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윤
● 사법 쿠데타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사회 극우 반동의 중핵이 전광훈 집회와 서부지법 폭도와 양꼬치 거리의 혐중 시위대 속에 있다는 착각이 많았지만 실제로는 사법부, 검찰청, 국정원, 거대언론사, 재벌기업의 꼭대기에 있다는 것이 다시 확인됐다. 더구나 이들은 가장 힘있고 열성적이고 실질적인 중핵이다.
조희대는 이미 1989년에 노동운동 단체가 '이적단체'라는 판결을 내려서 인천과 부천 지역 노동운동가 13명을 구속하며 판사 시절을 시작했다. 이때도 조희대는 '신속 판결'을 해서 1차의 영장 기각을 뒤집었다. 조희대는 한결같이 자신이 '종북좌파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있다'고 믿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그 '종북좌파'가 이재명일 뿐이고..
그리고 이번에 대법원은 이재명만 '유죄취지 파기환송'한 것이 아니다.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을 유지하기 위한 '유죄취지 파기환송'도 있었다. 동성 군인간의 자발적이고 합의된 성관계도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이처럼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는 것은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다. 썰물이 커지면 모든 것이 같이 쓸려나가게 될 수가 있다.
더구나 지금 다시 민주당에는 이재명 테러 위험에 대한 제보들이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초의 이재명 살인미수 정치테러 당시에 테러범 김진성은 '사법부의 종북좌파 판사들이 이재명을 지켜주고 있다'면서 자신의 시도를 정당화했다. 지금은 사법부가 앞장서 뛰고 있는데도 테러 위협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이뿐만 아니다. 지금 조선일보는 며칠째 "김정숙 여사 옷값 180벌 4억원을 관봉권으로 결제했다"는 뉴스를 탑으로 올리고 있다. 이것은 검찰이 아니라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가 제공하고 추진하는 정보와 사건이다. 사법부는 한달도 안되는 대선 시간 동안에 이재명에게 5회의 법원 출석 기일을 잡아서 불러내고 있다.
한덕수의 선거 캠프 뒤에는 국정원이 있다는 소식도 나오고 있다. 결국 사법부, 국정원, 조선일보, 검찰과 경찰 등이 모두 나서서 뛰고 있는 것이고, 30일도 안남은 대선을 앞두고 기득권 카르텔의 막판 총공세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단순하다. 신라면, 너구리, 진라면 중에서 뭘 먹을지는 내가 선택할 문제다. 그런데 사법부가 '이제부터 너구리 먹지마!' 그러면? 이것은 너구리가 좋냐 아니냐, 내가 너구리 살거냐 아니냐 문제가 아니다. 이걸 이해못하고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심지어 이 기회에 진라면 더 팔릴 거라고 착각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래서 팔짱끼고 구경하기만 한다면? 그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다.
● 내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1. 크게 두가지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하나, 많은 이들이 선거는 원래 시민들이 투표로 결정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둘, 이재명은 자기가 이렇게 우파 인사도 껴안고 우클릭하면 기득권 카르텔이 누그러질 줄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논평가와 법전문가들이 모두 '무죄 확정이 확실하다'고 했다. 그런 순진한 이들은 또다시 빅엿을 먹었다.
2. 조희대가 서두를 때부터 너무나 이상했다. '신속재판'을 강조하면서 '3심은 3개월 내로 나와야 한다'더니 심지어 36일만에 초초고속으로 나왔다. 6만쪽 재판기록을 9일만에 다 보는 놀라운 초능력을 보여 줬다. 나경원과 국힘 의원들 재판은 6년째 끝이 없지만 거기는 원래 다른 법이 적용되는 곳이니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
3. 윤석열 내란 재판도 안하는 판결 생중계를 한다는 것도 수상했다. 그러더니 자기들 판례도 스스로 뒤집고 유죄로 파기 환송했다. '후보 등록 열흘 남았으니 민주당은 빨리 후보 교체하라'면서 내일 한덕수는 출마 선언한다고 한다. 그러면 그 다음날 확정될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를 시작할 것이다. 잘 짜인 시나리오다.
