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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세상을향한연대1355

‘성폭력’과 ‘피해자중심주의’를 넘어, 더 다양한 언어들을 개발하자 윤미래 성폭력 개념의 무한 확장, 운동의 유사사법화, 피해 서사의 범람은, 외부에서 종종 짐작하는 바와는 달리 기실 그 누구보다도 여성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삶과 세상을 납작한 가피해서사의 끝없는 변주들로 환원하고, 세계를 바꾸어야만 가능할 치유와 해방을 가해자 한 사람(대상이 '2차 가해자들'이나 '가해 단체'로 확장되더라도 본질적으로 상황은 같다)을 단죄함으로써 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게임에서 누구보다 가혹하게 지는 것은 다름 아닌 여성들이다. 신자유주의는 개인이 기본적으로 완전하고 자유로우며 누군가 고통을 느낀다면 그것은 그 개인이 나약하거나 누군가 그 개인을 ‘침해’했기 때문 둘 중 하나라는 믿음을 우리의 머리속에 단단하게 새겨놓음으로써 사람은 원래, 본질적으로, 모든 측면에서 사회적인 존재.. 2018. 1. 19.
입만 열면 오물 토하는 인종주의자 트럼프 남수경 [이 글의 필자인 남수경은 미국 뉴욕에서 도시빈민, 이주민, 여성, 성소수자 등을 대변하는 공익인권변호사로 일하고 있으며, 법률서비스노동조합(Legal Services Staff Association UAW/NOLSW)의 조합원이다. 대구경북지역 독립 대안 언론인 에 실렸던 글(http://www.newsmin.co.kr/news/26780/)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필자와에 감사드린다.] “우리가 왜 거지소굴 같은 (shithole) 나라에서 오는 사람들을 받아줘야 해?” 며칠 전 트럼프가 공화·민주 양당 의원들과 회동에서 내뱉은 말이다. 작년 트럼프가 폐지를 발표한 다카(DACA, 청소년추방유예) 프로그램을 대체할 이민 법안을 협상해 온 양당이 트럼프와 만나 합의 내용을 논의.. 2018. 1. 18.
세상읽기 - 새로운 마녀사냥/ 한반도/ 이란/ 상호교차성 전지윤 ● 종북몰이에서 반동성애, 반페미니즘 마녀사냥으로 “출소 후 머리를 자르러 갔는데 미용실 아주머니가 묻지는 못하고 눈치가 좀 이상해서 제가 먼저 ‘오랜만에 뵙습니다’ 하니까 그분이 ‘고생하셨다. 얼마나 억울했겠냐’며 머리를 자르는 내내 위로의 말씀과 함께 감옥 생활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질문을 하셨습니다. 세탁소에서, 자주 가던 전파상에서 모두 손을 잡아주며 ‘고생 많았다. 얼마나 억울했겠냐’는 말을 들었습니다. 4년 전에는 제 차와 아내 차에 붉은 페인트로 간첩이라는 낙서를 했던 이 동네의 민심이 4년이라는 세월이 지나서 먼저 알아봐주고 손을 잡아주고 있습니다.”(‘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 피해자 한국구명위원회 소식지. 2017.12월호) 매달 받아보는 소식지에서 이 대목이 눈에 들어왔다. '.. 2018. 1. 17.
‘구 볼셰비즘’에 대한 재검토: 1917년 3월의 혁명 노선 에릭 블랑(Eric Blanc)번역: 오목눈이 ‘구 볼셰비키’가 낡은 도식에 매달리고 있을 때, 갑자기 러시아로 돌아 온 레닌이 4월 테제를 통해서 그것을 분쇄하고 혁명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주로 트로츠키에서 비롯된 ‘정설’이 역사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분석하는 글이다. 러시아 혁명에 대한 더 구체적이고 균형있는 재평가에 도움이 될 이 글의 필자인 에릭 블랑(Eric Blanc)은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활동하는 활동가이자 역사학자이며 볼셰비키와 민족문제에 대한 연구로 유명하다. 출처: https://johnriddell.wordpress.com/2017/04/02/a-revolutionary-line-of-march-old-bolshevism-in-early-1917-re-examined/ 서론 .. 2018. 1. 14.
