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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 - 버니 샌더스/ 영국 노동당/ 미국과 이란/ 이스라엘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20. 2. 14.

전지윤

 




미국 대선과 버니 샌더스의 '민주적 사회주의'

 

미국 대선의 민주당 내부경선은 아직 초반이지만 사회주의자인 버니 샌더스가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은 실질적이고 그것에 대한 민주당 주류의 두려움도 상당하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민주당 주류는 바이든의 급속한 몰락에 크게 당황하면서, 자신들이 지키려는 기성질서에 샌더스가 트럼프만큼이나 막아야할 위협이라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대선 선거방식이 복잡하고 이상하고 비민주적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민주당 경선방식도 그 못지않다는 게 드러났다. 특히 아이오와에서 개표가 갑자기 중단되거나, 결과가 뒤바뀐 것은 지난번 볼리비아 대선과 너무 흡사했다. 미국의 후원을 받은 볼리비아의 우파는 그것을 핑계로 모랄레스를 끌어내리고 쿠데타까지 일으켰었는데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아무튼 이 복잡한 경선방식 속에서도 샌더스는 아이오와에서도 일반인 투표에서는 부티지지를 앞섰다. 부티지지는 젊은 성소수자로서 그 나름의 매력과 신선함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조 바이든으로는 샌더스를 막을 수 없다는 민주당 주류의 위기의식의 수혜자였다. 뉴햄프셔에서는 여성인 클로버샤도 대안적 선택지로 떠올랐다. ‘정체성 정치와 억지로 대립시키면서 계급정치를 억누르는 방식은 이미 힐러리와 샌더스의 대결 때도 나타났던 방식이다.

 

물론 부티지지나 클로버샤의 중도적 온건함과 진보적 신자유주의도 민주당 주류와 부합한다. 그래서 이들은 월스트리트 큰손들의 많은 후원을 받고 있다. 민주당 주류는 앞으로 얼마든지 블룸버그로 갈아탈 수 있다. 심지어 민주당 주류가 샌더스보다는 엘레자베스 워런을 차악으로 본다는 말도 있었다. 워런도 샌더스 못지않게 급진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데 말이다.

 

샌더스는 모두를 위한 무상의료, 대학등록금 무료, 학자금 대출 탕감, 그린 뉴딜과 기후 일자리, 부자 증세와 월스트리트 규제, 모든 전쟁에서 미군 철수 등 급진적 공약을 내걸고 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교사파업 물결 등 대중투쟁에 함께하며 투쟁을 선동하고 있다. 또 자신이 집권해도 대중투쟁과 계속 함께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자신의 목표는 경선 승리도 대선 승리도 아닌 정치혁명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이 워런과도 다른 차이점이고, 민주당 주류가 가장 거부감을 보이는 대목이다.

 

교사파업 물결은 여전히 지속, 확대되고 있고 지난해 AT&T, GM 등의 파업이 보여줬듯이 공공부문을 넘어서 민간으로도 번질 조짐이 있다. ‘이제 미국 총파업을 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낙관은 어렵다. 사실 GM 파업이 보여줬듯이 파업 물결은 민간에서는 여전히 제한적이고 뒷심도 딸리는 것 같다. 주요노조들은 아직 샌더스에 대한 지지를 유보하고 있고, 사실 지난 대선 때 많은 노조원들이 트럼프의 경제민족주의에 혹했었다.