4. 역시 법조 카르텔은 기득권 카르텔의 핵심이고 '다 계획이 있었다.' 결국 '조희대는 전광훈과 같은 부류'라던 소문은 그냥 헛소문이 아니었다. 거의 대부분 윤석열이 임명했고 서울대 법대 '내란과' 출신들인 이 법복 엘리트 귀족들은 마음 속으로 다같이 양꼬치 거리의 청년들과 함께 '윤어게인'을 외치고 있었던 셈이다.
5. 그 속에는 800원 횡령 버스기사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한 오석준도 있었고, 보고서 몇개 써주고 김앤장에서 9억 받은 권영준도 있었고, 윤미향 1심 대부분 무죄를 뒤집어버린 마용주도 있었다. 지귀연이 '예외'라는 것은 대표적 착각이었고, 법조의 위로 갈수록 이재명 무죄 판결로 계엄 체포와 납치 명단에 오른 판사들이 '예외'였다는 것이 다시 확인됐다.
6. 물론 법복 귀족과 기득권 카르텔은 이번에 당장 이재명을 날리기는 어렵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다만 대선에 폭력적으로 개입해서 결과에 영향을 끼치고, 대선 이후에 이재명이 되더라도 계속 발목을 잡고 길들이다가 수 틀리면 탄핵을 시도할 무기를 마련해 두려고 한다.
7. 결국 내란은 역시나 끝나지 않았다. 특히 '선거 경쟁자 이재명 날리게 됐다'고 좋아하는 진보좌파가 있다면 크게 착각하는 것이고, 왜 진보좌파가 계속 주변화하는지 보여주는 증거일 것이다. 이 기득권 법조-언론-검찰-재벌 카르텔의 진짜 표적은 단지 이재명이 아니며, 한국사회에서 어떤 의미있는 진보와 개혁도 가로막는 데 있다는 것을 잊지말아야 한다.
● 진보 여성 후보 김재연과 우파 남성 후보 이준석
현재로서는 이번 대선에서 이준석과 김재연처럼 대조적인 후보는 없는 것 같다. 단지 한쪽은 보수적 젊은 남성이고 한쪽은 진보적 젊은 여성이라는 것이 아니다. 먼저 이준석은 '성상납 비위'를 덮기 위해 윤석열-김건희에게 매달렸던 것이 최근 뉴스타파 보도로 폭로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반페미니즘'을 대표하는 대선 후보로 여가부 폐지,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 적용, 노인 지하철무임승차 폐지 등을 공약하고 있다.
특히 지역에 따라 최저임금을 30%나 깍자는 공약은 이준석의 주요 지지층인 '청년 남성'들에게도 치명적일 개악이다. 당연히 펨코 등에서도 '이것은 좀 아니다'라는 반응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언론에서는 이런 문제들에 대한 심층적 분석이나 폭로 등을 찾기 어렵고, 그저 국힘과 단일화할 수 있는 주요 대선 후보로 다뤄지고 있다.
반면 김재연 후보와 진보당은 '페미니스트 대통령 후보'를 자처하면서 차별금지법 등 이재명과 민주당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진보적 과제를 말하고 있다. 하지만 주류언론에서는 이준석당과 이준석보다는 1/10 정도의 주목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진보당은 이준석당과 의석수는 같지만 기초의원 수나, 당원수, 지난 선거 득표수는 오히려 이준석당보다 꽤 더 많은데도. 더 안타까운 것은 진보언론이나 지식인, 다른 진보정당들도 대개 외면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마치 없는 것처럼 취급하면서 '이번 대선에 여성의 목소리와 의제는 사라졌다'고 말하니... 진보정당과 후보들이 선거 연대는 못해도 서로의 존재와 가치를 인정했으면 싶다.
● 대선과 진보 후보
1. 최근 사회대전환 연대회의의 대선 후보 선출에 참가했다.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이후 어떤 당적도 없었지만, 언제나 진보정당들의 성장을 기대 응원해 왔다. 결국은 보수우파와 중도개혁을 넘어 진보좌파의 목소리가 다수가 되는 사회를 원하기 때문이다.
