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과 주장264 윤미향이 ‘죄인’이라는 검찰-언론의 ‘고지’는 틀렸다 전지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내면을 포착하고 형상화해내는 연상호 감독의 장기가 드러난 또 하나의 수작이다. 여기서 누군가 난데없이 ‘천사’의 ‘고지’를 받으면 그는 ‘죄인’이 되고 자신이 어떤 죄를 범했는지 ‘고해’해야 한다. 인생 전체를 통 털어서 어떤 작은 잘못이더라도 말이다. 결국 죄인은 예고된 날짜에 ‘사자’들에 의한 ‘시연’ 속에 무자비하게 온몸이 짓밟히다가 시커멓게 타버린 유골로 변한다. 드라마에서 ‘새진리회’는 죄인에게 낙인을 찍고, 죄를 ‘고해’하라며 압박하고, 유튜버는 죄인에 대한 증오를 선동하고, ‘화살촉’은 직접 폭력을 행사하며 죄인을 응징한다. 그들은 이것을 신의 “의도”를 따르는 “정의의 실현”이라고 내세운다. 어떤 이들은 이 드라마를 보면.. 2021. 12. 3. 류호정 의원의 중앙일보 칼럼 기고 논란 - 진보적 세상을 바라는 모든 사람들을 ‘저격’했다 박철균 1. 류호정의원 본인의 특기인 "대외적으로 널리 퍼트리기"로 참여했을 수 있다고 본다. 그 연속 기획에서 말하는 것처럼 청년이 기성세대 특히 진보의 기성세대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뭔가 아쉬운 부분, 비판할 부분들을 과감하게 말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건강보험노조와 관련된 부분은 아쉬운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니까. 2. 하지만 그것을 스피커 하는 주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상대는 중앙일보이다. 사람들이 조중동이라고 한 틀로 묶어서 비판하는 것은 어떤 객관적 사실이라도 그것을 교모하게 자본가(사용자)와 보수 정치인에게 유리하게 만들고 반대로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 그리고 진보 정치인에게 불리하게 프레임 .. 2021. 8. 24. 동지의 아쉬움을 어떻게 토론하고 함께 발전할 것인가 김지수 지난 화요일 민주노총 여성위원회의 이름으로 민중가수 백자 동지의 '나이스 쥴리'라는 노래에 대한 입장문을 냈었다. 그 뒤로 여러 사람들은 백자 동지의 노랫말이 여성혐오를 드러내고 성노동자들을 조롱하는 내용이라며 백자에게 분노와 실망감을 드러냈다. 반면 다른 일부 사람들은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입장문이 동지에게 하는 비판이라기 보다는 고용주가 노동자에게 하는 언어와 유사한 점을 지적하며 민주노총 여성위원회에 대해 비판했었다. 나는 윤석열 일가의 돈과 권력 지향적인 행적, 그와 엮인 권력 남용과 비리를 비판하는 데 있어 쥴리라는 표현을 쓰는 게 효과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등의 정치검사들이 관련 사건들에 개입한 흔적들과 검사와 피의자의 부적절한 관계가 불거지니(2012년 윤석열이 결혼할 당시에 .. 2021. 8. 17. 동지애와 젠더 정의 사이에서 - 윤민석 씨의 문제제기에 대해 윤미래 가해자가 갈 수 있는 곳에 피해자가 갈 수 없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는 슬로건을 관철하려고 십 년을 싸웠지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곧바로 보이콧, 활동 금지, 잘라내기로 대응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그 못지않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좀 세련된 조직에선 그게 새로운 '조직 보위' 방식으로 활용된 세월이 이미 길고요, 애초에 그런 대응 자체가 가해자 한 명을 제외한 조직은 이상적이고 평등하고 무결하거나 당위적으로 그래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기 일쑤라서. 