 

그래서 샌더스 지지세력이 너무 노조와 파업만을 강조한다면 한계가 있을 것 같다. 다인종적이고 교차적인 차별과 억압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생산과 재생산 모두에서 부딪히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연결시켜야 한다. 그것은 정체성 정치와 계급정치를 부당하게 대립시키는 민주당 주류에 맞서서도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이미 샌더스는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샌더스는 전통적 제조업만이 아니라 스타벅스, 아마존, 월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가장 많은 기부금을 받은 후보이다. 라틴계과 젊은 흑인 여성들 속에서 가장 인기있는 후보다. 오아이오에서도 샌더스는 밤늦게까지 교대 근무하는 이민노동자 등을 끌어들여 일반인 득표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미국의 선거제도는 이런 사람들의 투표 참여를 어렵게 해왔고, 또 이들은 그동안 민주당에 실망해서 투표에 기권해왔다. 이들이 자신감과 희망을 갖게 되면 될수록 샌더스는 선거와 투쟁 모두에서 더 큰 물결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분명히 좌파에게 다가온 중요한 기회이다. 이들 속에서 급진적 정책과 변화, 나아가 민주적 사회주의에 대해서 주장하며 네트워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는 정말 흔치 않은 것이다.

 

물론 여전히 많은 풀리지 않은 문제들이 남아있다. 과연 민주당은 변화할 수 있고 좌파는 계속 민주당에 머물러야 할 것인가? 샌더스가 후보가 되지 않더라도 트럼프에 맞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야 할 것인가? 공화당도 민주당도 아닌 제3의 좌파적 대안 건설의 오랜 꿈은 어디로 갈 것인가? 대선 이후에 그 결과는 과연 이후 투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고, 지금부터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영국 총선과 브렉시트를 돌아보며

 

영국 총선 결과를 자꾸 돌아보게 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분기점이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다가오고 있는 미국 대선에서 버니 샌더스가 어떤 성과를 얻을 것인가와 함께 말이다. 그런데 영국에서 SWP 등을 중심으로, 유럽연합 탈퇴를 분명히 해서 북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구) 노동자들의 표를 지켰어야 한다는 주장들이 계속 나온다.

 

이런 주장은 당장 선거 결과에 대한 산술적 계산에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아래 분석을 보면 노동당은 2017년에 비해 250만표를 잃었는데, 그 표는 자민당(130), 녹색당(34), SNP(26) 등으로 이동했고 일부는 기권으로 빠진 것으로 보인다. 이 당들은 모두 유럽연합 잔류를 주장했다. 잔류를 확실히 내걸지 않은 노동당의 입장이 패배를 낳았다는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http://www.socialistaction.net/2019/12/14/to-rebuild-from-a-defeat-labour-must-base-itself-on-the-facts/?fbclid=IwAR0GEvLpGvz080u3QkxpwZHUu2KUVjEh1t9szs6PrlrwvC_qzxK1prf-W6w)

 

유럽연합 잔류도 탈퇴도 분명하지 않았던 노동당의 입장에 대해 슬라보예 지젝도 의자 두 개에 한꺼번에 엉덩이를 걸치려다가 그 사이로 떨어진 경우에 비교했다. 그런데 더 중요한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오늘날 노동계급의 변화에 대한 관점 말이다. , 한편에는 노조로 조직돼 있던 제조업 백인(남성)노동계급이 있다. 이들도 당연히 실업, 주택난 등에 고통받고 있고 분노한다.

 

문제는 이것이 영국인을 위한 일자리, 주택, 병원이 부족하다는 주장과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 기성노조들 속에서도 경제적 민족주의와 이민자들에 대한 거부감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이들 속에서 토리당은 코빈은 비애국적이고 외국인들만 챙긴다는 선동을 했다.

 

하지만 반세기 동안의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노동계급은 재구성됐다. 도심과 도심 변두리에 서비스업, 비정규직, 이민, 다인종, 저임금 노동자들이 늘어나온 것이다. 돌봄노동을 중심으로 여성들이 다수이기도 하다.

 

이들은 이주의 자유에 조금이라도 제약이 가해지는 것을 싫어하고, 노조라는 울타리가 부족하기에 유럽연합이 제공하는 형식적 노동권도 지키고 싶어 한다. 이들을 세계화를 지지하는 대도시 고학력 중산층이라고 폄하하는 것은 타당하지가 않다.

