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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292

19대 대선 평가 - 촛불의 기억과 꿈이 우리를 밀고 나간다 전지윤 진보 활동가들 속에서는 이번 대선 결과에 실망하고 불만족을 드러내는 여러 반응들이 있었다. ‘홍준표같은 인간이 2등이라니’, ‘저 거대한 촛불의 결과가 도로 민주당이라니’, ‘심상정이 10%도 못 넘고 고작 4등이라니’, ‘김선동이 1% 근처도 못 가다니’... 전부 다 일리있고 이해할만한 반응이었다. 특히 ‘차별금지법은 나중에’, ‘동성애 반대’를 말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맞이한 성소수자들의 씁쓸하고 복잡한 마음은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큰 그림도 봐야 한다. 5월 9일 밤에 광화문 광장을 찾은 문재인을 제일 먼저 맞이한 것은 세월호 가족들이었다. 가족들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그의 가슴에 커다란 노란 리본을 달아주었다. 대선의 결과가 ‘촛불의 승리’라는 것을 부정하기 어려운 장면이.. 2017. 5. 14.
성소수자의 권리/ 육군 게이 마녀사냥/ 프랑스 대선 전지윤 ● 성소수자 권리 방어가 촛불 승리를 지키는 길이다 문재인의 ‘동성애 반대’ 발언을 들었을 때, 나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행성인) 동지의 고마운 배려로 시사회에서 영화 ‘프라이드’(한국 개봉명 ‘런던 프라이드’)를 보고 뒤풀이하고 있었다. 84년 영국 광부 파업에서 LGSM(광부를 지지하는 레즈비언과 게이)이 85년 MSLG(레즈비언과 게이를 지지하는 광부)로 돌아오는 감동적 마무리를 보고 기분좋게 떠들고 있는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여기는 아직 역사가 거꾸로 간 2017년 한국이지... 문재인은 지난번 ‘페미니스트 선언’을 하며 ‘내 어머니와 아내가 여성으로서 힘들었던 걸 깨닫지 못했다.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겠다’고 했다. 아무리 그를 지지하지 않아도 그 말은 가슴에 와닿았는데,.. 2017. 5. 2.
‘육군 게이 색출’ 마녀사냥/ 깽판치는 트럼프/ 대선과 진보 전지윤 ● ‘육군 게이 색출’, 나치식 마녀사냥 중단하라! 지난 대선 TV토론을 보면서 초반부터 기분 잡친 건 ‘한미 합동 선제공격’(유승민), ‘국토수복작전’(홍준표)같은 기막힌 빻은 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그 경악스런 주장을 그냥 듣고 넘어가는 그 자리 분위기였다. 당장 그 최강막말 취소하라고, 그딴 게 합리적 보수냐며 유승민의 가면을 벗기고, 홍준표 네 자리는 여기가 아니라 감옥이라고 직격탄을 날리는 목소리가 있었으면 했다. 문제는 홍준표같은 자가 곳곳에서 설친다는 것이다. 육참총장 장준규도 그런 인간이다. 이 사람의 주도로 지금 육군에선 동성애자 색출, 처벌, 구속의 나치식 마녀사냥이 벌어지고 있다. 50여명의 뒤를 쫓고 있다고 한다. 데이팅앱에 들어가 덫을 놓고, 카톡을 뒤.. 2017. 4. 19.
세월호 인양/ 사드 배치/ 이라크 모술 폭격 전지윤 ● 세월호 인양 - 이제 진실이 올라올 때이다 3월 10일에 탄핵 발표가 나던 날 헌법재판소 앞에 있었다. 그날 인용 발표를 듣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활짝 웃지 못했던 이유, 뭔가 납덩이처럼 가슴 한켠이 무거웠던 이유를 우리는 모두 안다. 헌재 판결 내용에서 세월호 문제가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이유도 정말 어처구니없고 말도 안됐다. 도대체 누가 박근혜가 ‘직접 구조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는 것인가? ‘대응조치가 미흡하고 부적절했다’면서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은 아니다’는 말은 또 뭔가? 세월호 가족들이야말로 우리가 박근혜 체제를 벗어나는 데 가장 큰 구실을 했다는 점에서 더 가슴이 아팠다. ‘촛불혁명’을 평가하면서 어떤 집단, 어떤 투쟁이 가장 중요했는지 다양한 주장들이 있다. 누구는 조.. 2017. 3. 30.
