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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주장

비례연합정당: 선택이 남길 균열과 상처에 대한 우려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20. 3. 16.

박철균



 


1. 비례연합정당의 등식이 성립하려면 더불어민주당에 해당하는 쪽과 진보에 해당하는 쪽이 언제나 같은 방향을 향하냐 그리고 누구를 향해 정치를 하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아마도 비례연합정당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민주당을 민주/진보의 한 축으로 바라보고 미래통합당을 절대 악의 축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이것만은 막자는 인식이 굉장히 강할 것이다. 미래통합당이 집권하던 시절에 보았던 온갖 패악질과 심지어는 군사력 동원 같은 걸 2017년에 도입하려고 했던 것을 생각하면 그 두려움은 이해 할 수 있다. 설사 비례연합정당을 반대하는 사람들이라도 찬성하는 사람들은 어떤 절박한 심정이길래 저러는 지는 일단 이해해야 한다.

 

2.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진보가 같은 방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에겐 비례연합정당은 굉장히 부정적인 방향으로 간다. 더불어민주당도 역시 미래통합당과 더불어 보수정당이고 중요한 시점마다 우리를 뒤통수 쳤는데 무엇을 같이 하냐는 것이다. 가장 최근 기준으로 봤을 때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실컷 물 먹였던 이강래가 결국 후보가 됐다거나, 삼성 문제의 악 중 하나인 이재용에게 면죄부를 주거나 조국 문제 당시 보여 줬던 내로남불의 모습을 떠올리며 어떻게 이런 사람들과 같은 편일 수 있냐는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장애나 빈곤 문제로 따졌을 때도 장애등급제는 종합조사표로 둔갑했을 뿐이며, 폐지한다던 부양의무제는 여전히 서슬퍼렇게 살아있고, 여전히 장애인과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예산은 OECD 평균 밑이며,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는 그동안 숱하게 얘기했던 장애계의 대책 요구가 얼마나 정부가 귀담아 듣지 않았는지 혹독하게 보여 주고 있다.

 

3. 더 거슬러 가면 6.15 정상회담의 뒷면에선 롯데호텔 노동자들을 야만적으로 탄압했던 김대중 정부와 파병 강행(나는 이로 인해 목숨을 잃게 된 김선일의 절규가 지금도 엄청난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4대 악법을 당시 새누리당과 날치기 통과했던 노무현 정부를 떠올려도 미래통합당 전신에 환멸을 느껴 더불어민주당에게 힘을 실어주니 그 더불어민주당이 뒷통수를 치던 역사들이 무궁무진하다


이런 악몽을 수십년 겪은 사람에게 미래통합당은 절대악이니 막아야 한다는 말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비례연합정당 찬성하시는 분들은 반대하는 사람들이 어떤 정서에서 반대를 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사실 그런 문제에 대해서 책임은 못 지더라도 그 비판에 동감은 못할 만정 너무나 내로남불의 모습을 보여 주며 상처를 더 후벼 파던 것은 더불어민주당 지지하던 사람들이 아니었던가.

 

4. 당장 20년 동안의 최근 역사를 바라보면 더불어민주당 같은 온건한 보수와 함께 한 후 그 배신감 때문에 진보마저 흔들거리고 끝내 미래통합당 쪽이 미소짓는 사례들이 너무나 많았다. 사실 미래통합당이 박근혜 탄핵 직전에 고꾸라졌다가 다시 이렇게 커져 버린 것은 미래통합당이 잘했다기 보단 집권세력인 더불어민주당이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 준 것에 대한 반등이다. 비례대표 선거 문제가 이 지경이 된 것도 결국 더불어민주당이 자유한국당과 타협 그리고 타협 끝에 나온 결과물이기도 하다


당장 미래통합당의 위성 정당이란 괴물을 막아야 된다고 외치기 전에 그런 괴물이 커져 버린 것이 누구 책임인지는 생각했으면 좋겠다. 미래통합당이 무섭고 싫고 끔찍하다는 타이밍을 이용해 더불어민주당이 그동안 해 온 잘못된 점들이 퉁치고 넘어가며 위 아 더 월드라고 하는 모습은 정말 보기 힘들다. 그런 점들이 계속 더불어민주당을 진보가 견제 및 견인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더불어민주당이 사고치고 뒤통수 치는데 거리낌이 없게 하는 것이다.

 

5. 다만 대중의 정서가 더불어민주당과 진보계열 정당의 구분이 거의 없어 보이는 상황도 씁쓸하게 바라보게 된다. 당장 정의당만 봤을 때 반 정도는 민주당 지지와 교집합이고, 그렇기에 정의당이 그동안 보여 준 모습도 민주당과 명확하게 선을 긋는 모습이 아니었다. 이런 모습은 조국 국면 같은 상황에서 정의당이 불안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유지할 수는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런 명확한 선택의 상황에선 도리어 칼이 되어 돌아온다. 비례연합정당을 안 한다고 하면 민주당과 친한 사람들은 왜 이제와서 시대를 거스르고 민주당과 손절할 거냐며 반발할 것이고, 비례정당을 한다고 하면 그렇지 않은 진보적인 사람들은 이젠 기여코 민주당과 함께 연합정당까지 하냐며 반발할 것이다.

 

6. 나는 어떤 선택을 하든 진보정당이든 비례연합정당이든 한달 남은 총선에 책임 있고 확실한 모습을 보여 줬으면 좋겠다. 정의당이 설사 비례연합정당을 한다고 하면 현재 비례 상위 10위권에 있는 정의당 비례 후보자를 1~10번에 배치하고 정의당 주요 지역선거구를 단일화하는 조건을 강력하게 해야 한다고 본다. 계속해서 진보에게 신뢰를 잃었던 더불어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을 같이 하자고 얘기할 때 이 정도의 성의와 양보는 있어야 진보와 민주가 같이 간다고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독자의 길로 정의당이 간다면 한 달동안 얼마나 민주당과 차별화되는지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독자의 길 이후 생기는 지지율의 누수를 메꾸고 최대한 많은 국회의원을 만들어 내는 것은 이젠 독자적인 길을 갈 것이라 선언한 정의당의 온전한 몫이 된다. 다만 그동안 정의당의 길을 봤을 땐 참 그것이 쉽지 않을 것 같은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7. 비례연합정당으로 너무나 안타까운 모습이 보인다. 이미 고인이 된 사람이 너무나 쉽게 아전인수되는 모습을 보았고, 어제까지 함께 선거제도를 바꾸던 사람이 오늘은 적이 되서 서로 얼굴을 붉히는 모습도 보게 된다. 합치자는 목소리가 오히려 또 다른 균열을 낳고 원망을 낳고 원수를 낳는다. 이것이 어떤 결과가 되든 총선 이후엔 더 큰 상흔으로 남을 것이다. 결국 그 피해는 정치에 고스란히 돌아오게 될 것이다.   



(기사 등록 202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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