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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세상읽기 - 한반도/ 양심수 석방/ 탁현민/ 성폭력 가해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7. 8. 10.

전지윤


● 트럼프는 울트라 내로남불과 위험천만한 불장난을 멈춰라 

 

유엔 이라크핵감시위원회 전 의장은 2000년대초에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바그다드에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이라크인들이, 200개가 넘는 핵무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스라엘은 놔둔 채 왜 자신들의 핵무기 개발만을 추궁하는지 그 이유를 대라고 했을 때였다.”

 

이스라엘의 200개에 미국의 5000개까지 합치면, 당연히 이런 울트라 내로남불은 누구도 납득시킬 수 없다. 이걸 납득하지 못했지만, 핵무기도 만들지 못한 이라크에게 닥친 건 2003년 미국의 침공이었다. 그후 10년 넘게 지난 지금, 이라크는 보다시피 지옥이 돼 있다.

 

그 속에서 나온 IS는 핵심 도시인 모술을 3년간 점령하다가 최근 미국 주도 연합군에 쫓겨났다. 그 과정에서만 민간인 6천여 명이 죽고 70만명의 피난민이 발생했다. 모술을 해방시킨 이라크군은 포로를 절벽에서 떨어트려 죽였다.

 

트럼프는 툭하면 북한 하늘 위로 핵폭격기를 보내고 바다 옆으로 핵항모를 보낸다. ‘김정은 정권 교체’, ‘참수 작전 ’, ‘선제공격이야기는 계속 흘러나온다. 이 상황에서 북한 정권이 핵과 미사일에 매달려 왔다. 얼마나 필사적이었으면 20년전엔 핵무기 하나없던 가난한 나라가 지금은 미국까지 날라갈 핵과 미사일을 갖게 됐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미국이 진작에 넘어간 레드라인은 못본척하면서 북한만 때린다. 친미보수 야당들이 지리멸렬한데도 먼저 나서서 그런다. 특전사 출신이라며 군복입고 총들고 그럴 때부터 이상했고, 송영무 국방장관을 고집할 때 불길했다.

 

제국주의 강대국, 강자와 가해자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려하니 모든 게 뒤틀려져서 지금 사고치고, 도발하고, 비이성적이고, 위험한 건 바로 미국이라는 사실을 전혀 보지 못한다. 문정부가 걸려넘어진 대부분의 문제가 비슷하다. ‘동성애 반대발언도, 탁현민 옹호도, 양심수 석방 포기에서도 피해자와 약자의 관점은 찾을 수 없다.

 

중국 시진핑은 얼마전 전투복을 입고 인민해방군 90돌 사열하면서 첨단무기들을 대거 공개했다. 러시아는 미국의 제재에 외교관 전원 추방이라는 초강수를 두겠다고 나왔다. 반세기 전에 미국이 일본에 핵폭탄을 투하한 것도, 한반도에서 핵폭탄 사용을 준비한 것도 소련과 중국을 겨냥한 것이었다. 이 모든 게 결국 큰거래로 가기위한 잡음이라는 사람들은 이 체제와 강대국 지배자들의 합리성을 너무 크게 보는 거 아닐까.

 

<노동자의 책> 이진영 대표 무죄 석방 - 이제 모든 양심수를 석방하라

 

<노동자의 책> 이진영 대표가 720일에 무죄 판결을 받고 바로 석방됐다. 솔직히 우리 노동자의 책 국가보안법 탄압저지 공동행동사람들은 예상하지 못했다. 유죄와 집행유예를 예상하고 기자회견문을 준비해 갔었다.

 

플래카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딱 맞는 문구가 됐다. 이진영은 무죄이니 이제 보안법을 폐지하자는 말로 보였다. 재판부는 이진영 대표가 이적 목적도 없었고, 설사 목적이 있다하더라도 실질적인 위험도 아니라며 무죄를 판결했다.

 

북한관련 서적 몇가지는 이적표현물이라고 봤고, 이진영 대표의 입장이 북한과는 다르다고도 했다. 종북프레임은 벗어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보안법의 틀내에서는 최선의 판결이고 우리의 통쾌한 승리다.

 

김종보, 김하나, 김정진 세 변호사님들, 최도은 동지와 가족, 공동행동의 수많은 동지들, 무엇보다 반년넘게 감옥에서 고생한 이진영 동지의 치열한 투쟁이 낳은 성과다. 관심을 보이고 걱정하며 서명해주신 수천 명의 촛불시민들 덕이기도 하다.

 

지난 겨울의 투쟁은 이렇게 조금씩 세상을 바꾸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8.15때 모든 양심수 대사면을 이뤄내는 것이다. 지금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시대착오적인 국가보안법을 유지하며 적폐청산을 말하는 것이다.

 

사면이 없다면 나라다운 나라에 대한 기대도 없어질 것이다. 이진영은 시작일 뿐이고 이제 한상균을, 이석기를 더 찜통같은 감옥에서 우리 곁으로 데려 나와야 한다. 김어준의 말대로 박근혜,김기춘은 감옥갔는데 그들이 만들어놓은 종북프레임은 우리 머리 속에 남아있는 것 같다.

