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 ‘죽지 않고 일할 권리’에서 배제된 청년노동자의 죽음

이상수



구의역 사고현장에 놓인 국화꽃

 

스무 해를 채우지 못하고 생일을 하루 앞 둔 날 생을 마감한 어린 노동자의 가방에는 공구와 함께 미처 먹지 못한 컵라면이 들어있었다.

 

일이 바빠서 밥먹을 시간도 없다고 하더니...결국 라면도 먹지 못하고 허망하게 갔네요...’

 

스크린도어 사건이 저희 애가 벌써 세 번째잖아요...

취업했다는데 말려야 되나 했지만...

언론에 많이 나왔으니 고쳐졌겠지...

21조로 다닌다니까 개선이 됐을거라 생각했는데...

부모로써 그게 정말 후회가 되요..말리지 못했던 거...

 

밤늦게 일을 마치고 녹초가 돼서 집에 와서는 씻지도 못하고 잠들던 아들을 떠올리며 울먹이는 부모님의 인터뷰가 더 서럽게 느껴진다.

 

서울메트로는 자신들에게 책임이 없다며 ‘21조 작업등의 규정을 위반한 것이 문제라는 식의 태도이다. 지난 번 사고에서 경찰/검찰 모두 회사에 면죄부를 주는 과실치사 혐의 없음결정을 내렸고, 소송에서도 위로금 3천만원만 내면 되었던 경험이 이런 후안무치한 태도를 부추겼을 것이다.

 

책임을 회피하고 합의를 종용하는 서울메트로의 제안을 거절하고, 부모님은 원인이 파악되고 문제가 밝혀질 때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을 생각이다. 무엇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된다는 맘이다.

 

저희 애를 저렇게 두고 장례를 못치루는 건 억울하기 때문...

책임을 우리 아이에게 떠넘기고...

지금 아무말도 하고 싶지 않지만...

억울한 죽음을 한 명이라도 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선 안된다...’

 

지하철 스크린도어 수리를 담당하는 하청업체 노동자, 이제 갓 노동을 시작한 젋은 청년, 지하철 운행을 멈추지 않고 진행하는 수리작업, 사고를 대비한 어떤 주의사항도 전달되지 않는 시스템, 21조 작업규칙도 지켜지지 않는 하청업체의 열악한 노동조건...

 

텔방에 올려진 어린 하청 노동자의 죽음 소식에, 지난 해 기사인 줄 알았다는 이의 말처럼 지난 번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똑같은 사고였다. 이전의 죽음이 이번 죽음을 막지 못했다. 방지할 수 있었던 죽음이라는 점에서 명백한 기업살인이다. 우리는 이렇게 처참한 시대를 살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

 

곳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죽음과 사고를 볼 수 있다. 조선소에서, 건설현장에서, 철로에서, 전신주에서, 가스가 누출된 화학공장에서, 고층아파트에서 에어컨을 설치하다가도...


그리고 이 죽음과 사고 뒤에는 위험한 일을 하청에게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가 자리잡고 있. 회사가 책임질 사고를 줄이고, 책임질 일이 없으니 위험을 줄일 비용노력을 안 해도 되는 합리적인 결정일 것이다.

 

대표적인 사건이 최근에 벌어진 메탄올 실명 사건이다.

 

삼성에 핸드폰 부품을 납품하는 한 하청업체에서 메탄올을 안정장치 없이 세정제로 사용하다 노동자들이 시력을 잃게 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미 한 차례 메탄올 중독 사고가 벌어져 노동부가 감독점검까지 실시했던 곳인데, 노동부의 후속확인은 없었고 삼성도 신경 쓰지 않는 가운데 반복된 사건이다. 검진했던 의사의 신고가 없었다면 묻혔을 거라는 점은 이 끔찍한 사건이 계속될 수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미 자신의 공장에서 76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수 백명을 중병에 걸리게 한 삼성은 이제 그 위험을 삼성공장 밖으로 퍼트리고 있다.

