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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세상읽기 – 윤석열 위기/임은정/미얀마/<안나>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22. 8. 14.

전지윤

아직 47개월 남았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대통령으로서 박근혜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점은 공감 능력의 부족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돈없고 힘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끼는지 알지 못했고,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보살펴야 하는 어리석고 불쌍한 백성들취급하는 시선이었다. 그것은 박정희로부터 이어진 것이다.

그러한 박근혜의 (선택적인) 공감능력 부족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 세월호 참극이었다. 그때 많은 사람들은 대통령 자리에 있는 저 사람이 우리같은 이들의 고통과 슬픔에 대해서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따라서 탄핵으로 가는 박근혜의 운명은 20164월에 이미 결정됐다.

반면 세월호와 박근혜의 탄핵을 겪고서 그 자리에 올라선 문재인 정부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안전관리에 대해서 매우 민감하고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어떤 반응이 일어날 것인지 너무 잘 알았다. 그래서 강원도 산불이 났을 때 새벽 2시에 대통령이 주재하는 긴급 대책회의가 열리고 했다.

그런데 이제 다시 공감능력 없는 대통령이 등장했다. 기후위기 시대에 100년만의 폭우 자체는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다. 심지어 오세훈이 하수시설 관리예선을 900억이나 삭감한 것도 그럼 그렇지싶었다. 칼퇴근에 대한 집착도 이해해줄 수 있다. 그러나 윤석열이 지하셋방을 내리다보면서 내뱉은 말과 그것을 사진으로 홍보한 대통령실의 태도를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차가운 쇳덩이가 심장을 뚫고 지나가는 느낌, 세월호 때 박근혜를 보고 느꼈던 그 기분이다. 사진을 보면 한국에서 최고가 최호화 아파트라는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 사는 윤석열은 그 지하셋방을 신기한 듯 내려다보면서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데도 사람이 있나, 왜 이런 곳에 살지.’

그리고 윤석열과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로 구성된 대통령실에서는 그 장면을 보고 어떤 문제의식도 못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그것을 효과적인 홍보 사진이라고 고른 것이다. 이것은 단지 홍보 능력과 감각의 문제가 아니다. 서로 다른 세상에 살면서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것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은 사람도 아니라거나, 타인을 공감할 능력이 없다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 그도 분명 우리와 같은 사람이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공감 능력이 뛰어날 것이다. 당장, 그는 늦은 저녁 시간에 헬기를 띄워서 소음을 일으키는 게 아크로비스타의 힘있고 돈있는 이웃주민들에게 얼마나 큰 불편한 감정을 일으킬지 너무 잘 공감했다.

삶과 경험에서 비롯한 이러한 선택적 공감 능력을 조선일보에서도 볼 수 있다. 조선일보는 이틀 연속으로 왜 폭우만 쏟아지면 한국에서 가장 잘사는 곳이라는 강남 지역이 더 큰 피해를 입고 고가 외제차량까지도 둥둥 떠나니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지 집중 분석하고 수많은 전문가들을 동원해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즉 윤석열의 태도와 대통령실의 사진과 조선일보의 지면에서는, 이웃에게 전화해 우리 애들이 갇혀있다며 절규하고 몸부림쳤다는 지하셋방 세가족의 할머니의 마음, 그 소식을 듣고 당장에 달려가 창문을 깨트리고 쇠창살을 뜯어내면서 가슴이 타들어갔을 이웃들의 마음이 전혀 담겨있지도 느껴지지도 않는다.

이런 공감 격차는 단지 윤석열 등의 인간성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통해서 이제 대한민국의 가장 잘 사는 동네에서 언제까지 이런 일을 방치할 것이냐는 각성 효과로 강남지역의 하수시설은 분명히 개선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낳은 기후 위기와 화석연료 의존 경제, 주거 불평등과 반지하 주거같은 문제는 여전히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부자 감세, 민영화, 반노동, 반환경 정책 방향을 고수할 것이다. 기후 위기와 재난 자본주의의 시대에 우리는 같은 폭풍우 속에 있지만 다른 배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의 지지율 추락에도 <조선일보> 김대중은 거기에 천착하다가는 방향을 잃을 뿐 아니라 결국에는 대의(大義)를 그르치게 된다. 지도자의 대의는 나라의 틀을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 했다.

