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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과 논쟁

‘여성혐오자 이슬람 난민을 추방하자’고 외치는 당신에게

by 다른세상을향한연대 2018. 6. 20.

여성혐오자 이슬람 난민을 추방하자고 외치는 당신에게:

상호교차성 페미니즘의 여섯 가지 반론

 

윤미래

 

 

 

 

 

1. 여혐 이슬람들끼리 서로 싸우는 거 아닌가요?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죠?

 

예멘은 2011아랍의 봄의 여파로 2015년 반사우디파인 후티족 반군이 쿠데타를 시도하자, 지정학적 거점을 잃을 것을 우려한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이 군대를 이끌고 침략하여 군사 정권을 수립하면서 지금과 같은 내전과 침공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의 여혐이 아니라 좌절된 민주화외세의 침략에 의해 찢어지고 있는 나라에요. 한국도 불과 얼마 전까지 겪고 있었던 고통입니다.

 

동시에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무기를 수출하고, 중동에서 미국이 벌이는 패권 전쟁에 군대를 파견하여 지원함으로써 이라크, 시리아, 리비아, 예멘 등 중동의 여러 나라들을 지금 같은 혼란에 몰아넣는 데 일조한 가해 국가이기도 합니다. 다른 나라라면 몰라도, 이 지옥을 만드는 데 가담했던 나라의 사람들이 미개한 이슬람들이 서로 싸운다는 인종주의적 혐오를 내뱉으며 손가락질을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2. 이슬람은 여성혐오가 맞잖아요?

 

기독교, 불교, 유교, 힌두교 등의 종교는 물론 자유민주주의까지도, 성차별과 여성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운 이념이나 문화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슬람 전체가 다른 종교나 사상보다 특별히 여성 억압적이라고 주장하려면 히잡이나 일부다처제같은 단편적인 이미지보다 훨씬 많은 근거를 가져와야 할 것입니다. 여성에게 히잡을 강요하는 것은 여성에게 날씬하게 살을 빼라고 강요하는 것보다 더 억압적입니까? 일부다처제를 법적으로 허용하는 나라는 한 해 6조 원에 이르는 성매매 산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남성의 절반이 성매매 경험이 있는 나라보다 더 여성을 천시합니까

 

특정한 종교나 사상의 내용이 불변의 것으로 못박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닙니다. 모든 종교와 사상은 해석과 수정을 두고 다양한 당사자들이 끊임없이 싸우는 장이며 그 싸움의 결과에 따라 내용은 얼마든 바뀌곤 합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 인권 선언의 남성 중심성을 꼬집으며 여성 인권 선언을 공표하고 자유와 천부인권의 논리를 여성에게도 적용할 것을 요구했던 올랭 드 구즈나 울스턴크래프트 같은 페미니스트들이 있었듯이, 이슬람 사회에도 이슬람의 교리를 여성의 눈으로 해석하고 이를 근거로 여성 해방을 위해 싸우는 여성들이 있습니다. 남성 중심적 이슬람의 폐해를 문제삼아 이슬람은 전부 미개하고 반동적인 종교라는 식으로 싸잡아 혐오하는 것은 당신의 혐오에 여성주의라는 변명을 제공해줄지는 모르나 이런 여성들에게는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3. 다 남자들이잖아요? 아내와 자식 버리고 혼자 도망쳐온 비겁한 자들을 뭐 좋다고 받아요?

 

UN 난민기구의 발표에 따르면 피란민의 성비는 남녀가 반반 정도입니다. 그러나 한국까지의 위험천만하고 먼 여로에서 남성보다 여성, 젊은이보다 어린이나 노약자가 많이 죽기 때문에 살아남아 국경을 넘어오는 사람들 중에 젊은 남자가 많아지는 것입니다. 가족들을 난민캠프에 남겨두고 남자 혼자만 국경을 넘은 뒤 난민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브로커들을 통해 남은 가족들을 데려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렇게 남겨진 여성들은 난민캠프를 감시하는 군인들로부터의 상습적 학대나 약탈, 성폭행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유럽의 국경을 넘는 난민들이 많아지면서 타국, 특히 서구 국가들이 전쟁 지역의 피란민들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경로를 확보하기는커녕 군사독재 정권과의 협력을 불사하며 군대와 경찰력을 증강하여 단속하고 차단하는 데 열을 올리기 때문에 피란은 더더욱 생사를 건 도박이 되고 있습니다. 보트에 빽빽하게 밀려 타고, 트럭 짐칸에 숨어서, 전지불을 피하여, 철조망을 넘어 숨죽이고 몰래 국경을 넘다가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면 여성이나 아동 난민은 더 많을 겁니다.