2. 이번 대선에서도 우클릭하는 민주당으로는 채울 수 없는 진보정당과 후보들이 목소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진보는 갈라져있고 진보당뿐 아니라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과 다른 단체들도 있다. 이들이 모여서 연대회의를 구성하고 후보를 뽑고 있다. 따라서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
3. 권영국과 한상균, 두분 다 역사에 남을 대단한 투쟁을 해오신 분들이다. 다만 나는 권영국 후보를 뽑았다. 특히 종북몰이와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때 앞장서 막아서던 모습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때를 이후로 갈라진 상처와 갈등을 해결하는데도 그 경험이 도움될지 모른다.
4. 한상균 후보에 대해서는 '노동자연대'에 괴롭힘당하던 피해자들의 손을 잡는데 소극적이던 모습이 아쉽게 남아있기도 하다. 혹시 이번에 후보가 되시면 변화를 기대한다. 누가 되든 진보정당과 노동운동의 중요한 일부인 진보당 김재연 후보와도 협력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5. 언제나 진보좌파의 중요한 자세는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진보좌파의 목소리가 다수인 사회라는 원대한 이상과 달리 현재 진보정당 운동의 30년은 확대재생산이 아니라 축소재생산의 결과를 낳았다. 당장 민주당의 당원수만 진보정당들 당원수 총합의 10배도 더 넘는다.
6. 이 목표과 현실의 커다란 간격을 해결하기 위한 지난 경험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교훈, 지혜로운 전술이 필요하다. 진보좌파가 서로 계속 선을 긋고 갈라지기 보다 서로의 노선과 차이를 인정하면서 더 크게 힘을 모으는 것은 그 전술의 중요한 일부가 될 것이다.
● 조선일보 칼럼니스트가 된 노동운동가
과거에 중앙파 노동운동 활동가로서 민주노총 간부였고 전태일재단 사무총장까지 했던 한석호 씨가 결국 조선일보 칼럼니스트로 변신했다. 명분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벌과 보수우파와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피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해자도 변화해야 한다.
그런데 피해자를 탓하고 공격하는 가해자와 손을 잡고 함께 일을 하면서 가해자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논리와 과거 경험 모두에서 성립할 수도 성립한 적도 없는 일이다. 그보다는 재벌와 보수우파가 노동운동을 공격하는 새롭고 더 효과적인 무기가 될 뿐이었다.
이미 '노동시장 이중구조'론은 윤석열 정권이 화물연대와 건설노조를 박살내면서 사용한 무기였고 거기에 한석호씨도 일부 책임이 있다. 윤석열 정권과 김문수 노동부 장관은 '좌파 출신의 노동운동 활동가도 우리와 비슷한 주장을 한다'고 내세우는게 얼마나 효과적인지 잘 알았다.
결국 한석호 씨는 앞으로 재벌과 우파가 '노동운동과 진보좌파들이 알고보니 이토록 내부적으로 썩었고 위선자들이었다'라고 공격할 때 '내부고발자'나 '증인'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그것이 바로 좌파 활동가와 지식인 출신들인 '뉴라이트'나 김경율, 진중권이 보여 준 길이다.
이들은 보통 '국힘이나 민주당이나 똑같다'는 양비론을 펴다가, 종북몰이나 조국몰이 마녀사냥 등에 동참하더니, 어느 순간 기득권 우파 쪽으로 배를 갈아탓다. 너무 선을 넘으면서 과거 함께 활동했고 지금도 고생하고 있는 동지들에게 큰 상처를 주는 일은 없기를 바랄 뿐이다.
● 세월호 진실을 위한 협력은 어려운가
최근 김성수 기자 등이 세월호 외력설을 비판한 기사를 보고 정말 안타까웠다. 개인적으로 외력설보다 내인설이 더 타당하고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고 외력설의 몇가지 무리한 주장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그런데 내인설의 주도자들은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공격적이다.(물론 그 반대 경우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세월호 유가족들도 어느 정도 포함하고 있는 외력설의 지지자들을 이렇게 공격하는 것은 정말 잘못이다.