나라의 틀을 바로 세우기위해 대통령실은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의 결합 차단 방안을 주문하는 문건을 돌려보고 있다. 검찰은 전방위적 수사 기소와 압수수색으로 야당 인사들을 옥죄고 윤석열 측근들은 덮어주고 있다. 족벌언론은 똑똑하고 얼굴 하애서 여학생들이 좋아했고 날라리들도 건들지 못한 한동훈 학창시절에 대한 기사들을 내보내고 있다. 이런 시간이 아직 47개월 남았고, 이번 사태는 그 시작에 불과하다.

구정물로 가득 찬 지하방에서 떠다니던 물에 젖은 인형

윤석열과 그의 정부와 친정부 족벌언론들이 폭우와 수해와 각종 비극적 소식들로 허물어진 우리의 가슴에 소금을 뿌리려고 아주 작정을 한 것 같다. 어제 오늘 나오는 이야기를 듣다보니 열불이 터져서 못 참겠다. ‘비온다고 대통령이 퇴근을 안하냐? ‘퇴근하다가 침수가 시작되는 것을 봤다?

자택에서 전화로 모든 것을 지시했다? ‘대통령이 있으면 거기가 상황실이라고? ‘아크로비스타가 이미 지하벙커 수준의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있다? ‘모든 게 문재인과 박원순 탓이라고? ‘강남 빗물터널 건설이 답이라고?

그러면 윤석열은 용산 집무실을 나와서 '서초동 상황실'출근중에 수해 현장을 눈으로 시찰했다는 말인가? 윤석열은 비대면 언택트 시대에 재택근무 대통령이라는 세계 초유의 모델을 만들며 또다른 K신화를 만들고 있다는 것인가? 윤석열이 급해서 공중화장실에 가면 거기가 상황실이고, 동네 목욕탕에 가면 거기가 상황실이 되는 것인가?

아크로비스타가 아무리 초고가 아파트라도 청와대 지하벙커와 다를 바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전임 정권과 시장 탓도 한두번이지 이 정도면 광적인 집착 수준이다. 그렇게 예산을 쏟아붓고도 어떻게 배수체계를 관리하고 정비해 왔으면 이런 재앙이 닥쳤는지 제대로 조사와 평가도 하지 않고 또 대규모 토건사업의 기회로만 보는 게 정상인가?

빗물터널 건설을 향해 좋빠가(좋아 빠르게 가)를 외치는 윤석열을 보면서 분노와 절망만 느껴지는 이유가 무엇인가? 6년전 광화문에서 이게 나라냐를 외치던 기억이 되살아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번 폭우에 물 웅덩이가 형성된 도로 옆을 걷다가 빠르게 지나가던 버스가 일으킨 물벼락을 온 몸으로 뒤집어쓸 때 그 기분이 계속 되살아나는 이유가 무엇인가?

윤석열과 측근들과 친정부 족벌언론들은 제발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짓을 중단해라. 강남지역 친구들과 건설사업 대주주들에게만 감정이입하지 마라. 우리 곁을 떠난 반지하 세가족 중에 13살 소녀가 할머니에게 보냈다는 마지막 문자를 보며 마음 속에 떠오르는 게 없는지 생각해 보라. 구정물로 가득 찬 그 지하방에서 둥둥 떠다니던 물에 젖은 고양이 인형을 보면서 그 소녀가 무엇을 꿈꾸었을지, 마지막으로 본 세상의 풍경이 어땠을지 상상해 보라.

