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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14

동물 돌봄의 자격 최태규(곰보금자리 프로젝트 활동가)[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시사인과 필자에게 감사드린다.] 지난 해에 쓴 한 글에서 어느 대형동물단체에 대해 잠깐 언급했다. 활동가들을 줄 세워놓고 보호(한다고)하는 개가 사람을 무는지 테스트를 했으며, 그 대표는 그 상황을 “훈육”이라고 했다는 이야기다. 너무 짧게만 다뤄서인지 그 동물단체의 억지는 1년이 지난 지금 더 심해졌다. 최근 그 단체의 동물보호소에서 보호하는 개들을 하루 20시간씩 이동장에 가두어 기르는 것이 사회에 알려졌다. 이동장은 말 그대로 이동을 위해 사용하는 크레이트(crate)를 말한다. 이동할 때가 아니라 평상시에 이동장 안에 살면 개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개는 그 안에서 제대로 일어설 수도 없고 화장실도 가지.. 2026. 2. 14.
사육곰 산업 종식 석 달 남았다 최태규(곰보금자리 프로젝트 활동가) [시사IN>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시사인과 필자에게 감사드린다.] 2019년만해도 6백여 마리의 사육곰이 농장에서 합법적으로 길러지고 있었고, 환경부는 사육곰 문제를 이미 끝난 문제라고 주장하며 관여하기를 거부했다. 전국의 모든 사육곰을 중성화했으니 마지막에 태어난 곰이 합법적 도살 연령인 10살이 되면 곰이 모두 도살될 것이라고 정부는 믿었다. 그러면 사육곰 산업이 알아서 끝날 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럴 리가 없었다. 이미 반 이상은 열 살이 넘은 곰이었으나 도살되지 않고 있었다. 웅담 거래가 줄었다는 것을 모르는지 모른 척 하는 것인지, 농장에 남은 곰들을 그냥 두겠다 했다.시민사회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우리는 정부가 장려하고 .. 2025. 12. 19.
동물의 사정을 설명하는 일 최태규(곰보금자리 프로젝트 활동가) [시사IN>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시사인과 필자에게 감사드린다.]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와 싸워야 할 일이 많다. 사는 게 그렇다. 싸움이 없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좋은 싸움이 되려면 전제되어 있는 바닥이 비슷해야 하는데, 어떤 사람들과 싸울 때에는 아예 딴 세상에 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예컨대 내란을 일으킨 대통령이랄지, 그가 감옥에 들어가도 여전히 그를 추종하며 “희망”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그렇다. 따로 살 수 있다면 그러고 싶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을 피할 곳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차라리 전쟁을 일으키거나 쿠데타를 옹호하거나 소수자를 혐오하는 사람들은 힘으로 눌러야겠다는 생각이 명확하다. 죽어나가는 .. 2025. 9. 19.
“소는 호기심이 많대” 최태규(곰보금자리 프로젝트 활동가)[시사IN>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시사인과 필자에게 감사드린다.]소셜미디어에 갑자기 소가 플로우를 탄다. 소가 호기심 많다는 이야기와 영상이 줄을 잇는다. 적어도 가상의 소 캐릭터가 아니라 진짜 소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다니 덮어놓고 반갑다. 소가 ‘귀엽다’, ‘사랑스럽다’, ‘똑똑하다’로 이어지다 ‘육식을 줄여야겠다’, ‘비건이 돼야겠다’까지 온통 소에 우호적인 타래가 이어진다. 소라는 동물이 갑자기 나타난 것도 아닌데 왜 하루 아침에 이 사람들이 소를 좋아하게 되는 건지 궁금하다. 소가 호기심이 많다는 사실이 사람들에게 새로운 발견으로 느껴지는 걸까? 원래 소를 좋아하던 사람들이 이때다 싶어서 고백하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 사회가 새로.. 2025. 8. 9.
잘 들으면 들리는 동물 재난기 - 영화 <플로우> 최태규(곰보금자리 프로젝트 활동가)[시사IN>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시사인과 필자에게 감사드린다.]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화면 속 세계에서는 물이 차오른다. 세상이 물에 잠기는 재난 영화다. 주인공은 동물들이다. 고양이와 개,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 자생하는 동물들이 한 공간에 모여있는 걸 보면, 이 공간의 설정은 인위적으로 동물을 모아둔 곳이다. 카피바라와 알락꼬리여우원숭이, 뱀잡이수리는 전세계 동물원에서 인기리에 전시하는 종들이다. 이 주인공들은 배를 타지 않고 지나가는 동물로 묘사되는 사슴, 토끼와 달리 야생동물로서의 행동양식을 따르지 않는다. ‘배’로 상징되는 인간 문화에 의존해서 생존하려는 이들은 진짜 야생동물을 위협(사슴)으로 느끼거나 먹이(물고기).. 2025. 6. 30.
재난을 견디며 살아야 하는 시대 최태규(곰보금자리 프로젝트 활동가)[시사IN>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시사인과 필자에게 감사드린다.]산이 탄다는 것은 멀리서 보이는 몇 개의 봉우리와 능선과 그 아래 계곡 하나하나가 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 깃들어 사는 숱한 삶들이 지독한 고통 속에서 재만 남기고 사그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삶들은 각자 개별의 삶이기도 하면서 서로 끝없이 얽혀 산을 이루고 있었다. 끝없이 이어진 화선을 보며 속이 타들어가는 경험을 한다면, 그 산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사람이다. 산과 연결이 되어본 사람이다.언론이 이 거대한 재난을 다루는 방식은 당연하게도 인간의 이해에 맞춰진다. 사람이 몇 다치고 죽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인간의 이해라고 다 같은 것이 아니다. 불에 탄 .. 2025. 6. 10.