한국 박근혜는 쫓겨났다. 다음은 미국 트럼프다 남수경 탄핵 인용 결정에 세월호가 제외된 것을 슬퍼하는 가족들 [미국의 좌파 언론 에 ‘촛불혁명’의 성과를 보고하는 글이 실렸다. 이 글은 벌써 트럼프 탄핵 주장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투사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다. 이 글의 필자인 남수경은 미국 뉴욕에서 도시빈민, 이주민, 여성, 성소수자 등을 대변하는 공익인권변호사로 일하고 있으며, 법률서비스노동조합(Legal Services Staff Association UAW/NOLSW)의 조합원이다.] 출처: https://socialistworker.org/2017/03/17/south-koreans-topple-a-corrupt-president 한국의 노동자·민중들이 결국 해냈다. 지난 다섯 달 동안 계속 된 대중시위 끝에 3월 10일 마침내 헌법재판.. 2017. 3. 23.
탄핵 인용 - 단결한 민중은 패배하지 않았다 전지윤 ‘인용되면 아스팔트가 피로 물들 것’이라는 섬뜩한 협박보다 ‘기각되면 혁명적 상황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걱정이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머리를 더 짓눌렀던 것 같다. ‘탄핵을 해서 헌법을 지키는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한 판결문에서 그것을 볼 수 있다. ‘나라를 팔아먹어도 흔들리지 않는다’던 콘크리트 지지층을 기반으로, 종북몰이를 통해 반대파를 억누르고 우파를 결집시키던 박근혜. 그가 87년 개헌 이후 최초로 임기 도중에 쫓겨난, 이 나라 역사상 최초로 탄핵된 대통령이 됐다. 누가 이것을 가능하게 만든 주역인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자그만 손으로 촛불을 쥐고서 추운 날씨를 몇시간이나 견디던 아이와 그 아이를 꼭 껴안고 있던 엄마, 모금함에 돈을 집어넣으며 강원도에서 매주 올라오고 있다며 환하게 웃던.. 2017. 3. 11.
결집하는 극우파/ 김정남 암살설의 모순/ 심상정 후보 전지윤 ● ‘태극기 집회’의 커지는 위험성과 박근혜 구속·처벌의 중요성 ‘대통령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이하 탄기국) 쪽의 혐오 발언과 폭력 선동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시청역에 내려서 광화문 광장으로 걸어갈 때, 불안해서 가방에 달린 노란 리본을 잠시 숨겨야할 정도다. 노란 리본이 저쪽 편에겐 ‘종북좌파’의 상징이 돼버린 상황도 기가 막힌다. 헌재, 특검, 문재인 캠프 등이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는데, 자극적 선동과 혐오발언들이 낳았던 결과들을 보면 가볍게 볼 게 아니다. 혐오발언을 쏟아낸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에선 혐오범죄가 급증했고, 캐나다 이슬람 사원 총기난사범은 트럼프 지지자로 밝혀지기도 했다. ‘신은미-황선 북콘서트’ 때도 보수언론의 광적인 혐오 선동은 한 고교생이 사체폭탄 테러를 .. 2017. 3. 6.