 

하지만, 구좌파들은 수십년 동안 유럽연합을 반대해 온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우파가 승리할 기회를 준 자신들의 전술적 오류를 인정하고 고치고 싶어하지도 않았다. 중앙집중적 조직과 혁명적 지도력을 강조하는 좌파일수록 기존 노선을 변경하거나 수정하기가 더욱 어렵다는 역설이 존재한다. 그러면 지도력이 의심받고 흔들린다고 보는 것이다.(‘전술은 24시간 안에도 바뀔 수 있다는 레닌의 말을 외우지만 막상 스스로 오류를 인정하고 전술을 바꾸는 것을 못 받아들인다.)

 

이것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아직도 좌파적 탈퇴’(Lexit)가 가능하고 옳다고 주장하며 브렉시트 민족주의로 치닿는 영국 공산당이라고 한다. 그 점에서 차기 당대표 선거에서 코빈을 계승하겠다는 가장 좌파적 후보인 레베카 롱 베일리마저 진보적 애국심을 거론하고 나선 것은 찜찜하다. 급진적이면서도 국제주의적, 다문화적, 다인종적이고 젠더정의와 생태정의를 추구하는 좌파가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 제국주의와 이란의 민중저항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의 엄청난 비극이, 미국의 군사 공격이 시작됐다고 착각한 이란측의 잘못으로 밝혀졌다. 정말 끔찍한 비극인데, 나도 미국의 자유주의 언론들이 근거도 없이 이란 소행으로 몬다고 잘못봤다. 이란이나 북한을 '악마화'해 온 서방 언론의 보도를 일단 의심과 불신부터 하던 태도가 낳은 오판이었다고 돌아보게 된다.

 

이란 정부는 분명히 사과하고 보상해야 한다. 그런다고 희생된 분들을 되살릴 수도 없다 하지만, 이 비극은 미국이 불을 당기기 시작한 엄청난 긴장과 불안, 전쟁 위기가 낳은 결과다. 트럼프가 또 언제 어디서 갑자기 암살이나 폭격을 할지 모른다는 강력한 불안과 공포가 이란에 조성됐던 것이다.

 

일부에서 솔레이마니를 미화하는 목소리도 미국의 반동적 폭거가 낳은, 동의는 못해도 이해할 수 있는 반응으로 보인다.(마치 이 나라에서도 검찰의 폭주가 일부의 과도한 반응을 낳듯) 따라서 여전히 문제의 핵심은 이 모든 부정적 효과를 낳은 트럼프와 미국의 잘못된 전쟁 도발과 군사적 개입 시도일 것이다.

 

아래는 이란계 페미니스트 단체의 아주 옳고 공감할만한 반전 성명이다. 트럼프의 국가테러와 전쟁 책동은 어떤 것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고, 이란에서 민주주의와 해방을 바라는 사람들에게도 큰 피해를 준다고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우리는 평생 끝없는 전쟁의 두려움, 망명, 이별, 외상, 분노, 절망을 봐왔다. 우리는 정부를 지지하지 않지만 이란, 이라크, 시리아에서 죽음과 불행을 초래하는 모든 외국 개입을 거부한다...

지난 2 개월 동안 이라크와 이란의 거리에서 민중이 주도하는 운동이 있었다. 미국의 공격은 이런 대중운동을 방해하고 위협하고 있다. 이라크와 이란사회의 군사화로 이어지면서 대중적 민주화 운동의 성장과 유지는 더 어려워졌다....

여성해방 또는 LGBTQ의 이름으로 전쟁을 정당화하려는 어떤 시도도 젠더와 재생산 정의에 대한 공격일뿐이다. 미사일, 폭탄이 아니라 하늘은 새, 햇빛, 맑은 공기로 가득해야 한다. 대지는 식물과 꽃들로 채워져야 한다.‘

https://www.rahafeministcollective.org/2020/01/09/liberation-comes-from-below/?fbclid=IwAR0iiLZMEij8H4IE6OxOYnTDtwN0q2KmqV90Ag43Hl6iKhlbVSRlWseVfqw

 


트럼프가 새로운 전쟁으로 나가는 것을 주저하는 이유

 

트럼프가 솔레이마니를 드론 폭격으로 암살한 이유가 탄핵 이슈를 덮기위한 국내정치적 필요만은 아니었다고 차츰 밝혀지고 있다. 이라크의 중재로 사우디와 이란의 화해가 추진되고 있었고, 이것은 미국의 중동 패권 전략과 구상에 별로 달갑지 않은 상황이었던 것이다.