임신중지가 생명권이다. 낙태죄를 함께 폐지하자 전진한 지난 9월 청와대를 향한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을 부탁드립니다”라는 청원이 23만명을 돌파하면서 낙태('낙태'는 태아 중심적 단어로, 이 글에서는 행위 주체인 여성이 중심이 되는 ‘임신중지’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이다.) 문제는 또다시 뜨거운 이슈가 됐다. 조국 민정수석은 낙태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혀야 했다. 천주교는 임신중지가 ‘끔찍한 폭력이자 살인행위’라고 주장하며 낙태죄 폐지에 반대하는 100만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임신중지는 흔히 태아의 ‘생명’과 여성의 ‘선택’의 대립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둘 중 무엇이 먼저인가라는 추상적 논의는 본질을 가린다. ‘낙태죄’는 여성을 죽인다. 루마니아에서 극단적인 역사가 있었다. 1966년 독재자.. 2018. 1. 9.
최근 페미니즘 논쟁들에 관한 짧은 글들 윤미래 ● 남성 동지들에게 드리는 고언: 어려운 길 가기를 주저하지 않기를 ‘남성은 페미니스트가 될 수 없다’ 같은 다소 정체성 정치의 다소 과한 발언들에 큰 소리로 혀를 차며 너희들이야말로 가부장제와 한 패라는 폭언까지 서슴지 않으시는 분들이 남성 페미니스트로서(페미니즘이란 말이 싫다면 ‘여성 해방을 지지하는 남성으로서’라고 해도 좋다) 이러한 호명에는 빠르게 입 다물고 고개 돌리는 걸 보면 정말이지 환멸감이 들고 화가 난다. 전위나 지식인, 엘리트를 자임하며 운동에 일침을 날리고 싶다면 최소한 그 이름표에 대한 책임감이라도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피흘리고 상처받으며 싸우는 현장과는 멀찍이 떨어져 서서 남들에게 이래라저래라 주문은 잘 하면서 스스로 어려운 길 가기는 저어한다면 그건 무익한 논평을 넘어서.. 2018. 1. 5.
이제 저 강에 가지 못한다 - 황금색 동상을 보는 슬픔 채효정(정치학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해직강사)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처음 실렸던 글을 옮긴 것이다. 옮겨 싣는 것을 허락해 주신 필자에게 감사드린다.] 우리 동네 이야기다. 페북을 통해 회자되기 시작하더니 이렇게 기사화(http://v.media.daum.net/v/20180102154719554?f=m)까지 되었다. 화가 나고 속이 상하는 이야기다. 마릴린 먼로를 깊은 산과 높은 물의 땅인 인제의 상징으로 삼겠다는 발상이 어이 없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이 일을 두고 설왕설래 하는 말하기의 방식에서도 모욕감과 불편함을 느낀다. 요즘 시골 강둑길은 비슷비슷한 모양의 도시 강변 산책길처럼 재개발되고 있다. 내가 사는 인제도 46번 국도변 옆으로 내린천 둔치가 그렇게 되었다. 작년 한.. 2018. 1. 4.
한 사람을 생각한다 윤미래 이천 년 전쯤에... 어쩌면 그보다 오래 전에, 어쩌면 그보다는 좀 나중에 살다 갔던 ㅡ 아무튼 지금은 2000년 전에 살다 갔다고 전해지는 어떤 사람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그는 아마도 사생아였을 것이다. 로마 군인과 유대 여자 사이의 아이였을지도 모른다. 그의 어머니는 겁탈을 당했을 수도 있다. 율법보다 인간을 아낄 줄 알았던 그의 아버지가 그것을 알고도 그의 어머니를 기꺼이, 사랑과 존중으로 아내로 맞았을 수도 있다. 그는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아이였을지도 모른다. 인간 위에 군림하는 법과 권력이 그 스스로를 부정할 아이를 단죄하고 배제하였을지도 모른다. 그는 더럽고 역겨운 진창에서, 가축들이 어슬렁대는 가운데 태어나야 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몇 사람의 축복을 받았을 것.. 2017. 12. 27.