탄기국과 종북포비아 / 김정남 죽음 / 영화 ‘재심' 전지윤 ● ‘태극기 집회’가 우파의 분열과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까? 우파 단체들이 총결집한 ‘대통령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이하 탄기국)의 ‘태극기 집회’는 단순히 무시할 수준만은 아니고 일면적으로만 볼 수도 없어 보인다. 정부, 재벌이 돈을 대서 관변단체들이 가난하고 생각없는 노인들을 일당주고 모은 집회라는 것이 그것의 전부는 아니다. 탄기국 집회 참가자의 핵심에는 수백 명이 모인 카톡방을 여럿 거느릴 정도로 종교, 지연, 학연 등으로 다양한 사회적 연결망과 기반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나름의 세계관이 있고, 이걸 바탕으로 끝없이 ‘가짜 뉴스’와 논리를 만들어 카톡, 카페, 유투브 등으로 계속 퍼 나르며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냈다. 한국전쟁, 분단 등을 거치며 형성된 ‘좌파와 혁명’에 대.. 2017. 2. 21.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금지/ '더러운 잠' 논란 ● 처음부터 막나가며 저항을 부르는 트럼프 전지윤 여성혐오적 성폭력범, 인종차별주의자, 호전적 극우익인 트럼프가 결국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노엄 촘스키는 “트럼프가 가져올 변화는 더 해롭고 악화될 방향”이라고 했다. “트럼프 시대는 거대 의료회사, 월스트리트, 군수산업체, 에너지 기업들에게 매우 밝은 미래가 될 것”이며 “들끓는 공포와 분노를 교묘히 이용한 '친절한 파시즘'으로 세상이 이끌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마이클 무어도 트럼프를 “끔찍하고, 무지막지하고, 위험한 파트타임 어릿광대이자 풀타임 소시오패스”라고 평했는데, 많은 사람이 여기에 공감할 것이다. 트럼프는 내각과 참모들도 극단적 우익들로 채우고 있다. ‘사람을 총으로 쏘면 재미있다’는 “미친개” 국방장관, ‘세계대전을 치를 준비가 돼 .. 2017. 1. 31.
국회는 ‘민의’를 수용했는가? - 촛불은 더 나아가야 한다 윤미래 국회가 아니라 거리의 촛불이 탄핵을 가능하게 한 동력이었다 단비 같은 승리다. 새누리당의 절반조차 박근혜에게 등을 돌렸다. 박근혜 탄핵안은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의 7시간’이 공식적 탄핵 사유로 포함된 가운데 300명 가운데 무려 234명의 의원의 찬성표로 국회를 통과했다. 언론은 앞다투어 촛불의 승리를 선언했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일어서면 세상이 바뀐다’는, 그간에 너무나도 절실했던 희망을 다시 품고 있다. 그러나 이 승리에 대한 환성들 일부에는 ‘여기서 멈추자’는 메시지가 같이 담겨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탄핵 가결로부터 국회의원들은 우리가 움직이는 우리의 대표자이며, 국회는 민의를 수용할 능력이 있고, 한국의 정치제도는 신뢰할 만하다고 환호하고 있다. .. 2016. 12. 16.
한국의 뜨거운 겨울 - 커다란 역사적 가능성이 열리다 전지윤 이 글은 영국의 급진좌파인 rs21(Revolutionary Socialism in the 21st Century)에 필자가 기고한 글의 원본이다. 외국의 독자들을 위해서 좀 더 포괄적이고 일반적으로 지금 사태의 배경과 전망을 설명했다. 글을 영어로 옮기는 과정과 편집 과정에서 일부 문구가 달라지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같은 내용이다. 이 글을 영어로 옮기고 다듬는 데 수고해주신 동지들과 부족한 글을 실어 준 rs21 동지들 모두에게 깊이 감사한다. 출처: https://rs21.org.uk/2016/12/09/revolutionary-reflections-a-hot-winter-in-south-korea-the-opening-of-an-historic-opportunity/ 한국 사회에 거대한 .. 2016. 12. 12.
탄핵 승리를 발판삼아, 촛불을 더 크고 뜨겁게 전지윤 230만 촛불의 힘이 마침내 중대한 역사적 전진을 이뤄냈다. 탄핵만은 피해보려고 온갖 꼼수를 쓰던 박근혜에게 결정적이고 속 시원한 한방을 먹인 것이다. 아래로부터 투쟁의 압력은 동요하며 타협할 기회만 노리던 야당을 돌아세웠고, 새누리 비박들의 장난질을 차단했을뿐 아니라, 나아가 친박 일부조차 촛불의 힘에 굴복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이 결과를 기뻐하고 자랑스러워 할 충분한 이유와 자격이 있다. 탄핵 표결 결과가 발표되는 시간에 나는 지하철역 화장실로 가고 있었다. 한 택배 노동자가 화장실 앞 의자에 앉아서 휴대폰에 집중하고 있는 게 보였다. 배달할 물건을 무릎에 놓은 채 국회 생중계를 보고 계셨다. 내가 “결과가 나왔나요?”하고 물었더니 그 분은 “이겼어요. 234표로!”하며 나를 쳐다보며 환하게 .. 2016. 1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