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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세상읽기 - 샬러츠빌 사태/ 한반도 긴장/ 잔인하고 집요한 가해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7. 8. 21.

전지윤


 

샬러츠빌 사태와 파시즘의 위험

 

샬러츠빌 사태는 파시즘의 위험이 아주 멀리 있지는 않다는 걸 보여 줬다. 백인우월주의자의 차량테러까지 벌어져 수십명이 사상당했다. 물론 미국은 중동의 가난한 나라가 아니고 그는 무슬림도 아니었기에 주류언론은 그를 테러리스트라 부르지 않았다.

 

트럼프 당선 전후로 해서 미국 인종주의 세력의 결집과 성장은 가파르다. 젊은 지도자들을 앞세우고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며 급성장하던 이들은 트럼프의 집권으로 날개를 달았다. 지난 1년간 유색인, 무슬림에 대한 살해협박, 살해시도, 실제살해 모두 급증했고 샬러츠빌 은 그 추세를 새로운 고비로 올려놓았다.

 

또다른 인종주의적 무장집단, 즉 경찰은 이런 추세를 막지 못해 왔다. 샬러츠빌 사태가 걱정스러운 건 신나치, 대안우파, KKK 등이 갈등과 분열을 뛰어넘어 손을 잡고 계획적 행동에 나선 신호탄이란 점이다. , 이번 살상극은 우발적 사태가 아니라 계획된 충돌이었다.

 

파시즘은 30년대 독일 히틀러의 단순반복처럼 재등장하진 않을 것이다. 달라진 상황과 조건 속에서 21세기 파시즘은 또 다른 양상일 수 있다. 과연 지금 극우인종주의의 양적 발전은 파시즘으로의 질적 변화로 나아가지 않을 것인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샬러츠빌의 신나치들이 좋아한 구호의 원작자인 트럼프는 양비론으로 포장해서 신나치들을 편들고 있다. 신나치와 대안우파는 한목소리로 트럼프를 칭송하고 있다. 이런 트럼프를 왕좌에 앉혔고, 무슬림 입국금지나 이민자 추방정책을 뒷받침해 왔던 공화당은 이제와서 트럼프와 다른 척한다.

 

트럼프는 백인남성들의 찌질한 분노를 인종주의로 묶어세우며, ‘미국경제 재건을 위해 중국과 무역전쟁도 선포하고 있다. 트럼프의 오른팔이었던 스티브 배넌은 중국과의 경제전쟁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열광적으로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배넌은 ‘10년 안에 중국을 꺽지 않으면 패권국이 바뀐다고 걱정했다. 패권국 지위를 잃지 않으려 한반도에서 불장난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걱정이 사라지기 힘든 이유다.

 

미국의 신나치가 인종주의적 백인남성들의 정체성 정치라면, 한국의 신우파는 종북몰이를 넘어서 여성, 동성애 혐오를 중심으로 새로운 재편성을 진행하며 재기를 노리는 중이다. 페미니즘 리부트의 반대편에서 불어오는 역풍(백래쉬) 속에 악취가 풍겨온다.

 

미국 좌파에게 가장 급한 건 반우파, 반인종주의 투쟁과 단결일 것이다. 이 과제 앞에서 흑인의 생명도, 백인의 생명도 모두 소중하다, ‘인종차별이 아니라 백인하층계급의 삶이 더 중요하다, ‘유색인을 모독할 표현의 자유도 인정하자고 할 수는 없다. 체제 위기의 고통을 맨 앞에서 겪고있는 게 바로 흑인, 이주민, 무슬림들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좌파도 마찬가지다. 지금 가장 위험하고 피해야 할 것은 여혐도 문제고 남혐도 문제다’, ‘자본주의도 문제고 여성주의도 문제다’, ‘여성차별보다 가난한 비정규직 노동계급의 삶이 중요하다’, ‘소수자를 모독, 비난하는 것도 표현의 자유다는 태도들이다.

 

좌파가 이런 입장들에 조금이라도 흔들리고 타협한다면, 그것은 막다른 골목으로 스스로를 몰아넣는 비극이 될 것이다. 역사는 기성사회에 대한 반체제적 분노와 반역의 정서가 엉뚱한 방향으로 뒤틀렸던 재앙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언제 다시 불붙을지 모르는 한반도의 긴장

 

트럼프가 화염과 분노를 말하면서 선제타격과 핵공격까지 운운하고 북한도 강하게 맞받아치던 얼마전까지 상황은 지난 6월말로 거슬러 올라가 볼 필요가 있다. 당시 북한은 한미전쟁연습을 중단하면 핵뿐 아니라 미사일 실험까지 중단하겠다며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배째라는 식으로 즉각 거부했다. 결국 북한은 7월초부터 ICBM 발사를 시작했다. 트럼프는 또 역대최강의 유엔안보리 제재를 추진했는데, 역시 중러의 반대로 원유 공급 중단은 포함시키지 못했고 체면을 구겼다.

