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주의86 우리의 죽음과 비극을 너희의 전쟁에 이용하지 말라 먼저 사라져야 할 것은 제국주의와 침략 정책이다 전지윤 파리 테러로 또 수많은 생명들이 희생됐다. 파리 테러 전날에는 레바논에서 40여명이, 이라크에서 17명이 테러의 희생자가 됐다. 얼마전 2백여 명을 태운 러시아 여객기도 테러로 추락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희생된 한 명 한 명이 모두 소중한 생명이고 개성을 가진 인격체였다. 우리처럼 그들도 모두 꿈많은 어린시절을 보냈을 것이고, 각자의 살아온 삶과 자의식은 그것 하나하나가 작은 우주였고 역사였을 것이다. 그들은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자식이자 연인이자 부모였을 것이고, 이제 누군가는 이 죽음을 평생 잊지 못하고 트라우마와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증오심과 적대감이 너무나 커서, 상대방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지 못하고 죽거나 죽여도 된다는 생각.. 2015. 11. 18. 10월 첫째주 세상읽기 - 시리아에 대한 폭격을 중단하라! 전지윤 ● 시리아의 민중혁명은 어떻게 왜곡·파괴돼 왔는가 지난주 러시아가 시리아 공습을 시작했다. ‘이슬람국가’(IS)를 소탕하기 위해서라는 핑계였다. 러시아가 중동 지역에 직접적 군사 개입을 시작한 것은 1979년 아프가니스탄 침공에서 실패한 이후 처음이다. 러시아와 동맹 상태인 이란도 지상군 파병을 시작한다고 한다. 중동에 더 커다란 전쟁의 불길이 번질거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난민 위기 등을 만드는 악랄한 IS를 소탕하자’는 게 지금 미국, 유럽 강대국, 러시아, 이란, 사우디 모두 한 목소리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IS는 원래 친서방 사우디 정권의 도움 아래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재정적·군사적 독립을 하며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국가체계를 세운 것이다. IS는 ‘이슬람 원리로.. 2015. 10. 5. 아래서 끓고 있는 한반도 긴장은 언제든 또 넘칠 수 있다 전지윤 이번에 한반도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다가 가까스로 봉합된 것은 무조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지역의 긴장이 아직 당장의 확전이나 전면전 수준까지는 이르지 않았다는 게 다시 드러났다. 하지만 이 과정은 여러모로 다시 되짚어볼 점이 많다. 먼저 이 사건의 불씨가 된 지뢰 사건과 포격 사건의 진실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란 점이다. 정말 북한이 지뢰를 설치한 게 맞는지, 나아가 군사분계선에서 포격을 가한 것이 맞는지도 명백한 증거로 입증되지 않고 있다. 지뢰에 대해서는 합리적 의문들이 끊이지 않고 있고, 포격에 대해서는 군당국이 궤적과 탄피 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 정부와 군의 대응은 모순에 부딪힌다. 즉 ‘좀 전에 나에게 날아온 돌이 어디서 날아온 것인지, 심지어 날아온 게 맞는지’도 .. 2015. 9. 4. 사드 논란 – 재앙을 향해 가는 치킨게임을 멈춰라 전지윤 지난 며칠간의 상황은 미중 갈등 속에 한국 지배계급이 처한 딜레마를 잘 보여 줬다. 비유를 해보자. 먼저 살기등등한 대장마피아가 와서 ‘우리 경호시스템을 배치해야 너가 보호받을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놓고 갔다. 다음날엔 떠오르는 신흥마피아가 찾아와 ‘그 경호시스템을 배치하면 가만있지 않겠다. 누구 덕에 돈 버는지 잘 생각해 봐라’고 압박했다. 대장마피아 행동대원 얼굴에 상처가 난 사건을 계기로 ‘경호시스템 구입’이 급물살을 타는 듯 했는데, 다시 상황이 쉽지 않게 된 것이다. 돈벌이를 생각하면 신흥마피아를 무시할 수 없다. 한중 교역 규모와 흑자 수준은 한미, 한일을 다 합친 것보다 많다. 옛날에는 ‘미국이 기침하면 한국이 감기걸린다’고 했다면 지금은 ‘중국이 기침하면 한국은 앓아눕는’ 경제상황이.. 2015. 3. 19. 