사실은 이 성별주의 사회에서 그 어떤 조직도 그럴 수 없고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치란 건 그 사실을 인정하고서야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 모든 이견을 반여성주의로 몰아붙이는 일부의 반응은 이런 문제의식이나 논의를 원.. 2021. 8. 15. 안산이 쏘아 올린 작은 공과 차별금지법 - 공정사회의 탈을 쓴 집단 괴롭힘에 균열을 내고, 차별금지법 제정하자 박철균 7월 30일 양궁선수 안산이 도쿄올림픽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무엇보다 이것이 화제가 되었던 것은 한참 온라인에서 페미니스트니 남성혐오니 하며 금메달을 박탈시켜야 한다느니 등등 온갖 사이버 상 "남성"들의 온라인 폭력이 이루어지는 상황에도 이뤄낸 성과이기 때문이다. 사실 안산이 아니더라도 그 이전부터 여성에게 온갖 혐오를 뒤집어씌워서 매장하고 마녀사냥하는 성향은 존재했었다. GS25의 손가락 홍보물이든, 행여나 여성 연예인이 "오조오억"이나 "웅앵웅" 같은 단어를 쓰면 페미니스트니 메갈이니 하며 매타작을 하는 광경은 이미 2021년 상반기에 나타났던 상황이다. 해당 손가락 표현은 그 이전부터 쓰이던 관용구이든, 그렇게 호들갑을.. 2021. 8. 1. 결국 막을 올린 도쿄올림픽 - 인권과 안전을 희생하다 박철균 1년을 연기했던 이번 도쿄 올림픽이 결국 7/23일 막을 올렸다. 올림픽을 개최하고 성공적이고 정치적인 성과를 어마어마하게 남기려던 일본에겐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원치 않은 골칫거리가 되었다. 특히나 자신이 총리를 하는 상황에서 가장 화려한 올림픽을 만들고자 2016년 리오 올림픽에서 마리오 코스튬 플레이까지 했던 아베는 코로나19 시국과 자기에게 계속 밀어닥치는 온갖 비리에 대한 추궁 끝에 총리직을 사퇴하였고, 올해 올림픽 개회식도 불참한다. 7/22일 일본 전체 확진자수는 5397명, 도쿄도는 1979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등 올림픽 직전에도 코로나19 상황은 좋지 않다. 전문가들은 도쿄가 곧 1일 확진자 3000명이 될지 모른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밀고 있다. 도쿄도, 사이타마현, 가나가와현, .. 2021. 7. 24. 2021년은 참교육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는 해 권시우 코로나19가 2020년 중반 정도에 끝날 것이라 생각했는데 2021년하고도 7월인데도 언제 끝날지 모르겠습니다. 2019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저의 둘째 아들은 학교에 가는 습관이 조금 생기자 말자 집에서 줌으로 수업을 1년 반이나 하는 바람에 학습 태도가 매우 좋지 않아요. 수업시간에 주로 줌을 하다가 유튜브를 한꺼번에 시청하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다른 친구들의 원성이 자자합니다. 얼마 전에는 학교에서 시계와 건강 체크가 되는 와치를 선생님이 우리아이도 받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아마도 시간에 대한 개념이 적어서 와치를 손에 차고 다니면 좋겠다는 의견이었습니다. 큰아이는 수학 등의 수업이 너무 어려워지니까 성적이 너무 안 좋아서 그런지 저에게 수학을 한번 봐 달라고 했어요. 시험문제를 보니 시험의.. 2021. 7. 16. [박노자] 노동의 배제, 한국의 최대 문제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의 블로그에 실렸던 글(bit.ly/3jpYwgJ)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1990년대 중후반, 한국이 민주화되어 가는 그 과정에서는 해외 정치, 사회학 전공자들 사이에서는 한 가지 이야기는 지속적인 대화 주제이었습니다. 한국이 주요 제조업 대국이 되고 제도적 민주주의도 어느 정도 성숙되어 가는데, 언제까지 '노동'이 주류 정치에서 배제될 것이냐는 것이었죠. 기억하시는 분들은 기억하시겠지만, 1990년대는 '3김'의 지역 감정 정치의 전성기이었습니다. 지역 감정, 지역 예산 배정을 둘러싼 '토건 예산 정치' 속에서는 노동 .. 2021. 5. 26. 김학의와 검찰의 억울함을 풀어주자고? 