"이들은 부정선거론을 접하고서 윤석열을 지키려는 사명감에 북받치는 이들과 세계관을 공유한다... 사실과 증거를 대하는 태도에서 양측은 슬프도록 닮았다... 성조기를 두른 채 먼 곳을 응시하던 윤석열 수호자처럼"
외력설의 지지자들은 윤석열을 지지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믿는 극우적 파시스트들과 비슷한 사람들인가? 전혀 사실이 아니고, 형식만 보고 내용을 혼동하는 것이다. 더구나 세월호의 진실이 완전히 밝혀졌다고 보는 것은 여전히 섣부른 일이다.
자신이 내인설을 지지한다면 오히려 더 차분하게 인내심을 가지고 납득시키고 설득하려고 해야 하고 아직 밝혀지지 않는 자료들의 공개 등을 위해 앞장서야 한다. 최근 해양안전심판원(해심원)이 세월호의 침몰원인을 내인설로 판결한 것에 대한 아래 4.16 유가족협의회와 4.16연대의 입장을 봐도 그 필요성을 알 수가 있다.
"‘조타장치 오작동’과 ‘화물이동’을 직접적인 침몰원인으로 특정하려면, 사참위의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반증이나 추론에 대해서도 합리적이고 납득할만한 재반론이나 증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급격한 침몰의 원인, 구조방기의 이유, 진실은폐와 국가폭력의 실체 등에 관한 온전한 진상이 규명되기까지 결코 포기하지도 예단하지도 않고 꾸준히 진실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2025년 4월 16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4.16연대)
내인설이 확실하다고 보면서 그 반대 주장에 답답함을 느끼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는 하지만, 그렇다고 남들도 다 나와 같이 생각해야 한다고 확신한 나머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을 '윤석열 지지자와 똑같다'고 공격하는 것은 너무 나간 것이다. 최근에 인상깊게 본 영화 <콘클라베>에서 로렌스 추기경의 말을 소개해 주고 싶다.
“내가 그 무엇보다 두려워 하는 하나의 죄악이 있다면 그것은 확신입니다. 확신은 우리의 단결을 방해하는 최대의 적입니다... 그리스도께서도 최후의 순간까지 확신에 도달하지 못하셨습니다.... 우리의 믿음은 언제나 회의, 즉 의심과 손을 맞잡고 걸어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의 이상을 위해 헌신하지만 우리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닙니다.“
● 이해영 교수와 우크라이나 침략 논쟁 1
1. 이해영 교수는 지난 3년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옹호하는 입장을 꾸준히 펼쳐왔고, 얼마 전에 박노자 샘은 <한겨레21>에 그것을 비판하는 글을 기고했다. 이에 이해영 교수는 다시 반박글을 기고했다. 이 반박글은 먼저 명백하고 중대한 허위 정보들을 담고 있다.(이하 존칭 생략)
2. '젤렌스키는 네오나치이고 반데라주의자'라고? 젤렌스키는 친서방 자유주의 정치인으로서 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결코 네오나치나 반데라주의자(극우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가 아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후손인 유대인일뿐 아니라 네오나치와 연계된 아무런 증거도 없다.
3. '우크라이나 정부가 먼저 2014년 돈바스에서 러시아계 주민을 학살했다'고? 양측의 충돌이었지 일방적 학살이 아니라는 게 국제엠네스티 등 주요인권단체들이 조사 결과다. 더구나 진짜 더 '먼저'인 것은 짜르제국과 홀로도모르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러시아의 억압과 학살이다.
4. 따라서 '젤렌스키는 네오나치인데 무슨 자주파냐?'라는 이해영의 주장은 허수아비 때리기이며 성립할 수가 없다. 수백년간 러시아 제국의 침탈과 억압을 겪어온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는 젤렌스키가 '자주파'로 보이는게 자연스럽다.
5. '푸틴은 두긴과 달리 제국주의자가 아니고 실용적 부국강병론자다'? 극우 파시스트 정치철학자, 백인 우월주의자, 러시아 제국주의자인 알렉산드르 두긴은 자타공히 푸틴의 브레인, 멘토로 불려 왔다. 그런데 두긴은 제국주의자이고 푸틴은 다르다? 앞 뒤가 전혀 안 맞는다.
