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 독일에서 이슬람포비아에 맞선 행동과 백래시

윤미래 



[미국과 유럽에서 제국주의에 반대하고 이스라엘에 맞서 팔레스타인 민중에 연대하는 좌파들을 반유대주의라는 빌미로 공격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이슬람포비아적 인종주의를 계속 드러내왔다. 관련해서 독일의 대학에서 이런 공격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윤미래 동지의 기고를 두 차례 실은 바 있다.(https://www.anotherworld.kr/701 , https://www.anotherworld.kr/747 ) 이번에는 그 연장선에서 최근에 벌어진 항의 행동을 보고하는 글이다.]


 



 

1. <머리쓰개는 패션인가, 종교적 상징인가, 정치적 도구인가?>라는 토론회에 스무 명 정도의 유색인 및 연대자 학우들과 함께 최근 3년간 독일에서 일어난 주요한 인종주의 증오범죄들을 열거하는 피켓을 들고 들어가 한 사람씩 사건 개요를 낭독하고 '증오 선동을 중지하라!'라는 구호를 외쳤다.

 

2. 이 토론회의 발단은 작년에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현대 무슬림 패션'이라는 전시회로, ‘Terre de Femme’라는 여성주의 단체가 주최했고, 패널들의 논지는 "이슬람주의의 깃발이며 여성 예속의 도구를 정상화하는 경향이 경악스럽다"는 발언으로 대체로 요약되었다. 사회를 맡은 총학생회 여성국장은 여기에 덧붙여 "이슬람주의자들은 서양에서는 폭력으로 신앙을 강요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죄책감을 유발하는 '트로이의 목마' 전략을 개발했다. 그들은 어디에나 있으며, 이미 페미니즘 운동 안에서 페미니즘의 의미를 완전히 뒤집어버리는 데 성공했다. 이제 그들은 예술계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고 부연했다.

 

3. 막 구호를 외쳤을 때에 한 남성이 휴대폰으로 그 장면을 촬영하던 히잡을 쓴 여학우를 공격하면서 엄청난 소동이 일어났고 총학생회는 '학교 부지 내에 경찰은 들어올 수 없다'는 오랜 원칙을 간단하게 깨버리고 즉시 경찰을 불렀다. 곧이어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에서 기사가 나왔다. ‘화가 난 반인종주의 활동가들이 발언을 제대로 듣기도 전에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고 결국 폭력 사태까지 일어났으나 주최측은 차분하고 용감하게 대화를 시도했다는 내용이었다.

  

4. 트위터에는 '이슬람주의자들이 난동을 부렸으나 경찰의 개입으로 행사는 정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트윗이 '이슬람주의'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올라왔다. 같이 시위했던 학우가 '폭력은 너희가 우리한테 썼고 우리 중 대부분은 이슬람 신도조차 아니다'라고 지적하자 '광신도들이 아무리 거짓말을 해도 이쪽에는 증언과 증인이 있다. 인샬라'라고 답하고 차단해버렸다.

 

5. 말을 거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하이라이트만 몇 개 옮겨본다.

 

백인 남학생: 넌 어떤 동기에서 이런 짓을 하는 거지?

: 인종주의에 맞서는 데 이유가 필요해?

백인 남학생: 아니. 인종주의에 맞서는 데는 아무 이유도 필요없지.

: 그러면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알겠구나.

백인 남학생: 아니, 난 너희가 하는 짓이 파시즘이라고 생각해.

: 그러면 너는 파시즘과 반인종주의의 개념을 완전히 뒤집어버린 건데.

백인 남학생: 유럽인으로서 파시즘에 대해선 잘 아는데 너희들은 지금 파시즘적인 행동을 했어.

: 유럽인으로서 중동에서 서방이 무슨 짓을 하는지는 알고 있니?

백인 남학생: 내 출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감히 그따위로 지껄이지 마! 알겠어? 내가 러시아인이면 어쩌려고?

: ... 그러니까 남을 가르칠 때는 유럽인으로서 말하지만 식민주의 얘기가 나올 땐 아니라는 거야?

백남: 나는 그런 말은 한 적이 없어.

: 아니 네가 방금

백남: 도무지 말이 안 통하네! (씨근대며 돌아섬)

: (대폭소)

백남: 저 봐, 웃는 것만 봐도 미친년이네.

 

 

백인 여학생: 너희는 언제 나갈 생각이니? 우린 행사가 계속되면 좋겠어.

: 나는 내가 뭘 입고 뭘 벗어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이 계속되길 바라지 않는데.

