오의 광풍 속에 거의 만장일치로 체포동의안이 통과되고 소속정당은 해산당하고, 6년이 넘도록 아직도 감옥에 있는 사람. 이석기 의원을 마녀사냥했던 세력들이 바로 지금 난민, 소수자에 대한 혐오도 부추기고 있고, 종북혐오는 여전한 그들의 주축이다.

 

이들은 여전히 국회에서 공공연하게 대통령을 '김정은 대변인'이라고 공격할 정도이고, 이들의 눈치를 보는 문정부는 이석기 의원에 대한 석방, 사면을 생각도 않는다.

 

이것은 차별금지의 사유 중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에 분명히 포함되는 중요한 문제이고, 사상을 이유로 누군가를 인간 이하로 보면서 실제 학살이 벌어졌던 한국 사회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또 난민과 무슬림, 이민자에게 테러와 폭력의 혐의와 낙인을 씌우는데 악용될 수 있는 테러방지법의 문제도 있다. 지난해 예멘난민 문제로 한참 시끄러울 때 IS를 찬양하고 테러를 선동했다며 이 법으로 구속됐던 시리아 이민자는 최근 조용히 무죄 석방됐다. 테러방지법에 만들어질 때, 2의 보안법이며 난민과 이주민들이 희생양이 될 것이라던 경고는 현실이 됐지만, 그렇게 반대하던 민주당은 정권을 잡더니 조용하기만 하다.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낙인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반드시 없어져야 할 법들은 굳건한데, 차별과 혐오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차별금지법은 없는 게 여전한 한국사회의 현실이다. 토론회가 끝나고 민중당 인권위 분들이 제안한 이석기 의원 석방 인증샷을 찍었다. 문정부는 8.15에 반드시 이석기 의원을 석방해야 한다.

 

시청각 장애인도 영화를 보고 문화를 즐길 권리가 있다

 

지난달에 시청각 장애인 영화관람 차별행위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이 있었다. 한 동지의 요청으로 갑자기 가게 됐지만 의미가 큰 자리였다. 국가인권위가 얼마 전, 영화관이 한글 자막을 제공하지 않아 시청각 장애인에 대한 편의 제공을 소홀히 했다는 진정을 기각했기 때문이다.

 

납득할 수 없는 판정이 아닐 수 없다.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권리는 기본적 인권이고 시청각 장애인들도 예외일 수 없다. 영화나 음악을 즐길 수 없다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삭막해지고 의미가 줄어들고, 정서적인 위로나 치유도 얻기 어려울 것일지 분명하다.

 

대사가 들리지 않는 사람에게 한글자막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영화관에 오지 말라는 말이다. 장애인 동지와 가끔 영화를 보러 갈 때 느끼지만 휠체어 이용자도 영화 보기가 쉽지 않다. 휠체어 자리가 맨 앞이나 맨 뒤에 있어서 고개를 젖히고 힘들게 보거나 너무 멀리서 보게 되는데, 더 좋은 자리를 선택할 기회도 없는 것이다.

 

영화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멀티플렉스들은 엄청난 수익을 거두며 이미 우리가 어떤 영화를 볼지도 정해주다시피하고 하는데 소수자까지 차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영화를 상영하면서 영어자막을 제공해주는 영화관은 있어도 수어를 제공하는 곳은 없다. 이미 2016년에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돼 수어는 국어와 함께 또 하나의 언어로 인정받게 됐는데 말이다.

 

사기업이라고 인권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면제해주는 일들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기업과 시장은 우리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거기야말로 인권 침해와 유린이 가장 많이 벌어지고 있다. 사회는 거기에 개입하고 규제해서 인권을 보장하고 누구도 차별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인권위는 이번 재진정에 대해선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

 

비건 페스타와 동물해방의 꿈


지난달에 비건 페스타에 갔다 왔다. 아직 반년도 안됐지만 비건 지향을 하고있는 초보에게 도움이 되는 경험이었다. 그동안에는 넷플릭스 다큐들이 큰 도움이 된 게 사실이다. 그걸 보면 육식이 건강에도 해가 되는 게 명백한데 이윤논리가 그것을 못 보게 하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이제는 나름 확신을 갖고 주변에도 권하게 된다.

 

지난해 본 지구생명체라는 유투브 다큐도 아직도 그 충격과 잔상이 기억에 남았는데, 누구든 그걸보면 정말 도살장의 벽이 유리라면 우리 모두가 채식주의자가 될 것이라는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아직 동물권과 동물복지에서 헷갈리고 면이 있고, 동물이 과연 온전한 투쟁과 연대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고민되는 점들도 있지만, 적어도 자본주의 축적 과정에서 동물이 엄청난 착취와 억압을 당해 온 피해자였다는 것은 분명하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이 당해 온 착취와 강탈이 역사에서 누락돼 왔다면, 육식주의 사회에서 동물이 당하는 착취와 강탈은 자연질서 그 자체로 여겨져 왔다.

 

일부 장사 속으로 온 부스들도 보이긴 했지만, 비건 페스타는 그런 질서에 균열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볼 수 있는 자리였다. 다양한 시식도 많이 했고, 베지닥터분들의 강연도 유익했다. 무엇보다 동물해방을 외치고 싸우고 있는 활동가들을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우유, 계란, 버터, 치즈가 들어있지 않은 음식을 찾기가 정말 어렵고, 성분표를 보면 어떤 음식이던 꼭 소고기, 닭고기가 약간이라도 들어있는 이런 육식 정상성 사회에서는 이런 분들이 소수자이고 그 목소리가 무시, 차별당하하고 있다.

 

문제는 이 분들이 너무 과격하거나 거친 방식으로 싸우는 게 아니라, 육식정상성과 육식문화가 너무 오랫동안 당연시돼 와서 비집을 틈도 찾기 어렵다는 데 있다. 정말로 폭력적으로 강요되고 있는 것은 육식이지 비건이 아니다.

 

하지만 다수자와 기존질서에 균열을 내는 목소리는 항상 고립되고 비난받기 일쑤다. 이성애중심 사회에 반기를 든 소수자들은 동성애 독재를 추구하며 표현의 자유를 억누른다고 비난받고, 성폭력적 사회에서 가해, 2차가해에 반성과 사과를 요구한 사람들은 피해자 권력을 휘두르며 양심을 검열하고 전향을 요구했다고 비난받고...

 

하지만 인간, 비인간 동물, 지구환경 모두에게 해가 되는 공장식 축산과 육식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은 정당하고 지지할 가치가 있다. 노예해방, 여성해방에 대한 외침이 처음에는 소수의 별난 사람들처럼 취급됐지만, 결국 현실이 되고 더 큰 목소리가 됐듯이 동물해방에 대한 이 분들의 주장과 투쟁도 단지 꿈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기사 등록 2019.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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