 

그후 트럼프는 화풀이식 말폭탄을 쏟아내며 긴장격화에 앞장섰고, 그즈음에 트럼프-아베 전화통화도 유출’(?)됐다. “북한 건국기념일 99일에 공습하겠다. 주요 간부들과 김정은이 도열한 현장을 때려버리는 게 한 번에 처리하는 방법이 될 것

 

물론 이 상황이 설마 재앙으로 가진 않을 거라는 희망성 예측에 한표를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불안요인들도 꽤 많았다. 첫째, 트럼프는 이성적 인간이 아니며 조기레임덕 때문에 도박을 할지 모른다. 인종주의자인 그는 동아시아 유색인들의 생명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둘째, ‘전쟁이 나고 사람이 죽어도 여기가 아니라 거기(한반도)’라는 생각이 미국지배자 일부의 생각일 수 있다. 트럼프보다 훨 신중하다는 국방장관 매티스도 최후통첩성 발언을 하던 상황은 매우 불길했다.

 

셋째, 실제 핵을 사용해 본 적이 있는 유일한 나라인 미국은 진작에 북한 선제타격 계획을 세우고 수많은 예행연습까지 해 왔다. 넷째, 지금 미국의 비둘기파들은 94년이 선제폭격의 절호의 기회였고 지금은 늦었다고 말한다. 거꾸로 매파들은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은 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과연 미국은 70년대 충돌직전에 중국과 손을 잡았듯이 북한과도 그럴까? 안심하기엔 그때의 중국과 지금의 북한은 처한 위치도 상황도 매우 달라 보인다. 통탄스러운 것은 치킨게임 속에서 문정부가 별로 브레이크가 되지 못하던 상황이다.

 

문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운전대를 잡은 건 친미동맹파들로 보이고, 이들은 불 지르는 트럼프 옆에서 부채질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조선일보>이 같은 자세는 현 정세에 대한 옳은 판단이다... 과거 진보 정권과는 달리 북핵 문제를 냉철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북미간 치킨게임은 다시 소강 상태로 접어들고 있는 것 같지만, 언제 다시 불이 붙을지 모른다. 이럴 때일수록 전쟁 반대, 한반도 평화, 사드 철회를 위해 싸워온 우리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더 커다란 힘과 여론을 만들어내 정부와 여당 내에서 이러다 이라크 파병 때처럼 지지기반이 무너진다는 걱정이 커지게 해야 한다.

 

지금 반전평화 운동은 내부의 단결력을 강화하면서 더 넓은 대중적 외연을 만들어내야 한다. 어느 한쪽만을 강조하기보다 열린 자세로 서로 합리적 핵심을 받아들이며 한발씩 물러서면 좋겠다. 더 강력하면서도 더 대중적인 반전평화 운동, 반제국주의 운동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잔인하고 집요한 가해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

 

정말 너무하고 잔인하고 집요하다. 가해를 중단하라는 호소에 더 집요한 가해로 대응하다니... 슬프게도 또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누가 어떤 말로 어떤 문제로 그 사람을 공격해야 가장 아플 것인지 어떻게든 알아내고 마는 분들이다. 피해자가 무엇을 괴로워할지, 무엇이 피해자의 고통을 가장 극대화할지 너무 잘 알고 있다.

 

항상 그랬다. 나는 어떤 비난과 공격에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잘 받아치며 버텨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내가 가장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발밑이 무너져내렸다.

 

피해여성을 모독한 게 언론·출판·사상의 자유라던 노동자연대(‘책갈피 출판사’)가 그 성명의 증보판을 냈다.(http://chaekgalpi.com/archives/2538) 저분들이 피해자를 공격하는 글의 개정판’, ‘증보판을 낼 때마다 심장이 덜컹거렸던 2014년의 악몽이 떠오른다.

 

증보판에서는 피해자를 방어해 준 불꽃페미액션'분들도 공격하고 있다. 물론 새롭진 않다. ‘순도 100%의 소종파’, ‘야비한 기회주의자’, ‘운동권 외부에서 온 사람’...피해자를 방어한 사람들도 공격해서, 나서길 꺼리게 만들고 피해자를 고립시킨 지난 6년이었다.

 

특히 책 출판 전에 아는 변호사들에게도 미리 법률 자문을 구한 결과라며 법률적 대응을 하고 싶으시면 해 보셔도 좋겠습니다라고 비웃는 부분에서 숨이 막혔다. 피해자의 사생활을 밝히고 인신공격을 한 것이 진보좌파노동계급의 관점에서는 공공성과 책임성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란 궤변도 여전하다.

 

민주노총이 진상조사를 통해서 가해자를 처벌하고 정식 사과까지 한 사건을 뒤집으며 저 여성은 연애결별의 복수심으로 남자를 성폭력으로 모는 상습적 거짓말쟁이라고 모독하는게 노동계급의 공공성이라니 ㅠㅠ

 

그러면서 이 책을 비판하려면 정확하고 비교적 상세한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문제적이라고 간주하는 부분을 정확하게 인용하면서 비교적 자세한 반대 토론을 이끌면 됩니다라고 쓰고 있다.