 

지난 주말 <무한도전> '웨딩싱어즈편에는 한 신부의 아버지가 고전압 전기에 감전되어 팔을 절단하는 큰 수술을 받은 상태에서 딸의 결혼식에 참가하는 눈물겨운 사연이 나온다. 아버지의 수술비에 보태려고 신혼여행도 취소했다는 것을 보면, 사고처리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며칠 전 몇몇 언론에 실린 기사는 그 사고의 내막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2001년 한전은 전기를 끊지 않고 전선을 교체하는신공법을 도입한다. 잠시라도 정전을 해야 하고 인원도 더 많이 필요한 이전 공법과 달리, 적은 인원으로 전기도 끊지 않고 전선을 교체하는 이 활선공법이 도입된 후, 그 대가는 하청노동자들이 치르고 있다.

 

한전의 자료에 따르면, 2009~2013년 이 공법으로 작업하다 13명이 감전으로 사망했고, 140명이 화상, 손목과 팔 절단 사고를 당했다. 건설노조는 한전의 통계는 노조가 집계한 것의 절반 수준일 뿐이라고 한다. ‘한전이 사고를 낸 업체에 벌점을 주고 있어 사고가 은폐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더 많이 죽고, 얼마나 더 많은 팔이 잘려나가야 이 위험한 작업은 중단될 수 있을까?

 

87년 이후 노동자들이 처절한 싸움으로 얻어낸 권리를 일부의 특권으로 만드려는 자본의 시도는 어쩌면 거의 성공했는지 모르겠다. 절반의 임금, 언제라도 버려질 수 있다는 불안감, 일상적인 모욕과 공공연한 차별,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들이 주어지는 서러운 노동의 하루하루...모든 권리에서 차별받고 배제된 노동자들에게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일할 권리도 예외는 아니다.

 

기업살인 처벌과 정규직 전환

 

위험을 방지하는 데에는 비용과 노력, 오랜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위험한 일을 하청업체에게 떠넘기는 일, 위험을 인지하고 방지할 경험과 숙련도가 부족한 노동자들을 변변한 교육도 없이 위험한 일에 투입하는 것, 감당할 수 없는 작업량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게 하는 것, 위험을 막을 시스템을 통제하는 원청이 위험을 방조하는 것, 일터에서 발생하는 죽음 뒤에 발견되는 것들이다. 이런 일은 원청이 나설 때만 실질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서울메트로(1~4호선)와 달리 스크린도어 유지/보수를 정규직 노동자가 맡고 있는 서울도시철도(5~8호선)에서는 이런 사고가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은 무엇이 필요한 지 잘 알려주고 있다. 이런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서울지하철노조는 직영운영할 것을 요구해 왔지만 비용운영의 편리함을 이유로 사측이 거부해왔다.

 

사고 발생 시 처벌도 받지 않고 ‘3천만원만 내면 되는 상황에서 노동자의 목숨을 걱정해 줄 기업은 없다. 산재사망 발생 시 기업주를 처벌하라는 것은 그저 책임을 묻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지책이기 때문이다. 후안무치한 기업살인을 막기 위해 반드시 기업살인처벌법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는 하청이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로 직접 고용하여 운영해야 한다.

 

 

한 해 10만 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를 당하고, 그 중 2천 명이 넘게 죽어가는 나라에서 우리는 얼마나 안전할까? 지금 사고가 난 구의역에 꽃을 놓고 메시지를 남기는 사람들은 이번 죽음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라는 공감과 분노,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을 말하고 있다. 강남역 살인에 대해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분노하고 미안해하고 있는 것처럼..

 

죽지 않고 일할 권리’, ‘다치지 않고 일할 권리를 위해 책임이 있는 자들에게 책임을 지워야한다. 위험을 외주화로 해결하려는 기업에 맞서 정규직 노동자가 하청 노동자와 함께 목소리를 내며 싸울 수 있어야 한다. ‘내릴 수 없는 세월호대한민국에서 우리는 계속 살아야 하고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 '다른세상을향한연대’와 함께 고민을 나누고 토론해 봅시다http://anotherworld.kr/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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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변혁 재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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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5.31 17: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청와대에서는 저런일자리도 정말 시급하다면 대변인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박근혜의 노동3법과 서비스발전법은 결국 이런일자리를 늘리는 법입니다
    새누리당과 박근혜는 아직도 통과 못시켜서 안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