 

진보당은 강제해산되고 이석기 의원 등은 감옥에 있고, 그러면서 트럼프가 전쟁나고 사람이 죽어도 미국이 아니라 한반도에서라고 지껄이는데, 나서서 항의하는 정치인 하나없다. 이런 적폐의 씨앗을 놔두면 언제든 구체제는 다시 돌아올 수 있다.

 

따라서 찜통같은 감옥에 양심수를 두고 휴가갔다 온 문재인은 이제라도 결단해야 한다. 같이 택시운전사도 보고, 계곡에 발담그고 시원한 맥주도 마시고... 양심수와 그 가족들은 지금 가장 그럴 자격이 있고 그걸 애타게 바라는 분들이다



 

우리 사회의 잘못된 문화가 탁현민의 발언들을 가능하게 했다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슬픈 심정으로 이 글(여중생은 잘못이 없다 - ‘탁현민 논란에 부쳐 http://www.womennews.co.kr/news/115883)을 봤을 것이다. 그 어린 소녀에게 너의 잘못이 아니야, 너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소중한 사람이야라고 말해주고 싶다는 말에 가슴이 먹먹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을 문제삼고, 비난까지 하던 분들을 너무 이해하기 어렵다. 바뀌기 전 글의 제목이 마치 탁현민이 실제 사건의 가해자이거나 엄청 큰 잘못을 했다는 인상을 준다는 거였다. 그러면서 그게 얼마나 심각한 잘못인지에 대한 다양한 맨스플레인들이 나타났다.

 

이런 글을 읽고도 그 소녀들의 고통을 생각해보는 사람들보다 누군가에게 갈 흠집을 더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상처를 용기있게 드러내며 공감을 바라던 사람에게, 왜 그런 표현과 문구를 사용했는지 따지는 것이다.

 

마치 아물지 않는 상처 때문에 비명을 지르는 사람에게, 왜 비명을 그렇게 날카롭고 필요 이상으로 높게 질러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냐고 탓하는 것같았다. 갑자기 비명을 질러서, 옆에 사람을 오해하게 만들었다고 화내는 것같았다. 그것을 보자니 고통을 호소하던 여성이 사용한 성폭력’. ‘2차 가해라는 용어나 표현을 문제삼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어렵게 성폭력 경험을 꺼내든 여성에게 위로의 한마디가 아니라 왜 우리 단체에서 그런 일이 있었던 것처럼 오해하게 말했냐고 따지는 문자와 메일을 보내던 사람들도 떠올랐다. 왜 피해자는 비명도 적절한 장소와 시간에, 적절한 크기와 방식으로 질러야 한다는 것일까? 왜 소수자는 다수자가 싫어하지 않을 방법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것일까?

 

달을 가르키는데 손가락을 본 사람들은, 반대로 재능있고 사회에 기여해 온 남성이나 집단의 명예가 이고, 여성들의 아픔은 손가락이라고 보는 것같다. 거기에는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덜 중요한지를 과연 누가 무엇을 기준으로 정하는 것인지에 대한 성찰이 빠져있다.

 

가해자들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고 여성들이 왜 분노했는지는 보려하지 않고, 그런 분노와 고발이 누군가의 명예를 떨어트리고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이상한 억울함과 피해의식만 남아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 노동자연대는 제발 더이상의 가해를 중단해달라 

 

최근 두 가지 비슷한 소식에 큰 슬픔과 분노를 느꼈다. 하나는 탁현민 씨가 끝내 성찰을 거부하고 <여성신문>을 고소한다는 소식이었다. 결국 자신은 말할수록 자유롭게여성들을 모독하고 희롱해도 되지만, 자신에 대한 비판의 자유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더 참담한 것은 성폭력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가하는 내용의 책을 출판 중지하라는 요구에 대한 책갈피출판사의 성명(http://chaekgalpi.com/archives/2528)이었다. 그것이 군사 독재도 막지 못한 언론출판·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비민주적인 발상이고 탄압을 이겨 내며 지켜 온 언론·출판·사상의 자유에 대한 부정이며 눈을 의심케 하는 일이란다.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 이번엔 혹시나 반성의 손을 내밀지 모른단 기대는 또 여지없이 무너졌다. 도대체 왜 성폭력 피해여성의 사생활과 연애관계가 공론의 장을 형성해서 토론과 논쟁을 할 문제라는 것인가? 그 여성이 누구랑 연애했고, 헤어졌고, 그래서 복수심을 품고, 거짓말을 했다 등을 멋대로 떠드는 게 왜 언론출판·사상의 자유란 말인가?

 

그런 책을 출판 중지하지 않으면 법적대응을 하겠다는 경고가 군사독재같은 일이라고? 그러면 성폭력 피해 고발이 명예훼손이라고 법적소송을 부추겼던 자신들의 행위는 뭐란 말인가? 이게 무슨 내로남불인가? 법적대응이 피해호소인(과 가해지목인)의 권리라던 말은 어디갔는가?

