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19 퍼펙트 데이즈 - 일상을 살아가는 모두를 위한 격려 박철균 1. 일상의 기본적인 틀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세히 들어가면 언제나 똑같지는 않다. 뭔가 사건이 일어나서 좀 다른 방향으로 갈 수도 있고, 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결론은 다시 집에서 잠을 자게 되고 꿈을 꾸고 다시 다음날 눈을 뜬다. 뭔가 규격화되어 있으면서도 변수가 항상 일어나는 삶. 하지만 이를 통해 우리 삶은 계속 이어지는 듯 보인다. 2. 도쿄 시부야에서 도쿄올림픽을 맞이해서 공중화장실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 결과 다양한 디자인에 상당히 깔끔한 화장실이 은근히 강조된다. 하지만 히라야마의 직장 동료인 타케시의 대사처럼 그 화장실은 곧 "더러워 질" 것이다. 그 깨끗한 화장실 뒤로 화장실을 매일매일 성실히 깨끗하게 하는 청소부 히라야마가 있다. 때론 대놓고 .. 2024. 10. 13. 쟈니스 성폭력 논란 - 일본의 성폭력 용인 사회를 뒤흔들다 박철균 쟈니스 사장인 쟈니 기타가와의 성폭력 문제가 오랜 세월이 지나고 가해자가 사망한지 4년이 넘어서야 제대로 폭로되고 있다. 계속 폭로되는 내용은 악질 중에서도 악질적인 권력형 성폭력의 모습이다. 쟈니는 회사가 세워지기 훨씬 전인 1950년부터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피해자(피해자 중 한명이 78세인데, 성폭력을 당한 나이가 8세였다.)의 증언도 나왔고, 자신의 절대적인 결정권으로 인해 데뷔가 정해지고, 방송출연이 정해진다는 것을 이용해 10대 연습생 수백명에게 성폭력을 가했다. 쟈니 기타가와의 일본 방송연예계 압도적인 영향력을 토대로 그 수십년동안 몇 건의 성폭력 피해 폭로가 있었음에도 일본 사회에선 조사 및 처벌은 고사하고 보도조차 철저히 되지 않았다. 링크(https://www.youtube.com.. 2023. 9. 27. 스즈메의 문단속 - 재난을 겪어 온 일본 사회를 이해하기 박철균 * 주의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확실히 신카이 마코토의 그간 작품보다 많이 발전되었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그간 신카이 작품들은 굉장히 풍부하고 아름다운 배경, 작화 그리고 명암 표현을 가지고 있지만, 격한 액션은 뭐랄까 그만큼 못 따라간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 작품은 현란하고도 풍부한 액션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스토리 구성도 로드무비 같으면서도 각 장소의 상징성 때문에 공간적 배경이 고정적처럼 보이고, 개인이 전 세계의 흥망을 쥐락펴락하는 "세카이계" 장르처럼 보이다가도 결국 개인 하나하나가 치유가 되는 드라마로 귀결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신카이 마코토가 보여준 장르의 이미지가 달라져서 이전 작품보다는 확실히 재밌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을 감동적으로 봤다... 2023. 4. 4. 영화: 스파이의 아내 2차대전의 불편한 진실 앞에 끝장나 버린 부부의 이야기 박철균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처음 이 영화에 대한 이미지는 이름처럼 스파이 스릴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이 저지른 2차 대전(태평양 전쟁) 속에서 어떤 참혹한 사실에 대해 제대로 폭로하기 위해 치열하게 두뇌 싸움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서 제대로 스폰서를 구하기 어려워서 NHK의 지원을 받고서야 겨우 저예산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일본 사회에서 어떠한 '불편한 내용'을 담고 있길래 하는 호기심이 들었다. 2.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니 내 예상은 대략 1/3은 맞았고, 2/3은 틀렸던 것을 확인했다. 분명 이 영화의 주요 소재는 일본이 한국 중국 동남아 미국 등 온갖 나라를 침략하던 1940년 시절 저.. 2022. 2. 3. [박노자] "토왜"라는 언설이 불편한 이유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의 블로그에 실렸던 글(bit.ly/3jpYwgJ)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아마도 체질이겠죠? 제게는 민족주의란 대단히 불편합니다. 어떤 민족주의이든지 말씀입니다. 좌파 민족주의 같은 경우에는, 왜 민족주의로 기울였는지를 대개는 이해하고도 남지만, 그래도 그 언설들을 접하면 굉장히 불편한 뒷맛이 남습니다. "민족주의" 속에서 좌파성이 희석화되어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너무 강한 것이죠. 리버럴들의 민족주의는 더더욱더 그렇습니다. 예컨대 일각의 한국 리버럴들은 "토착왜구", "토왜" 같은 언사를 상당히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2021. 11. 15. 결국 막을 올린 도쿄올림픽 - 인권과 안전을 희생하다 박철균 1년을 연기했던 이번 도쿄 올림픽이 결국 7/23일 막을 올렸다. 올림픽을 개최하고 성공적이고 정치적인 성과를 어마어마하게 남기려던 일본에겐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원치 않은 골칫거리가 되었다. 특히나 자신이 총리를 하는 상황에서 가장 화려한 올림픽을 만들고자 2016년 리오 올림픽에서 마리오 코스튬 플레이까지 했던 아베는 코로나19 시국과 자기에게 계속 밀어닥치는 온갖 비리에 대한 추궁 끝에 총리직을 사퇴하였고, 올해 올림픽 개회식도 불참한다. 7/22일 일본 전체 확진자수는 5397명, 도쿄도는 1979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등 올림픽 직전에도 코로나19 상황은 좋지 않다. 전문가들은 도쿄가 곧 1일 확진자 3000명이 될지 모른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밀고 있다. 