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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모두 함께 민주주의를, 사회정의를, 진보당을 지켜야 한다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4. 12. 16.

 

전지윤

  

통합진보당 해산청구 심판의 결론이 조만간 날 것 같다. 20여 차례의 변론 동안 10만 장이 넘는 자료를 통해서도 정부는 진보당이 왜 해산돼야 하는지 무엇 하나 입증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저들은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용어 뒤에 있는 실체”, “숨은 목적을 말한다.


이런 퍼즐 이론에 따르면 어느 단체든 겉으로 드러나는 증거는 없지만 숨은 목적을 문제삼아 해산할 수 있을 판이다. 결국 만약 헌재가 진보당 해산 심판을 내린다면 그것은 이 재판이 미리 결론을 정해놓은 요식행위였다는 말이 될 것이다.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은 자유 체제는 그것을 '깰 자유'까지 방임해야 하는가? 볼셰비키까지도 품어야 하는가?”라며 진보당 해산을 주문했다. 하지만 특정 정치사상과 노선을 원천배제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도 아니다. 더구나 진보당이 볼셰비키 노선을 따르고 있다는 것은 전혀 사실도 아니다.


그러나 지금 한국사회에서는 이런 문제에 대한 이성적 검토와 토론 자체가 불가능하다. ‘종북이란 말 한마디면 정권과 체제에 비판적인 사람들에게 언제든지 어떤 혐오와 공격을 쏟아 부어도 상관없는 사회가 돼가고 있다.


장경욱 변호사의 지적처럼 북한이라는 존재를 절대 악으로 규정해놓고, 이와 연관되는 한 어떠한 상식적인 검증도, 견제도 못하도록 하는 어떤 장막 안에 국민들을 가둬놓은 공포체제인 것이다. 더구나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는 왕따 수준을 넘어 공포심 느낄 정도로 폭력적으로 대하는것이 현실이다.


최근에 황선, 신은미 씨에 대한 마녀사냥을 보라. 이들이 토크 콘서트에서 북한의 강물이 맑다”, “북한 맥주가 맛있다등의 말을 하자 엄청난 광기어린 반응이 일어났다. 작년에 통일부 상을 받고 우수도서로 선정됐던 신은미 씨의 책이 순식간에 종북도서가 됐다

부추겨진 혐오와 적개심은 테러 시도까지 낳았다. 종북몰이에 앞장서 온 하태경이 테러는 안 된다고 하니까 그조차 종북으로 몰 정도다.



진보당 사태와 내란음모 조작 등을 거치며 종북낙인이 이마에 새겨진 진보당도 이것을 벗어나지 못해 왔다. 사실 지난 1년간에도 진보당은 종북과는 거리가 먼 몇 가지 행동을 했다. 북한에 천안함 조의를 요구한 것, 미사일 발사 자제를 요구한 것 등이 그것이다.


이번 최후진술에서도 이정희 대표는 북한 핵, 인권, 수령제 등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이런 언행은 진보당에 씌어진 종북낙인을 조금도 벗기지 못하고 있다. 어차피 종북몰이는 실체적 진실이 기반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저들에게는 진보당을 종북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고 결국 편견과 조작을 이용해 그렇게 만들어낸 것이다.


한상희 교수는 이것이 “[진보당을] ‘알짜배기 종북으로 선언함으로써 주변부적인 종북’(진보)들에게 스스로를 그들과 분리시키고 그들의 생명성을 부정할 것을 요구하는 통치전략이라고 지적한다


남한 지지냐, 북한 지지냐는 양자택일 강요가, ‘진보당과 함께 종북이 될 것이냐 아니면 선을 그을 것이냐는 강요로 발전한 것이다. 문제는 진보진영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것에 흔들리고 타협해 온 것에 있다.

 

양자택일과 선긋기 강요

 

안타깝게도 진보당을 전염병 환자처럼 멀리하며 손을 잡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특히 일부 진보단체와 인사들은 내가 진보당을 좀 아는 데 저 사람들은 평소에도 좀 문제가 많았다는 식의 서글픈 태도를 보여 왔다.


이것은 종북몰이가 더욱 힘을 얻으며 번져나가는 데 징검다리가 돼 버렸다. 새누리당 하태경은 한미 전작권 반환이 연기됐는데 아무 일이 없다. 왜 그런지 아나. 통합진보당이 자기들 살려고 정신이 없고 투쟁할 시간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며 안도했다.


종북 게이라는 공격에 맞서 온 동성애자인권연대 곽이경 전 운영위원장은 이렇게 지적한다. “마녀가 되지 않으려고 다 같이 마녀를 공격해 왔던 것 아닌가? 세월호도 종북이고, 뭐든 종북종북 하는데 진보진영의 가장 큰 과오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조작을 하고 누명을 씌워서 아무나 혐오하게 만들 수 있는 사회는 병든 사회고, 그런 사회에서는 온갖 부당한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 감금, 구타와 욕설을 통해서 탈북자들을 간첩으로 조작하는 일이 계속될 수 있다. 300명이 눈 앞에서 죽어갔는데 그 진실을 밝히지 못할 수 있다. 이 겨울에 목숨걸고 고공농성을 해도 본 척도 않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이 사회에서는 우리가 탄 배는 침몰하고 있다고 소리쳐도, ‘살기 위해서는 가만있지 말자고 해도 종북으로 몰릴 수 있다. 진보당 경선부정의 진실을 밝혔다가 종북으로 몰린 김인성 교수는 이렇게 지적하며 섬뜩한 경고를 했다.


간첩, 종북, 사회불안세력, 세월호 이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프레임 속에서 증오와 분열을 계속하는 한 우리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세월호의 수백 배가 넘는 부모들 속에서 함께 통곡하게 될까 두려울 뿐입니다.”


김인성 교수는 종북 프레임을 벗어나는 방법은 종북이 어때서?’라고 말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한상희 교수도 “‘나는 너의 생각에 동의하진 않지만 너의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싸우겠다’[에서] 뒷 문장을 얘기하기 위해 앞 문장을 실토할 필요가 전혀 없죠라고 했다. “앞 문장을 얘기하도록 강요하고 있는 이 사회가 문제라는 것이다.


진보당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서 우리 모두 함께 이런 강요에 맞서고, 함께 힘을 모아서 결단코 진보당 해산을 막아내자. “진보적 민주주의조차 이적이 되고, 저항에 대한 호소가 내란 선동이 되는 사회에 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갈수록 드레퓌스 마녀사냥이 벌어지던 100년 전 프랑스와 별 다를 게 없어지고 있다. 당시 에밀 졸라는 이렇게 한탄했다.


우리는 마치 발정이라도 난 것 같은 저열한 언론이 그들의 추잡스러운 신문을 팔기 위해 대중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었던 것을 똑똑히 보아 왔다. 평소 올바른 말을 한다는 평을 듣던 신문에서조차 무참하게 짓밟힌 인간성과 공정함의 편에 서기 위해 외치는 어떤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다니.”


그리고 에밀 졸라의 준엄한 경고는 지금도 여전히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한다.


땅 속에 파묻어 버린 진실은 그 속에서 차곡차곡 엄청난 폭발력을 쌓아 갈 것이다. 그리하여 언젠가 밖으로 터져 나오게 되는 날, 진실은 엄청난 파괴력으로 주위의 모든 것을 날려버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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