그래서 만약에, 당장 반지하 30만 가구에게 인간다운 주거시설을 제공하기 위한 대대적인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그런 열악한 조건을 감수하고 버틸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복지와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전장연이 요구해 온 장애인 예산을 확충하겠다고, 그것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부자와 대기업 감세가 아닌 증세를 하겠다고, 핵과 석탄화력이 아니라 재생에너지로 기후위기에 대처하겠다고 방향 전환을 발표한다면 나부터 박수를 치겠다.

저의 윤석열 비판글에 대한 몇몇 분들의 의견에 대해

https://alook.so/posts/92t59el 

윤석열 정부의 수해 대응을 비판한 위의 제 글을 읽고, 댓글을 통해서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지지해주신 분들과 관심을 가지고 정성껏 비판적인 지적과 이견을 제시해주신 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특히 비판적 지적과 이견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고 제가 무엇을 놓치거나 과한 게 있는지 항상 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원래 댓글 논쟁에는 부정적이고 가능한 피하려는 편이어서 자세한 답변은 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따라서 제가 보기에 몇가지 사실관계의 오류들(박원순 시절에 수방치수 예산을 삭감했다거나 오세훈보다 민주당 의회가 책임있다 등)들은 따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또 강남 빗물터널 등이 수해방지 인프라라는 방향에는 전문가와 관련단체들도 강한 반론이 있다는 것도 자세히 언급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지적하신 부분들에 대해서 큰 틀에서 아주 간략하게 제 의견을 몇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제가 개인을 비난할 의도로 글을 쓴 것은 전혀 아닙니다. 저는 윤석열을 개인으로 보지 않고, 실제로 윤석열은 개인이 아닙니다. 그는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자이고, 집권 여당의 대표로서 권력을 잡은 것이고, 실제로 주요한 정치적 기반과 세력을 대변하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윤석열과 이 정부와 정책에 대한 비판을 개인에 대한 비난으로 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제 글이 편가르기와 진영논리라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어떤 정부와 정책을 비판하는 것이 곧 자동으로 편가르기와 진영논리일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이 이 세상에 편가르기와 진영논리가 아닌 주장은 존재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편가르기와 진영논리는 비판이 타당하지 않고, 어느 한 쪽에는 비난만, 어느 한쪽에는 찬양만 하고, 잘한 것도 못한 것도 모두 비난거리로 삼는 태도에나 적절한 비판일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제 글에서 윤석열 정부의 잘한 것까지 무조건 비난하거나, 근거없이 무조건 비난하거나, 반대로 민주당은 못한 것도 찬양하거나 이런 태도를 취한 바가 없습니다. 기본으로 저는 민주당에 비판적이고 굳이 따지면 진보정당의 지지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진보정당들에 대해서도 저는 비판할 지점과 지지할 지점이 모두 있다고 보는 편입니다.

셋째, 제 글이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을 지지한 사람들을 모두 싸잡아 비난하는 내용이라는 것은 전적으로 오해입니다. 제 주변에도 윤석열에게 투표한 사람들이 있지만, 저는 그 분들을 비난할 생각이 없습니다. 저는 항상 속은 사람이 아니라 속인 사람이 문제라는 입장입니다. 그리고 지금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 추락은 지난 대선에서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도 대거 돌아서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 저는 그런 분들의 변화를 지지할뿐 비난할 생각이 없습니다.

넷째, 제 글이 감정적으로 치우쳐서 본질을 흐리고 이성적이지 않다는 비판도 잘 납득가지는 않습니다. 이번 수해에서 윤석열 정부의 잘못된 대응에 많은 분들이 실망, 분노하고 있고 저는 그것은 충분히 타당하고 근거있는 반응이라고 봅니다. 그러한 실망과 분노의 감정은 사실적 근거와 논리를 바탕으로 한 것이지 단지 비이성적인 감정이 아닙니다.