아랍 혁명 4주년 “나는 계속 행복을 노래할 것이다” 아랍 혁명이 일어난 지 4년이 지난 오늘, 마치 ‘아랍의 봄’은 신기루였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아랍 혁명의 의미는 결코 깎아내릴 수 없고 혁명의 요구는 여전히 중요하다. 2월 13~14일에 영국 런던대학교 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 에서 개최됐던 토론회는 이것을 돌아봤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온 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반혁명에 대해 살펴보고, 여전히 그 지역에서 빵과 자유, 사회 정의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사람들과 연대해줄 것을 호소했다. 출처: http://rs21.org.uk/2015/02/16/5408/ Nick Evans 번역: 박상우 “바레인에서 온 저희들이 오늘 가만히 앉아있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여러분들이 이해하시게 될 겁니다.”.. 2015. 3. 3. ‘내릴 수 없는 배’의 침몰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 2014년 정세 평가와 전망, 과제 전지윤 [이것은 2014년 겨울호에 실린 글의 각주와 참고문헌을 생략하고 일부 축약한 것이다. 부족한 글을 실어주고, 또 이 블로그에 올리도록 허락해 준 편집부에 감사드린다. 이 글의 초고를 읽고 여러 유익하고 귀중한 지적과 논평을 해 준 주변 동지들과 익명의 심사위원들께도 감사드린다. 이 글은 지난 9월에 씌어져서 10월초에 투고된 글이므로 그후 상황 변화는 반영돼 있지 않다. 하지만 이 글의 전반적인 내용과 방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너를 잃고 가슴에 비수가 꽂히고서야 엄마는 세상에 눈을 뜨게 되는가보다. 네가 엄마 곁에 보내준 참 착한 사람들에서 너를 닮은 모습을 보며 감사하고 있단다. 사랑하는 성호야, 너만큼 엄마가 착하지는 않지만 너 닮은 착한 .. 2014. 12. 6. 에볼라 - 무엇이 바이러스를 번식시켰는가 전지윤 ‘피어볼라’(공포+에볼라)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에볼라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내년 초까지 80만 명의 희생자가 나올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치사율이 60%에 달하는 이 전염병 때문에 특히 아프리카에서 급속도로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뻔히 보면서, 전염 때문에 손을 잡거나 안아보지도 못하는 심정이 어떨까. 일부 언론은 정부와 의료기관을 ‘불신’하고 주술에 의존하는 '미개'한 아프리카인들을 탓한다. 이런 식의 보도 속에 ‘에볼라 때문에 아프리카인의 출입을 제한한다’고 내건 식당도 생겨나는 것 같다. 이 나라의 아프리카인과 동남아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은 유별나다. ‘비정상 회담’같은 TV 프로에 서구 선진국 출신의 잘 나가는 외국인들만 나오는 것에서 보듯이. 아.. 2014. 10. 21. 이라크: 서방이 낳은 3가지 역풍과 전쟁의 위협 존 리즈John Rees (영국의 사회주의자이며 반전 운동가) 역자의 말 - 미국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 국가'(ISIL 또는 ISIS)를 제거한다며 이라크를 넘어서 시리아까지 공습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이런 사태의 배경을 분석하는 글을 번역했다. 이 글은 아직 공습이 시작되기 전인 6월 중순, 영국의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작성되었다. 이런 문제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역자의 설명을 [ ] 기호 안에 덧붙였다. 설명이 길어질 경우에는 가독성을 위해 각주의 형태로 역주를 달았다. 내가 이렇게 긴 글을 번역하는 것이 처음이라 오역이나 어색한 표현이 있을 수 있을 지 모르니 독자들의 지적을 바란다. 원본 출처: http://www.counterfire.org/articles/analysis/17275-i.. 2014. 9. 24. 오바마의 ‘IS의 위협’ 핑계에 속지말자 전지윤 오바마가 9월 10일 ‘이슬람국가(IS)에 전면전을 선포하며 격퇴 전략을 발표’했다. ‘9.11 테러’ 바로 전날이라는 상징성도 노렸을 것이다. 