 

심지어, 피해자의 사생활과 연애관계, 성폭력 경험을 왜곡해서 다룬 책으로 많은 비판을 받더니, 이제 그것을 화제의 책이라고 강조하는 로고까지 만들어서 홍보에 이용하고 있다. ‘노이즈 마켓팅을 운동사회에서 보게 될 줄이야 ㅠㅠ

 

더 나아가 문제의 그 책을 누구나 자유롭게 보라고, 온라인으로 전문 공개해버렸다. 사람들이 스스로 읽고 판단해야 한다고? 과연 피해자에 대한 사생활 침해와 인격살해가 되는지 한번 다같이 읽어보자고? 피해자의 가슴이 갈기갈기 찢기고 가슴이 답답해서 죽을 거 같아지는 것은 눈꼽만큼도 신경쓸 필요가 없다는 것인가?

 

자세한 반대 토론을 계속 원하니, 이분들이 왜 어떤 식으로 피해자를 숨막히게 해 왔는지 더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겠다.

 

피해자는 2011년 대학에 입학하면서 노동자연대(노연)에 가입했고, 그해 7월 교지 MT에 갔다가 성폭력을 당했다. 거부하는데도 교지편집장(노연 전 회원)이 포르노를 보여주고, 옆에 있던 노연 회원이 동조한 사건이었다.

 

피해자는 1년이 지나선 201211월에 온라인으로 이것을 공론화했다. 그러자 노연 운영위원(학생팀장), 학생 회원들이 집단적으로 SNS를 통해 피해자를 비난했다. “자살한다고 하면서 주위 사람들을 피폐하게 만들더니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시는군요. 두고 봅시다”,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원래부터 정신적으로 문제가 많은 사람이었다", "연애결별에 대한 앙갚음이다"...

 

노연 지도부는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면 당사자들의 소송으로 해결하길 바랍니다라며 피해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게 했다. 소송은 2년 동안 진행되면서 피해자를 매우 고통스럽게 했고, ‘성매매를 하려 했고, 술 먹고 남성에게 치근거린 문제 있는 여성이라는 법적 소송의 내용은 그 자체가 가해였다. 피해자가 성매매를 하려고 해서 말리려고 포르노를 보여줬다는 게 저쪽의 논리였다.

 

법적 소송이 끝난 2014년말부터 노연은 더욱 더 공공연하게 자신들의 홈페이지와 기관지를 통해 피해자를 공격했다. 이 사건과 무관한 피해자의 연애관계, 사생활, 성이력 등까지 아웃팅했다. 또 피해자가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정신병”, “극도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 “경계선 성격장애”)이라고 낙인 찍었다.

 

이런 글들을 수십 개씩 써서 300쪽 가까운 책자로까지 만들어 활동가와 노동자들에게 배포했다. 그 책에는 피해자의 사적인 SNS, 카톡, 문자 등이 증거 자료라고 실려 있었다. 이 모든 내용들은 여전히 모두 노연의 기관지와 홈페이지에 게시돼 있다.

 

[나와 동료가 2014년에 공개 사과와 반성을 하며 쓴 글들이다]

 

http://www.anotherworld.kr/117

http://www.anotherworld.kr/119

http://www.anotherworld.kr/175

 

[권김현영 선생님도 이 문제에서 노동자연대를 비판했다]

 

https://www.facebook.com/permalink.php?story_fbid=1681637271873277&id=100000810626090

 

[피해자가 최근 노동자연대의 주장을 반박한 글이다]

 

https://www.facebook.com/enchainedheart/posts/1921688464787112

 

급진페미니즘의 반성폭력 운동이 노동운동과 진보운동에 불필요한 갈등과 분열을 일으킨다는 저분들의 주장에서 페미니즘이 남녀 갈등과 분열을 유발한다는 주장의 메아리가 보인다. 여성들의 목소리, 페미니즘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던 사람들을 뭉치게 하려는 불길한 조짐이 느껴진다.

 

제발, 그래서는 안 된다. 운동사회는 억눌려있던 소수자와 약자들의 목소리에 더욱 더 든든한 힘이 돼주어야 한다. 다른 문제들에서 보이는 정의감과 억압과 차별에 반대하는 잣대를 이 문제에도 적용해야 한다. 사과와 반성이 그렇게 힘들다면, 피해자에게 비수처럼 날아드는 공격과 가해를 일단 중단이라도 해야 한다.

 

부디 더 많은 분들이 피해자를 지지해주시길 부탁드린다. 비록 오류의 수렁에 빠진 저분들의 공격을 당장 멈추지는 못하더라도, 피해자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달라. 피해자가 살아남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정말로 저분들을 아끼고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저렇게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을 더는 두고 보지 말아야 한다.    


(기사 등록 2017.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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