보통 감정을 비이성과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예컨대 우리가 살인과 강간이라는 범죄에 분노하고 강한 처벌을 요구하고 그것이 법과 제도에도 반영된 것은 단지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인 현상이 아닙니다. 도덕과 윤리에 대한 판단과 오랜 세월을 거친 체계화는 대단히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과정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저는 세월호 참사와 가족들의 고통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잘못된 대응과 그것에 대한 대중적 공분과 안전사회에 대한 요구, 그리고 부동산 불로소득과 극단적 양극화라는 사회 부정의에 대한 대중적 정서와 그것을 반영한 종부세와 투기 억제 등의 정책은 그 나름의 이성적 논리에 따른 것이라고 봅니다.

그것을 진보적 정책과 보수적 정책, 시장주의적 정책과 평등주의적 정책으로 구분해서 그 효과와 장단점을 구체적으로 토론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어느 하나를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인 정책으로, 다른 것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정책으로 나누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습니다.

어느 경제학자가 말했듯이 저는 따듯한 가슴과 차가운 머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윤석열 정부와 정책에서는 그것을 보기가 어렵다는 게 저의 정치적 판단입니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이번 폭우와 수해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보통 사람들에게 공감하려는 노력을 보여줬다는 지적은 받아들이기 어렵고, 이것은 지금 단지 저만이 아니라 정치적 입장을 떠나서 많은 이들의 공통된 지적으로 보입니다.

이상한 검사임은정의 꿈을 응원하며

이것은 임은정 검사가 최근 <시사인> 인터뷰에서 고발한 내용이다. “내 혀를 깨물지언정 그 사람과 같은 인권을 말하고 싶진 않았다는 그 마음이 어떤 것인지 이해가 간다. 물론, 이것은 몇몇 검사 개인의 인성의 문제가 아니라, 이것이 가능하게 되는 조직문화와 구조의 문제다. 이걸 보고 몇 달전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검찰의 수사권을 지켜야 한다고 했던 몇몇 분들은 스스로를 돌아보면 좋겠다.

국회에서 추진된 검찰수사권 분리 법안을 검수완박이라고 부르면서, 검찰과 족벌언론과 함께 앞장서 반대 목소리를 높이던 일부 진보적언론인과 지식인들도 마찬가지다. 그런 이들은 민주당의 가장 큰 잘못은 검수완박 추진이라고 말해 왔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제 와서 검찰공화국이 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 두 가지 입장이 서로 모순이라는 것을 정말로 모르는 것인지 아직도 이해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결정적 국면마다 검찰의 편을 들어준 이들은, 자신들이 검찰의 정치공작 피해자들의 뒤통수를 쳐왔을 뿐 아니라, 검찰 내부에서 죽을 힘을 다해서 싸우고 있는 임은정 검사같은 내부고발자들을 얼마나 힘 빠지게 만든 것인지 알아야 한다.

한국사회에서 가장 막강한 조직 중 하나의 내부에서, 십 년도 넘게 철저하게 핍박과 왕따를 당하면서 투쟁한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힘든 어려움일 것이다. 게다가 이제 그 조직은 대통령까지 배출하고 검찰왕국을 향해 나가고 있다. 그런 이들에게 도움은 못줄망정 외부에서 계속 검찰을 편들며 개혁을 반대하는 쪽에 힘을 실어준 것은 정말 큰 잘못이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검찰개혁을 추구해온 임은정 검사가 최근에 <계속 가보겠습니다>라는 책을 냈다. 그리고 곳곳에서 인터뷰를 하고 자신의 주장을 알리고 있다. 그 인터뷰들 하나하나가 전부 읽을 가치가 있고 검찰의 문제가 왜 구조적인 것이고 철저한 개혁이 필요한지, 임은정 검사가 얼마나 놀랄만한 용기와 의지로 투쟁해 왔는지 잘 보여준다.