백인 여학생2: 아니 그거랑은 문제가 다르지. 이슬람 문화에서 여성은 머리쓰개를 안 하면 존중받지 못하잖아.

: 마치 여기서는 뚱뚱한 여성들이 성희롱이나 품평 당하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처럼 말한다. 여성들이 '창녀'처럼 입어도 존중받는 사회면 슬럿워크는 왜 일어났다니?

백인 여학생1, 2: (미친 사람을 보는 듯한 눈으로 쳐다봄)

백인 여학생2: 너 너무 모든 걸 상대화하는데.

: 서구 근대는 절대가 아니니까. 서구 근대는 여러 문명 중의 하나야. 그것이 절대적이고 우월하다는 관념 때문에 지금까지...

백인 여학생1: 아무도 우월성에 대해 말하지 않았어.

: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계몽되었고 우월하다고 믿지 않기 때문에 뭘 입든 그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존중해. 그래서 지금 너희들에게도 서구식 미의 기준에 순응한다고 비난하지 않잖아?

백인 여학생1, 2: (또다시 미친 사람 보듯이 쳐다봄)

: 방금 연단에서 부르카 금지를 모범 사례로 들었잖아. 애들이 무서워한다는 이유로.

백인 여학생1: 그건 그냥 사례지.

백인 여학생2: 그 사람도 이슬람을 안 믿는다고 협박 받았다잖아?

: 둘 다 나쁘지. 서구의 우월성에 대한 믿음을 잠깐 내려놓는다면 우리는 어느 경우에나 여성들이 뭘 입거나 입지 않을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겠지.

백인 여학생: 그럼 단상에 가서 그런 논지로 토론을 해.

 

연사: 당신 이슬람주의자로군요!

백인 남학우: 진심으로 그렇게 믿으세요?

연사: ... 적어도 이슬람주의 동조자로군요!

 

 

5-1. 참고로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바로 이 연사를 '이 난리통에 유일하게 침착했던 사람'이라고 칭송했다.

 

6. 다음날 하루종일 온갖 일간지의 범죄면이 '이슬람주의자들의 난동으로 토론의 자유가 위협받다' 따위로 어제 일을 보도하는 것을 지켜봤는데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심지어 현장에 있었던 기자(<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는 우리가 관객들을 마구 폭행했다고 서술하면서 대학에서 토론의 자유가 위협받는데 왜 학자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느냐고 성토하는 사설을 썼다. 이렇게 가피해를 뒤집는 게 가능한 일이었나? 대체 어떻게? 없는 의혹을 만들어내거나 말을 왜곡하는 거야 익숙하지만 맞은 쪽을 때린 쪽으로 만들고 모든 사람이 그걸 믿는 상황은 정말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어서 대체 어디서부터 뭘 해야 할지조차 모르겠다.

 

반론 보도자료를 올렸더니 덧글창에 헬게이트가 열렸고 급기야 우리가 [터키 독재자] 에르도안의 자금으로 시위를 열었다는 음모론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A3용지 15장분의 인쇄비를 대주신 터키 공화국의 대통령 어르신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 말씀을 드려야하는가?

 

7. 이러니저러니해도 몇 년간 점점 노골적으로 심해져가던 인종주의 경향에 처음으로 제대로 반격을 선사한 셈이라 위안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물처럼 우울함이 닥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 우울함을 소중하게 여기기로 했다.

 

부조리와 분노와 고통이 감흥없는 일상이 되고 항변과 투쟁이 종이 위의 숫자로 치환되는 사업 실적이 되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면, 사람이 사람이 되지 못함은 언제나 가슴 아프지 않으면 안된다. 싸워 이기는 것이 좋아서가 아니라 싸워야 할 부정의가 있기 때문에 괴로움을 안고 대립을 밀고 나가는 것이라면 이기는 싸움에도 어김없는 슬픔의 몫이 있어야만 한다. 그래야 우리가 사람으로 남아 남에게 사람답기를 촉구할 수 있다. 대항 폭력을 해방이 아닌 필요악으로 인지하고, 소통과 협력이 필요한 상대까지 무분별하게 찍어누르는 우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홀로는 약해도 뭉치면 강하다는 걸 생생히 깨닫게 되는 것은 즐겁다. 하지만 강해져야만 살 수 있는 세계, 인간이 인간을 돕지 않는 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여전히 슬프다. 이 슬픔만이 나의 열망과 모두의 열망이 갈라지지 않도록 이어줄 것이다. 나를, 우리를 언젠가 더 나은 미래로, 인간이 인간을 돕는 세계로 데려다줄 것이다.



(기사 등록 202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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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른세상을 향한 연대 변혁 재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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