세상읽기 - 민주노총/ 양심수/ 정규직화/ 장애 차별 전지윤 ● 민주노총 지도부 결선 투표와 노동운동의 과제 노동시간 단축 등에서 문정부가 갈수록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총 직선제 결선 투표가 진행중이고 선택을 고민하게 된다. 이번 선택은 전임 지도부에 대한 평가와 연동되는데, 한상균 지도부는 분투했고 의미있는 성과도 낳았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악을 막았고, 정권 퇴진까지 이뤄졌다. 공약한 총파업이 성공하면서 민주노총 힘으로만 만들어낸 성과라고 말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한상균 지도부는 끊임없이 투쟁과 연대를 위해 노력했고, 그 치열한 노력 끝에 정권의 극심한 탄압도 받았다. 이것이 지난 겨울 ‘촛불’의 밑거름이기도 했다. 따라서 한상균 지도부를 계승하겠다는 선본에게 더 마음이 가게 된다. 물론 결선에 오른 두 선본 모두 협상만이 아닌 투쟁을 .. 2017. 12. 24.
열린 토론) 임신중지와 낙태죄 - 생명권과 선택권의 대립인가 임신중지와 낙태죄 - 생명권과 선택권의 대립인가 일시: 12월 30일(토) 저녁 6시 장소: 시간공방 종로점(종각역 4번 출구, 대왕빌딩 7층)https://timespace9333.modoo.at/?link=4mvt34a5 낙태죄 폐지에 대한 청원에 청와대가 입장을 발표한 이후에도 낙태죄와 임신중지권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연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낙태죄를 유지하는 게 옳은지, 여성들에게 전가돼온 고통과 부담은 어떻게 해결될 수 있는지 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함께 살펴보며 적절한 관점과 대안을 모색해 보려 합니다. 열린 자세로 자유롭게 생각을 나누며 답을 찾아가는 자리가 되길 기대합니다.(문의: 010 - 8230 - 3097) (기사 등록 2017.12.22) * '.. 2017. 12. 22.
단결에 관한 짧은 고민들/ 도덕과 헤게모니 단결에 관한 짧은 고민들 윤미래 1. ‘본질적으로 같으니까 연대할 수 있다’는 입장도, ‘다르기 때문에 본질적 이해일치는 없다’는 입장도 동일성을 연대의 조건으로 전제한다는 점에서 똑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 우리는 다르지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도 지금의 상황에서 아주 중핵적이고 구조적인 이해관계를 같이하고 있기 때문에 연대하는 것이다. 차이는 잘 다루었을 때는 오히려 연대의 힘이 될 수 있으며, 차이가 분열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운동이 그러한 차이를 다루는 데에 실패했을 때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연대와 단결이 반드시 동일성을 필요로 한다는 관념이야말로 이런 실패를 낳는 가장 큰 요인들 중 하나다. 정치는 모순도 갈등도 없는 목가적 공동체를 만든 후 그것을 무한 확장해서 세계를 정복하는 기획이 아.. 2017. 12. 21.
비정규직 공무원에게 전국공무원노조가 손을 내밀자 성지훈(공무원노조 조합원) 비정규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공무원 사이에서도 비정규직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특히 고용을 늘리기 위해 한 사람 분의 인건비로 두 사람을 고용할 수 있는 시간선택제 공무원 제도는 지난 박근혜 정부가 낳은 대표적인 적폐 중의 하나이다. 시간선택제 채용 공무원은 정부 지침상 차별을 금지하였으나, 근무시간대 선택 등 전일제 공무원에 비해 불합리한 차별을 받고 있다. 공무원이지만 공무원연금이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하루에 절반밖에 일하지 못해 기본급 및 각종 수당을 전일제의 절반밖에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며, 한명의 공무원으로도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형태의 비정규직 공무원인 임기제 공무원은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하며,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고용기간 5년을 넘길 때.. 2017. 1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