하지만,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임은정 검사는 인생이 왜 이렇게 힘든 건지. 너무 힘들어요라고 끝내 눈물을 보인다. 조직 내에서 선후배와 동료들에게 불가촉천민처럼 왕따를 당하며 온갖 상처를 감내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비슷한 경험을 아주 작은 규모로 아주 짧게 해본 적이 있기에, 그 고통을 약간은 알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임은정 검사는 또 다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며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시대의 역류는 분명 있는데, 역류가 자기 앞에서 거대해 보인다고 착각해 버리는 순간 그 역류에 편승해서 역사의 걸림돌이 되거든요... 살아생전에 내가 원하는 그 꿈을 바로 보지 못할 수 있어도, 다음 세대는 볼 수 있을 거라고 저는 믿으니까. 계속 꿈꿔보려고요... 저는 포기할 생각이 없어요. 혼자라도 계속 갈 건데, 그런데 저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에 대한 확신이 있거든요,”

이상한 변호사우영우는 판타지이지만, 검사이면서 검찰에 맞서는 이상한 검사임은정은 현실의 우리 곁에 존재한다. ‘죽은 검사들의 사회에서 임은정 검사의 검사도 법을 지켜야 한다는 요구는 정말 소박할 정도이다. 임은정 검사의 책을 사보고 인터뷰들을 찾아보고 읽는 게, 검찰개혁을 위한 그의 투쟁에 보답하고 그의 꿈을 응원하는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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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60km-snT0XM

https://www.youtube.com/watch?v=Ch8sDkFtzJY

https://www.youtube.com/watch?v=eWiEeVdDYq0

https://www.youtube.com/watch?v=f7p-HKNPm6E

https://news.v.daum.net/v/20220723093502471

https://www.youtube.com/watch?v=5yWgkvMe9SA

https://www.youtube.com/watch?v=XP8SAaV9GII

https://www.youtube.com/watch?v=bmuIhbbQpO0

https://news.v.daum.net/v/20220801051800245

https://news.v.daum.net/v/20220803055722561

<안나> - 사회의 갑질을 고발한 작품, 자본의 갑질을 폭로한 감독

투자배급사가 창작자를 거슬러 일방적 편집을 한 것으로 큰 논란이 된 드라마 <안나>는 사실,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로도 충분히 인정받을 드라마다. ‘톱스타 수지를 앞세운 수많은 드라마 중 하나라고 흘려듣다가 <안나>를 주목하게 된 것은 한 달 전 조선희 작가님의 페이스북 글을 보고서였다.

검찰공화국 시대에 이주영 감독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세여자> 조선희 작가님의 추천을 보고도 안보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결과는 역시나. 근래에 본 드라마 중에 최고였다. 지금 여기의 현실을 이보다 더 흥미롭고 생생하게 그려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드라마는 학벌주의 사회 속에서 학력뿐 아니라 모든 것을 조작해서 살아남으려고 한 여성이 주인공이다.

그런데 드라마는 단지 학력을 조작하는 것이 불공정하다는 것이 아니라 부와 권력과 학벌의 위계구조 자체가 불공정하다는 것까지 보여준다. 예컨대 조작하지 않은 진짜학벌과 학력을 가진 사람들의 실체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식이다. 이 위계구조 속에서 불가피하게 따라붙는 갑질과 폭력이 어떤 상황과 심리 속에서 나타나게 되는지를 정말 생생하게 보여 준다.

또 그런 구조에서 꼭대기로 올라가려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정치적 카르텔과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네트워크의 어두운 뒤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매우 설득력있는 그림을 그려낸다. 야망을 가지고 언론 플레이를 하며 급속도로 출세하는 정치인, 그런 정치인과 거래하며 경쟁자 제거를 돕는 언론, 정치권력의 뒤를 봐주는 검찰 고위간부...

