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6 서브스턴스: 사회가 개인에게 강요하는 기준, 그 폭력적 세상의 극대화 박철균 어떤 영화길래 칸느에서 각본상을 받고, 데미무어는 배우 인생 수십년만에 첫 골든글러브 여우주연상까지 받았음은 물론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까지 얘기가 나오는지 궁금했다. 영화는 굉장히 강렬했다. 한 때는 잘 나가는 헐리웃 스타였지만, 50대가 되면서 퇴물 취급받으며 오랫동안 고정으로 진행되었던 TV 에어로빅 프로그램에 해고 되는 것은 물론 방송국 중진이 뒷담화로 모욕을 당하고 심지어는 자기가 나온 광고가 뜯기는 것을 보다 차 사고까지 나며 멘탈이 나가기 시작한 엘리자베스가 서브스턴스라는 약물을 주입하면서 본인이 갈망하던 "젊고 날씬한" 클론 수를 탄생시킨 후의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엘리자베스나 수나 TV 쇼가 끝나면 "당신 자신을 챙기세요." 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엘리자베스의 모습은 이와.. 2025. 1. 31. 퍼펙트 데이즈 - 일상을 살아가는 모두를 위한 격려 박철균 1. 일상의 기본적인 틀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세히 들어가면 언제나 똑같지는 않다. 뭔가 사건이 일어나서 좀 다른 방향으로 갈 수도 있고, 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결론은 다시 집에서 잠을 자게 되고 꿈을 꾸고 다시 다음날 눈을 뜬다. 뭔가 규격화되어 있으면서도 변수가 항상 일어나는 삶. 하지만 이를 통해 우리 삶은 계속 이어지는 듯 보인다. 2. 도쿄 시부야에서 도쿄올림픽을 맞이해서 공중화장실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 결과 다양한 디자인에 상당히 깔끔한 화장실이 은근히 강조된다. 하지만 히라야마의 직장 동료인 타케시의 대사처럼 그 화장실은 곧 "더러워 질" 것이다. 그 깨끗한 화장실 뒤로 화장실을 매일매일 성실히 깨끗하게 하는 청소부 히라야마가 있다. 때론 대놓고 .. 2024. 10. 13. <괴물> - 사람이 괴물이 되는 세상의 진실 박철균 (주의: 이 글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사실 "브로커"와 "마이코의 행복한 밥상"으로 인해 고레에다 히로카즈에 대한 실망감이 매우 커진 상황이어서 "괴물"에 대한 기대치가 많이 낮았었다. 칸느에서 극본상을 받아도, 여러 평론가(특히, 이동진)의 극찬이 있었음에도 다소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괴물을 봤었다. 그렇게 실망한 만큼 "예전 고레에다 작품 텐션으로 돌아왔다."라고 박수 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2. 소통은 무엇이고 폭력은 무엇인지 그리고 괴물이라 불리는 악함은 무엇인지 영화 전체를 통틀어 내내 질문받는 느낌이었다. 스토리텔링 구성이 주요 인물의 관점(엄마 사오리, 선생님 호리, 아들 미나토)에 따라 같은 일이라도 서로 다르게 판단하거나 오해하고 이로 인해 서로 갈등하거나.. 2023. 12. 22. 이니셰린의 밴시 -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 박철균 * 스포일러가 조금 있습니다. 사실 본 것은 4월 초에 봤었는데, 이래저래 감상평을 쓰니 마니 개인의 바쁨으로 미루다가 이제야 조그마하게 쓸려고 한다. 아일랜드 내전을 배경으로 하고, 그래서 섬 너머 본섬에서 들리는 총성 소리나 본섬에 다녀 온 경관의 비인간성을 통해 내전의 느낌이 느껴진다. 그런데, 이 영화는 내게 있어 인간관계에 있어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뭔지 다시금 고민하게 만든 영화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만화 "후르츠 바스켓"의 명대사가 생각났다. "좋아하기 때문에 무슨 소리를 해도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선 안돼. 좋아하기 때문에 무슨 짓을 해도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반성하는 편이 좋아. 일방적으로 고조된 애정을 맞부딪쳤다간, 상대의 무거운 짐이 되거나 상처를 입힐.. 2023. 5. 30. 세상읽기 - 이태원 참사/ 공안정국/ 프랑스/ 핵무장/ 영화.. 전지윤 ● ‘세월호의 길’과 ‘이태원의 길’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에 참석하면서 여러 감정이 들고 생각을 하게됐다. 먼저 가장 큰 것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분노였다. 이 정부는 끝내 사과하지도 어떤 책임자들도 사퇴시키지 않았다. 이상민 사퇴와 해임을 요구하던 사람들이 어제 듣게 된 것은 자기들끼리 권력 다툼하다가 나경원이 사퇴하고 해임됐다는 소식 뿐이었다. 따라서 우리는 이태원 참사를 끝까지 기억하면서 그 책임자와 가해자들도 끝까지 기억해야 한다. 또 어제 유가족들의 절규를 들으면서 너무나 가슴이 아팠고, 결국 왜 우리가 유가족들의 절규와 호소에 응답하면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이룰 수 있을만큼 큰 힘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솔직히 지금 이태원.. 2023. 1. 27. 세상읽기 – 고물가/ 신종북몰이/ 한동훈/ 영화 전지윤 ● ‘서민을 위해’ 기업 금고와 부자 지갑을 채우자는 윤석열 정부 고유가, 고물가, 식량가격 급등 속에서 전세계적인 경제 위기로의 흐름이 뚜렷하다. 특히 가난한 남반구 국가들과 어느 나라에서든 노동자들, 가난한 서민들이 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스리랑카는 국가 부도가 났고, 아르헨티나와 페루 등은 상황이 심각하다. 시장에 가보면 급격한 물가 인상에 겁이 날 정도다. 물론, 자본주의에서 언제나 그렇듯 경제 위기가 온다고 모두가 힘들지는 않다. 예컨대 미국 대통령 바이든은 거대석유기업 엑슨모빌이 지난해 ‘하느님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고 말했다. 이 나라도 마찬가지다. 고금리 속에서 거대은행들과, 고유가 속에서 에너지기업들이 놀라운 폭리를 벌어들이고 있다. 전세계적 주요 국가 지배자들의 대응은 일단.. 2022. 7. 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