오바마는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10개국의 반IS 군사연합전선도 구축하려 한다. 중국뿐 아니라 한국에도 도움을 청할 거라고 한다. 9월 11일에는 IS를 제거하기 위해 시리아도 공습하겠다는 ‘초강수’까지 제시했다. 알 카에다도 선을 그을 정도로 잔인무도한 IS를 우려하던 일부 사람들은 여기서 미국을 편들자고 한다. 오바마는 조지 부시와 다르다는 것이다. 부시는 ‘대량살상 무기’를 핑계로 이라크를 침공하기 위해 열심이었지만, 지금 오바마는 중동에 군사적 개입을 하지 않으려 애쓰다가 어쩔 수 없이 마지못해 끌려오는 것이라는 논리다. 소수 민족과 .. 2014. 9. 11. 세월호도, 퍼거슨도 ‘정의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 전지윤 지난 7월 7일부터 시작됐던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과 공격으로 이미 수많은 가슴아픈 희생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이 공격에서 이스라엘의 목적은 관철되지 않고 있다. 일단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뿌리를 뽑겠다는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번 공격은 하마스가 아니라 오히려 파타의 존재 기반을 약화시켰다. 이스라엘에 협력해 온 파타에 대한 불신은 커진 반면, 하마스처럼 이스라엘에 맞서겠다는 청년들은 더 늘어날 것이다. 2009년 캐스트리드 작전 때보다 더 짧은 시기에 더 많은 이스라엘군 사상자(거의 6배)가 발생한 것도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물론 팔레스타인 희생자 규모에 비하면 비할 것은 없지만, 핵으로 무장한 군사강국이 세계최강대국(미국)의 지원을 받으며 벌인 전쟁이란 점을 감안해 봐야 한다. .. 2014. 8. 27. 이스라엘에 패배를, 팔레스타인 민중에게 승리를! 전지윤 우리는 지난 4월에 뻔히 두 눈을 뜨고서, 우리 눈 앞에서 죽어가는 3백여 명을 지켜보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 가슴이 타 들어가고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고통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됐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느끼는 고통이 어떤 것일지 더욱 더 공감할 수 있다. 이스라엘의 학살이 진행된 지 22일째인 7월 29일 현재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1100명을 넘어섰고 이중 80%가 어린이 등 민간인이다. 가자에서 전해지는 참상을 맨 정신으로 보고 있기는 힘들다. “어른의 사지가 찢어진 경우는 그나마 찾아서 수습할 수 있지만, 어린이의 경우에는 너무 잘게 찢겨서 그러기 힘들다”는 증언을 어떻게 침착하게 듣고 있을 수 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주미 이스라엘 대사라는 미치광이는 “국제.. 2014. 7. 30. 7월 셋째 주 세상읽기 - 이스라엘의 학살도, 세월호의 비극도 잊을 수도 용서할 수도 없다 전지윤 오늘날 중동의 평화와 아랍 민중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제국주의와 그 하수인들이라는 것이 다시 한 번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 무차별적인 폭격으로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7월 7일 이후 사망자만 2백여 명에 달한다. 최첨단 무기와 ‘아이언돔’이라는 방어 체계로 무장한 이스라엘과 재래식 로켓포와 돌멩이로 무장한 팔레스타인 민중의 대결은 애초부터 결과가 뻔한 일방적인 학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두 달된 아기, 장애인, 노인, 일가족 등이 처참하게 몰살당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청년을 산 채로 불태워 죽이는 일도 일어났다. 처음에 이스라엘 경찰과 언론은 그 청년이 동성애자라서 가족에게 살해당한 것이라는 끔찍한 거짓말을 했다. 이제 와서 범인들을 비난하고 있지만 .. 2014. 7. 16. 이전 1 ··· 4 5 6 7 8 다음