 

4. 불법인데 처벌해야죠! 법치 국가라면서요

 

난민의 지위에 관한 유엔협약(제네바 난민협약)’은 인종, 종교, 민족, 특정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을 강제송환하거나 추방하는 것을 금지하는 구속력 있는 국제법으로, 한국도 1992년 정식으로 가입해 있으며, 구체적 시행을 위해 2016년 난민법을 제정한 상태입니다

 

난민이 입국하는 것이 아니라 이슬람이 여성혐오적이라는 편견에 근거하여 난민 신청을 거부하는 쪽이 국내법으로나 국제법으로나 불법입니다. 국내법을 개정하거나 폐지하는 것도 제네바 난민협약의 본질적인 취지를 무력화하기 위한 것이라면 국제법에 어긋납니다.

 

5. 난민 여성은 받아도 되지만, 남성들은 위험해요! 그들이 한국 여자들을 성폭행할 거에요.

 

가족 중 남성을 먼저 보낸 뒤 나머지 가족들이 따라가는 방식이 이렇게 일반화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남성 난민과 여성 난민을 그런 식으로 나누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남성 난민을 밀어내는 것은 그들과 생존 공동체로 엮여 있는, 많은 경우 그 자신도 이미 고향을 떠나 난민캠프에서 속절없이 난민 신청이 받아들여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여성들을 같이 밀어내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정말로 난민 남성들이 가는 곳마다 여자들을 추행하는 위험한 폭탄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신다면, 그들을 한국 사회에 받아들여 교육하고 재사회화하는 대신에 예멘으로 도로 떠밀어내자는 얘기가 나 말고 예멘 여자들을 강간하라고!’라고 말하는 것과 뭐가 다릅니까?

 

6. 우리는 이슬람의 여성 혐오에 항의하고 있을 뿐이에요! 입을 틀어막지 마세요.

 

여성 억압의 수혜자와 피해자를 구분하지 않고, 사회적 상황과 그 안에 놓인 사람들을 구분하지 않고, 무엇보다 이슬람 여성들이 무엇을 요구하거나 필요로 하는지 하나도 개의치 않으면서 이슬람은/중동은 여혐이야!’라고 내뱉는 것은 여성 혐오에 대한 항의가 아니라 그냥 인종주의입니다.

 

2500만 명의 예멘인들 가운데 2200만 명이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상태에 있고 1700만 명의 예멘인들이 굶고 있으며 840만 명이 기아선상에 있습니다. 굶주린 사람들을 질병이 덮쳐, 2016년 이후로 콜레라에 걸린 사람만 100만 명이며 이 중 많은 수가 어린이들입니다. 이 모든 것의 절반이 여성입니다. 아니, 아마 절반 이상일 겁니다. 전쟁, 기근, 질병, 빈곤 모두 남성보다 여성을, 어른보다 어린이를, 자원이 많은 상대적 기득권자보다 차별받는 소수자를 먼저 그리고 지독하게 덮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여성들 앞에서 문을 닫아버리는 페미니즘이라면 그것은 서구 산업국가들의 이념, 다수 인종과 정주민의 이념, 혜택받은 자들의 이념일 수는 있으나, 여성의 이념은 아닐 겁니다. 혐오를 하셔야겠다면 하십시오, 페미니즘은 모든 혐오와 싸우듯이 당신들의 혐오와도 기꺼이 싸울 것입니다. 그러나 최소한 거기에 여성의 이름을 팔지는 마십시오. 당신들은 지금 페미니즘과 전선 반대편에서 가장 극렬하게 대치하는 중입니다

 

 

(기사 등록 2018.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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