 

미국의 경비견인 이스라엘과 사우디같은 친미왕정들을 묶으면서 이란을 고립시키는 게 미국에게 좋은 일이니 말이다. 이번에 트럼프는 야비한 거짓말을 통해 솔레이마니를 덫으로 끌어들인 다음에 뒤통수를 치면서 암살해버린 것으로 보인다.

 

이런 선전포고와 같은 국가테러는 순식간에 이 지역에서 전쟁의 먹구름을 몰고 왔다. 그런데 지금으로서는 이란 정권이 확전을 피하는 신중하고 계산된 대응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사전 통보를 통해 미국이 대비할 충분한 기회를 준 것이다.

 

언제나 그랬다. 중동에서든, 한반도에서든 미국은 위험천만한 행동으로 전쟁 위기를 불러오곤 했다. 그 상황에서 미국과 서방 언론이 비이성적인 깡패국가, 불량국가라고 부르던 이란이나 북한 정권은 절제된 행동으로 그런 고비를 넘겼다. 오늘날의 세계와 인류가 심각한 전쟁 위기들을 피해 온 것은 미국과 강대국들 덕분이 아닌 것이다.

 

사실 하노이 결렬 이후의 북한의 대응도 상당히 자제된 것이었다.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거나 중단한 북한에게 미국은 어떤 반대급부도 제공하지 않았고, 약속을 판판이 어겼고 제재도 지속 강화했을뿐 아니라 전쟁 연습과 위협도 반복했다.

 

그런데도 2017년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은 것은 북한의 상당한 자제 덕분이라고 봐야 한다. 더구나 북한 정권은 이번에 이란을 보면서 다시 생각했을 것이다. ‘역시 미국의 말을 순진하게 믿거나 핵을 완전히 포기해서는 절대 안되겠구나라고 말이다.

 

물론 솔직히 말해 이란의 반격 이후에 나온 트럼프의 반응도 생각보다는 절제돼 있었다. 전세계가 지켜보는 중에 이란이 이라크 미군기지를 보란 듯이 타격했지만, 트럼프는 모든 것이 좋다고 하면서 군사적 반격은 참는 분위기다. 조금의 도전도 무자비하게 박살내고 몇배로 되갚던 미국의 오만무도한 깡패 스타일과는 약간 다르다.

 

이것은 2003년 이라크 전쟁이 지정학적 대재앙으로 끝나면서 만들어진 미국 민중들의 거대한 반전 여론 덕분인 것 같다. 전쟁과 해외 군사개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매우 큰 것이다. 이것은 공화당의 지지자들인 저학력 저소득의 백인들 속에서도 매우 강하다고 한다.

 

돈과 일자리가 없어서 이라크, 아프간에 갔다가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돼서 돌아온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가족과 이웃까지 송두리째 파괴한 그런 비극들을 지켜본 사람들은 전쟁이라면 몸서리치게 됐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지난 대선에서 비개입주의를 강조한 것도 그런 맥락 속에 놓여 있다.

 

오히려 전쟁 지지 여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고학력 부유층에서다. 여기선 여전히 테러를 저지르고 여성을 억압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이슬람 독재체제를 민주화하기 위한 인도주의적 폭격과 전쟁론이 먹힌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 때 힐러리가 트럼프보다 더 매파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과도 연관있을 것이다. 지금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을 별 근거없이 이란 소행으로 몰아가는 것도 친민주당 자유주의 언론들이다.