전지윤 최근 검찰은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와 성착취라는 김학의 사건의 본질을 물타기하고 오히려 거꾸로 뒤집으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김학의 사건을 덮으려고 한 세력이 아니라, 밝혀내려고 한 사람들이 범죄자로 몰리고 있다. 상식적으로 기가 막힐 일이지만 검찰과 주류언론과 기득권 카르텔이 손잡고서 한 목소리를 내니까 서서히 여론과 프레임 바뀌어가는 ‘기적’이 또 일어나고 있다. 그러면서 김학의의 이름과 얼굴은 또다시 계속 소환되고 있다. 이 속에서 얼마 전에 ‘한국일보가 직접 쓰는 윤중천·김학의 백서’도 연재됐다. 박준영 변호사가 제보한 엄청나게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는 이 기획연재를 전부 다 꼼꼼히 읽어봤다. 보다 좀 더 그 가리키는 방향이 노골적인 SBS의 ‘[취재파일] 김학의 사건’ 연재도 이어.. 2021. 5. 24. [박노자] '정치'에 계속 의미를 두는 이유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의 블로그에 실렸던 글(bit.ly/3jpYwgJ)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정치'에 환멸을 느끼기가 참 쉽습니다. 한국의 20대들이 정치에 피로감을 느끼고 탈정치화됐다면, 그럴 만한 이유 역시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화 이후 30여년 동안 한국 자유주의/개혁주의 운동의 정치적 결산이 '강남좌파' 기득권층으로서의 그 성격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평화 문제도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문재인 정권이라면 이런 자유주의/개혁주의 흐름에, 특히 아직 노동/주택 시장 진입도 못하고 있는 젊은 사람으로서 충분히 의심을 품어 볼만.. 2021. 5. 13. [박노자] 한국 사회에서의 '외부적 타자'의 종류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의 블로그에 실렸던 글(bit.ly/3jpYwgJ)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민족주의', '폐쇄성' 등을 자주 거론하지만, 사실 근대에 접어들어 한반도에서 가시적인 '외부적 타자'들과 마주치는 게 점차 일상이 됐습니다. 시작은 아마도 1882년 임오군란 이후 청나라 상인들의 청나라 군대와 함께 이루어진 한반도로의 진출이었을 것입니다. 그 때까지 극소수 귀화자 이외에는 '상주 중국인'이 없었는데, 근대의 도래와 함께 판이 바뀐 거죠. 이미 갑신정변 그 당시에는 조선 각지에서 약 4500명의 일본인이 있었지만, 식민지 말기에는.. 2021. 5. 1. [박노자] 신권위주의/극우화, 세계와 한국을 덮어버린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는 러시아계 한국인 교육 노동자/연구 노동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박노자는 , , , 등 많은 책을 썼다. 박노자 본인의 블로그에 실렸던 글(bit.ly/3jpYwgJ)을 다시 옮겨서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요즘 - 반갑게도 - 많은 한국인들은 버마의 참극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버마에서는 관료 독재도 당 독재도 아닌 군부 독재가 지금 다시 돌아오는 상황이 조성되어, 그만큼 그 유혈성도 돋보입니다. 한국인들에게 이와 같은 광경들이 1980년 광주부터 연상시켜 커다란 공감을 형성케 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죠. 그런데 문제는, 2008년 세계 공황의 도래, 그리고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파산 이후로는 버마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신권위주의의 커.. 2021. 4. 19. 이전 1 2 3 4 5 6 ··· 2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