많은 명장면들이 나오지만, 그래도 최고로 뽑고 싶은 것은 주인공 안나가 가사도우미에게 갑질을 하는 장면이다. 배우들의 표정 변화가 놀라운 이 장면은 과거에 안나가 이었던 시절에 건물주이자 사장이었던 에게 당한 것을 고스란히 돌려주는 것이기도 한데, 그래서 더욱 더 갑질의 위계와 하방적 연쇄와 지속 구조를 생각하게 만든다.

너까지 나한테 왜 이래/ 왜 너 생각만 해/ 왜 나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죄송하다고 없던 일이 돼?’로 이어지는 이 갑질의 레퍼토리는 이었던 사람들이라면 어디선가 한번씩 들어봤을 이야기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이 이 드라마는 보고서 김건희 씨를 생각나게 한다고 말한다. 정말 그렇다. 김건희가 왜 그랬을까 이해(?)하게 해주는 드라마이고, 또 지금 김건희 씨가 얼마나 불안하고 위태로운 심리 속에 괴로워하고 있을까 짐작하게 해주는 드라마이다. 안나를 연기한 수지는 그 심리를 정말 잘 연기했다. 수많은 찬사가 왜 나오는지 알만하다.

수지만이 아니라 모든 주조연들의 연기가 하나같이 대단했다. 역시 작품의 개연성과 완성도가 좋은 연기를 가능하게 하는 기본적 토대라는 것을 확인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에서 최고의 연기이자 발견이었던 것은 벤처사업가에서 단숨에 서울시장으로 올라가는 수지의 남편을 연기한 김준한이었다.

그는 돈과 권력에 대한 욕망으로 계속 선을 넘게 되고, 주변 사람들을 도구화하는 권위적이면서 미끈거리는 남성을 놀랍게 연기한다. 그 표정, 말투, 태도를 보면서 계속 무릎을 치면서 누군가를 떠올리게 되는데, 김준한이 이 캐릭터를 만들어내면서 윤석열을 참고했다는 것에 내기를 걸고 싶을 정도다. 신기한 것은 체형과 외모가 전혀 다른데도 표정과 태도만으로 윤석열을 생각나게 만드는 그 연기력이다.

드라마 속에서 언론과 검찰과 정치권력은 안나 부부의 범죄를 덮어주려고 한다. 현실에서도 지난주에 국민대는 김건희의 박사학위 논문 등은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국민대가 권력 앞에 굴복하는 순간에, <안나>의 이주영 감독은 배급사인 쿠팡플레이가 내 작품을 일방적으로 편집했다. 작품은 물건이 아니다고 고발하며 갑질에 정면 도전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쿠팡플레이는 한국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쿠팡의 계열사이다. 쿠팡은 잇달은 과로사, 열악한 노동조건, 노조 탄압, 노동자들에 대한 갑질로 유명하다. 이런 쿠팡플레이가 권력의 갑질을 고발하는 드라마에서 어떤 장면들을 삭제했을지는 짐작이 간다. 김건희와 윤석열과 지금의 한국사회를 더욱 더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을 편집한 것이 아닐까하는 의심도 든다.

내가 그토록 몰입하며 흥미롭게 본 것이 작품의 취지와 개연성을 훼손한편집본이었다니, 뒤늦게 사실을 알고서 분노가 치밀면서도 동시에 원본은 얼마나 더 대단했을지 궁금해진다. 몇 가지 설명 안 되는 장면들도 그런 야만적 편집의 결과였을까. 이것은 창작자에 대한 모독일뿐 아니라 작품의 감상자들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다.

사회의 갑질을 고발하는 드라마를, 노동자에게 갑질을 한 자본이 배급하면서, 창작자에게 또 갑질을 하고, 드라마로 갑질을 고발한 창작자가, 현실의 갑질에도 맞서게 되는 이 상황 자체가 너무나 상징적이다. 쿠팡플레이는 당장 이주영 감독에게 사과하고, 이주영 감독이 편집했던 원본 그대로인 드라마를 방영해야 한다.