 

그래서 오늘날 인종주의에서 핵심은 역시 무슬림이라는 것을 되짚게 된다. 30년대의 자본주의 위기 때는 유대인이 주요 희생양이었지만, 오늘날은 아니다. 오늘날은 오히려 반유대주의라는 누명을 씌워서 좌파를 마녀사냥하는데 더 많이 이용되고 있다.(얼마전 영국 노동당의 제레미 코빈이 호되게 당했다. 제국주의는 2차대전 이후에는 오히려 유대인 국가인 이스라엘을 만들어서 중동 지배에 이용해 왔다. 유대인은 피해자로서도, 가해자로서도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에 계속 이용되고 있는 셈이다.)

 

오늘날 인종주의적 극우와 네오파시스트들의 주된 표적은 무슬림이고, 인도 모디 정부도 최근 시민권법으로 무슬림을 공격하고 있다. 하지만 기쁜 소식은 근래 인도에서 노동권을 요구하고 시민권법에 반대하는 노동자 총파업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 파업에는 무려 25천만명이 동참했다고 한다.

 

이것은 인도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파업이자, 아마 세계 역사상 가장 큰 단일 파업이었을 것이다. 그것도 단지 경제적 이슈를 넘어서 무슬림과 난민에 대한 차별에 맞선 정치적 파업이었다. 차별과 혐오와 전쟁을 부추기는 사람들은 이런 거대한 반대 목소리를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미제국주의도 이란의 독재정부도 반대한다는 목소리

 

우크라이나 여객기 피격 사건으로 이란 민중들의 분노가 미국과 트럼프에게서 다시 하메네이와 신정 독재로 향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피격으로 사망한 사람의 절대 다수가 이란인이니 너무 당연하다. 주변의 친구와 이웃들이 어처구니없이 하루아침에 주검으로 돌아왔는데, 이란 정부와 군부는 처음에는 이 사실을 숨기기까지 했다.

 

이란 시민들이 반정부 구호를 외치며 거리로 나서자 트럼프는 나는 용감하고 고통받는 이란인들에게 감명받았고 함께하겠다고 트윗을 날렸다. 너무나 역겨운 착각이고 허튼수작이다. 이번 여객기 피격은 미국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 이란은 미국의 크루즈 미사일이 날아온다고 착각한 상황에서 이런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

 

그래도 뒤늦게라도 죽고싶은 심정이라며 잘못을 인정했다. 반면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테러리스트를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수많은 오폭 속에 엄청난 민간인을 살해하고도 제대로 인정하거나 사과한 적이 없다. “부수적 피해라며 넘어갔다.

 

이번에도 불행중 다행’(?)인지 미국인 탑승객이 한명도 없었으니 망정이지, 있었다면 보복을 말하면서 폭격에 나섰을지 모른다. 이번 사태의 시작부터가 미국의 암살에서 출발했다. 그동안 미국은 독재정부들이 암살을 저지른다고 비난해 왔다. 당장 몇년전 김정은이 자기 이복형을 암살했다고 난리칠 때를 생각해 봐라.

 

사실인지도 의심스러운 이 사건을 가지고 북한을 또 불량국가, 테러국가라고 그렇게 매도했다. 그런데 이번에 트럼프가 한 짓은 그보다 몇수 위다. 타국에 온 손님을 그 나라 정부에 알리지도 않고 암살해버리고, 그걸 잘했다고 우기고 있다. 북한은 적어도 그런 무모한 짓은 안했고, 잘 했다고 우긴 적도 없다.(물론 북한보다 CIA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사건이었다.)

 

그래서 지금 반정부 시위에 나선 이란인들이 미국을 지지한다고 착각말아야 한다. 트럼프의 트윗질은 이란 정부가 미국이 사주하는 시위라며 반정부 시위를 탄압할 빌미만 줄 것이다. 그래서 이란에서 시위에 나선 과기전문대 학생들은 아래처럼 미제국주의도 반대하고 이란 정부의 폭정도 반대한다는 구구절절 옳은 성명을 발표했다.