6. '근본 원인은 미국의 나토 확장에 있다'고? 물론 미국도 나토도 결코 지지할 수 없는 제국주의자들이고 우크라이나 문제를 악화시켰다. 그런데 이제 트럼프는 나토 확장은커녕 '함께 우크라이나를 나눠먹자'고 한다. 그런데 왜 러시아는 침략과 폭격, 영토 강탈을 계속하는가?
7. 결국 박노자가 '반러시아 인종주의'이고, '이중적'인 주장을 펴고 있고, '흑백 이분법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는 이해영의 주장은 사실도 아니고 자가당착이다. 트럼프를 비판하면 '반미국 인종주의자'인가? 정말 '이중적'인 것은 미국의 침략과 러시아의 침략에 대한 이해영의 태도다.
8. 미국이 하면 불륜이고 러시아가 하면 로맨스가 되는가? 이야말로 '미국 제국주의가 최고의 악이기 때문에 그것에 맞서는 또다른 강대국은 무조건 선이고 지지해야 한다'는 전형적인 '흑백 이분법'이다. 현실은 결코 그렇게 단순할 수가 없다. 특히 제국주의 패권 교체기에는.
9. 결국 이해영의 본심은 '진보도 국익을 말해야 한다'는 것에 있다. 물론 그는 이것을 '민중의 이익'으로 슬쩍 바꾼다. 그런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폭격, 영토 강탈이 어떻게 '국제적 민중의 이익'이 될까? 그것은 오로지 '특정 국가 지배계급과 그 동맹세력의 이익=국익'일 뿐이다.
● 이해영 교수와 우크라이나 침략 논쟁 2
1. 얼마 전 내가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해 이해영 교수님(이하 이교수님)을 비판하는 글을 썼는데, 여기에 이교수님이 반박하는 글을 쓴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글은 상당히 많은 조롱을 담고 있다. 정리하자면 나는 "누군지 모"를 "낯선 자"인데 "지적으로 많이 부족한 사람"이란 것이다.
2. 그런데 "이 자가" 감히 "40년이 넘게 공부하고 토론한 학자"인 자신(이해영)에게 "망상"과 "넋두리"를 늘어놓았으니 "쓰기 전에 읽기 연습부터 좀 하고 오라"는 것이다. 내가 먼저 실명을 적시하며 이교수를 비판했으니 불쾌한 것은 사실 상당 부분 이해가 간다.
3. 그래도 이렇게 감정적으로 반응하며 조롱과 비아냥을 늘어놓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항상 느끼지만 비판에 대한 반응은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보여준다. 다시 하나 씩 의견을 드리자면 먼저 '젤렌스키가 네오나치라고 한 적이 없다'는 이교수님의 주장부터 보자.
4. 이 부분은 내 오류를 인정한다. 급하게 짧게 쓰면서 너무 단순화했다. 이교수님의 주장은 '젤렌스키는 네오나치다’가 아니라 '젤렌스키는 네오나치와 정치공동체이고 거의 한 몸’이 맞다. 이게 근본적이고 큰 차이인지는 의문이지만, 비판과 표현은 엄밀했어야 한다고 후회하고 반성한다.
5. 다만 미국을 끌어들여 전쟁을 일으키고 러시아를 분쇄하려는 네오나치(반데라주의자)가 젤렌스키 정부와 사회, 지금의 전쟁을 조종하는 우크라이나의 진정한 실권자들이라는 이교수님의 주장에는 여전히 조금도 동의할 수가 없고 별다른 근거도 없다고 생각한다.
6. '오데사 비극에 대한 유럽연합인권법원 판결문을 볼때 돈바스 충돌은 우크라이나의 일방적 학살이 맞다'? 오데사 비극과 돈바스 충돌은 단지 하나로 묶일 수 없다는 걸 이교수님도 잘 알 것이다. 그러니 오데사 판결문으로 돈바스를 평가하는 건 착각이 아니면 의도적 곡해다.
7. '두긴은 푸틴의 멘토가 아니다'? 두긴이 10살 더 어리다가 거의 유일한 근거로 보이는데,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 장유유서인가? 푸틴의 유라시아주의/ 다극화 추구/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것이라는 발상/ 반동성애/ 반페미니즘/ 러시아 정교회 충성 모두 어디서 왔을까?