"우릴 가두지 마십시오 우릴 죽이지 마십시오"

어제 밤에 여의도 국회 앞에서 장애인권리보장법, 장애인탈시설지원법 등을 요구하며 몇 년째 진행중인 전장연 농성장에 가서 오늘 아침까지 야간지킴이를 했다. 농성장을 지키면서 저녁에는 노트북으로 영화 <니얼굴>을 봤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발달장애인 당사자로서 연기까지 능숙하게 해낸 정은혜 씨의 캐리커쳐 작가로서의 활동과 일상을 담아낸 다큐 영화인데, 눈부신 미술적 재능에 감탄하게 된다. 얼마전에 본 <모어>도 드래그 아티스트 모지민 씨의 눈을 떼기 어려운 찬란하고 아름다운 재능을 보여 준 다큐였는데, 같이 볼만한 영화였다.

여의도에 올 때마다 보게 되는 민주유공자법제정을 위한 농성장은 몇 년째 여전히 그대로였다. 이 법안을 가로막고 운동권 셀프 특혜법, 신분세습법등 온갖 막말과 악다구니로 유가족들의 가슴에 칼을 꽂아대는 국민의힘에 정말 분노하고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다. 하루빨리 이 법이 제정되길 기원하고 또 기원한다.(촉구 서명: https://forms.gle/y15gzevWPVn1dwvp6)

무엇보다 이번 홍수와 수해에 목숨을 잃은 서러운 사람들을 생각하며 보낸 밤이었다. 그 중에서도 발달장애인들이 또 많았다. 발달장애인은 반지하 거주민의 15%, 노숙자의 25%, 기초생활수급자의 30%를 차지한다고 한다.

결국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장애인권리보장법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 보장으로 가는 고속터널이지, 오세훈과 윤석열이 좋아 빠르게 가를 외치는 강남 빗물터널이 아니다. ‘서초동 벙커로 칼퇴근에만 집착하는 윤석열과 약자와의 동행을 하겠다더니 강남과의 동행에만 신경쓰는 오세훈을 규탄한다.

윤석열과 오세훈은 전장연 박경석 대표님이 직접 부르는 이 노래와 절규를 듣고 제발 정신차려라. “국가는 우리 삶 외면하고 수 많은 죽음을 방치하네/ 방 밖으로 시설 밖으로 나와 우리는 이제 살고 싶습니다/ 우릴 가두지 마십시오 우릴 죽이지 마십시오/ 우리 목소릴 들으십시오https://youtu.be/zhizBj5ktQM

미얀마 군부의 사형 집행을 규탄하는 행진에 다녀와

어제 미얀마 군부의 민주인사 사형집행을 규탄하기 위한 행진이 있었다. 주최측은 한 100여명의 한국 거주 미얀마 이주민과 이주노동자들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한다. 그러나 광화문 사거리에서 길을 건너는 1천여 명의 행진대열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멀리 한국에 와서 곳곳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일하고 있을 미얀마 시민들이 전국에서 모여든 것이다.

어제 갔다가 미얀마 민중과 항상 연대해 왔고 어제 행진도 준비하신 한국 시민사회의 많은 존경할만한 분들을 볼 수 있었고, 더구나 항상 미얀마 현지의 생생한 소식을 알려오신 <미얀마투데이>의 최진배 선생님도 처음으로 직접 볼 수 있어서 참 반가웠다.

행진 내내 미얀마 분들은 쿠데타 수괴 훌라잉에 대한 증오와 규탄의 구호를 외치고, ‘지금 당장 민주주의를 원한다는 구호를 끝없이 외쳤다. 찜통같은 무더위에 광화문에서 옥수동까지 4시간에 가까운 행진과 집회 동안에 지치지도 않고 말이다. 사형당한 4명의 지도자들을 생각하며 눈물짓는 분들도 많았다.