도쿄도, 사이타마현, 가나가와현, .. 2021. 7. 24. [박노자] 시간이 트라우마를 해결하나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실렸던 글(https://blog.naver.com/vladimir_tikhonov)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세상살이에서는 '시간'은 아주 많은 부분들을 해결해주는 것 같긴 합니다.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그렇습니다. 예컨대 그런 사례를 생각해보시지요. 1812년, 불-러 전쟁통에는 나폴레옹은 러시아로 진입해서 모스크바까지 다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았습니다. 그런데 그 "나폴레옹 침공'을 이유로 해서 '반불 감정'을 갖는 러시아인들은 과연 있나요? 지금도 한 명도 없지만, 이미 19세기 중반에도 거의 찾.. 2020. 8. 1. [박노자] 반일 감정이 유지되는 이유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실렸던 글(https://blog.naver.com/vladimir_tikhonov)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저는 이런 질문을, 제 학생들에게 비교적 자주 받습니다. 한국의 경우에는 일제의 식민지배 기간도 예컨대 영국의 인도 지배보다 약 7배나 짧고, 해방 시기도 세계사적으로 보면 비교적 이르고 (아프리카의 많은 식민지들은 1960년대에 접어들어 해방됐습니다), 해방의 방식도 원한을 크게 남기는 독립전쟁이 아닌 제3자들의 '개입'이었는데, 한국의 반일 감정들이 왜 인도나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그 어느.. 2020. 6. 22. 국제연대 - 반아베 투쟁/ 푸에르토리코/ 수단 전지윤 ● 일본정부의 경제보복과 반아베 투쟁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을 폐기해 버린 미국, 미국의 만류도 거스른 아베의 계속되는 한국 공격, 중러의 합동 군사훈련과 동해 침입, F-35 도입 등 전력증강을 추진하는 남한, 미사일 시험을 지속하는 북한... 동아시아의 긴장과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크게 세가지 특징이 있는데 먼저 ‘인도태평양전략’을 중심으로 미국의 중국 봉쇄가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그럼에도 미국의 힘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이다. 예컨대 이란 압박 동맹구축은 미국 뜻대로 안되고 있고 아베마저 아직 불참하고 있다. 한국 우파의 일부도 트럼프에 대한 불만 속에 자체 핵무장 주장을 키우고 있다. 결국 복잡한 지정학적 계산 속에 갈등이 커지고 있는데 아베의 강수는 바로 여기서 비롯되는 것 같.. 2019. 8. 6. 독성 물질 마시고 죽도록 일해서 일본을 이기자고? 이상수(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상임활동가) [에 실렸던 글(http://rp.jinbo.net/change/61643)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감사드린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생소한 반도체 소재 이름이 연일 언론에 거론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들리는 게 ‘불화수소’다. 좀 더 익숙한 말로는 ‘불산’이라고 부른다. 여러 번의 누출사고로 노동자들을 죽게 했던 바로 그 화학물질이다. 2012년 구미에서 불산 누출로 노동자 5명이 죽었고, 18명이 부상당했다. 지역 환경까지 훼손해서, 농작물과 가축 피해는 물론이고 수백 명의 지역주민이 치료를 받아야 했다.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도 2013년 1월 불산 누출사고로 4명이 다치고, 한.. 2019. 8. 2. 일본 참의원 선거 결과를 보면서 일본 참의원 선거 결과 : 아베의 ‘상처뿐인’ 승리와 가능성을 보여 준 신생진보정당 ‘레이와 신선조’ 박철균 일본 안에서도 아베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1.2019년 7월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의 결과는 썩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았다. 아베가 소속된 자민당은 공명당과의 연합 여당으로 과반을 얻는 데는 성공했으나, “전쟁 및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하는” 평화헌법 9조 개정을 추진할 수 있는 개헌저지선(의석의 2/3) 달성은 실패했기 때문이다. 특히 동일본 대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았던 도호쿠 지역 1인 선출 지역 상당수에서 자민당이 미역국을 먹었고, 심지어는 텃밭이나 다름없던 에히메 지역에서도 패배하였다. 상당수의 1인 선출 지역에서 소위 야권연합으로 나온 후보들이 .. 2019. 7. 25. [박노자] 한일 갈등 - 미국 이후의 동북아?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실렸던 글(https://blog.naver.com/vladimir_tikhonov)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이번 일본의 경제 보복이 '대법원 판결 때문'이라고 본다면 이는 큰 오판입니다. 판결로 이어진 강제징용 문제는 하나의 '뇌관'이 됐지만, A국 사법부의 판결 때문에 B국 행정부가 사실상의 경제 제재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극히 비상식적이고 이례적인 일입니다. 일본이 그토록 일본의 장점으로 내세우려는 자유민주주의 구조상으로 사법부가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문재인 정권이 아.. 2019. 7. 10.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