8. "'국익’개념은 국제정치학의 중심개념"이고 "수십 년동안 논란이 되어 온 문제"? 그래서? 복잡하고 어렵게 풀 이유가 없다. '국제적 민중의 이익'과 '특정 국가 지배집단의 이익(국익)'이 어떻게 같다는 것인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왜 국제적 '민중의 이익'인지 답하라는 것이다.
9. 덧붙여 이교수님께 "40년이 넘게 공부하고 토론한 학자"로서 능력은 스스로 자랑하는 것보다 말과 행동으로 남이 인정하도록 만들며 겸허한 태도를 보이시는 게 낫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나는 과거 이교수님 페친이었다가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한 주장에 실망해 페친을 끊었다.
10. 그후 먼저 다시 페친을 요청해 오셔도 거부했고, 2022년 국회 토론회에서 뵙고 청중석에서 직접 '지정학적 현실주의'에 대한 비판도 했었다. 토론회 끝나고 인사드리며 면전에서 강한 비판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전했지만. 그런데 '누군지 모를 무식한 자' 취급하시니 좀 당혹스럽다.
11. 마지막으로 이교수님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정당화해 왔다는 것은 정말로 '지적인 수준과 읽기 능력이 부족'한 나의 오해였던 것인가? 그렇다면 정말 좋겠다. 지금이라도 이교수님이 명확하게 러시아의 침략을 비판하고 철군의 목소리를 내주시면 오해는 풀릴 것이다.
● 우크라이나 침략과 북한군 파병
1.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과 폭격을 도와서 파병한 것을 스스로 인정했다. 이로써 진실 공방은 끝났다. '반외세 자주'를 강조하던 북한정권도 스스로 면목이 없었는지, 뒤늦게야 이것을 인정하면서 '신나치에 맞서 쿠르스크 해방을 도왔다'고 황당하게 포장하고 있다.
2. 그동안 '북한군 파병은 가짜뉴스'라며 푸틴과 북한 정권을 편들던 일부 지식인과 진보좌파분들도 오류를 인정하고 성찰해야 한다. 물론 이런 분들은 '반제자주'를 말하던 분들 중에서도 소수였을 뿐이다. 하지만 이분들을 단지 매도하거나 조롱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3. 이해영 교수를 비판하고 논쟁도 했던 처지긴 하지만, 이분들이 '부정선거를 맹신하는 친윤 극우와 똑같다'고 보지도 않는다. 일부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그동안 한반도에서 이런 문제로 주로 거짓과 조작을 해 온 것은 미국과 한국 정부, 족벌언론들이었기 때문이다.
4. 이번에 나도 조선일보가 강조하면 할수록 '북한군 파병설'을 믿고 주장하기가 더 찜찜해졌다. 일종의 '양치기 효과'다. 특히 지금 한국 정부나 조선일보가 '비인간적이고 비인도적이며 국제법 위반'이라고 북한을 비난하는 걸 보자니 헛웃음만 나온다.
5. 한국 정부가 그동안 베트남과 이라크에 파병하고 지금도 이스라엘에 무기 수출하는 것은 '인간적이고 인도적이고 국제법에 부합'하나? 북한 정권은 지금 '명분은 부족하지만 실리가 있고 조러동맹을 위해 어쩔 수 없다'며 자위하고 있을텐데 그건 판박이와도 같다.
6. 바로 이라크 파병 때 한국 정부와 족벌언론들이 주장했던 논리와 말이다. 차이가 있다면 미국와 한국 정부는 그런 짓을 하고도 국제적 제재를 받을 일은 없다는 점이다. 지금도 가자를 생지옥으로 만들면서 러시아의 침략과 폭격만 비난하는 미국, 한국, 언론들을 보자면....
7. 결국 진정으로 '반제국주의 민족해방'의 원칙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제국주의 1등 강대국도, 제국주의 2등 강대국도 아니라 오로지 억압받는 약소국과 소수민족들의 편에서 모든 침략과 폭격과 학살과 전쟁을 반대하는 관점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기사 등록 202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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