쿠데타 이후 1년반이 지나면서, 서방과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해 한 것이 별로 없다. 독재적 정치인들이 곳곳에 있는 아세안도 마찬가지였다. 미얀마 군부는 중국에 의존하면서도, 동시에 주요 국가들과 관계를 잘 관리하며 공간을 만들었을 것이다. 한국의 포스코 등 다국적 기업들은 계속 군부와 거래를 하고 미얀마에 투자했다.

그래서 쿠데타 군부는 마치 저항을 짓밟고 질서를 회복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어제 서울 거리에서 목격한 분노와 열정은 쿠데타 이후 1년반이 지났지만, 군부가 이룬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보여 줬다. 민주주의를 위한 저항과 혁명은 처음부터 '국제사회'의 외교적 지원이나 기업들의 협조, 경제적 제재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들은 미얀마 봄의 혁명의 핵심 요인들이 아니었다. 쿠데타 군부를 반대하고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미얀마 민중들의 마음이 중요한 동력이었고, 그것은 지금도 흔들리지 않고 있다. 따라서 시민방위군의 투쟁, 소수민족 저항단체들의 반란, 민주시민들의 지지와 연대라는 혁명의 3요소가 계속 발전하며 결합해 나간다면 군부는 결코 승리할 수 없다.

30년만에 사형집행에 나선 군부도 그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군부에 대한 분노와 민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대변했던 지도자 4(16명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을 살해하며 사람들을 겁주려고 했다. 그러나 미얀마 군부는 결국 혁명가는 죽일 수 있어도 혁명은 죽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또 하나의 지배계급이 될 것이다.

미얀마 8888 민주항쟁 34주년 공동행동

미얀마 8888 민주항쟁 34주년을 기념하는 공동행동이 지난 며칠간 전국적으로 벌어졌는데, 어제는 서울지역의 미얀마 무관부 앞에서 기자회견과 1인시위가 있었다. ‘미얀마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시민사회단체모임에서 고생해서 준비해주셨고, 폭우 속에서도 진행됐다.

어제 기자회견에 참가한 미얀마 국민통합정부(NUG) 한국대표부 묘헤인 동지에게 들어보니 미얀마 군부독재는 지금 매주 5~6명씩 사형을 강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혁명 발발 이후에 사형선고를 당한 100여명의 민주인사들을 전부 죽여버릴 생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사형을 집행하고 바로 화장하는 방식으로 혁명가의 시신마저 유족에게 인도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묘헤인 동지는 중국보다도 러시아가 군사훈련 제공과 무기와 전투기 지원 등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미얀마 군부를 돕고 있다고 했다.

중국, 러시아, 미얀마 군부 등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권력 유지를 위해서 민주주의를 짓밟는 세력이 전세계 곳곳에서 반동의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경찰국을 만들어 87년 이전의 치안본부 체제를 부활시키려하고 경찰 프락치했다는 자를 책임자로 임명하는 것도 그럼 흐름의 일부일 것이다.

군부는 사형 집행을 통해서 1년이 지나도 꺼지지 않는 혁명의 불씨를 끄고 싶겠지만,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묘헤인 동지에게 들으니 한국에 있는 미얀마 이주노동자들이 NUG가 발행한 혁명채권을 수백만원 어치씩 사고 있다고 한다. 어떤 이주노동자는 1년 동안 힘들게 일해서 번 돈 2천만원을 모두 채권 구입에 지불했다고 한다.

팔에 혁명은 영원하다라는 타투를 새기고 미얀마로 돌아간 이주노동자가 공항에서 체포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어제도 미얀마 수도 양곤에서 목숨을 건 시위가 있었다고 한다. 검찰, 경찰, 국정원, 족벌언론이 아무리 수사, 기소, 조작을 잘해도 윤석열 지지율 추락을 막을 수 없듯이, 미얀마 군부의 총칼도 혁명의 불씨를 끄는 일만은 할 수 없을 것이다.

#StandwithMyanmar #StopCoup #RejectMilitary

(기사 등록 2022.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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