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균
1.
의정부고 블랙페이스 관련해서 학교 측 입장도 학생회(?) 쪽 입장도 보게 되었다. 그게 차별인지 몰랐다, 당사자가 차별이 아니라고 하더라로 변명하고 정당화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샘 오취리는 "네도 차별했잖아." "그게 왜 차별이야?" "역차별이야." 맹폭력 속에서 결국 사과를 받아야 하는데 사과를 하는 입장이 됐다.
그리고 생각했다.
지금 당장 그 블랙페이스 퍼포먼스를 한 그 의정부고 학생들을 뭐라 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문제는 그것이 왜 인권적으로 문제가 되고 차별이 되는지 전혀 기본적인 교육이 되지 않고 있는 학교가 문제인 것이다. 또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건 차별인 줄 몰랐대요" 라는 반응도 실망스럽다. 학교는 변명을 하는 것을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문제로 상대방이 상처 받았다고 얘기할 때 우선 "사과"하고 그 사과에 맞는 "대처"를 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학교가 그러고 있으니, 그 졸업사진 찍은 학생 당사자들은 역차별 드립이나 하고 있다. 그래서 생각했다. 지금 당장 그 학생들을 뭐라고 하지는 않겠지만, 그 학생들은 나중에 류호정이나 장혜영과 관련해서 보았듯이 "어린 놈이..." "그게 왜 장애인 차별이냐. 비유지. 도대체 무슨 말을 쓰라고..." 식의 말로 혐오와 차별을 아무렇지 않게 배설하는 "어른", 역차별 운운하면서 여성혐오를 아무렇지 않게 배설하는 "어른"이 되겠구나 탄식했다.
그 주변의 환경이 인권적이지 못한 것은 안타깝다. 하지만, 좀 더 시간이 흐르면 비로소 지금은 받지 못하는 행동에 대한 책임은 단단하게 받게 될 것이다.
2.
그러고 보니 의정부고는 몇 년 째 졸업앨범을 그런 식으로 찍고 있는데, 그 의정부고를 따라서 똑같은 컨셉으로 졸업앨범을 찍었다가 온갖 성폭력, 악플을 받은 작전여고가 생각났다.
만약 작전여고 같은 여고나 아니면 여학생이 그런 블랙페이스 논란을 일으켰으면 어땠을까? 보나마나 지금처럼 쉴드 치는 분위기가 아니라 온갖 혐오와 비난과 악플을 퍼부었을 것이다. 그 문제 이상으로 그 여학생들을 몰아 세웠겠지. 그 관짝 퍼포먼스를 한 학생들이 남성이었기에 이 정도로 안전하게 보호받고 정당화받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특히나, 장혜영, 류호정과 관련된 반응을 보면서 더 그런 생각이 견고해 진다.
몇년 전 학교로부터 졸업식 코스튬 퍼포먼스가 탄압을 받았을 때는 그 자유를 옹호한 바 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 그것이 연례 행사가 되고, 그 자유가 남의 인권을 차별하는 것이라면 그 자유는 비판받을 수 있다는 것을 그 학생들이나 학교나 알아주길 바란다. 그 자기 정당화를 위해 썼던 역차별이란 말, 그대들이 "잃을 게 없었는데 왠지 평등과 인권을 얘기하면 잃을 게 많아져서 전전긍긍하는" 남자라서 그런 말을 쓰는 거라는 생각 좀 해 봤으면 좋겠다.
3.
샘 오취리가 얼마나 비참한 생각이 들까. 역시나 한국은 인종 차별이 만연하고 소수자에 대한 인권은 여전히 바닥에 있는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한국에서 외국인으로서 그리고 흑인으로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다시 한 번 생각이 든다. 비단 샘 오취리 뿐만 아니라 농촌이든 하청 노동이든 가장 힘든 노동 현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이 사건은 자신들에게 가혹한 한국이 역시나 그 가혹함이 공개적으로 만연하구나 생각이 들 것 같다.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해시태그긴 하지만, 이 야만의 시대에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샘 오취리를 응원한다.
#I_Stand_with_Sam_Okyere
#나는_샘_오취리와_연대합니다
#BlackLivesMatter
(기사 등록 202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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