 

친미 동맹 국가에 있는 우리로서는 더욱 더 제국주의에 대한 반대와 비판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세계 평화와 안전,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독재국가와 테러리스트들을 타격해 왔다는 것은 희대의 사기극과 가스라이팅이다. 미국이 진짜 불량국가.

 

이란은 슬픔으로 가득 차 있다. 그들의 고통은 우리의 고통이다. 정부의 경제정책과 정치탄압이 국민을 도탄에 빠뜨렸고 강대국 전쟁의 그림자도 우리 머리 위로 나타났다...

억압적인 정부든 제국주의적 힘이든 체제의 총체적 억압에 맞서는 게 오늘날 우리의 의무다. 미국은 불안과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었다. 미국의 모험주의가 국내 탄압의 구실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오늘날 우리는 사방에서 악에 둘러싸여 있다. 폭정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제국주의의 품으로 돌진하지 않아야하고,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이라는 명분으로 폭정을 정당화하지 않아야 한다. 유일한 방법은 폭정과 제국주의를 똑같이 거부하는 것이다. 역사는 아무 죄 없는 사람들의 피를 잊지 않을 것이다.”

https://fjahanpour181258126.wordpress.com/2020/01/12/the-statement-issued-by-the-students-demonstrating-in-amir-kabir-university-in-iran/?fbclid=IwAR1IjMJrji-dLoAX1aSFqtThEadl6c8PR4xJZwNn3wgnxZb0q3yfEwiD8q0

 


이스라엘의 국가폭력과 반유대주의의 문제

 

https://www.youtube.com/watch?v=d2O16mYojm0&fbclid=IwAR1143DGbX_A9o7ixpczix6oJTbkWbEWSXZ3eTCRxeYiBGiPH1Z9HXJKxXE

 

팔레스타인의 저항을 지지하고 이스라엘 국가의 억압과 시온주의를 고발하고 비판하는 아주 강력하고 인상적인 노래와 영상이다. 그 오랜 엄청난 학살과 탄압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팔레스타인 민중의 저항 정신을 잘 그려내며, 죽음 속에서도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투쟁을 노래하고, 결국은 다같이 힘을 모아서 폭력과 억압을 이겨내리라는 희망을 보여준다.

 

최근에 트럼프가 쓰레기같은 '평화'안을 팔레스타인에 들이민 상황에서 더 의미있게 보게 된다.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이 곧 반유대주의라는 요즘의 주장들도 문제다. 이스라엘이 곧 유대인들을 대표하고 대변하고 있는게 아니다. 나치의 폭압에 맞서던 유대인들의 저항정신은 오히려 이스라엘의 식민주의에 맞선 팔레스타인 민중의 저항 속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 점에서 영국 노동당에서 지난 총선 패배 이후에 반유대주의 청산이라는 명분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당내 좌파에 대한 단속은 우려스럽다. 영국 유대인위원회는 반유대주의 종식을 위한 10대 공약에 서명하라고 요구했고, 코빈의 뒤를 이을 노동당 새대표로 출마한 모두가 여기 서명했다고 한다. 이것은 제레미 코빈을 반유대주의라고 마녀사냥했던 것의 연장선이다.

 

반유대주의적 인종주의는 오늘날에도 살아있고 당연히 종식돼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영국 사회의 기득권 세력이 반유대주의라는 프레임으로 좌파들의 이스라엘과 점령 정책에 대한 비판을 틀어막으려 한다는 것에 있다. 반제국주의적 좌파들을 길들이려 한다는 데 있다. 오늘날 영국 사회에서 가장 큰 위협인 반무슬림 인종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희석하려는 데 있다. 하지만 총선 패배와 브렉시트 강행의 분위기 속에서 좌파들이 여기에 정면으로 맞서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기사 등록 202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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