 

이분들이 구속과 출판 금지 등의 탄압을 이겨 내며” “마르크스주의 사상 보급에 힘써 온 것은 잘 안다. 예전에 내가 그 대책위를 책임진 적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잘못을 덮기 위해서 이런 과거를 늘어놓는 것은 우리를 들을수록 부끄럽게만들 뿐이다.

 

더구나 며칠 후에는 책갈피 출판사에 이어서 혹시나하는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노동자연대분들의 입장(https://workerssolidarity.org/p/21772)이 나왔다. 좌절과 절망의 연속이었다. ‘단체 상근자들이 대부분 휴가를 떠난 시기에 왜 비겁하게 이런 제기를 했냐는 대목부터 숨이 막힌다. 최근에 그런 책을 정식 출판한 게 누군가? 그런 인신공격을 당한 피해자의 지지자들이 상대가 휴가 갔다오길 기다렸어야 하는가?

 

이런 책이 성폭력 피해자의 편에서 피해 여성이 더 잘 싸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출판됐고 다종다양한 페미니즘’”의 하나라는 주장도 그렇다. 누명을 썼다는 가해남성의 억울한사례들만 샅샅이 모아놓은 이 책이, 어떤 측면에서 피해여성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건가? 피해여성의 고통에 소금을 뿌리는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

 

피해자의 신원을 보호하는 게 특히 중요한 성폭력 사건을 가해자중심적 시각으로 왜곡하고, 다른 사건들과 연결시켜서 이처럼 연애결별의 복수심으로 거듭 거짓폭로를 한 여성으로 낙인찍어 놓고 이미 공론화된 사건이니 뭐가 문제냐니, 너무나 서글프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재판기록, 개인적 SNS, 사적 문자, 카톡 등을 증거로 삼아서 피해자의 사생활과 연애관계, 성폭력 경험들을 공개하는 것은 지난 6년간 이분들의 반복된 주특기였다. 이를 통해서 피해자가 겪은 것은 성폭력이 아닌 것이 입증됐다고?

 

제발 그 조직보존을 위한 입증좀 그만하라고, 그것 때문에 죽을 거 같다는 피해자와 지지자들의 비명소리가 어떤 점에서 비민주적 독단이고 이견을 억누르려엘리트주의라는 것인지, “남성 노동자와 활동가들을 잠재적 성폭력범이나 정치의식이 낮은 아재로 싸잡아 취급하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사생활과 연애관계도 성역이 아니니까 개방적인 태도로 공론의 장에 올리는 데 협력할 줄 알아야하다는 말을 어떤 피해자가 받아들이겠는가. 이분들이 말하는 사회주의여성해방에 도대체 사람, ‘인권은 어디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10년 전에 나온 책에서 오늘을 본다면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배운 것인가.

 

운동 사회 성폭력은 단순히 예외적 개인이 우발적으로 저지른 것이 아니라 사회운동 집단의 가부장적 구조의 일부이자 그 결과물이다. 성별 권력관계가 작동하는 모든 곳에 여성에 대한 폭력은 존재하지만, 운동사회에는 내부의 성폭력을 묵인, 은폐, 재생산하는 독특한 논리와 체계가 작동해 왔다는 점에서 분석이 필요하다. 사건을 묵인하고 은폐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가해자를 옹호하고 피해자를 운동사회에서 추방하는 고유의 메카니즘이 존재해 왔다는 것이다...

성폭력은 여성 인권 침해가 아니라 조직의 명예 실추로 치환돼버린다... 신뢰의 위기는 곧 존재의 위기를 의미한다. 성폭력 가해자를 동지로 믿고 오래 시간 서로 의지하며 함께 활동해 온 자기의 과거 운동 자체가 통째로 부정당하는 위기에 처하는 것이다....

운동사회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는 지난한 과정에서 여성 활동가들은 기대했다가 실망하고, 포기하고, 기대를 접고, 관계가 망가지고, 악몽을 꾸고, 조직이 깨지고, 함께하는 여성들이 나가떨어지는것을 본다.”(전희경, <오빠는 필요없다>)

 

이 분들이 오류의 수렁에 더 깊게 빠지는 걸 막기위해서라도, 더 많은 분들이 침묵하지 말고 말해주셨으면 한다. 당장은 거센 비난을 할지몰라도, 나중에는 누가 진정으로 자신들을 걱정해줬는지 알아줄거라 믿는다. 페미당당, 노동당 여성위, 노동당 성정치위, 불꽃페미액션, 페미몬스터즈 분들이 어려움을 무릅쓰고 용기있게 나서주셨듯이 말이다.

 

더욱 더 많은 분들이 피해자에게 당신 탓이 아니라고,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당신은 소중한 사람이라고 손을 내밀어주셨으면 한다. 피해자가 호소하는 연서명(https://goo.gl/forms/fEnmWc3AmZADcumw2) 동참과 공유를 거듭 거듭 간곡히 부탁드린다.



(기사 등록 2017.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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