개식용 종식은 누구를 구원하나? 최태규(곰보금자리 프로젝트 활동가)[시사IN>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시사인과 필자에게 감사드린다.] 2024년 1월, ‘개 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여야 할 것 없이 찬성했고, 과도한 권력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영부인까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그 전에 오랫동안 벌어졌던 개 식용 종식 논쟁이 마무리되는 모습이었다. 이럴 거면 뭣하러 그토록 싸웠나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2023년만 해도 유예기간을 7년을 둘 것인가 10년을 둘 것인가 각을 세웠지만, 갑자기 3년으로 결정되었다. 개 식용을 금지하기 위해 밤잠 줄여가며 활동했던 활동가들의 공을 누군가 가로챈 건 아닌지 걱정이 들었다. 부디 그 공이 쌓인 것이길 바랐다. 동물 정치도 정치라 살아있는 건 확.. 2025. 5. 1.
동물과 함께하는 민주주의 최태규(곰보금자리 프로젝트 활동가)[시사IN>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시사인과 필자에게 감사드린다.] ‘민주묘총’, ‘전견련’, ‘햄네스티’, ‘장수풍뎅이 연구회’…2016년 말, 박근혜 퇴진 집회에 동물 깃발이 등장했다. 동물에 관심 갖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지던 시기였다. 잘 알려진 기존 사회단체 이름을 살짝 비틀면서도 유쾌한 웃음을 자아냈다. 전에 볼 수 없던 종류의 발랄함과 기발함이 집회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 기운으로 대통령은 무사히 탄핵되었다.그리고 8년이 지나 다시 대통령을 끌어내야 하는 시간이 왔다. 윤석열은 박근혜보다 더 지독하게 권력을 휘둘렀고 더 뻔뻔하게 버티는 중이다. 동물 깃발들은 다시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8년 전 깃발들이 거리에 건재해서 무척 반.. 2025. 3. 2.
개의 행동을 ‘교정’할 계제가 아니다 최태규(곰보금자리 프로젝트 활동가)[시사IN>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시사인과 필자에게 감사드린다.] 소셜미디어 짧은 영상 페이지를 홀린 듯 넘기고 있는 순간이 있다. 소름 돋는 알고리즘 덕에 내 화면에는 역시나 동물이 자주 등장한다. 말초 자극으로 사람들의 정신을 쏙 빼놔야 하는 영상들인 만큼 영상에 등장하는 동물도 그 자극원으로 사용된다. ‘귀여움’을 부각하는 건 예사고, 인간이 동물을 놀래키거나 겁주면서 노는 장면, 동물이 서로를 심각하게 공격하는 영상 따위가 국적도 없이 떠돌아다닌다. 이 짧은 영상들은 어떤 주제를 다루든 미디어 이용자의 눈길을 잡아채어야 한다는 강박으로 만들어졌고 백해무익해보인다. 동물을 다루는 영상은 더 그래보인다. 개중에는 훈련사랍시고 남의 개 .. 2025. 1. 23.
“아기 동물” 최태규(곰보금자리 프로젝트 활동가)[시사IN>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시사인과 필자에게 감사드린다.] 며칠 전 어느 동물단체의 캠페인에서 “아기 동물”이라는 말을 봤다. ‘아기’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에 “짐승의 작은 새끼나 어린 식물을 귀엽게 이르는 말”이라는 뜻도 있으니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다. 20년쯤 전에 몇몇 수의사들은 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동물을 “아이”라고 부르는 것을 따라 병원을 찾는 개나 고양이를 ‘아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수의사 사회에서는 그게 괜찮은 거냐, 과하거나 틀린 말 아니냐 하는 불만이 돌았다. ‘아이’는 “나이가 어린 사람”이나 “남에게 자기 자식을 낮추어 이르는 말” 정도의 사전적 의미가 있다.이 시대의 반려동물이란 사람과 같은 지위를 가.. 2024. 11. 28.
‘동물복지’ 공포 유감 최태규(곰보금자리 프로젝트 활동가)[시사IN>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시사인과 필자에게 감사드린다.] “동물복지가 뭐라고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자주 한다. 그 말을 듣는 사람들은 무엇을 떠올릴까? 제 각각이다. “동물이 행복한 것”, “동물에게 지켜야 하는 최저선” 등 다양한 답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동물복지’를 하나로 정의하기란 학자들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동물복지’라는 말은 animal welfare의 번역어다. Welfare가 ‘복지’로 번역되는 바람에 한국의 맥락에서 복잡해졌다. 복지는 한국 사회에서 마치 위정자가 ‘시혜’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늘 달성하지 못해 싸워야 하는 어떤 것이니까. 심지어 그걸 동물에게 적용한다는 것이, 여전히 동물과 경쟁하.. 2024. 11. 10.
일단 동물을 지켜야겠다는 마음 최태규(곰보금자리 프로젝트 활동가)[시사IN>에 실렸던 글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시사인과 필자에게 감사드린다.]“네? 어떡하시려고요?” 젖먹이 고양이를 길에서 주워 왔다는 지인의 전화는 낯설지 않다. 2024년 한국에서는 동물을 ‘구조’하는 일에 모든 사람이 뛰어드는 것처럼 보인다. 적어도 위험에 처한 것으로 보이는 동물을 일단 데려오는 것이 ‘좋은 일’로 여겨지는 것은 확실하다. 동물이 살려면 도움이 필요할 테니까. 그런데 나는 마냥 칭찬할 수만은 없었다. 이미 그 지인의 집에는 이미 고양이가 여럿이었기 때문이다.동물에게 정말 도움이 필요한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는 조금 더 따져봐야 한다. 지금 문제는 따지고 드는 게 잘 안된다는 것이다. 어제는 개 도살장처럼 생긴 곳에 묶여 있는.. 2024. 8.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